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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 찿아 떠나는 길섶에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돌아올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사는 것이 힘들 때, 고독의 그림자가 발목을 잡을 때. 주름진 생의 고비마다 떠나고 싶었다. 피하고 싶었다. 허무와 방랑의 끝자락에서 그래도 돌아가야할,지켜내야할 무엇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행복인가.   리사가 마지막 내게 남긴 편지 접어 가방에 넣고 여행길에 오른다. 리사는 이제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믿기 어렵지만리사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은 태양이 지고 뜨는 것처럼 확실하게 아프다.   리사는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순수하고 착한 천사였다. 퍼즐과 레고 게임 천재고유머가 가득한 멘트로 가족들과 이웃들의 사랑을 받았다. 리사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탈없이 건강하던 리사가 응급실에 실려가기 5일 전에 쓴 편지다.     ‘Mom you deserve to be happy. You are a very special person. Be happy allthe time. Everybody loves you. You deserve happiness always. Thank you,Lisa. (마미는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모두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리사)     또박 또박 눌러쓴 편지가 너무 기특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더니 리사는 햇살처럼 밝은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것이 리사가 내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됐다.   나를 두고 홀로 떠나는 자신의 죽음을 리사는 감지하고 있었을까.   인생의 길은 수만 갈래다. 여러갈래로 흩어져 있어 가야할 길이 어딘지 알지못한다. 꿈꾸고 염원하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꿈꾸던 길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었는지 모른다.   어릴 적 연날리기 할 때 연실을 한없이 풀어내야 하는데 기술 부족으로 내 연은 잘 끊어 먹히거나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기 예사였다. 그래도 찔레꽃 넝쿨 앞에 앉아 어질어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취해 졸음을 참던 순간은 따스하고 행복했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살면 살아진다. 청춘은 늙지 않는다. 길위에서 길을 찿는 바보짓이라도 하늘 끝까지 치솟는 연 따라 창공을 나르고 아지랑이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날들은 감미로웠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에 집착 했지만 다섯 번째 천하 순행 때 길위에서 49세로 죽는다. 절인 생선을 마차에 실어 그의 죽음을 은폐했는데 진시황제의 최후는 냄새나는 생선과 함께 썩어갔다 .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얻기위해 살아왔던가.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인간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열정과 노력, 나는 그냥 살아왔을 뿐이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없다.’-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리사의 마지막날들을 사랑으로 지켜준 딸과 아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낸다. 리사를 보내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내려 놓고 리사가 남긴 편지의 약속처럼 살기로 한다. ‘I am going to leave the pain and suffering behind on this tripand start anew.’ 길 위에서 다시 행복하기로 했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마지막 편지 everybody loves special person

2025-03-04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일류의 조건

대기업에 다닐 때다. 회사 전체의 다음연도 손실과 이익 계획을 경영계획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회사 전체의 경영계획을 관리팀의 직원 한사람이 관리했다. Excel 프로그램 하나로 직원 한사람이 4천명이 넘는 회사 전체의 연간 수입과 지출 계획을 관리했던 것이다. 그 직원은 혹시나 다른 직원이 자신이 관리하는 엑셀 프로그램을 알거나 건드릴까 봐 늘 노심초사했다.   자신이 아는 기술이나 지식을 꼭 부여잡고 평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아는 걸 남에게 알려주면 자기 밥그릇이 날아간다고 여기는 것 같다. 어쩌다 얻게 된 노하우나 지식 하나를 부여잡고 평생을 사는 것이다. 요즘에는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예전에는 ‘도제 교육’이라고 해서, 숙련된 전문가 아래서 초보인 제자가 가르침을 전수 받았다. 영화를 보면 제자는 일평생 스승 아래서 마당만 쓸다가 스승이 눈을 감기 직전에 지식을 전수받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교육학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일류의 조건’이란 책에서 ‘훔치는 기술’을 말한다.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잘 훔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훔치는 기술은 남에게 ‘지식을 훔치는’ 기술이다. 그가 말하는 ‘일류’는 꾸준한 자기 성장을 하며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일생을 성장하는 사람이다. 항상 성장하는 사람은 자기 밥그릇을 쉽게 남에게 내어 줄 수 있다. 자기는 이미 다른 밥그릇을 쳐다보기 때문이다. 남에게 가르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은 자기 밥그릇만 본다. 남이 금방 자기 밥그릇을 차지 할까봐 늘 전전긍긍한다. 남에게 쉽게 가르쳐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기는 두개 세개를 새로 깨우쳐야만 한다. 그것이 일류가 되는 첫번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동경대 법대를 나와서 일본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저자는 ‘일류’가 되기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요약하는 힘’을 꼽는다. 업무에 대한 지시를 하다보면 5분만 지나도 졸고 있는 직원을 본다. 그는 졸면서 나에게 외치는 것 같다. ‘제발 요약해서 본론만 말하라’고 말이다. 요즘은 영화도 짧게 요약한 것들이 유투브에 많이 나와있다. 책의 내용도 요약되어 있다. 업무지시를 하든 강의를 하든, 고객에게 설명을 하든 ‘요약’해야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받은 교육 중에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하나만 꼽으라면 ‘짧은 글 짓기’다. 글을 짧게 짓기 위해서는 내용을 여러번 곱씹어 보고 완전히 내것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남의 입장이 되어 내 글을 읽어보아야 한다. 과연 이 말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있을까?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마지막 일류가 되기 위한 조건은 ‘추진하는 힘’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추진력은 매일 샘솟지 않는다. 그래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몸은 처음에는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계속해서 습관으로 만들면 몸이 알아서 혼자 움직인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 작지만 계속할 수있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한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활력 마지막 일류 사이토 다카시 자기 밥그릇

