[에듀 포스팅] 표준화 시험 없앴더니 학력 저하…하버드대 ‘기초 수학’ 수업 시작
팬데믹 이후 명문대학들은 변화된 입시 제도 속에서 수많은 실험을 해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SAT, ACT와 같은 표준화 시험을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test-optional’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공정성과 다양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미명 아래 시행되었지만, 실제로는 대학 교육 현장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봄방학, 필자가 졸업생 한 명과 뜻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재학 중 단 한 개의 B학점도 없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며, 교내외 활동에서도 모범을 보인 제자였다.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 진학한 이 제자는, 누구보다 학업에 대한 의욕이 강하고 준비된 인재라고 생각했기에 큰 기대를 가졌었다. 그런데 대학 첫해, 예일대 수학 수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고백을 들었을 때, 단순한 개인의 적응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초 수학 보충수업 그 직감은 최근 보도된 하버드대학교의 기초 수학 수업 개설 소식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엘리트 대학으로 여겨지는 하버드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기초 수학 보충 수업(remedial math class)’을 시작했다. 하버드 수학과는 신입생 중 상당수가 고등학교 수준의 대수학과 기하학조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Math MA’라는 1년 과정의 집중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은 일반 수업이 주 2회인 것과 달리 주 5일로 진행되며, 대수학, 기하학, 정량 추론 등 핵심 기초를 다시 가르친다. ▶준비 안 된 학생 입학 하버드 측은 이러한 학업 격차의 원인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손실을 꼽는다. 그러나 많은 교육 전문가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한다. 바로 표준화 시험 요구를 폐지한 입시 정책이다. SAT나 ACT 점수가 입시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대학들은 학생의 학업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시험을 포기한 학생 중 일부는 기초 수학 실력이 부족한 상태로 명문대에 입학했고, 그 결과가 하버드 수학과의 현실로 드러났다. ▶공정성 대신 ‘역량 저하’ 실제로 하버드 입문 수학 책임자인 브렌던 켈리는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이후 수업에서 전제하고 있는 수학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입학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이 입학 첫날부터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SAT 수학 시험이 다루는 주요 영역은 대수학, 고급 수학, 문제 해결력, 기하학이다. 만약 학생들이 이 시험을 준비하고 통과해야 했다면, 수학 보충 수업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버드는 2020년 팬데믹 이후 ‘공정성’을 내세워 시험을 폐지했고, 그 결과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물론 2020년의 결정은 불가피했을 수 있다. 당시 전국적인 락다운으로 시험 응시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학번까지도 여전히 시험 선택제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은 더는 정당화하기 어렵다. 표준화 시험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인종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였다. 대표적인 ‘반인종차별’ 운동가 이브람 X. 켄디는 이를 두고 “표준화 시험은 유색인종을 평가절하하고 명문대에서 배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인종차별 도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표준화 시험이야말로, 학교 간 교육 수준 차이와 성적 인플레이션을 뛰어넘어 학생 개개인의 실질적인 학업 역량을 확인 가능한 가장 공정한 도구일 수 있다. ▶다른 대학도 따라 할까 표준화 시험의 폐지가 가져온 결과는 명확하다. 예일대에서 수학에 고전한 제자, 하버드에서 ‘기초 수학’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현실. 학력 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하버드는 이제 표준화 시험의 가치를 다시 인식했지만, 컬럼비아, 프린스턴, 밴더빌트, 듀크 등 여전히 시험 선택제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명문대들도 과연 같은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하버드마저 ‘기초 수학’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현실은, 결국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실력을 무시하는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공정성은 실력을 기반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습 기회를 넓히되, 평가 기준을 모호하게 만드는 정책은 오히려 학생들을 더 큰 좌절로 내모는 길이 될 수 있다. 이제 다시 ‘실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문의:(323)938-0300 www.a1collegeprep.com 새라 박 원장 / A1칼리지프렙에듀 포스팅 하버드대 표준화 표준화 시험 하버드 수학과 수학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