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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티야, 의사한테 내 증상 설명해줘”

“인터넷 검색도 손자가 도와줘야 겨우 하는데, 인공지능? 그걸 어떻게 쓰냐. 뭔지도 모르겠고 늙은이한테는 어려운 것 투성이야.” 플러싱에 거주하는 80대 한인 한 모 씨의 얘기다.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시니어들에게 AI는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시니어 가운데 AI와 ‘자주 상호작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인공지능, 정말 젊은층의 전유물일까. 시니어들도 익숙해지기만 하면 자식·손주에게 받는 도움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먼저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휴대폰 앱이나 웹사이트(chatgpt.com)에서 휴대폰 번호·이메일 등을 이용해 챗GPT 계정을 만들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지인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로그인을 마쳤다면 이제부터 챗GPT를 나만의 ‘전용 비서’로 만들어 보자. 우측 상단에 위치한 계정 표시를 클릭하면 ‘맞춤 설정’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면 ‘챗GPT가 나를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는지’, ‘챗GPT가 어떤 특성을 지녔으면 하는지’, ‘챗GPT가 나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작성할 수 있다.     ◆병원 추천부터 시니어 할인 가능한 식당 정보까지=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챗GPT지만, 그 중 가장 유용한 기능은 ‘내가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요약해서 전달해주는 것’이다. 안과에 가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뉴욕 플러싱 안과 추천해줘’라고 물어보면, 한인 전문의들이 진료 중인 안과를 평판까지 고려해 추천해준다. 안과를 선택하고 ‘A안과 운영시간 알려줘’라고 하면 운영시간과 주소, 전화번호까지 알려준다.     만약 로컬 병원을 가고자 한다면, ‘뉴욕에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알려줘’라고 물어보자. 한국어를 사용하는 특성을 고려해 알아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 병원들을 추천해준다.     근처에 시니어 할인이 가능한 식당·극장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퀸즈에 시니어 할인을 제공하는 식당·극장이 있을까?’라고 하면 어느 식당·극장에서 최대 몇 달러까지 할인해주는지, 할인 적용 시간과 방법까지 알려준다.     또 운전 중 속도위반 티켓을 받았을 때 상황에 따른 벌금·벌점이 얼마인지, 추천하는 한인 변호사는 누구인지, 노인 아파트 신청 정보 및 현재 신청 가능한 시니어 하우징 리스트 등 정보도 알기 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언어 장벽 있어도, 챗GPT와 함께라면=아시안아메리칸연맹(AAF)에 따르면, 뉴욕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한인 중 87.8%가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병원에 방문했을 때, 챗GPT에 증상을 작성하고 ‘이거 영어로 번역해줘’라고 하면 번역된 문장이 나온다. 상대 말이 알아듣기 어려울 경우, ‘음성 모드’를 사용해 한국어로 번역해달라고 하면 된다.     ◆골프 여행 계획 짜주고 약 복용 일정도 정리해주는 비서=은퇴 후 골프를 자주 치러 다닐 계획이 있다면, 골프장 예약 및 골프 여행 계획을 짤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니어 할인 혜택이 있는 뉴욕·뉴저지 골프장 알려줘’라고 하면 할인 대상과 내용이 포함된 골프장 정보를 제공해준다. 골프 여행이 가고 싶다면, ‘뉴욕에서 비행시간 5시간 이내의 골프 여행 하기 좋은 곳이 어디야?’라고 물어보자. 가까운 골프 여행지와 해당 지역 골프장, 골프장 특징까지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골프 여행시 리조트 패키지를 이용하면 그린피와 숙박, 조식까지 묶어서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의 팁까지 제공된다.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챗GPT를 이용하면 5분만에 끝낼 수 있다. ‘올랜도 3박4일 골프 여행 코스 짜줘’라고 하면 1일차부터 4일차까지 시간대별 일정부터 숙소 추천, 맛집 추천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이때 여행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골프는 하루만 치고 나머지는 관광 일정으로 바꿔줘’, ‘중간에 스파 일정을 넣어줘’ 등 피드백을 통해 수정도 가능하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복용 스케줄표를 만들 수도 있다. 약 종류와 복용 시간, 횟수 등을 알려주면 보기 좋게 하루 스케줄표처럼 정리해준다.     ◆은퇴 후 외로움, 챗GPT로 달래보자=은퇴 후 외로움을 호소하는 한인들도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뉴욕에서 은퇴 후 할만한 것들’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시니어들이 할 만한 자원봉사부터 취미 생활까지 추천해준다. ‘은퇴 후 소소한 수입을 얻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면 큰 부담 없이 소소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월 500~1500달러 정도 벌 수 있는 현실적인 예산표도 만들어준다.     만약 당장 챗GPT를 켜고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하다면, 직접 물어보자. ‘뉴욕에서 은퇴를 앞둔 시니어인데, 너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겠냐’고.   윤지혜 기자골프 의사 시니어 할인 로컬 병원들 병원 추천