2025-02-27

[주식 이야기] 매그니피선트 7

주식시장은 지난주를 상승한 주로 마무리했다. 3주 만이다. 나스닥은 10주 만에 가장 크게 폭등한 주를 기록했다. 다우지수의 상승 폭은  나스닥의 1/5 정도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2주간 지지부진했던 움직임이 정상적인 숨 고르기로 끝나는 조짐을 나타냈다.   두드러진 기술주들의 상승 모멘텀은 나스닥의 폭등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매그니피선트 7의 희비는 확연히  엇갈렸다. 각각 차이는 있지만 메타를 제외한 나머지 매그니피선트 7은 모두 사상 최고치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의 희비는 어느 정도 엇갈려 있을까? 우선 매그니피선트7중 4개는 2월 들어 제대로 무너졌다. 테슬라는 12.42% 폭락했다.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9.63% 떨어진 알파벳은 2월 첫 주를 이미 16개월 만에 최악의 주로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각각 8.85%와 4.8% 밀린 상태다.   반면 애플, 엔비디아 그리고 메타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했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2월 들어 각각 3.7%와 16.1% 올랐다. 메타는 지난 14일까지 무려 20일 연속 상승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2년 상장한 후 13년 만에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20일간의 상승 폭은 20.5%에 달했다.     매그니피선트7중 단연 돋보이는 존재로 떠올랐다. 엔비디아는 1월 마지막 주를 4년 10개월 만에 최악의 주로 기록했다. 지난 3일에는 5개월 최저치도 찍었다. 이후 10일 동안 8일을 반등했다. 상승 폭은 20%에 달했다.   매그니피선트 7의 희비가 엇갈리는 동안 관심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던 한 빅텍의 상승 모멘텀은 두드러졌다. 이는 바로 엔비디아가 3개월 전 다우 종목에 입성하며 퇴출했던 인텔이다.     다우 종목에서 25년 만에 쫓겨나는 치욕을 겪었다. 14년 최저치로 무너지는 서러움도 겪었다. 그랬던 인텔이 지난주부터 복수혈전에 돌입한 듯 예상치 못한 기록을 세웠다.     18일까지 6일 동안 5일을 강세로 마감했다. 상승 폭은 무려 43.4%에 달했다. 지난 1975년 이후  50년만에 최고의 5일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주 역시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의 주로 기록했다. 연방정부의 AI 구축 시스템 구성으로 인한 재기 가능성에 이어 대만 TSMC나  브로드컴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부문 지분을 인수 할 수 있다는 루머등이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폭등세가 반짝 상승으로 끝날지 아니면 진정한 회복세의 발판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최근 몇 년간 소외됐던 인텔이 마침내 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매그니피선트 7중 마지막 남은 엔비디아는 26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실적 발표를 완료한 후 엔비디아는 두 번 상승하고 한 번 하락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엔비디아는 2주 전 5개월 최저치를 찍고 난 후 2주간 23% 넘게 반등했다. 지난 1월 7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서는 8% 정도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다음 주 실적 발표 후 새로운 사상 최고치를 깰지 혹은 2주간 반등했던 것을 없애버릴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대부분의 경제지표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두 번 정도의 금리 인하 확률은 한 번으로 줄어든 모양새다. 오히려 금리가 인상될 거라는 내러티브가 부상했다.     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9월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70%다.   ▶문의: [email protected]   김재환 / 아티스 캐피탈 대표주식 이야기 엔비디아 인텔 상승 모멘텀 반면 엔비디아 마지막 엔비디아

