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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를 꿈꾸는 디스토피아 이야기

향후 전설적인 TV드라마 시리즈가 될 것이 분명한,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시청 된 스트리밍 시리즈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le)’의 마지막 시즌이 될 시즌 6가 훌루(Hulu) 채널에서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여주인공 준(June)이 남편 없이 아기와 함께 기차에 탑승하는 모습으로 끝난 시즌 5의 마지막 장면 이후를 궁금해하던 팬들에게는 2년 6개월의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되는 드라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인 시즌 6의 주제는 혁명이다. 혁명에 동반되는 분노와 저항이 극렬하다. 시녀들이라는 집단의 일부로만 존재하던 시녀들이 각자 개체로 행동하며 혁명을 일으킨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미니즘 소설 ‘핸드메이즈 테일’(1985)은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2017년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어 그해 에미상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 시리즈는 그간 드라마 시리즈 부문과 엘리자베스 모스의 주연 연기 부문을 포함 15개의 에미상을 받았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 미래 미국의 어느 한 지점. 근본주의 기독교 단체 ‘야곱의 아들들’이 세운 나라 길드아드에서 여성들은 오직 자궁이라는 생식 기관을 가진 도구로만 인식된다. 그리고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를 ‘재생산’하도록 강요받는 시녀들(Handmaid)로만 취급받는다.     잡지사에서 근무하다 전체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해고당한 준 오스본 오브프레드는 남편, 딸과 함께 캐다나로 도망치다 붙잡히고 사령관 프레드의 집에 시녀로 배치된다. 운전기사 닉과 관계를 갖고 임신한다.     강인하면서 뒤틀린 캐릭터 준은 점차 아이들을 캐나다로 탈출시키는 시녀 그룹의 리더로 활동한다. 아이들의 탈출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치 않는 그녀는, 테러와 쿠데타로 공을 세우고 길리어드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는 워터폴드 사령관의 시녀로 들어간다.     워터폴드의 아내 세레나 조이 워터폴드는, 여성이 억압받아야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 황당한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여성들에게는 쓰레기 같은 존재다. 후에 여성이 이렇게까지 고통받게 될 몰랐던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길리아드를 탄생시킨 것을 후회한다.     성과 가부장적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 소설에는 준의 어머니를 드라마보다 세부적으로 묘사한다. 1960년대 미국의 급진적인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그녀는 35세의 늦은 나이에 미혼모로 준을 낳았으며, 남녀를 적대적 관계로 본다. 남성들은 여자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그녀의 페미니즘은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이다. 궁극적으로 길리아드가 여성에게 가하는 같은 오류를 범한다.     ‘핸드메이즈 테일’은 엘리자베스 모스(Elisabeth Moss)라는 배우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작동하는 드라마다. 90년대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매드맨’에서의 페기 올슨 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그녀는 표정 연기의 달인이다. ‘핸드메이즈 테일’의 주인공 준 오스번 역으로 시리즈 첫해인 2017년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무려 8번이나 후보로 올랐다. '매드맨'에서의 7번 노미니 기록을 합치면 그녀의 에미상 노미니 횟수는 기록적인 15회에 이른다.     모스는 201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스퀘어'와 2020년작 '인비저블맨'에 출연, 호평과 흥행으로 영화 영역에서의 입지 또한 인정받고 있다.   제목 'The Handmaid's Tale’이 말해주듯 주인공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그러나 시리즈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종결부에 테이프에 녹음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발견, 강연하는 장면을 덧붙임으로 다소의 역사성을 부여한다. 주인공의 이야기 속 디스토피아는 분명 미래 세대에게 공포스럽게 전달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해 듣는 미래 사회 인간들의 생각이 더 디스토피아적이다.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 ‘핸드메이즈 테일’은 여성 혐오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그 주변의 네오콘과 신파시즘, 그리고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꾸준히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그런 이유에서 파시즘이나 여성혐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리즈는 문화적 가치만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시민들은 파시즘의 압박에 적극적으로 저항함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중요한 건 극단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약자들의 자세다. 인류는 고통과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잃은 적이 없다.     ‘핸드메이즈 테일’ 시리즈는 시즌 6로 끝나지만, 시녀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훌루는 이미 애트우드가 2019년 발표한 부커상 수상작이며 ‘핸드메이드 테일’의 후속작 성격의 소설 ‘테스터먼트(The Testaments)’의 드라마 제작에 들어갔다. 엘리자베스 모스가 쇼의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시녀들을 통제하는 못된 아주머니 ‘앤트 리디아(Aunt Lydia)’가 시리즈를 이끈다. 전작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와 함께 길리아드 정권이 마침내 몰락하는 과정을 다룬다.   원리주의자이며 광신도로 악명높은 교육자 리디아(앤 다우드)는 이혼하고 외롭게 혼자 살다가 처음으로 호감을 느끼게 되는 남자에게 거부당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는, 그러나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다. 리디아가 전작의 마지막 부분에서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되어가면서 권력 자들 간의 대립, 모략, 치부 등 길리아드 정권의 민낯을 폭로한다. 길리아드의 강력한 군사력 때문에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캐나다 정부의 비열함도 소설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테스터먼트(The Testaments)’는 ‘핸드메이즈 테일’의 마지막 장면으로부터 1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새로운 시리즈가 언제 공개될지는 미정이다.     디스토피아의 시대, 그러나 유토피아를 꿈꾸는 시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테스터먼트’의 시대는 남성과 여성의 성별 간 대립에 종지부를 찍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시대였으면 좋겠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디스토피아 유토피아 tv드라마 시리즈 디스토피아 전체주의 그해 에미상드라마

