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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팔린 007…제임스 본드는 죽었다

2005년 영국 축구의 자존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에 넘어가자 성난 영국 축구 팬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소유주인 말콤 글레이저의 꼭두각시로 화형식도 했다. 당시 BBC는 “축구경기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글레이저가 맨유를 인수한 건 오로지 돈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인들의 상처 난 자존심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20년 뒤인 지금, 그에 필적할만한 일이  또 일어났다. 영국 대중문화의 상징이며 자존심인 007 제임스 본드의 창작권이 미국 아마존으로 넘어간 것이다. 지난주 나온 이 뉴스에 영국인들은 충격과 실망, 그리고 분노에 휩싸였다. 영국인들은 아마존이 본드의 영국색을 굳이 지켜줄 거라 믿지 않는다.   007시리즈는 60년 전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사 EON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전세계를 열광시키면서 영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비틀스와 함께 영국 대중문화의 양대 아이콘이었다.   25편의 모든 작품에는 영국색이 짙게 배어 있다. 본드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영국식 영어를 구사한다. 또 영국 해외정보국 MI6 소속 국가공무원으로서 영국에 대한 본드의 충성심이 은연중에 깔렸다.   여기에 귀족주의적이고 다분히 제국주의적인 정체성도 숨어 있다. 여성들이 세련되고 섹시한 본드를 넋 놓고 바라보는 동안, 영국의 남성들은 본드를 통해 제국주의의 화려했던 지난날들을 회상했다. 본드 시리즈는 영국이 세계 제1의 국가임을 과시하며 영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 영국인들이 제임스 본드의 영국성에 집착하는 이유다.   문화적 측면에서 본드는 ‘우아한 영국’의 상징이었다. 제임스 본드는 그냥 첩보원이 아니다. 용모, 스타일, 매너, 개성, 취향, 이 모두가 뭇 남성의 동경 대상이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남성 패션잡지에 멋쟁이 ‘본드 스타일’이 소개되곤 했다.   탄력 있는 근육과 섬세한 실루엣을 동시에 갖춘 핸섬한 용모에 박학다식한 두뇌, 그리고 스포츠 만능인데다 귀족적 매너와 화술을 겸비했다. 입맛 까다로운 소믈리에급 미식가이자 패션 스타일도 완벽하다. 주변엔 늘 슈퍼모델 명함 내밀 법한 미녀들이 차고 넘친다.   새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기발한 자동차와 첨단무기들은 거의 SF 수준이다. 그에게 주어지는 임무 역시 초우주급 황당무계 그 자체다. 툭하면 감방 가거나, 재판 불려나가는 우리 국정원 공무원과는 노는 물이 다르다.     그렇다. 제임스 본드는 현실 첩보물이 아니라 남성용 팬터지다. 관객들은 그걸 알면서도 스크린에 빠져든다. 그게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매력이다.     독특한 어투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자기소개할 때도 꼭 이렇게 폼을 잡는다. “내 이름은 본드, 제임스 본드요.” 마티니를 주문할 때도 유난을 떤다. “흔들어서, 젓지 말고(Shaken, not stirred).” 흔들어 만들건, 저어 만들건, 그 차이를 알 사람이 몇이나 될까만, 그런 사소한 취향 역시 본드의 매력이 됐다. 이게 유행하자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생화학과에선 흔들어 만든 마티니와 저어 만든 마티니의 차이를 분석했다. 본드의 말 하나하나가 얼마나 수컷 본능을 자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007 시리즈의 음악 '본드 뮤직' 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국의 존 배리 등을 비롯해 전설적 작곡가들이 만든 주제가는 당대 최고 뮤지션들의 히트송 리스트에 올랐다. 셜리 배시, 낸시 시내트라, 폴 맥카트니, 칼 사이먼, 시나 이스턴, 티나 터너, 마돈나, 아델 …     또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건배럴 시퀀스의 테마는 007 시리즈의 시그너쳐가 됐다. 딩디디딩딩 딩딩딩 … 이 팽팽한 멜로디에 가슴이 두방망이질쳤던 사내들,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이런 게 본드라는 존재에 온통 뭉뚱그려져 영국적 체취로 소비돼왔다.   본드 시리즈는 2021년 ‘노 타임 투 다이’ 이후 답보 상태에 있다. 