2025-04-06

[문예마당] 성공의 그늘, 양심의 무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오래된 속담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 부모의 언행과 가치관은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고스란히 자녀에게 투영되며, 때로는 부모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그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 밑에서는 자녀 역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쉽다. 반대로, 부도덕한 방법으로 부를 쌓거나 남을 착취하는 행태를 보이는 부모의 영향 아래서는 자녀가 그릇된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자녀에게 삶의 좌표를 설정해주는 나침반과 같기에, 그 책임은 막중하다.   대다수의 한인 이민자들은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머나먼 미국 땅을 밟는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경제적인 어려움 등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자녀를 키워내 사회적으로 성공시키고, 나아가 한인 사회 전체에 희망과 자긍심을 안겨주는 자랑스러운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이야기는 종종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같은 이민자로서 큰 감동과 용기를 주곤 한다. 내 자식이 아닌 그들의 성공에도 마치 내 아이의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하는 것은, 그들의 노력이 곧 우리 모두의 노력이자 결실임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진 가정의 자녀들이 미국으로 유학 오거나, 기업 주재원이나 정부 관료의 자녀로 파견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비교적 풍족한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하와이 한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은, 풍요로운 환경이 반드시 올바른 인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인 의사가 무려 100만 달러에 달하는 보험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현지 언론의 상세한 보도에 따르면, 와이키키, 와이파후, 카일루아 등에서 오랫동안 진료 활동을 해 온 이 의사는 정부 및 민간 의료 보험사에 허위 또는 과장된 진료 기록을 제출하여 거액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기소된 후 끈질긴 법정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지난주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보석금을 납부한 채 석방되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그의 선고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 그의 범죄 행위는 하와이 한인 동포 사회 전체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오랜 기간 쌓아온 한인들의 신뢰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한국인 의사를 찾았던 많은 한인 노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맡겼던 의사로부터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30분 남짓한 짧은 진료 후 3시간 진료를 받았다는 서명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에 항의하는 환자들에게 “정부에서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으면서 불만이 많다”며 오히려 윽박지르는 몰상식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병원 주차장에서 1시간밖에 주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 진료비를 청구하는 황당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결국 그의 부도덕한 행위는 연방 정부의 수사망에 포착되었고, 그는 이미 구치소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으며, 의사 면허마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의 범죄 기록은 연방 법원 기록에 영원히 남을 것이며,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탐욕과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의 부모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녀는 부모의 삶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명문 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할지라도, 가난하고 병든 동포들을 착취하는 삶을 살아온 그의 모습은 어쩌면 부모의 삶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결과일 수도 있다. 그는 결국 연방 정부에 의해 발각되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범죄 기록을 갖게 되었고, 이는 돈으로도 명예로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들의 범죄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는 소식이다. 자식의 잘못을 감싸려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진실을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행동처럼 느껴져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악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질병과 같아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끝까지 자녀의 죄를 변명하고 은폐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또 다른 죄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아담과 하와의 후손으로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이다. 성경에도 주홍빛 죄라도 회개하면 눈처럼 희게 씻어주신다는 약속이 있지 않은가.   미국의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짓게 되는 죄를 가능한 한 빨리 회개하여 죄로 인한 괴로움과 고통을 피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가르침을 실천한 결과, 록펠러 가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하는 자선 단체를 설립하여 사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는 진정한 회개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이민자로서 자녀의 성공은 개인과 가문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한인 사회 전체의 위상을 드높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외된 저소득층 동족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과도한 의료비를 청구하여 착취하고, 결국 연방 범죄 단속반에 발각되어 벌금형과 함께 감옥살이까지 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뼈아픈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을 지켜야 한다. 특히 부모 된 우리는 타인에 대한 정직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솔직해야 한다. 우리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의 태도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 속에 숨겨진 작은 악함조차 자녀는 무의식적으로 닮아갈 수 있다.     부모가 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고, 최소한 우리의 자녀가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가는 불행한 일을 겪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냉정하게 거울에 비춰보며,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직시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평가해야 할 때이다. 차덕선 / 수필가문예마당 성공 그늘 한인 사회 한인 의사 한인 이민자들

2025-04-03

[보험 상식] 건강보험의 종류

Q: 건강보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하는 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건강보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HMO, PPO, EPO, POS 등이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이 HMO와 PPO입니다.   HMO 플랜 가입자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가야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장 큰 특징은 주치의(Primary Care Physician) 제도라는 것입니다.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정한 주치의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하고, 전문의에게 가려면 주치의 추천을 받아야만 합니다. 추천서를 받는데 수일의 날짜가 걸릴 뿐 아니라, 지정해 준 전문의에게만 갈 수 있습니다.   PPO 의 경우 네트워크 밖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는 있으나, 본인 부담액이 커지므로 자신의 보험을 받는지를 미리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HMO와 달리 원하는 전문의를 바로 방문하여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날 다른 전문의를 또 찾아갈 수도 있으니 사용에 제한이 없어 편리합니다. 그런 만큼 대부분의 경우 HMO보다 PPO 보험료가 더 비싼 편입니다.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의사는 고정 급여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는 치료비 일부를 코페이먼트 형식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선 환자가 자주 찾아오지 않을수록 이익이 클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리 건강검진도 하고, 질병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서비스를 많이 한다고 더 많은 보상을 해 주지도 않으므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건강을 건강할 때 지키도록 노력하는 제도입니다.     임산부, 어린이, 노약자처럼 같은 의사를 계속 찾아야 할 경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무슨 병을 앓았고, 어떤 가족력이 있고, 무슨 알러지가 있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는 네트워크 밖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으나 본인 부담이 큰 편입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치료할 때마다 수입이 발생하므로 찾아온 환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환자 입장에선 만족스럽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여러 병 치료를 위해 동시에 여러 의사를 방문하고 있을 경우, 환자 정보 교환을 하거나 교통정리를 해 줄 사람이 없으므로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을 동시에 처방할 수도 있고, 비슷한 약을 중복으로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보험이 더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건강상태 등 본인의 입장, 취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보험을 선택하면 됩니다.     보험의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고 내게 맞는 보험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헷갈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보험 형태에 따른 종류뿐 아니라, 본인 부담액에 따른 보험 등급도 여러 가지기 때문입니다.   ▶문의:(213)387-5000  진철희 / 캘코보험 대표보험 상식 건강보험 편의성 건강보험 적용 환자 입장 의사 입장

2025-03-09

[사설] 한인 의료그룹 통합, 독점이 아니길

한인사회 초대형 의료그룹이 탄생했다. 2023년 서울메디칼그룹(SMG)를 인수한 투자 사모펀드 어센드 파트너스(이하 어센드)가 지난 4일 한미메디컬그룹(KAMG) 인수합병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번 계약으로 어센드는 한인 최대 규모의 SMG에 이어 최고 역사의 KAMG까지 소유하게 됐다. 현재로선 두 그룹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어센드라는 한 지붕 아래 둥지를 틀면서 양분됐던 한인 의료계가 사실상 하나로 통합됐다고 볼 수 있다. 양 그룹의 의료진을 합하면 6000여명이 넘고 환자수도 최소 10만명에 달한다.   KAMG 인수는 이미 예상됐던 바다. 어센드측은 SMG 인수 1년전인 2022년부터 KAMG측에 인수합병 의사를 제안해 3년만에 성사시켰다. 명실상부한 ‘한인 최대 의료그룹’을 만들겠다는 어센드의 의지가 읽힌다. 이번 합병으로 한인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어센드의 자본 투자와 전문 경영 도입으로 의료 서비스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한인 전문의들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필요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통합의 다른 말은 ‘독점’이다. 한인 의사를 선호하는 한인 환자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어센드의 리처드 박 대표는 한인 2세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고교 졸업 직후 가난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사진관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가난한 이민자는 치료도 제대로 못받는다”는 손님의 말 한마디에 의대에 진학했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본인은 비즈니스맨이기앞서 ‘의사’라면서 “한인 의사와 환자를 대변해 싸우겠다”고 했다.     어센드가 한인 최대 의료그룹을 넘어 아시안계 최고의 그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기업 가치를 키워 되파는 기술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의술이 먼저다.사설 의료그룹 한인 한인 의료그룹 한인 의사 한인사회 초대형