2025-02-19

[문장으로 읽는 책] 마지막 왈츠

인류 최초의 이야기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인류에 남아 있는 이야기 중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중심축이 사랑이 아니라 우정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사랑 이야기가 인류 최초의 서사일 것이라 짐작한 나의 사고방식도 어쩌면 로맨틱 러브 중심의 현대적 분위기에 물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목숨까지 바칠 만한 격정적인 사랑이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서양에서는 아벨라와 엘로이즈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유행했던 12세기경이니, 인류 역사 전체에서 사랑이 이토록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셈이다.     황광수·정여울 『마지막 왈츠』   1944년생 황광수와 1976년생 정여울. 두 문학평론가가 나눈 문학적 교감과 우정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병석의 황광수를 대신해 정여울이 두 사람의 대화를 정리했다. 황광수는 책이 나오기 직전 세상을 떴다. “44년생 황광수와 76년생 정여울은 어떻게 이토록 절친한 벗이 되었을까요. 우리 사이엔 아무런 실용적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우리의 우정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었으니까요.” 단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직감적으로 서로의 눈빛을 알아보았지요. 우리 두 사람 모두 ‘같은 대상’을 향해 미쳐 있음을. 그것은 ‘문학’이었습니다.”   ‘결혼 아니면 이별’처럼 종착역이 분명한 사랑과 달리 우정은 끝도 목표도 없는 ‘무쓸모의 관계’다. 정여울은 서문에서 “인류는 끊임없이 적이 될 수도 있는 타인을 친구로 만들며 세파를 견디고 변화에 적응해 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썼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왈츠 사랑 이야기 마지막 왈츠 인류 역사

2024-11-20

[글마당] 연인

취향에 따라 사람들은 여행한다. 쇼핑하기 위해 아니면 먹거리를 찾아서. 내 경우엔 새로운 세상 속 삶을 찾아서다. 또한 내가 읽은 책과 본 영화의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1992년에 개봉된 ‘연인(The lover)’ 영화를 보고 책도 읽었다. 나룻배 갑판 위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서 있던 가냘픈 프랑스 소녀의 중절모를 쓴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본 이후 나도 어딜 가나 모자를 늘 쓰고 다니며 영화의 배경인 메콩 강에 가고 싶었다.     첫날 본 메콩 강은 메주콩 색에 흰색과 핑크색을 조금씩 섞은 색을 띠었다.     “유유히 체념한 듯 흐르는 강물 색이 신비하긴 하군.”   내가 지껄이자, 옆에 있던 친구가 “기가 막혀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니까. 저 깊은 물 속을 상상해 봤어? 사방팔방에서 흘러 들어간 똥물이 신비하다니! 저 물에서 잡은 생선을 먹을 수 있겠어? 신비는! 자기는 참 엉뚱해.”   시시각각 변하는 강물색 위로 그물을 치는 어부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현실에 직면하고는 눈을 돌렸다. 물에 잠길 듯 말 듯 떠 있는 덤불과 집들은 폭우가 지난 후에 흙탕물에 쓸려 떠내려가는 듯했다.   황톳빛 메콩 강의 얕은 수심 탓으로 크루즈를 강 한가운데 정박하고 작은 목선을 타고 동네 어귀의 허름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시끌벅적한 규모가 큰 반 노천 시장통 입구에서 비켜있는 웅장한 옛 저택으로 들어섰다. 흰 대리석 아치를 두른 저택은 프랑스와 중국 건축이 독특하게 혼합되어 있다. 입구에 조각한 울퉁불퉁한 나뭇잎 위에 금분을 바른 거창한 현판 ‘황금순’이라는 한자로 쓰인 문패가 눈에 띄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는 저택 주인의 가족사진들이 걸려있다. 마주 보는 벽에는 영화 ‘연인’ 속 배우들의 빛바랜 사진이 걸려 있다.     15세 프랑스 소녀와 32살의 파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부유한 중국계 남성과 불같은 사랑을 다룬 섬세하고 노골적인 베드신으로 흥행한 영화의 배경인 저택이다. 내부로 들어서니 널찍한 자게 상이 놓여 있다. 남자 주인공의 부친이 비스듬히 누워 아편을 피우던 자리다. 뿌연 아편 연기 속에서 아들이 프랑스 소녀와의 결혼을 극구 말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아들에 관해서는 그의 이름처럼 부드러운 비단인 ‘황금순’이 아니라 거친 마대와도 같은 성질로 “차라리 죽어버려라”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압력에 굴복하고 그들의 사랑은 비틀거리다가 소녀가 프랑스로 떠나면서 끝난다.     영화를 상상하며 흥미롭게 둘러보는데 마치 황 영감의 지시를 받고 내어놓은 듯 차를 가져왔다. 차를 마시자, 차의 향기와 고색창연한 실내 분위기에 빠져서 두 남녀가 몰래 정사를 나누던 시장통에 있던 짙은 회색 문의 아지트는 어디일까? 궁금했다.     훗날 소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가 되었다. 마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다. 영화는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며 죽을 때까지 사랑할 거라”고 전화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연인 프랑스 소녀 영화 마지막 훗날 소녀