본드가 영국 해군 미사일에 맞아 충격적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팬들은 EON이 그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마존의 인수는 본드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던 영국팬들에게 본드의 죽음 이상의 충격을 안겨줬다. ‘영국적인 본드’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이제 세인의 관심은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티머시 돌턴, 피어스 브로스넌, 대니얼 크레이그에 이어 누가 차기 제임스 본드가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그간 차기 본드로 물망에 오르던 이드리스 엘바, 톰 하디, 헨리 카빌, 킬리언 머피와 같은 A급 영국 배우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대신 유대계 영국 배우 아론 테일러 존슨이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언론은 성급히 ‘최초의 유대인 007’ 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극렬 팬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본드 시리즈 제작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이미 1975년 시작됐다. 브로콜리가의 제작 파트너 해리 살츠만이 자신의 권리 절반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에 매각하면서다. 1995년 ‘골든 아이’부터는 EON 창업주의 딸 바바라 브로콜리와 의붓아들 루이스 윌슨이 운영해왔지만, 자금 조달과 배급을 위해 대기업 파트너에 의존해야 했다.     007 프랜차이즈의 제작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로콜리와 윌슨은 갈수록 방대해지는 엄청난 예산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자, 결국 미국 자본과 손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한 매체는 ‘오금이 저릴 정도의 돈’이 건네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아마존이 제임스 본드의 영국적 색채를 유지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얼마 전 브로콜리는 차기 본드 하마평이 나돌자 “어떤 피부색이든 남자, 그리고 영국인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로콜리는 협상 과정에서 007시리즈를 ‘콘텐츠’라고 부르는 아마존 측에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영국색을 유지하려는 EON 측의 정서적 언어와 이윤 추구에 비중을 둔 아마존의 기업적 언어는 지속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이 영화사상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 중 하나인 007의 창작권을 인수한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EON 시대에 벌었던 액수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아마존은 많은 것을 시도할 것이다. 본드의 주변인물을 활용한 스핀오프, 프리퀄, 리메이크 등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임스 본드가 마블 시리즈에서 나오는 슈퍼 히어로쯤으로 변질되진 않을까, 하는 점이다.   기업 자본이 프랜차이즈를 사들여 실패한 사례들도 많다. ‘스타워즈’의 제작자 조지 루카스는 2012년 소유권을 디즈니에 40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13년 동안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국 지루한 프랜차이즈로 전락했다. 루카스 없는 ‘스타워즈’처럼 EON 없는 007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지금은 관객 형성 구조상 제임스 본드라는 영웅 하나만으로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다. 디즈니는 지난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1억 3400만 달러를 손해봤다. 영국색 짙은 제임스 본드에 익숙해 있는 영화팬들은 아마존의 미국식 007에 즉각적으로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의 자금력과 창작 능력은 별개의 이야기다.   누가 차기 본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영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은 영국 대중문화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들에게 영국성이 사라진 제임스 본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제임스 본드 역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의 말대로 아마존은 차기 본드를 여자 배우로 캐스팅할지도 모른다. 물론 돈에 끌려가는 프랜차이즈의 실태를 비꼰 말이었겠지만.     영국인들에게 EON없는 제임스 본드는, 알렉스 퍼거슨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도 같다. 회사명 EON이 ‘Everything Or Nothing’의 약자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영화에서 창작은 Everything이 아닌가?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영국 아마존 제임스 본드 본드 제임스 본드 시리즈

