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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오뚝한 코’가 된 사연

“오뚝한 코에 눈매가 매섭다.” “코가 우뚝하고 눈매가 날카롭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와 마주쳐 몽타주를 만드는 데 참여했던 버스기사와 안내원은 그의 생김새를 이렇게 기억했다.   유력한 용의자의 모습을 묘사할 때 사용된 “오뚝한 코” “코가 우뚝하고” 중 어떤 표현이 맞을까? ‘오뚝하다’ ‘우뚝하다’ 모두 도드라지게 높이 솟은 상태를 일컫는 말로 쓸 수 있다.   ‘오똑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한 매체가 공개한 용의자의 고교 때 사진을 보고 “몽타주처럼 눈매가 날카롭고 코가 오똑하네”라고 표현하는 이가 많다. 이때의 ‘오똑하다’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코가 오뚝하네”나 “코가 우뚝하네”로 고쳐야 한다. ‘오뚝하다-우뚝하다’가 짝을 이루는 게 바르냐고 의아해하지만 ‘오뚝하다’ ‘우뚝하다’만 표준말로 인정하고 있다.   ‘오똑하다’를 취하지 않고 ‘오뚝하다’를 표준어로 삼은 이유는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음성모음화 현상을 인정한 결과다. 우리말에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현상이 있는데 지금은 이 규칙이 많이 무너져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깡총깡총’이다. ‘깡총깡총’을 버리고 언어 현실을 반영해 ‘깡충깡충’을 표준어로 정했다. 발딱발딱 일어서는 아이들의 장난감도 ‘오똑이’가 아닌 ‘오뚝이’로 써야 한다. ‘-동이’도 ‘-둥이’가 표준어다. ‘-둥이’의 어원은 ‘동이(童-)’이지만 음성모음화를 인정해 ‘막둥이’ ‘쌍둥이’처럼 사용한다.우리말 바루기 사연 음성모음화 현상 음성모음 형태 모음조화 현상

2025-04-14

[우리말 바루기] ‘반나절’은 몇 시간일까

한국의 KTX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KTX는 대부분의 목적지 역에 3시간 내외에 도착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얘기하는 반나절은 3시간을 의미한다. 한나절은 6시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다음 기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 반나절 만에 석방’이란 제목의 기사인데 기사 내용에는 “그가 6시간20분 만에 풀려났다”고 돼 있다. 여기에서는 반나절이 6시간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반나절이 3시간인지 6시간인지 저마다 달라 헷갈린다.   의문을 풀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한나절’을 ‘1)하룻낮의 반(半) 2)하룻낮 전체’ 두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반나절’은 ‘1)한나절의 반 2)하룻낮의 반=한나절’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하루를 낮과 밤 둘로 쪼개 하룻낮을 12시간이라고 본다면 ‘한나절’의 풀이 중 ‘하룻낮의 반’은 6시간, 또 다른 풀이인 ‘하룻낮 전체’는 12시간을 의미한다. ‘반나절’ 또한 사전 풀이에 따르면 ‘한나절의 반’인 3시간과 ‘하룻낮의 반=한나절’인 6시간을 뜻한다. 즉 ‘반나절’은 3시간, 6시간 모두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KTX가 전국을 반나절(3시간) 생활권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나 반나절인 6시간 만에 ○○○을 석방했다는 기사 모두 맞는 말이 된다.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중의 쓰임을 토대로 2011년 두 번째 풀이를 사전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 수치와 관련한 기준은 정확할 필요가 있다.우리말 바루기 반나절 시간 반나절 생활권 다음 기사 기사 모두

2025-04-13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교육의 여러 갈래

초창기의 한국어 교육은 재외동포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수는 매우 적었으며, 선교사나 군인 등의 특수 목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어 교육의 뿌리에는 힘들지만 모국어로서 한국어를 이어가려는 재외동포의 힘이 컸습니다.     한글학교를 비롯한 자치적인 교육기관이 주를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의 학회인 이중언어학회의 경우는 창간호부터 한동안의 학술지를 재외동포 특집으로 할애하고 있습니다. 소련,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동포와 그 자녀의 한국어 교육이 주요 연구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이주 노동자가 급증합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높아지고, 이에 대한 연구도 시작됩니다. 이후에는 여성결혼이민자가 급증합니다. 역시 결혼이민자를 위한 연구가 급증하게 됩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진학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에 진학하려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연구도 학문 목적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류라는 세계적 현상과 더불어 한국어는 재외동포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때입니다.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 연구가 매우 부족함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재중동포 중에도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워야 하는 실정에 이르렀습니다. 해외입양아, 국제결혼 자녀, 중도입국 자녀 등 재외동포의 범위도 점점 넓어집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한쪽 날개라면,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도 한쪽 날개입니다. 균형 있는 연구와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생각해 볼 점이 또 있습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하면 코리안 랭기지가 됩니다. 하지만 코리안 랭기지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면 한국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북한 즉, 조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리안 랭기지는 ‘조선어’라는 단어로도 번역이 가능합니다. 정확히 하자면 노스 코리안은 조선어로, 사우스 코리안은 한국어로 번역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어와 조선어가 모두 코리안 랭기지임을 종종 잊습니다.     한국어 교육의 범위는 점점 확대되는 반면에 조선어교육의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1992년 수교 이전에는 조선어교육이 주를 이루었지만, 현재 중국 대부분의 ‘조선어과’에서는 조선어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모두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폴란드,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현재 조선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조선어교육에 대한 관심도 매우 낮은 편입니다.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선어교육에 관하여 제한된 자료에 의거하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남한의 국제통용 표준한국어 교육과정과 유사하게 북한에서는 조선어 소유급수기준에 의거하여 교재를 만들고 있는데, 이 기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한국어와 조선어라는 두 날개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한국어 교육은 하나가 아닙니다. 재외동포를 위한 교육이 있고, 외국인을 위한 교육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 교육도 있고, 조선어교육도 있습니다. 연구해야 할 분야가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더 많아지기 바랍니다. 특히 미주 지역의 재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 연구를 기대해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교육 한국어 교육 재외동포 한국어 국제통용 표준한국어