2025-03-05

[오픈 업] 주의산만증 내 아이 양육법

“이 병은 제약 회사와 의사들이 짜고서 돈 벌려고 만들어낸 병이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ADHD에 대해 했던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두뇌에 대한 연구 경험이 없어 보인다.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며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내아이들에게 자주 진단되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를 경험해보지 못한 듯하다. 많은 한인 부모들도 자녀가 ADHD 진단을 받을 때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ADHD는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중 하나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나타나 평생 지속되는 질환이다. 이는 아이의 잘못도, 부모의 잘못도 아니다. ADHD는 명확히 확인된 정신과 질환이며, 최근 한국에서도 관련 서적이 다수 출간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의 저서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도 2020년 출판 당시 많은 의심을 받았지만, 4년 만에 초판이 매진되었고, 현재 제2판이 출간되었다. 또한 러셀 바클리 심리학자의 ‘이런 아동을 기르는 12가지 원칙’ 역시 ADHD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ADHD는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 100명 중 7.5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며, 소아정신과에서 가장 빈번하게 진료하는 질환 중 하나다. 최근 후배 정신과 의사로부터 한국에서는 ADHD 진단율이 미국보다 두 배에 가까운 13% 이상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진단 후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 문제다.   ADHD는 주의 집중, 목표 행동 수행, 감정 조절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도파민(Dopamine)이나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집중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여섯 살 아이가 학교에서 제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거나 체육 시간에 거리로 뛰어나가는 행동은 ADHD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주의 산만한 행동이 ADHD 때문만은 아니다.     필자가 치료했던 한 멕시칸 소년은 “요즘 너를 슬프게 하는 일이 있니?”라는 질문에, 멕시코로 추방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감정적 요인이 학습태도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ADHD 진단은 신중해야 한다.   ADHD는 반드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의 철저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 가족력 검토도 필수적이다. 과거 또는 현재 친척 중에 잦은 분노 표출, 폭력,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없는지, 불안이나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술이나 약물에 의존했던 사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임신 중 과도한 알코올 섭취, 수돗물의 높은 납(lead) 함유량, 유아기 두부 외상, 독성 물질 섭취 등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ADHD 환자의 상당수는 초등학교 3학년쯤 본격적으로 진단을 받는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만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를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교사는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여 문제 행동을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남아의 ADHD 진단율이 여아보다 2~3배 높지만, 사춘기 이후 여아의 진단율이 증가해 대학교에 이르면 남녀 비율이 거의 동일해진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 ADHD의 심각성을 깨달은 부모들과 상담가들이 전국적 운동을 펼쳐, 연방법 IDEA(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ADHD를 포함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시험 시간 연장, 조용한 장소에서 시험 보기, 숙제량 조절 등 다양한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한인 부모들은 ADHD 진단과 치료를 숨기려 하며, 이로 인해 아이가 자신의 문제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인식할 위험이 있다.   ADHD 진단은 증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며, 학교, 가정, 학원 등 두 개 이상의 환경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때 가능하다. 만약 학교에서만 문제가 발생하고 가정이나 학원에서는 이상이 없다면, 학교 내 따돌림이나 교육 방식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가정에서만 문제가 크다면 가족 간 갈등이나 학대 등의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ADHD는 단순한 ‘주의산만’이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발달장애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아이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주의산만증 양육법 초등학교 3학년쯤 한인 부모들 정신과 의사

2025-03-02

[문장으로 읽는 책] 카프카 『변신/시골 의사』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살짝 들자 아치형의 각질로 뒤덮인 둥근 갈색 배가 보였고, 배의 볼록한 곳에 걸쳐 있던 이불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몸통에 비하면 정말 형편없이 가느다란 다리들이 무수히 눈앞에서 속절없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카프카 『변신/시골 의사』   아마도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도입부가 아닐까. 내가 괴물인가. 세상이 괴물인가. 부모와 여동생을 위해 일밖에 몰랐던 일벌레 그레고르가 어느 날 진짜 벌레가 돼버린 얘기. 놀라고 슬퍼하던 가족들은 결국엔 “저게 완전히 뒈졌어요”라는 파출부의 말에 안도감을 느낀다.   독일어로 ‘카프카스럽다(kafkaesk)’는 터무니없고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뜻한다. 부조리한 세계, 혹은 거대 권력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있을 법하지 않은 초현실적 상황으로 풀어낸 것이 카프카 문학이다. 소설가 배수아는 추천 글에서 “꿈을 문학의 한 장르로 만든 작가가 카프카”라며 “카프카는 양말을 뒤집듯 꿈과 현실을 역전시킨다”고 썼다. 8쪽 짜리 단편 ‘시골 의사’는 왕진을 나가는 시골 의사에 대한 이야기다. 초현실적인 풍경이 시선을 붙든다. 소설을 번역한 박종대는 “성적 욕망의 꿈이 만들어낸 한 편의 심령드라마”라고 소개했다.문장으로 읽는 책 카프카 변신 시골 의사 일벌레 그레고르 초현실적 상황