2024-10-31

[문장으로 읽는 책] 천국은 있다

천국은 있다   뼈의 입장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다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일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는 걸 알았다   모든 예상된 일은   예상치 않게 나를 흔든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뼈가 됐다는 걸   허연 『천국은 있다』   시인 유희경은 허연의 시를 ‘견딤’에 대한 시라고 말한다. “그 견딤은 시종일관 아슬하고,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나 역시 견디고 있음을 깨닫는다”고 썼다. 인용한 시는 ‘이장’의 도입부다. 시인은 어머니의 죽음을 견뎌낸 것도 모자라, 뼈가 된 어머니를 확인하는 이장까지 견뎌낸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처럼 예상된 일이(누구나 죽는다), 예상치 않게 나를 흔드는 것, 그런 속수무책을 지치지 않고 견디는 게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난겨울 날렸던 연이/ 예기치 못한 각도로/ 곤두박질쳤던 것처럼/ 이별은/ 전면적이고 모든 것인 일// 세상의 모든 설탕 덩어리들이/ 언젠가 다 물에 녹듯/ 긴 잠에서 깨어나면/ 어차피 이 세상이 아닌 것.’ 시 ‘이별의 재해석’의 일부다. 날아오른 연이 떨어지고, 설탕이 녹듯이 사랑도 파국을 향해 간다. 진실했다면 됐다고?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별한 사람들이 쓴/ 마지막 편지들을 읽는다/ 마지막이므로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진실은 그저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천국 시인 유희경 설탕 덩어리들 마지막 편지들

2024-10-30

"더 길어진 투표용지...주민투표 3건 잊지마세요"

총선 및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조지아주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주 의회는 올해 총 3건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먼저 주 헌법을 개정해 주민 재산세 부담을 낮추려는 목적의 첫번째 투표 항목이 있다. 홈스테드 개정안 통과 지지 여부를 묻는 이 질문은 ▶재산세 산정 주택가치의 연간 인상률을 전년도 인플레이션율 이하로 제한할 것 ▶판매세율 1% 인상을 통한 추가 세수를 재산세 절감책에 투입할 것 등 2가지 질문에 대한 것이다. 지난 5년간 메트로 애틀랜타 광역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40% 급등하자 재산세 연간 인상폭을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며 상정됐다.   두 번째 질문은 행정조직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주 행정부의 재무과 산하조직이 담당하고 있는 세금 관련 민원을 조세법원을 신설해 처리하려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조세 관련 행정조치에 불복하기 위해 고등법원에 따로 제소해야 하는 현재와 다르게, 조세법원이 세금 관련 명령을 내리고 이에 대한 항소절차까지 한 곳에서 담당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을 후원한 메트로 애틀랜타 상공회의소는 이를 통해 기업들의 세금 관련 업무가 간편하고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 주민투표는 유형자산(TPP) 세금감면 확대안이다.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모든 고정자산의 비과세 범위를 현행 75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익단체인 전미자영업연맹(NFIB)은 공제 기준을 높임으로써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줄어들어 사업 투자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주민투표 투표지 조지아주 주민투표 주민투표 내용 마지막 주민투표

2024-10-25

“검증된 사람 뽑아달라” 앤디 김 당선 자신감

“변화를 통한 결과를 보여주겠다. 검증된 인물을 뽑아달라.”     뉴저지 연방 상원에 도전 중인 앤디 김 하원의원이 마지막 후보 토론회에서 상원 입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뉴저지 방송 매체인 ‘뉴스 12’의 주관으로 22일 오후 열린 토론에서 김 의원과 공화당 커티스 배쇼 후보는 경제, 이민, 낙태, 전쟁, 외교에 대한 내용으로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하원 활동을 통해 스몰 비즈니스들이 살아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결과로 검증된 사람을 선출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배쇼 후보는 “더는 전문 정치인을 워싱턴 DC에 보내지 말자”며 “호텔 경영을 통해 민생과 경제를 잘 이해하는 후보를 보내 뉴저지와 연방 행정부를 살려내자”고 호소했다.   뉴저지 주가 높은 재산세 부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힘겨워하고 있다는 지적에 두 후보는 시각을 달리했다.   김 의원은 “이와 같은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기업들에 세금을 감면하고 중산층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탓”이라고 지적하고 “모든 미국인이 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전했다.   배쇼 후보는 “지금 우리는 상원 선거를 두고 출마했는데 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냐”며 “나는 의회에 진출하면 당의 의견과 다를 경우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에 대해서 김 의원은 “전쟁은 길어질수록 더 어려운 조건을 만들어 낸다”며 “물리적 대결만이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합의를 끌어내 인질들을 구해내는 강력한 조정 능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배쇼 후보는 “테러범들과 합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를 제거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만약 배쇼 후보가 상원에 진출한다면 공화당은 분명히 여성들의 자기 선택권을 묵살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을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쇼 후보는 “나는 여전히 여성들의 선택권을 지지한다. 투표가 다가오면 나는 내가 가진 가치 철학을 바탕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저지에서 지난 4월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의원은 5~15%포인트 차이로 배쇼 후보를 앞서왔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앤디김 토론회 변화 주도 뉴저지 연방상원 앤디김 마지막