2025-02-26

애틀랜타 한인 브라이언 서 셰프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에 올랐다

마리에타서 '봄' 운영...곧 2호점 오픈   ‘외식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후보에 애틀랜타 한인 셰프 브라이언 서(한국명 서지수·35) 씨가 다시 한번 이름을 올렸다.   22일 발표된 올해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각 부문 준결선 진출자 명단에서 애틀랜타의 식당, 바, 셰프 등 10곳이 포함됐다. 먼저 동남부의 ‘베스트 셰프’ 부문에 인기 태국 레스토랑 ‘탈라트마켓’의 로드 라시터와 파르나스 셰프,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카루포’의 브루스 로그 셰프, 마리에타 소재 ‘스프링’의 브라이언 서 셰프, 도라빌 중국식 면요리 식당 ‘란저우 라멘’의 푸 리 장 셰프가 뽑혔다.   브라이언 서 셰프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먹고 자란 한식 가정식에서 영감을 받아 한식당 ‘봄’을 개업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올 봄 2호점 개업을 앞두고 있다. ‘스프링’은 서 셰프가 오랜 기간 연마한 프렌치 요리 테크닉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지난해 미쉐린 원 스타를 받기도 했다. 서 셰프의 창의적인 메뉴가 유명한데, 미쉐린 가이드는 스프링의 마늘, 파 버터를 곁들인 수제 사워도우 빵, 구운 연어 등이 “대담하고 독특하다”고 표현했다.   ‘뛰어난(Outstanding) 레스토랑’ 부문에는 디케이터 소재 ‘킴벌 하우스’가 이름을 올렸다. 킴벌 하우스는 과거 기차역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든 식당으로, 로컬 농장에서 직접 공급하는 재료로 프렌치풍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특히 생굴, 등 신선한 해산물 메뉴로 유명하다.   ‘최고의 신규 레스토랑’ 부문에는 디케이터의 ‘카사발람’이, ‘최고의 신규 바’ 부문에는 마리에타 소재 ‘마리에타프로퍼’가 이름을 올렸다. ‘뛰어난 환대’ 부문에는 애틀랜타의 ‘아리아’가 후보에 올랐다. 결선 진출자는 4월 2일에, 최종 수상자는 6월 16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메달을 받는다.   전국적으로도 한인 셰프들이 대거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로 선정되며 ‘K-푸드 열풍’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LA에서 모던 한식 다이닝 ‘바루’를 운영하는 어광 셰프는 서부지역 최고의 셰프 후보에 선정됐으며, 전국 최고의 셰프 후보에는 뉴욕의 파인 다이닝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신규 레스토랑 후보에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뉴욕의 ‘기사식당’이 선정됐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브라이언 제임스 비어드상 한인 셰프들 애틀랜타 한인

2025-01-23

‘요식업계 아카데미상’에서도 K 돌풍…한인 셰프 12명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 선정

요식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인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에 한인 셰프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며 K-푸드 열풍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남가주에서는 LA 아트 디스트릭트에서 모던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 바루를 운영하는 어광 셰프가 서부지역 최고의 셰프 후보에 선정됐다. 바루는 지난해 7월에도 LA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식당으로 꼽힌 바 있다. 어 셰프는 여러가지 장과 김치 등을 직접 담그고 발효시켜 만든 독특한 소스로 찬사를 받았다.     전국 최고의 셰프 후보에는 뉴욕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정식당을 운영하는 임정식 셰프가 선정됐다. 서울에 본점을 둔 정식당은 2012년부터 뉴욕에서 영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고의 새 레스토랑 후보에도 한식당이 있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기사식당이었다.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사식당의 음식과 분위기를 뉴욕으로 옮겨온 이 식당은 뉴욕타임스 등의 매체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손님이 3시간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이규림 셰프가 운영 중인 진주 파티세리는 최고의 베이커리 후보로, 워싱턴D.C. 문 래빗의 수잔 배 셰프는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외식사업가 부분에서는 한인 두 명의 이름이 보였다. 프라이드 라이스 콜렉티브의 대니 이 대표는 워싱턴D.C.에서 퓨전 한식당 안주 등을 운영 중이다. 그레이셔스 호스피털리티 매니지먼트의 사이먼 김 대표는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고급 한식당 꽃과 꼬꼬닥을 운영하고 있다.     오대호 지역 최고의 셰프 후보에는 지난해 본지가 단독 인터뷰〈2024년 6월 14일자 중앙경제 2면〉한 김지혜 셰프도 있었다. 앤아버에서 한식당 미스김을 운영하는 김 셰프는 이번이 다섯번 째 후보 선정이다. 푸드앤와인이 선정한 최고의 신인 셰프로도 꼽힌 그는 미스김에서 18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일궈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지역별 최고의 셰프 후보에 맥스웰스 트레이딩의 크리스 정(일리노이), 오이지 미의 브라이언 김(뉴욕), 메주의 후니 김(뉴욕), 기프트 호스의 김하늘(로드아일랜드), 오킴스의 현 김(하와이), 바 메이즈의 기 정(하와이), 스프링의 브라이언 소(조지아), 버디스의 케빈 이(오클라호마), 시로 재패니즈 비스트로의 그레이 황(텍사스)등이 선정됐다.     제임스 비어드상은 '외식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가 높은 시상식이다. 올해로 35주년을 맞은 시상식에서는 식당이나 셰프는 물론 최고의 바,  베이커리, 바텐더, 소믈리에, 조리 관련 서적 등 다양한 부문에 상이 수여된다. 최종 후보는 4월에 선정되며, 수상자는 6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조원희 기자아카데미상 비어드상 셰프 후보 한인 셰프들 제임스 비어드상