2025-02-12

2036년 65세 이상 34% 급증, 의사 8만명 부족

건강정책 연구소 '커먼웰스 펀드(Commonwealth Fund)'의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급성 질환 환자의 22%는 진료를 받는 데 6일이 넘게 걸렸다. 새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데 걸리는 평균 대기 시간은 26일이었다.     뉴욕 그로스먼 의과대학의 클라렐 안투완 산부인과 교수는 “만성 질환자를 포함해 약 7000만 명의 메디케어 가입자들의 진료까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는 정책 실패와 고령화 인구 증가도 한몫했지만 가장 심각한 이유는 의사 부족이다.     ▶의사가 부족한 이유 1980년 연방정부는 1990년까지 의사 7만 명 초과 배출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의대협회(AAMC)와 미국의학협회(AMA)는 의대생 증원을 25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보고서는 인구 증가를 고려하지 않는 중대한 결함을 드러냈다. 미국 인구는 45년 전보다 1억1000만 명 증가했다. 2005년 인구 증가에 따른 의사 부족 가능성이 대두됐고 의대 증원 중단은 철회됐다. AAMC는 2036년까지 최대 8만6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1년과 비교할 때 2036년이 되면 인구는 8.4%, 65세 이상은 34%, 75세 이상은 55%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시니어를 진료할 의사 부족이 심각할 것임을 보여준다.   ▶시니어 전문의 부족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인의학 전문의는 7000명이 안 된다. 보건자원서비스국(HRSA)에 따르면 2037년까지 노인의학 전문의는 2000명 넘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스 스콧 AMA 회장은 "보험사의 사전 승인 요구 증가와 환자 상태의 복잡성 증가, 진료 보상 감소라는 삼각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신규 환자를 더 받거나 나아가 진료실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가지 대안은 1차 진료 의사와 전문의에게 노화에 따른 환자의 변화를 교육하는 것이다. 의대와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시니어 환자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모든 메디케어 지원 교육 과정에는 노인 환자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는 것도 제시된다. 이에 대응해 국립의학아카데미는 ◇시니어 환자를 돌보는 인력의 교육 강화 ◇새로운 진료 모델 개발 ◇시니어 간호 인력 증원 등 다각적인 접근법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1차 진료 의사의 부족 의사의 수도 그렇지만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사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의사가 되려면 학비가 많이 든다. 평균적으로 의대생은 약 23만5000달러의 빚을 진다. 졸업 뒤 내과와 노인의학,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 분야에서 1차 진료 의사의 연소득은 25만~27만 5000달러다. 전문의 연소득은 이의 2배다. 1차 진료 의사보다 전문의가 되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미국내과학회(ACP)의 아이작 오폴 회장은 "정부와 보험사들이 1차 진료 의사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보상 감소로 이어지고 1차 진료를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에서 1차 진료 의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건강 검진을 하고 초기 문제를 발견하고 전문의에게 환자를 연결해 주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환자가 가장 많이 만나는 1차 진료 의사가 꼭 필요함에도 직접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 기업 엘스비어 헬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의대생과 레지던트의 절반 이상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연구나 교육 분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트레스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1명은 과도한 업무와 재정적 스트레스, 정신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의대를 중단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니어가 당장 할 수 있는 방법 2023년 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의료 시스템에 높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이는 응답자 가운데 3분의 1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의 3분의 2는 담당의사를 신뢰했다. 환자들에게 담당의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정책과 시스템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의사 부족에 대응해 빨리 담당의사를 만나려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간호사.스케줄 담당자와 친해진다= 병원 직원과 서로 이름을 알 정도로 친해지면 유리하다. 진료하기로 한 환자가 취소를 하거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연락을 받을 수 있다.     -다음 예약 미리 하기=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다음 예약 일정을 미리 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건강 관련 질문 온라인서 사전 작성= 병원에서 진료 전 사전 질문지를 온라인에서 작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기 시간은 줄이고 진료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원격 의료 옵션 문의= 진료실 방문이 어려운 경우 원격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의사의 약 87%가 원격 의료를 하지만, 1년 내 이를 이용한 성인은 37%에 그쳤다.   -담당의사에게 다른 의사 추천 받기= 담당의사가 은퇴나 이전을 하는 경우, 그룹 내 다른 의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다. 의료 기록 공유 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새 의사가 메디케어 등 현재의 보험을 받는지 확인한다.   -보험사에 의사 리스트 요청= 메디케어 수급자는 웹사이트(Medicare.gov)에서도 지역별 의사를 비교할 수 있다. 거리가 있더라도 꼭 필요한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긴급 진료나 응급실 방문= 시급하게 진료가 필요할 때는 당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용 측정 기기 사용= 혈당과 혈압 측정기 등을 사용한다. 신체 변화를 알고 있으면 진료 예약을 빨리할 수도 있고 응급실에 가야 할지 결정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인터넷 의사 리뷰 활용= 의사를 선택할 때 온라인 정보를 미리 확인한다. 다만 의사 리뷰는 주관적이고 불만이 더 많이 올라올 수 있으므로 객관적인 정보를 고르려고 노력한다. 보드 인증과 전공, 보험 플랜, 병원 연계 정보 등 유용한 정보를 확인한다. 안유회 객원기자의사 급증 의사 부족 노인의학 전문의 만성 질환자