2024-10-23

“인생 마지막 날처럼 기도하고, 사랑하길”

       가든교회(담임목사 한태일) 창립 30주년 기념 부흥사경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개최된 부흥사경회에는 안양 일심교회 김홍석(사진) 담임목사가 강사로 나서 ‘하나님의 세가지 뜻(데살전5:16-18),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23:1-6)’, ’선한 청지기같이 봉사하라(벧전4:4-11)’, ‘좋은 교회, 좋은 성도(빌4:1-7)’,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라 (눅15:25-32)’ 등을 주제로 예배를 인도했다.   김 목사는 “가든 교회가 이 지역 복음화의 전진기지가 되기를 바라며 더욱 좋은 교회, 좋은 성도들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여호 와 하나님이 목자가 되시니 우리를 늘 인도하실 것이며 지팡이와 막대기로 지키고 안위하시며, 잔이 넘칠 정도로 복을 주실 것”이라면서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기도하고, 서로 사랑하며, 이웃을 대접하고 봉사하며 살 것을 권면했다.   한편 이번 부흥사경회는 30년전 가든교회를 개척해 한길 인생을 걸어 온 한태일 목사의 은퇴 및 원로목사 추대를 앞두고 마련됐으며 2대 목사로 위임 받는 남지현 목사와 향후 30년의 열정과 비전을 다짐하는 시간이 됐다.   문의: 410-461-9621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인생 기도 인생 마지막 담임목사 한태일 원로목사 추대

2024-10-23

"정부의 통제 안 돼” vs “공정·공존 먼저”

연방상원에 도전 중인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뉴저지)이 공화당 후보인 커티스 배쇼 후보와 방송 토론에서 다양한 주제로 격돌했다.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을 거쳐 4년 전 연방하원에 입성한 김 후보는 지난해 가을 현역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뇌물로 기소되자 출마에 나선 바 있다. 호텔과 건설업 거부로 알려진 배쇼 후보는 올해 공화당 예선에서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김 후보와 배쇼 후보는 투표 마감을 3주 앞둔 지난 15일 뉴저지에서 정치 전문 채널 C-SPAN 주최로 열린 연방 상원 후보 토론회에서 정책과 철학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배쇼 후보는 “비즈니스 자유와 성장이 매우 중요하며 연방정부가 이를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호텔에서 1000여 명이 넘는 직원을 관리하며 성장한 경험을 기반으로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후보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의회와 리더들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우리 모두가 함께 생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초점은 공정과 공존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태 문제에서는 배쇼 후보가 기존 공화당 정책과는 달리 여성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배쇼는 “가족을 중시하고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50개 주가 균일한 원칙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당의 정책과 다르더라도 내가 가진 철학이 맞다고 믿는다면 그것에 맞는 표결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선택권이 묵살되는 상황이 여러 주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국민이 고통받고 있어 매우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경과 이민 문제에서는 뚜렷한 생각 차이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이민 문제와 국경 문제는 연결된 부분도 있지만, 개별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며 “하지만 펜타닐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이민 문제로 돌리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한다. 충분한 인력이 배치됐으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반면, 배쇼 후보는 자신이 가진 호텔 직원들을 예로 들며 “뒷문으로 들어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월경자들로 인해 기존 이민자들이 가장 화가 난 상태”라며 “연방 의회에서 이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김 의원도 책임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상대 당에 지지하는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배쇼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한 조 맨친 상원의원을 꼽았으며, 김 후보는 아동 보호 세금 정책을 펼친 공화당 미트 롬니 상원의원을 꼽았다.   두 후보는 22일 마지막 후보 토론회를 갖는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토론회 후보 후보 방송 상원 후보 마지막 후보

2024-10-16

[음악으로 읽는 세상]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

1824년, ‘합창교향곡’을 발표한 후 베토벤은 더 이상 교향곡과 같은 대편성의 곡을 쓰지 않았다. 대신 보다 내밀하고 개인적인 양식인 현악 4중주에 귀의했다. 건강이 극도로 악화해 자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베토벤은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마지막까지 현악 4중주에 매달렸다. 만약 베토벤이 오래 살았다면 이후의 작품은 모두 현악 4중주였을 지도 모른다.   베토벤은 모두 16곡의 현악 4중주를 썼는데,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6곡의 현악 4중주를 ‘후기 현악 4중주’라고 부른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는 선배 작곡가인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와 다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에서는 네 개의 악기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만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는 그렇지 않다. 때로는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기도 한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중 14번은 특이하게 7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 악장을 쉬지 않고 연주하는데, 각 성부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서로 다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전반부의 느슨한 평화가 깨진다. 중간중간 네 악기가 한목소리를 내는 유니슨이 나오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투쟁 모드로 들어가곤 한다. 유니슨조차 지극히 전투적이다. 그렇게 심오한 성찰에서 느슨한 평화를 거쳐 격렬한 투쟁으로 끝난다.   예술가의 말년의 작품은 내밀한 자기 고백인 경우가 많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도 그렇다. 여기에는 베토벤 자신의 성찰은 물론 세상을 향한 격렬한 분노, 인간적인 흐느낌, 신성에 대한 갈망, 초월적인 체념, 억눌린 욕망의 분출, 자유분방한 인습 파괴의 욕구 같은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렇게 베토벤은 후기 현악 4중주를 통해 자기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음악을 인간의 삶과 무관한 것으로 취급했던 고전주의 시대와도 결별을 고했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베토벤 중주 현악 4중주 베토벤 자신 마지막 4중주