2025-01-22

[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의 조건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 관계의 질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 (…)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는 자기도취적 행동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타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애정 어린 일이다.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제임스 홀리스 『사랑의 조건』   사랑을 잘하려면, 내가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자신과의 관계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려면 먼저 온전한 자기 자신(개인)이 되어야 한다.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현대인이 애정 관계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의 근본 원인을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환상에서 찾는다. 어딘가에 ‘내게 꼭 맞는, 잃어버린 반쪽’이 있으며 삶은 그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라고 보는 오래된 착각 말이다. 사실 상대는 잃어버린 내 반쪽이 아니라 완전한 타인이며, 대부분은 자신을 상대에 투사해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데 머문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라며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완전한 타자로 존재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무심한 사랑’이라고 썼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도 내게 주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나만 쟁취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애정 관계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찬양할 수 있다.” 양성희 / 한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 애정 관계 제임스 홀리스 초월적 존재

2025-01-21

[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의 조건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 관계의 질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 (…)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는 자기도취적 행동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타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애정 어린 일이다.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제임스 홀리스 『사랑의 조건』   사랑을 잘하려면, 내가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자신과의 관계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려면 먼저 온전한 자기 자신(개인)이 되어야 한다.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현대인이 애정 관계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의 근본 원인을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환상에서 찾는다. 어딘가에 ‘내게 꼭 맞는, 잃어버린 반쪽’이 있으며 삶은 그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라고 보는 오래된 착각 말이다. 사실 상대는 잃어버린 내 반쪽이 아니라 완전한 타인이며, 대부분은 자신을 상대에 투사해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데 머문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라며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완전한 타자로 존재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무심한 사랑’이라고 썼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 사람도, 다른 어떤 사람도 내게 주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나만 쟁취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애정 관계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찬양할 수 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사랑 애정 관계 제임스 홀리스 자기도취적 행동

2025-01-08

자유 찾아 미국 온 탈북민 한자리에

“고맙죠, 가족도 만나기 어려운데 1년에 한 번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서.”   지난 7일 오후 6시 30분, LA 한인타운 용수산에서 재미탈북자지원회(회장 로버트 홍)가 개최한 ‘재미 탈북자 환영 송년의 밤’이 열렸다. 약 30명의 탈북자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알래스카와 샌프란시스코 등 먼 지역에서 온 탈북자들도 참석했다.   30대 탈북자 제임스라고만 밝힌 그는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왔다고 했다.   그는 “3년 전 미국으로 왔고 2년 연속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탈북자들과 1년에 한 번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인 그는 “LA 국제공항에 도착해 걸려 있는 큰 성조기를 보고 ‘이곳이 미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착 당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운전면허증이니 사회보장제도니 사회가 붕괴한 북한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라며 “나이를 먹고 이런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능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미주 지역의 탈북자들은 식당 서버부터 미장공, 수선공, 스시맨 등 직업도 다양했다. 그중에는 노숙자로 살아가는 이도 있다.   현재 한인타운의 노숙자 셸터에서 거주하는 최정철 씨는 “(동료 탈북자들을 만나)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어린 자녀들과 배를 타고 일본으로 가려다 한국으로 가게 된 비슷한 지역 출신 동료 탈북자와 오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재미탈북자지원회 연말 파티는 올해로 12년째를 맞았다. 실향민 출신이자 변호사로 활동 중인 로버트 홍 회장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매일 같이 북한 이야기를 했다”며 “탈북자들을 보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간을 보낸 탈북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 이런 송년회 행사를 계획했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오늘만이라도 기쁨과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망명하고자 하는 탈북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다 2007년 이런 단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현재 그는 탈북자들이 미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법률적, 사회적 어려움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이날 송년의 밤 행사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도산’의 감독인 소프라노 클라라 신과 팝페라 가수이자 테너인 최원현씨가 축하 공연을 했다. 이들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12월로 개사한 노래, 김추자의 ‘살짜기 옵서예’, ‘오 솔레미오’ 등의 노래를 불렀다.   이날 행사에서는 식사 이후 경품 추첨과 노래자랑도 이어졌다. 혼자 참석한 사람, 2명 이상 참석한 가족들에게 현금 선물이 전달됐다. 참가자들은 경품을 통해 믹서기, 인형 등 원하는 선물을 타갔다. 통일을 갈망하는 노래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탈북자 송년회 재미탈북자지원회 주최 재미탈북자지원회 연말 탈북자 제임스