2025-01-21

[문예마당] 의사가 환자가 되어 시작한 새해

십여 년 전에 ‘환자가 싫어하는 의사’, ‘의사가 싫어하는 환자’, 작년 이맘때는 ‘의료 방해와 의료사고 예방’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글의 요점은 환자들과 의사, 의사들과 환자들 사이의 간격 좁히기와 도움이 되기 어려운 높은 기대치 허물기에 대한 것이었다. 서로 간의 관념과 관점을 이해하면 의사는 환자가 원하는 것을, 환자는 의사들이 알리고자 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의사라는 직업은 밥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고 타고난 직업, 천직(天職)으로 분리된다. 즉 하늘이 준 일, 영어로는 vocation(보케이션)이라 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occupation)과 구분하는데, 여기에는 봉사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간호사, 교사, 종교인, 변호사도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천직을 가진 사람이라고 본다.   천직을 가진 사람들, 특히 질병을 다루는 의사들이 매일 천직의 관념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다. 물질 만능주의가 강세인 현대를 살아가는 의사들은 학자금 대출 때문에 쌓인 빚을 잊고 살 수는 없다.     의과대학 학자금 빚은 탕감해 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드물다. 2024년 1월 포브스 잡지는 의과대학생들의 평균 빚이 20만6924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졸업하는 시점부터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빚에는 이자까지 포함되어 있다. 가정도 꾸려야 할 나이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기대하는 의사는 어떤가? ‘마르코스 웰비, M.D.’의 주인공 의사처럼 인자하고, 인정 많고, 한사람의 환자를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써 주는 의사가 주치의이기를 바란다.     ‘마르코스 웰비 박사’ 텔레비전 시리즈는 1970년대 ABC에서 방영되었던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천천히 움직이는 한가한 세상에서나 볼 수 있는 실화일 것이다.   얼마전 의사인 내가 환자가 되어 외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곳은 내가 의사로서 젊음을 보냈고, 그곳에서 은퇴한 메디컬 그룹이 운영하는 큰 병원이었다. 내가 활동하던 시기보다 수술프로토콜이 더 많이 세분되어 있었다. 병원의 운영과 의사 중심에서 환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체재로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전직 의사라서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느 정도 맞을지도 모르겠다.   수술은 오른쪽 어깨 근대의 파열을 보수하는 것이었다. 담당하는 가정의에게 어깨가 아프다고 알렸을 때, 진단에 필요한 엑스레이, 초음파, MRI 검사와 함께 물리치료 전문의에게도 의뢰되었다. 이어서 정형외과의사, 물리치료와 정형외과 보조 의사와도 몇 번 만나는 바쁜 한 달을 지났다.     수술을 하면 좋은 점, 나쁠 수 있는 점, 부작용 등등 세심한 설명과 내용이 적힌 팸플릿, 영상까지도 제공되었다. 옵션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어떠한 질병 치료에도, 좋든 나쁘든, 옵션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옵션은 환자가 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 옵션이다.   참고로 어깨 근대 파열은 테니스나 골프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흔하다. 또는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는 직종을 가진 경우에도 발생한다. 나의 근대 파열 문제는 오랫동안 써서 생긴, 나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치료로는 수술 대신 운동을 하라고 권하기도 하는데, 운동은 근대 주위의 근육들을 튼튼하게 만들어서 병난 부위의 대치 역할을 시키는 방법일 뿐, 운동으로 잘린 근대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수술로 일단 단절되어 있는 부위를 연결해 주기로 했다. 요즘은 환부를 크게 오픈하지 않고 관절경(arthroscopy) 방법을 쓴다. 끄트머리에 꼬마 카메라가 달린 관절경을 관절에 집어넣고, 관절경이 실시간으로 보내 주는 정보를 TV 스크린을 통해서 본다. 외과의사는 환자의 확대된 환부를 스크린에서 보면서 수술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수술하는 날, 새벽 5시 30분까지 입원 대기실에 도착했다. 미래 의료 동향서와 휴대폰만 갖고 갔다. 수술은 전신 마취였고, 하루 전날 밤부터 공복이어야 하였다. 입원 대기실에 도착한 후, 나와 보호자인 남편을 동석시키고, 자세한 개인 정보를 확인하고, 팔에 ID 팔찌를 끼워 주었다.     미래의료동향서를 건네니까, 이를 스캔하는 부서로 일단 보내고, 스캔 된 부분은 전자기록에 첨가된다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직원은 만약 의료사고가 생기거나, 전신 마취 중에 연락이 필요한 경우, 일 순위부터 가족들의 이름, 연락처가 정리되어 있는지도 확인하였다.   수술 대기실로 옮겨지고, 친절하고 명랑한 마취전문의, 마취 전문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맥주사가 연결되었다. ‘잠깐 주무세요!’라는 속삭임 이후의 해프닝은 전혀 알 수도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론적으로만 이해하였던 내 환자들의 ‘육체적 아픔’을 경험하고 있다. 참을성의 문턱이 꽤 높은 나 자신에게, 실상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심한 이 아픔은 적극적으로 침범해 온다. 시간이 약이라던 어른들의 말씀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삼각기 팔걸이 슬링을 하고 다니면, 동정도 많이 받을 것 같다.   환자로 시작한 의사의 2025년이다. 아프지만 의미 깊은, 그래서 겸손하게 시작하는 새해이다. 그래서 그런지, 2025년은 힐링의 새해, 겸손과 나눔의 새해가 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문예마당 의사 환자 정형외과의사 물리치료 주인공 의사 의사 의사들

2025-01-16

영하 10도에 의사 만나러 500m 줄서기… 초유의 사태

 온타리오주 한 소도시에서 가정의 등록을 위해 1천여 명의 주민들이 한파를 뚫고 밤샘 줄서기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5일 온타리오주 워커튼의 재향군인회관 앞. 새벽 2시부터 모여든 주민들은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도 의사 등록을 위해 8시간 넘게 기다렸다. 인구 5천 명의 이 소도시에서 새로 부임하는 가정의 미첼 커리 박사의 환자 등록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온타리오의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온타리오주에서 주치의를 찾지 못한 주민이 무려 250만 명에 달한다. 2020년 180만 명에서 3년 만에 70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주민 4명 중 1명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특히 농촌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응급실이 동네 의원 역할을 대신하면서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 처방전 갱신을 위해서도 응급실을 찾아야 하고, 전문의 진료 의뢰도 받을 수 없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도미닉 노왁 온타리오의사협회 회장은 "지역사회마다 의사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마치 영화 '헝거게임'처럼 의사 한 명을 두고 지역끼리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워커튼에서도 새 가정의가 받기로 한 500명의 환자 정원이 순식간에 마감됐다. 오후 2시까지 추가로 500명의 대기자 명단이 작성됐지만, 나머지 주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폴 맥아서 워커튼 의사모집단장은 "의료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됐다"며 "더 이상 지역적 문제가 아닌 온타리오주 전체의 위기로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농촌 지역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의사협회는 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의료 접근성 개선 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캐나다에서 의사를 만나기 위해 복권 당첨처럼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8년째 주치의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만 전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촌 의료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사 부족 현상까지 겹치며 의료 서비스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의료계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의사 영하 온타리오의사협회 회장 의사 유치 의사 등록