2025-04-16

[글로벌 아이] 블랙핑크와 전체주의

블랙핑크가 워싱턴에 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맞춰 걸그룹 블랙핑크의 워싱턴 공연이 있을 거란 소문이 돌았지만, 얼마 후 바로 ‘없던 일’이 됐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누락해 그렇게 됐는지는 본인들만 알 이야기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워싱턴 인사들은 백악관부터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미 짜인 투어 일정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특히 비용 부담이 문제였다. 한국 대기업을 포함해 민간 후원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법적 논란이 불가피했다. 사실상 백악관에 대한 뇌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 장소로 거론된 케네디 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수만 명이 모일 블랙핑크 팬을 수용할 공간도 없었지만, 국가적 대형 행사를 아무 절차없이 선정해 치렀다가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연방정부의 이해 충돌에 민감했다. 당장 이게 법적 문제까지 되진 않더라도, 다음 선거 때 공화당 측으로부터 공격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얼마 전 한국에선 세계 잼버리 대회의 거듭된 파행에 대기업과 민간 대학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수십만 명분 음료를 지원하고 현장 환경미화엔 신입사원들까지 동원됐다. 모두 ‘국가 이미지 실추’라는 풍전등화 위기 앞에 자발적으로 나선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들 연수원·기숙사에 잼버리 참여자를 수용하라고 통보를 했다. 식사나 시설 이용에 대한 아무 지침이 없었고 당국의 비용지원도 없다고 했다.   모두가 합심해 훈훈한 미담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정부가 민간의 역량을 제 주머니서 꺼내 쓰듯 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공동체·국가를 개인보다 위에 두고 개인을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게 전체주의다.   정부가 보낸 공문 앞에 기업·대학들은 ‘안 하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한 번쯤 걱정했을 것이다. 이번에 참여한 곳들은 뭔가 보험에 들어 놓은 기분일 수도 있다. 최소한 백악관이 블랙핑크 초청을 접으며 했던 ‘이해충돌’에 대한 고민이 한국 정부에선 전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필규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블랙핑크 전체주의 걸그룹 블랙핑크 워싱턴 공연 한국 대기업

2023-08-25

[문장으로 읽는 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사랑의 계명은 우리에게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의 나머지 60억 명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계명이 우리에게 권하는 것은 누구도 증오하지 말라는 것이다. … 사랑은 몇몇 사람을 향해서만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하지만, 증오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나 한 국가, 한 인종, 다른 피부색이나 다른 말을 쓰는 인간 집단들을 향해 나와 내 이웃의 가슴을 분노의 불꽃으로 뜨겁게 한다.   움베르토 에코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독재 체제와 포퓰리즘은 대중에게 증오를 요구한다. 심지어 사랑을 표방하는 종교도 근본주의에 빠지면 증오를 부추길 때가 많다.”   작가·비평가 에코의 촌철살인 에세이집이다. 2016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탈리아 시사 잡지 ‘레스프레소’에 연재하던 칼럼을 모았다. 인터넷과 SNS, 포퓰리즘과 전체주의, 증오와 차별 등 ‘미친 세상’에 대한 세태 비평이 시차 없이 읽힌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가 뭔지 몰라 일일이 지시 내려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필사적으로 찾는 나라는 불행하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바로 그것이 『나의 투쟁』에 담긴 히틀러의 이념이었다.” “역설적으로, 모든 가짜 음모 뒤에는 어쩌면 우리에게 그것을 진짜 음모로 믿게 만듦으로써 이익을 보는 사람의 음모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돌을 던진 뒤 재빨리 손을 숨기고는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숱하다. 그래 놓고는 또다시 지금까지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용서를 구하는 데는 전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방법 전체주의 증오 가짜 음모 비평가 에코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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