2024-12-09

풀러턴 프레드 정·제임스 조·라구나우즈 이은주씨 '승전보'

오렌지카운티 시의회, 교육위원회 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 6인 가운데 풀러턴의 프레드 정 부시장, 제임스 조 풀러턴 교육구 2지구 교육위원 후보, 라구나우즈의 이은주 시의원 후보가 승전보를 전했다.   정 부시장은 지난 5일 선거 마감 후 첫 개표부터 매튜 트럭소 후보를 압도하며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정 부시장은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인 1지구에서 6일 오후 4시 현재 71.8%의 득표율을 올리고 있다. 표 차이는 3267표다. 5일 밤 개표 결과를 함께 지켜본 40여 명의 지지자와 승리 축하 파티를 가진 정 부시장은 “한인을 포함한 1지구 유권자들이 지난 4년간 내가 해온 일에 지지를 보내준 덕분이다. 큰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두 번째 임기의 시정 활동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제임스 조 후보는 28년째 재임 중인 현직 힐다 슈거먼 현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누르고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조 후보는 61.5% 지지율로 슈거먼(38.5%)보다 1671표를 더 얻고 있다.   조 후보는 “현직을 상대로, 그것도 큰 표 차이로 앞서 나도 놀랐다. 한인들과 ‘이젠 교육구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나의 말에 동의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구나우즈에선 한인이 시 사상 최초로 시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3석이 걸린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은주 후보가 24.2% 득표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5333표를 받은 이 후보와 4위 제임스 텅 후보의 표 차이는 1979표에 달한다. 이 후보는 “열정적으로 날 돕고 표를 준 한인들의 도움과 타인종 유권자들의 지지, 현직 시의원들과 함께 캠페인을 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냈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샤리 혼 부시장, 신시아 코너스 시의원과 함께 팀을 이뤄 홍보 메일을 발송하며 두 시의원 지지층의 상당수를 흡수했다.   총 7명이 출마한 어바인 시장 선거에서 태미 김 시의원은 33.3% 득표율로 2위를 달리며 선두 래리 에이그런 부시장(39.6%)을 추격 중이다. 표 차이는 4848표다. 김 시의원은 지금까지 개표된 우편투표 중 34.8%, 에이그런 부시장은 41.56%를 득표했다. 투표소 투표 개표가 사실상 끝났기 때문에 남은 개표 과정에서 우편투표 득표율 추세에 반전이 일어나야 김 시의원이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어바인 1지구 시의원 선거에선 존 박 후보가 32.5% 득표율로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인 멜린다 리우 후보와의 표 차이는 91표다. 박 후보는 투표소 투표 개표에서 리우 후보를 564표 앞섰지만, 우편투표 개표에선 473표 뒤졌다.   박 후보는 “개표 초반 500표를 뒤졌지만 100표 가까이 앞서게 된 것은 긍정적인 결과다. 계속 개표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부에나파크 2지구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최용덕 후보는 라티노 강세 지역구에서 맞대결 상대인 카를로스 프랑코와 맞서 분전 중이다. 1088표를 얻은 최 후보와 프랑코 후보의 표 차이는 300표다.   OC선거관리국의 비공식 선거 결과 집계에 따르면 6일 오전 현재 100만7150장의 개표가 완료됐으며, 미개표분은 32만4890표다. 현재 OC의 투표율은 54.1%지만 미개표분과 선거일 뒤에 도착하는 우편투표지를 개표하는 과정에서 계속 오르게 된다. 지금까지 선거관리국에 접수된 미개표분만 놓고 추산할 경우, 최종 투표율은 71.5%를 상회할 전망이다. 임상환 기자프레드 제임스 후보 이은주 이은주 후보 부시장 제임스