2025-01-16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 하얼빈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 당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이런 말을 해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 감옥에서~” 아니다. 안중근 의사는 당시 러시아 영토였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그리고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차디찬 ‘뤼순’ 감옥에 계시다가 거기서 사형당하셨다.   ‘하얼빈’이라는 영화가 제작 발표되었다. 고국의 평론가들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비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첫째, 이 영화를 비판했다가 ‘매국노’라든지 ‘친일파’라는 오명을 쓰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둘째, 이 영화는 CJ 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이 제작했다. 대부분의 배우나 영화 평론가들은 직/간접적으로 이 회사와 관계가 있고, 자신들의 밥줄이 걸려 있으니 밉보이기 싫은 것 같다. 이 두 가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나는 작정하고 비판을 좀 해보겠다.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니 영화에 감동받으신 분들은 이 다음부터는 읽지 마시기 바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상미에만 집중한 촬영이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출연 배우들은 어두운 긴 겨울 코트를 입고 정지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반복되었고, 카메라는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어 배우들의 감정 표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배우들이 느끼는 긴장감이나 고뇌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폭탄을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도 현실감은 전혀 없었다. 배우들은 중간에 쉬는 동안 밥을 먹거나, 잠자리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모습 대신, 마치 CF를 찍는 듯한 정지된 포즈로 저 멀리 풍경을 멋있게 응시한다.   영화의 대사들은 너무나 뻔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어 극의 몰입감을 크게 저하시켰다. 마치 초등학생이 쓴 듯 단순하고 유치한 대사들은 인물들의 깊이나 논리적인 극 전개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들었으며, 역사적 배경의 무게감을 살리지 못했다. 기다리던 동지가 나타나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와 같은 뻔한 말을 한다. 기차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극의 논리적인 흐름을 표현하는 데 써야 할 귀중한 시간을 “우리 같은 독립운동가들이야 뭐 어쩌겠소”와 같은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한 대사로 낭비해 관객의 지루함을 배가시켰다.   스토리는 비논리적이고 상황에 맞지 않게 전개되었다.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실존했던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을 표현하려 했으나, 비현실적인 내용과 구성은 재미와 리얼리티를 모두 놓치는 이야기 전개로 지루함만 더해주었다.     극중 시종일관 안중근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던 ‘이창섭’은 죽기 전에 갑자기 모리 소좌 앞에서 한국말로 안중근에 대해 거룩한 칭송을 한다. 아무런 논리적 설명도 없이 말이다. 고문으로 일제의 밀정 노릇을 하던 한 독립운동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모리 소좌의 목에 칼을 꽂는다. 일본군 장교가 독립군 밀정을 외진 곳에서 몸수색도 하지 않고 혼자 만났을까? 실제 역사에서는 우덕순이 채가구역에서,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각각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채가구역에서는 러시아군 때문에 저격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때문에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저격에 성공했다고 알려진다. 실제로는 우덕순 또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영화에서 모리소좌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중근만 찾아다닌다. 또한 실제 역사는 이때 검거된 우덕순이 훗날 일제의 밀정으로 활동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영화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조국을 잃은 젊은이의 고뇌를 안중근 역의 현빈이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몹시 괴로워하며 건너는 모습으로 표현한 장면 하나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하얼빈 하얼빈 감옥 안중근 의사 영화 평론가들

2025-01-09

남가주 의사 부부, 메디케어·메디캘 사기로 1천만불 벌금

메디케어 및 메디캘 사기 혐의로 적발된 남가주 의사 부부에게 거액의 벌금이 부과됐다.     가주 법무부는  롱비치, 엘몬티, 포모나, 밴너이스 지역 등에서 의료 사업체를 운영하는 모하마드 라세키 박사와 그의 아내 쉴라 부세리가 1000만 달러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가주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R&B 메디컬 그룹, 유니버설 다이애그노스틱 랩, 서든 캘리포니아 메디컬 센터 등을 운영하며 7년간이나 메디케어 및 메디캘을 허위로 청구했다.     이들이 납부할 벌금 중 400만 달러는 가주 정부에, 600만 달러는 연방 정부로 돌아갈 예정이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들의 사기 행각은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이뤄졌다. 부부는 환자 유치 업체를 선정,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킥백(kickback)’ 방식을 통해 영업해온 혐의를 받아왔다.   연방 정부는 ‘킥백금지법(Anti-Kickback Statute)’을 통해 병원에서 환자 유치를 위해 뇌물성 리베이트를 권유하거나 시도, 혹은 이를 수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부부는 또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소유 중인 의료 검사 시설 이용을 권유하고, 검사 비용을 허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주 법무부는 이들이 ‘스타크 법(Stark Law)’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스타크법은 의사가 재정적 이해관계가 있는 의료 시설에 메디케어 또는 메디케이드 환자를 추천 및 의뢰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이다.   한편, 라세키는 지난해 12월 여성 환자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가주 의료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으며 이미 의사 면허를 반납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준 기자메디케어 메디 사기 의사 메디케이드 환자 캘리포니아 메디컬

2025-01-07

조지아 의사 부족사태... "외국 의사 데려와야"

일정기간 훈련 거친 뒤 미국 면허 발급 이민사회 "소수계 모국어로 진료" 환영   조지아주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의사를 유치하는 법안이 내년 초 주의회 정기회기에 상정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지아 농촌 지역을 비롯한 상당수 카운티는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외의사를 유치해 일정기간 훈련을 거친 뒤 미국 의사 면허를 발급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주 정부는 적은 비용으로 의사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이미 테네시와 앨라배마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 비영리 뉴스 플랫폼 ‘헬스비트’는 이민 커뮤니티 의사들의 견해를 인용해 외국 의사 유치 필요성을 설명했다.   ‘클락스턴 커뮤니티 헬스센터’를 공동 설립한 후 이민자 환자들을 돌봐온 걸샨 하지 박사는 소수계 의사들이 가진 이중언어 구사 등의 장점을 들어 “이민자 커뮤니티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또는 보건소에 특별한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환자의 모국어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외국 의사 면허증 소지자를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라틴계 사회복지 비영리단체 ‘설 파밀리아(Ser Familia)’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페인어로 건강 문제를 얘기하는 것을 가장 편해 한다”고 전했다. 통역사를 대동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외국 의사 유치의 필요성에도 불구, 아직 조지아에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 정기회기에 미국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외국 의사가 지정된 의료센터에서 교육받고 의사가 절대 부족한 시골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표결에 부치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조지아는 앞으로 수년 내 닥칠 심각한 의료인력 부족 사태를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2022년 구성한 의료위원회에 따르면 의료업계가 매년 약 4%의 인력을 잃고 있으며, 2032년까지 23만9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를 졸업하고 조지아로 이주하는 의사까지 포함해도 당장 내년부터 1차 진료를 담당할 1800명이 부족하다. 시골 지역 대부분 의사가 태부족이지만,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도 의사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클락스턴 클리닉에 따르면 디캡 카운티 주민들의 의료 수요에 비해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100명 이상 부족하다.   하지 박사와 같은 외국 의사 유치 찬성론자들은 내년 정기회기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지만, 수년간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 것 처럼 “내년도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비관적이다. 반면 올해 법안을 발의한 케이 커크패트릭(공화) 주 상원의원은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낙관적인 입장이다. 윤지아 기자의사 조지아 외국 의사 해외 의사들 의사 공급