2024-09-23

[삶과 믿음] 마중물이 되어

아이티에 있는 하우스 오브 호프 고아원에는 네 살부터 스무 살까지 스물세 명의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 그곳에 2012년부터 동생과 함께 사는 카치아나(Katiana)가 있다. 카치아나는 올해 12월이면 스무 살이 된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2년 전에 폐결핵에 걸려 학교를 일 년 쉬었다. 그렇게 학교를 쉬는 동안, 크레올이 모국어인 카치아나는 K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영어를 공부했다. 능숙하지 않지만, 한글로 텍스트를 보내기도 하고, 한국어로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른다. 적절한 경우에 맞는 적절한 한국말을 쓸 줄 안다. 우리와는 자주 한글 텍스트로 소통하기까지 한다. 물론 영어로도 소통할 수 있다.   카치아나는 올 9월부터 12학년을 다니게 된다. 미뤘던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다니는 것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서 어카운트를 전공하고 싶다고 한다. 공부를 잘 마치고 일을 잘하는 어카운턴트가 되어서 고아원 아이들을 도우며 살기 바란다고 했다. 지금도 아이는 같은 고아원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학교와 고아원의 모든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초에 아이를 만나고 나서 학교 성적, 가족관계(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혹 친척이라도 있는지), 주변 평판, 아이의 소망, 열정 등을 자세히 알아본 후에 우리는 카치아나를 대학교 공부까지 시키기로 하였다.   고등학교 마지막 과정을 도와줄 후원자를 찾고, 후에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 자격을 주는 중등 과정 졸업시험(바칼로레아)에 합격하면,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는 이런 도움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며 아이티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 작은 사랑과 섬김이 아이의 장래에 소망이 되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 우리가 건축한 고아원 마당에 있는 펌프 두 개가 다 망가져서 새로운 펌프를 설치했다. 펌프는 자주 물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작은 바가지로 담아둔 마중물을 더하면 곧 힘을 내고 맑은 물을 퍼 올려 고아원의 살림에 생명의 물을 더하곤 한다. 그래서 고아원 펌프 옆에는 언제나 낡은 대접에 받아놓은 마중물이 있다. 마중물이 떨어지면 펌프는 물을 퍼 올릴 수가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런 마중물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마중물이 되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다 보면 펌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듯이,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세상이 달라지리라 믿는다.   그리스도인은 누군가의 삶에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면서 우리의 사랑과 희생, 친절이 마중물이 되어 다른 이들의 삶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작은 관심과 선행이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많은 이들의 삶에 풍성한 은혜의 물을 끌어 올리게 되길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카치아나의 삶에 마중물이 되기로 했다. 마중물이 되어 마음 놓고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가져 고아들을 돕고 싶다는 아이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기로 했다. 우리가 겨우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어 아이의 삶에 샘솟는 소망이 될 수 있을 때, 분명 하나님께서는 아이의 삶에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생명을 더하시리라 믿는다. 우리가 마중물이 된다면 아이는 멈추지 않는 힘찬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세상은, 아이티는 변하리라 믿는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마중물 대학교 공부 고아원 펌프 고등학교 마지막