2024-11-06

프레드 정·제임스 조 풀러턴서 동반 당선 노려

풀러턴 시 선거에서 2명의 한인 후보가 동반 당선을 노리며 한인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프레드 정 부시장은 11월 5일 선거에서 1지구 시의원 재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 부시장은 1지구에서 매튜 트럭소 후보와 맞대결을 벌인다.   정 부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데다 한인이 밀집 거주하는 1지구에서 뛴다는 이점을 안고 있다. 후보 등록 당시 자신을 IT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라고 밝힌 트럭소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1지구는 2022년 선거구 조정을 거치며 한인에게 한층 유리한 지역구가 됐다. 정 부시장이 시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된 4년 전, 54%였던 아시아계 주민 비율은 65%로 높아졌다. 1지구 아시아계 주민 중 한인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아시아계 투표 가능 연령 시민권자(CVAP) 비율도 48.4%에서 56%로 늘었다. 백인, 라티노 CVAP는 각각 33%와 9%다.   정 부시장은 풀러턴 경관, 소방관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정 부시장은 “우편투표가 시작됐는데  한인 투표율이 높으면 반드시 이긴다. 꼭 승리로 보답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오렌지카운티 선거관리국은 지난 7일부터 등록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 용지 발송을 시작했다. 금주 또는 내주면 대다수 유권자가 우편투표 용지를 받게 된다.   정 부시장은 “4년 전 시 사상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돼 시장도 두 차례 역임했고 한국 지자체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제임스 조 사회보장국(SSA) OC지부 부지부장은 풀러턴 교육구 2지구에서 교육위원회 입성을 시도한다. 조 후보가 당선되면 풀러턴 최초의 한인 교육위원이 탄생한다.   조 후보는 힐다 슈거먼 교육위원회 부위원장과 격돌한다. 슈거먼은 28년째 교육위원회를 지키고 있다. 풀러턴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조 후보는 “유권자 가정을 방문해 대화를 나눠보니 교육구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내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많다. 게다가 풀러턴에 사는 한인 인구와 교육열을 감안할 때, 이제는 한인 교육위원이 배출돼 한인 학부모와 학생을 대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2지구 주민 약 1만2000명 중 50%는 아시아계고, 한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30%에 달한다며 “한인 표가 결집하면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인들의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정 부시장, 섀런 쿼크-실바가주하원의원, 비센테 사미엔토OC수퍼바이저, 샤나 찰스 풀러턴 시의원, 조앤 폴리 풀러턴 조인트유니온하이스쿨 디스트릭트 교육위원, 조이스 안 부에나파크 부시장, 태미 김 어바인 시의원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 부시장과 조 후보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fred4fullerton.com, jamesforfullerton.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상환 기자프레드 제임스 한인 후보 한인 시의원 한인 유권자들

2024-10-10

aT 미주지역본부, 김치콘테스트 개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사장 김춘진)가 김치의 미국 수출 확대와 소비확산을 위해 개최한 김치활용 요리 레시피 콘테스트 ‘2024 KIMCHI COOK OFF’에서 버지니아주 거주 라티샤 제임스의 ‘김치라이스그리츠’ 레시피가 1등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aT 미주지역본부는 “지난 28일 뉴욕시 퀸즈 스카이뷰몰에서 개최된 콘테스트의 파이널은 미국 전역에서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49건의 김치활용 요리 레시피에 대해 엄격한 예선심사를 거쳐 이중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결선 ‘TOP 3’ 참가자들이 대회 경연장에서 제한된 시간 내 요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앞선 예선심사에서 레시피의 독창성과 심미성, 현지화 아이디어 등 종합적인 평가 결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김치치즈크로켓과 김치포블라노페퍼(Poblano pepper), 김치라이스그리츠(Grits)가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K-발효식품의 대표격인 김치는 미국 내에서 팬데믹 기간에 면역력 강화와 장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로 널리 알려지면서 2019년에 1480만 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김치 수출액은 2022년에는 2910만 달러, 2023년에는 3999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1등을 차지한 라티샤 제임스 수상자는 “동네 한식당에서 우연히 접한 김치의 매력에 푹 빠져 이제는 평소에도 김치를 즐겨 먹고 있다”며 “김치라이스그리츠는 김치 본연의 맛과 영양을 살리면서도 누구나 부담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윤미정 aT 미주지역본부장은 “양질의 한국산 김치가 미국 전역에서 더욱 널리 소비될 수 있도록 김치 홍보에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종원 기자aT 미주지역본부 김치콘테스트 플러싱 스카이뷰몰 2024 KIMCHI COOK OFF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라티샤 제임스 윤미정 aT 미주지역본부장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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