2024-12-19

[문예마당] 별난 세상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 어렸을 적만 해도 의업은 인기 없는 직업군이었다. 기껏 남의 종기를 째고 고름을 닦아주는 천직(?) 이어서일까?  양반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기에 의업은 원래 중인이나 궁녀들이 도맡아 하다시피 했다. 한데 요즘 세상은 너도나도 의사가 못돼 난리 치는 천지개벽의 ‘별난’ 세상이다.   하기야 그 당시엔 의사뿐만 아니라 배우나 가수조차도 ‘딴따라’ 꾼이나 광대로 취급받던 호랑이 담배 먹던(?) 세대였다. 신분제가 유별난 그 당시엔 괜찮은 집안에선 으레 국가의 녹을 먹어야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일로 여겨, 너도나도 벼슬길로 나가야만 사람대접받던 그런 세상이었다.   1960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입학한 내가 고향을 찾아가 큰아버지께 인사를 드렸을 때 듣게 된 첫마디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깝구나. 가문을 빛내야 할 녀석이 기껏 남의 종기나 짜주는 하찮은 중인의 일을 배우려 하다니…, 어~험,  어허엄!’   혀를 차시던 노기 띤 백부의 실망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실은, 양반 집안에서 ‘입신양명’만이 삶의 목표임을 서너살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 왔기에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처음부터 법대 지망 ‘인문계’ 반에서 공부했다. 더욱이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의 재당질로, 그분이 낳고 자란 바로 그 집에서 나도 낳고 자랐기에 법조인이 되고 싶은 꿈이 어렸을 적부터 남다르게 컸다.   공부를 잘했던 탓에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나는 광주일고 전교 문예반장에 천거됐다. 당시 고3은 대학입시 준비로 2학년이 대신 맡았었다. 당시 내 전임 문예반장은 후에 서울대 독문학과에 들어가 정식으로 문학을 공부하여 문학의 길을 걸었던 이청준 작가였다.   덕분에,  나는 고2 일 년 간을 방학 동안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학교 공부 대신 수백권의 문학 서적을 읽느라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책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읽었던 책 한권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 책이 바로 춘원 이광수가 쓴 ‘사랑’이다. 그 책에 나온 주인공 의사 안빈 박사의 숭고한 삶이 너무 좋아 나도 의사가 되고 싶어 고3에 올라가면서 갑자기 법대 지망 인문계 반에서   의대 지망 이공계로 인생 항로를 바꾸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소설 속 주인공인 안빈 박사의 실제 모델이 평양의대와 서울의대 교수를 역임한 장기려 박사라는 것이었다. 장 박사는 6·25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오갈 데 없는 수많은 환자에게 인술을 펼친 분이었다. 너무나 너무나 감회가 깊었다. 자기가 수술해 살려낸 가난한 환자가 며칠 후, 이제는 퇴원해도 된다는 의사의 말에 기쁨보다는 내야 할 치료비 때문에 더욱 고뇌하는 모습을 본 의사는 “내가 오늘 밤 병원 창문 한 곳을 열어 놓을 것이니 아무 생각 말고 조용히 빠져나가 집에 가세요”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숭고한 삶은 춘원 이광수를 감동하게 해 ‘사랑’이라는 문학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소설은 또 수많은 독자를 감동케 했고 그중 하나인  나의 인생 항로도 바꾸어 놓았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고, 문학이 지닌 ‘힘’이다.     한데, 이제 ‘별난’ 세상이 돼 버렸다. 그토록 천시받던 의사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생 가운데 성적 1등에서 3000등까지 모두 의대로 몰리고, 혹시 자녀가 의대에 합격이라도 하면 가문을 빛낼 과거급제인양 떠벌리는 묘한 세상이 돼 버렸다. 그뿐인가! 집안 망신이라고 쉬쉬하던 가수나 배우 등 소위 딴따라가 집안의 자랑거리로 대접받는 세상이니, 이건 분명 도깨비 요술방망이 장난 같은 별난 세상이다.     천시받던 의술이 존경을 받고, 딴따라가 예술인으로 인정받는 별난 세상이 되어 기쁜 마음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도 왜 그런지 마음 한구석이 싸늘한 느낌이다.  혹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 진료거부를 내세워 정부와 대립하는 듯 보이는 의료인들에게서 장기려 박사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들의 짝사랑 때문일까? 김재동 / 의사·수필가문예마당 수필 주인공 의사 서울대 독문학과 고등학교 2학년

2024-12-05

윤 대통령 탄핵 찬성 73.6%…여론조사 TK서도 66.2% 찬성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3.6%로 나타났다.   반대는 24.0%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4%였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에서 찬성이 79.3%로 가장 높았고, 인천·경기 77.3%, 대전·충청·세종 74.0%, 부산·울산·경남 72.9%였다. 서울은 68.9%,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도 탄핵 찬성은 66.2%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만 18∼29세(86.8%)와 40대(85.3%)에서 탄핵 찬성 비율이 높았고, 50대 76.4%, 30대 72.3%, 60대 62.1%, 70세 이상 56.8% 순이었다.   이념 성향에서는 정치적 이념을 진보로 밝힌 응답자 안에서는 94.6%가 탄핵에 찬성했고, 중도층은 71.8%, 보수층은 50.4%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야권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조사에 응한 국민 중 69.5%는 이번 사태가 내란죄에 성립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9%였다.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광주·전라에서 78.2%로 가장 높았고, 인천·경기 73.5%, 대구·경북 70.5%, 대전·세종·충청 64.4%, 부산·울산·경남 64.3%, 서울 62.7%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만 18∼29세와 40대(각 85.1%)에서 내란죄 성립 의견이 높았고, 50대 73.2%, 30대 64.7%, 60대 56.9%, 70세 이상 48.8% 등이었다.   이념 성향에서는 진보층은 93.5%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봤고, 중도층에서는 65.4%가 내란죄라고 봤다. 보수층에서는 내란죄라는 응답(45.2%)과 해당하지 않는다는 응답(49.9%)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8%다.여론조사 찬성 탄핵 찬성 대통령 탄핵 찬성 의사