2024-09-12

살아돌아온 트럼프…만장일치 추대

“2387명 대의원의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 47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추대합니다.”   15일 중서부의 대표적인 경합주중 하나인 위스콘신주의 밀워키 전당대회장. 공화당 대의원과 당원 2만 여명 앞에 선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 의장의 선언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공화당이 제 45대 대통령을 지낸 도널드 트럼프를 당 대통령 후보로 옹립했다. 특히 대의원 득표 과반(1215표)을 넘어서던 플로리다 표결 결과는 아들인 에릭 트럼프가 발표해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로써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3번 연속으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자당 후보의 암살 시도 이틀만인 이날 공화당의 전당대회의 분위기는 마치 당선을 기정사실화라도 하듯이 차분하면서도 시종 여유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회 첫날인 이날 오전 내내 대의원 투표 보고를 마친 뒤 존슨 의장은 최종 집계 발표가 이어졌다. 오전 연사로 나선 당원과 선출직 의원들은 민주당이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보다는 통과의례 분위기가 역력했다.〈관계기사 2면〉   연단에 선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집권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이민, 경제, 외교 분야에 대한 훨씬 나은 정책을 펼 수 있다며 어떠한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살아 돌아온 후보’임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공식 후보 수락 연설은 18일(목) 저녁으로 전당대회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될 예정이다.   이날 공화당은 오하이오 출신으로 정치 신동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추대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월요일 20여 분 동안 전화 통화를 통해 밴스에게 부통령 후보직을 제안했으며 밴스가 이를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9세로 스스로 강경보수를 자임해온 밴스 후보는 해병대 출신으로 오하이오 주립대와 예일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기술과 금융 분야 사업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밴스 후보는 한때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2020년 선거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18일까지 진행되는 전당대회 내내 현정부에 대한 성토는 크게 부각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공화당은 오하이오 출신의 밴스 부통령 후보를 내세워 청년과 노동자 계층과 경합주에 대한 공략을 지속하고, 통합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보수 성향 매체인 워싱턴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암살 시도는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가 함께 뭉칠 기회”라며 “18일 후보 수락 연설은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고, 내게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경선 후보였던 니키 헤일리 전 대사 중심으로 꿈틀거리던 비트럼프 대열을 완전히 약화시키고, 다시 당내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포석이다. 헤일리 전 대사도 트럼프 지지 연설을 17일 또는 18일 내놓을 예정이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전당대회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에릭 트럼프 전당대회 마지막

2024-07-16

[글마당] 마지막 버스

나는 로드트립에 관한 영화를 즐겨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다.     ‘마지막 버스’(The Last Bus)라는 영화를 봤다. 한 병든 노인이 죽은 아내의 유골을 들고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인 존 오 그로츠(John o‘ Groats)를 떠나 잉글랜드 남서부, Land’s End (850마일)로 여정을 떠난다. 지금은 노인이 되어 부인의 유골을 들고 가지만, 1950년대 이 부부는 어린 시절 비극의 아픈 기억에서 가능한 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를 원해 잉글랜드 집을 떠나 스코틀랜드 북쪽 끝 마을인 존 오 그로츠로 향했다.     나도 한국을 떠난 이유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은 다 결혼하고 신혼생활로 바빴다. 나는 남자 친구조차 없었다. 그나마 교사 임용고시로 선생이 된 후, 결혼하자는 남자들이 서너 명 나타났다. 교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좋다는 남자와 결혼한다면 직장과 남편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다. 노예해방의 돌파구로 유학을 선택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병든 노인은 죽은 아내의 유골과 무료 버스 승차권과 지도를 들고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면서 고향 아닌 고향을 향해 힘들게 여행한다. 여정 중 노인은 무슬림 여성을 괴롭히는 인종차별주의자인 술에 취한 사람과 용감하게 대항하는 등 여러 사건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국적인 이야깃거리가 된다. 여행이 끝날 무렵 그 노인은 유명 인사가 되었다.   로드트립 영화를 보면 힘든 여정일지라도 자리를 박차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제자리에 고인 물로 남고 싶지 않다. 파도가 치대며 거품을 놓고 떠났다 다시 오듯 다리 성할 때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   친정 식구가 모두 차 운전이 서툰 DNA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인지 난 차 운전에 서툴러 여러 번 사고를 냈다. 하지만, 걷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나도 플로리다까지 걸어서 가 볼까?     Google 지도로 뉴욕시에서 플로리다까지 보행자 경로의 길이가 1500마일이다. 맞는 계산인지 확실치 않지만, 한 시간에 2.5 마일 속도로 걷는다고 치면 600시간 정도 걸린다. 주머니에 크레딧카드와 신분증을 넣고 하루에 여섯시간씩 걸으면 4개월 정도 걸린다. 걷지 않는 휴식 시간을 더하면 일 년이 걸릴 것 같다. 가다가 힘들면 버스도 타고 옷과 신발이 낡고 더러워지면 버리고 사 신고 입으면 된다. 날이 저물면 쉴 곳을 찾아 들어가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 앉아 쉬었다가 간다. 당장에라도 그냥 남쪽으로 걸어가면 어느 아늑한 해안 마을에 도착할 것 같다.     영화 ‘마지막 버스’에서는 노인의 여행이 감상적으로 단조롭고 평탄한 길처럼 느껴진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과연 내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져 객사하지 않고 플로리다까지 갈 수 있을까?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버스 마지막 버스 로드트립 영화 영화 이야기

2024-07-11

LA카운티미술관 LACMA 위작 전시…문제 제기에 ‘묵묵부답’

