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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일인칭 단수

“네. 저는 어디까지나 원숭이지만, 절대 천박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내 것으로 삼는다-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분명 성적 욕망이 깔린 악행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깨끗하고 플라토닉한 행위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음속에 있는 그 이름을 그저 남몰래 혼자 사랑할 뿐입니다. 마치 부드러운 바람이 초원을 가만히 훑고 지나가듯이.”   “흐음.”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하긴, 어찌 보면 궁극의 연애라고도 할 수 있겠어.” “네, 그것은 어찌 보면 궁극의 연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궁극의 고독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동전의 양면인 셈이지요. 그 둘은 꼭 달라붙어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하루키가 지난 2020년 내놓은 책이다. ‘나’라는 일인칭 단수 시점으로 그린 8편의 사랑 얘기, 6년 만에 펴낸 단편집이다. 최근 들어 하루키 월드에 심드렁해 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천만에, 하루키는 하루키다.   인용문은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의 일부다. 온천 료칸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말하는 원숭이’와 만난 나는 염력을 사용해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을 훔치는 원숭이의 사랑법을 듣는다. 사랑할수록 외로워지는 사랑의 모순을 그린 우화다.   ‘돌베개에’의 주인공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란 여자의 말을 떠올린다. 모든 건 먼지처럼 다 사라졌고, 여자가 지어 보낸 몇 편의 하이쿠만이 남았다. “벤다/베인다/돌베개/목덜미 갖다대니/보아라, 먼지가 되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일인칭 단수 일인칭 단수 사랑 얘기 무라카미 하루키

2025-03-19

[우리말 바루기] ‘나 자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등과 같은 자기 고백적 글이 많이 게재된다.   이같이 많은 이가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내 자신’ ‘제 자신’과 같이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나 자신’ ‘저 자신’이라고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내 자신’과 ‘제 자신’을 풀어 써 보면 왜 틀렸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나’에 조사 ‘의’가 결합한 ‘나의’가 줄어든 말이다.   따라서 이를 문장에 대입해 풀어 써 보면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결국 “나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와 같이 어색한 문장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굳이 불필요한 조사 ‘의’를 넣어서 생긴 잘못된 표현이므로, ‘의’를 빼고 ‘나 자신’이라고 쓰면 된다.   ‘제 자신’도 마찬가지다. ‘제’는 자기를 낮추어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저’에 조사 ‘의’가 합쳐진 ‘저의’가 줄어든 말이다. “그때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역시 풀어 써 보면 “그때는 저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가 돼 영 이상하다. 이 또한 불필요한 ‘의’를 빼고 ‘저 자신’이라 고쳐 쓰면 된다.   “네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문장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해야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일인칭 대명사 자기 고백적

2024-10-20

[우리말 바루기] ’저 자신‘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 등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사람이 많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러한 것을 나타내곤 한다. 자신과 관련한 표현을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있다. '제 자신'이다.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제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등과 같은 표현이다.   자기 자신을 강조해 말할 때 이처럼 '제 자신'이라고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제 자신'을 풀어 보면 왜 틀린 표현인지 알 수 있다.   '제'는 상대에게 자기를 낮추어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저'에 관형격 조사 '-의'가 결합한 '저의'가 줄어든 말이다. 따라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를 풀어 쓰면 “저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와 같이 어색한 문장이 된다. '제 자신'이 아니라 '저 자신'이 바른말이다.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어요”에서의 '내 자신'도 마찬가지다. '내' 역시 '나+의'가 줄어든 말이므로 “나의 자신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어요”가 돼 영 어색하다. '나 자신'이라고 해야 바르다.   “네 자신을 알라”에서의 '네 자신' 또한 풀어 써 보면 '너의 자신'이 되므로 어설프다. “너 자신을 알라”고 해야 한다. 그럼 '제 혼자'는 어떻게 될까? '저 혼자'라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일인칭 대명사 관형격 조사 미디어 시대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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