2024-12-04

“온라인 약국서 판매”…CDC·FDA 가짜약 경보

연방 규제 당국이 가짜 약을 판매하는 불법 온라인 약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일 약품을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허가 받지 않은 온라인 약국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 인터넷 기반 가짜 약국들은 처방전 없이 저렴한 가격에 약을 판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애더럴(Adderall) 대체재와 인기 있는 체중 감량 약을 등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로는 허가되지 않은 가짜 약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가짜 처방 약들이 안전성과 효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약 등 중독성이 있는 약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엘리먼츠 파머시의 CEO 셰리 셔먼 박사는 “이 약들은 펜타닐로 오염된 경우가 많다”며 “약을 제조하는 시설이 펜타닐 및 기타 불법 약물을 제조하는 시설과 같은 장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수만 명은 약물 수량 부족이나 높은 자기 부담 비용 때문에 이러한 불법 웹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약국이사회협회(NABP)에 따르면 처방전이 필요한 약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웹사이트 중 약 95%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불법 온라인 약국 또는 제품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 없다거나 ▶과도하게 저렴한 가격 ▶손상된 제품 ▶외국어로 된 포장 ▶유통기한 미표시 등이 있다.   또한 온라인 약국이 허가를 받았는지 FDA의 ‘Be Safe Rx’ 등 각 주의 정부 인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만약 가짜 약을 구매했다고 의심된다면 절대 복용하지 말고 반드시 안전하게 폐기할 것을 당부했다. 우훈식 기자 [email protected]온라인 처방전 온라인 약국 불법 온라인 의사 처방전

2024-10-06

“SMG는 사랑, 마음, 가족”…서울메디칼그룹 킥오프 만찬

서울메디칼그룹(SMG·회장 리처드 박)이 15일부터 시작되는 메디케어 가입·갱신 기간인 AEP를 앞두고 ‘연례 AEP 킥오프 만찬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SMG는 이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처럼 당신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새 모토를 선보이며 미래를 향한 도약을 다짐했다.   지난 3일 LA다운타운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만찬회에는 전문의, 보험사 관계자, 보험 에이전트 등 360여명이 참석했다. SMG 측에 따르면 이날 보험 에이전트가 22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보험사 관계자 80여명, 의사 60여명이 참석했다.   또 이날 블루쉴드, 센트럴헬스플랜, 휴매나(Humana) 등 10개 보험사가 행사장에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시니어 보험 정보를 제공했다. 각 부스에는 새로운 보험 정보를 얻기 위해 보험 에이전트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리처드 박 SMG 회장은 이날 ‘책임’과 ‘동행’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한인 시니어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와 동행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며 “부모님 세대가 고군분투하며 초석을 만들어주신 만큼 보답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인 시니어들에 대한 공경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캘빈 황 SM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SMG의 새로운 모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처럼 당신을 먼저 생각합니다’를 소개했다.     그는 회사의 알파벳 이니셜 S(사랑), M(마음), G(가족)를 따서 모토를 지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리처드 박 회장의 비전에 들어맞는 모토”라며 “모토에 맞게 행동하고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MG의 성장을 위해 한인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올해 행사는 지난해보다 젊은 참석자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는 세리토스에 위치한 은혜병원 주치의이자 SMG 소속 의사인 존 음(John Ehum)씨도 있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6년째 SMG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음씨는 “SMG 소속 의사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SMG도 빠르게 변모해가고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젊은 차세대 의사들을 계속해서 충원하고 주변 환경에 맞춰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경준 기자킥오프 성황리 킥오프 행사 보험사 관계자 의사 보험사

2024-10-04

[열린 광장] 안중근 의사의 만장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어릴적 들었던 안중근 의사의 만장(輓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야겠다. ‘효갈모생무적거(曉蝎謀生無跡去), 석문영사유성래(夕蚊寧死有聲來) - 새벽 빈대는 살기 위하여 자취를 감추지만, 저녁 모기는 죽을지언정 소리를 내며 날아온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안중근 의사의 만장이라며 알려주신 내용이다. 만장이란 고인의 업적과 공덕을 치하하고 슬퍼하는 짧은 글을 비단이나 종이 쓴 깃발을 말한다.     나는 열 살 때부터 열흘에 한 번 정도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유교적인 가정교육을 받았다. 사실은 일방적인 훈시였다. 할아버지는 늘 “안중근 의사처럼 불굴의 의지를 갖고 목표를 달성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만장을 시조처럼 목청 높여 읊고 훈시를 끝냈다. 그의 왕방울 같은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좀처럼 눈물을 보이는 분이 아니었다. 그런 분이 눈물을 흘리니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져 같이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와 안중근 의사는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황해도 해주시 광석동(廣石洞), 일명 ‘광석 개’다. 할아버지보다 두 살이 많은 안중근 의사는 일곱 살 때 황해도 신천으로 가족과 함께 이사했다.     이 칠언시 만장은 많은 의문점을 갖게 한다.  만장을 만들었다면 안중근 의사가 일제에 사형을 당한 후 시신이 없는 장례식, 혹은 추도식이라도 치렀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주최자는 누구였을까? 장소는, 해주, 신천, 연해주, 또는 상하이, 어디에서 열렸을까? 누가 빈 상여를 메고 가두 행렬을 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봐도 안중근 의사의 장례식이나 만장에 대한 언급은 없다.   각설하고 나는 지난해 안중근 기념사업회에 만장의 칠언시를 유물 전시관에 전시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구전(口傳)의 글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기발한 회답이 왔다. 그 때 사용했던 만장, 그 유물(遺物)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올해 다시 용산 대통령 민원실에 이 만장의 칠언시를 안중근 기념관에 무형유산으로 전시해달라고 민원을 제출했다. 역시 비슷한 내용의 다음과 같은 회답을  받았다. ‘귀하께서 언급하신 만장 및 칠언시는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의미 있는 기억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으나 무형유산의 범주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올해 구순이다. 총성과 함께 ‘꼬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라는 메아리가 울리는 듯한 이 만장은 돌이 물속으로 가라앉듯 나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독자 여러분과 특히 미주 안중근 의사 숭모회 회원들은 이 칠언시를 메모하여 보존하기를 바란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 광장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 안중근 기념관 미주 안중근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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