사상 초유의 LA카운티미술관(이하 LACMA) 한국 미술품 위작 전시 사태〈본지 7월1일자 A-1면〉와 관련, 미술관 측이 전시 윤리 규정 등의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문 닫힌 '한국 보물들'…LACMA 신뢰 추락 이번 사태는 한국 및 미주 한인 미술계, 한국 관련 미술품에 대한 LACMA의 인식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먼저 LACMA는 지난 2월부터 이중섭, 박수근 그림 등에 대한 위작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다가, 전시회 마지막 날(6월30일)과 맞물려 슬그머니 위작을 내린 뒤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LACMA의 소장품 관리 규정집을 살펴봤다. LACMA는 전시품, 소장품 등의 신뢰 확보를 위해 예술품 관리 및 윤리 정책 등을 분명하게 세워두고 있다.   규정집에 따르면 특정 예술품은 윤리적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커뮤니티 또는 개인이 미술관에 문의하거나 조사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우려는 불법 취득, 소유권 문제, 기타 법적 문제 소지가 없더라도 존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집에는 “(문제가 제기되면) 해당 예술품의 이력을 검토하고 컬렉션에 존재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와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법률 고문과 협의 후 관련 큐레이터 부서, 부장, 관장 등이 정중하고 사려 깊게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미 전시회가 시작됐던 지난 2월부터 한국 및 미주 한인 미술계가 위작 의혹을 계속 제기했음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내부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LA지역 한인 미술계 한 관계자는 “위작 전시 사태는 LACMA가 한국 예술계와 한국 미술품 애호가들을 암묵적으로 무시한 행위"라며 “당초 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LACMA는 오히려 특별 강연회를 열어 한국 미술계가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주장하는 것처럼 몰아갔다"고 전했다.   일례로 규정집에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는 물론이고 식민지 시대와 관련한 작품 취득 규정 등이 명시돼 있다. 해당 시대 때 예술품에 대해 취득 정보가 조금이라도 불완전할 경우 확인을 위한 추가 조치 및 연구 과정 등을 문서화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미술품에 대한 LACMA측의 행보는 달랐다. 계속되는 문제 제기에도 약 4개월간 위작을 내걸었다. 관람객은 해당 작품들이 위작인지도 모른 채 돈을 내고 작품을 감상했다. 심지어 문제를 인지한 후에도 전시회를 조기 종료하지 않았는데 이는 한국 미술품 논란에 대해서는 내부 윤리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각한 건 위작을 내린 후 LACMA가 관람객 또는 미술계에 성명을 내거나 사후 처리를 어떤 절차를 통해 진행할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LACMA 윤리 규정집에는 위작 처리 방식도 명시돼있다. 규정집에 따르면 위작으로 판명되면 해당 미술품에 지울 수 없는 특정 표시를 하거나 폐기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도 의문이다.   위작 전시에 따른 피해는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전시회를 관람했던 김찬용(44·어바인) 씨는 “위작을 내린 시점은 어차피 전시회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때 내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대부분 한인이 돈을 내고 작품을 보러 갔을 텐데 이는 미술 애호가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주류 언론도 LACMA의 위작 전시 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예술계 전문 매체 아트뉴스는 LACMA가 가짜 한국 그림을 전시했다가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위작 전시 사태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LACMA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묻기 위해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부장 등 핵심 관계자들에게 이메일, 전화 등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7일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수아·김경준 기자la카운티미술관 묵묵부답 위작 문제 전시회 마지막 전시 사태

2024-07-07

에어프레미아, 여행업계 팸투어 성공적 마무리

에어프레미아(대표이사 유명섭·문보국)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와 함께 4월 6일부터 13일까지 7박 8일 일정의 팸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팸투어는 뉴욕 지역 주요 여행사 9곳의 대표들을 초청해 한국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미래 여행 상품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   팸투어 참가자들은 에어프레미아의 뉴욕-인천 노선을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송도 컨벤시아·인스파이어리조트 등을 방문, 한국의 현대적인 모습을 경험했다.     이어 전주와 여수에서 한옥마을·팔복예술공장·덕진공원·하멜등대·오동도 등을 둘러보며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만끽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인천과 여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마이스 인프라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비즈니스와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여행 패키지 개발 가능성을 탐색했다.     팸투어 마지막 날에는 에어프레미아 본사에서 유명섭 대표를 비롯한 여객영업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한국 여행에 대한 뉴욕 지역의 요구(니즈)를 전달하고 향후 여객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나눴다.   팸투어에 참석한 크리스 변 써니여행사 대표는 “이번 투어를 통해 잊고 있었던 한국의 아름다운 멋과 맛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며 “특히 비즈니스와 관광이 결합된 패키지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기회”라고 투어 후기를 전했다.   최현철 에어프레미아 뉴욕지점장은 “이번 팸투어를 통해 뉴욕 지역 주요 여행사 대표들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한국 여행에 대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에어프레미아는 뉴욕 노선을 더욱 활성화하고, 고객들에게 최상의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뉴욕-인천 노선에서 총 7만 여명을 수송했고, 이 중 뉴욕 출발 왕복 고객이 전체의 50%가 넘는 등 뉴욕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여행업계 마무리 팸투어 참가자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 팸투어 마지막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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