2025-04-13

[우리말 바루기] 전화번호 읽는 법

213-345-6789   위 전화번호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213 다시 345 다시 6789”라고 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 번호를 읽을 때도 숫자 중간중간 ‘다시’를 넣어 읽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숫자를 나열할 때 ‘-’ 표시가 나오면 ‘다시’라고 자연스럽게 읽곤 한다. 그러나 이 ‘다시’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시’는 영어 ‘dash’에서 온 말이다. 우리말로는 ‘줄표’를 뜻한다. 일본인들이 영어의 원래 발음인 ‘대시’가 아니라 ‘다시’라고 쓰던 것이 한국으로 넘어와 우리말처럼 굳어진 것이다. 따라서 영어 발음에 맞게 ‘대시’라고 하든가 우리말인 ‘줄표’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213 다시 345 다시 6789”라고 하든가 “213 줄표 345 줄표 6789”라고 읽어야 한다. 우리말인 ‘줄표’로 하면 좋겠지만 잘 쓰지 않던 말이라 다소 어색한 측면이 있다. “213에 345에 6789”로 읽거나 숫자와 숫자 사이를 잠시 쉬어 가며 읽으면 어떨까 싶다.   이와 같이 일본식 영어 발음이 우리말처럼 굳어진 예는 이 밖에도 많다. “따불로 드릴게요”와 같이 ‘따불’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double(더블)’의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인조 가죽을 의미하는 ‘레자’는 ‘leather’, 재봉틀을 의미하는 ‘미싱’은 ‘machine’, ‘마후라’는 ‘muffler’, ‘빠꾸’는 ‘back’을 일본식으로 읽은 표현이다.우리말 바루기 전화번호 영어 발음 숫자 중간중간 숫자 사이

2025-04-10

[우리말 바루기] ‘딴죽 걸기’와 ‘딴지 걸기’

‘딴지’란 말이 부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딴지일보가 창간되면서다. 이때만 해도 ‘딴지’는 표준말이 아니었다. 엄연히 ‘딴죽’이란 표준어가 있었지만 이 매체가 주목받으면서 “딴지를 걸다” “딴지를 놓다”처럼 표현하는 일이 더 늘어났다.   ‘딴죽’과 ‘딴지’란 말이 공존하는 현장은 서점에서도 쉽게 마주한다. “상식에 딴죽 걸다” 못지않게 “세상에 딴지 걸다” 같은 책 제목도 눈에 많이 띈다.   실생활에서 ‘딴지’란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데도 비표준어란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여전히 ‘딴죽’으로 고쳐 써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이가 많다.   지금은 ‘딴지’와 ‘딴죽’ 모두 표준말이 됐다. ‘딴죽’만 계속 표준어로 인정해 오다 2014년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딴지’를 별도 표준어로 추가했다. 두 낱말의 뜻은 조금 다르다. ‘딴죽’과 더불어 ‘딴지’도 표준어로 인정하되 두 낱말의 미묘한 어감 차이를 반영해 사전에 올렸기 때문이다.   ‘딴죽’은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해 딴전을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등재됐다. 주로 “딴죽 걸다” “딴죽 치다” 형태로 쓰인다. “오늘 결정한 안건에 대해 나중에 딴죽을 걸면 안 돼” “굳게 약속하고선 이제 와 딴죽을 치면 어떡하니?”처럼 사용한다.   ‘딴지’는 주로 걸다, 놓다와 함께 쓰여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사전에 올랐다.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함축돼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꼭 딴지를 놓는 사람이 있지요” “이번 일에는 딴지를 걸지 않아야 할 텐데…”와 같이 사용한다.우리말 바루기 딴지 딴지 걸기 별도 표준어 사용 빈도

2025-04-09

[우리말 바루기] ‘카나리아색’은 어떤 색?

“카나리아색 좀 빌려줄래?” “카나리아색은 없는데. 대신 크롬노랑색을 빌려줄까?”   이처럼 ‘카나리아색’이나 ‘크롬노랑색’이란 얘기를 들으면 무슨 전문 용어인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색연필이나 물감, 크레파스, 색종이 등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문구류에 적혀 있는 색이름이다.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색이름은 이뿐이 아니다. ‘대자색’ ‘상아색’ 등도 이름으로 색깔을 유추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문구류 산업표준(KS) 7종의 색이름을 보다 쉽게 바꾸어 공표했다.   ‘카나리아색’은 ‘레몬색’, ‘크롬노란색’은 ‘바나나색’, ‘대자색’은 ‘구리색’, ‘상아색’은 ‘연노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레몬색’ ‘바나나색’이라 하면 그 색깔이 어떠한지 쉽게 연상될 뿐 아니라 표기나 발음도 쉬워 대부분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래어 대신 우리말로 표준색 이름을 바꾸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에 바뀐 색이름 중에는 이름과 실제 색의 차이로 혼란을 유발하는 것도 포함됐다. ‘진보라’라고 하면 ‘진한 보라색’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진보라’는 연한 보라색을 지칭하고 있어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이번에 ‘진보라’를 ‘밝은 보라’로 바꿔 의미가 혼동되지 않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했다.   ‘진갈색’과 ‘진녹’도 마찬가지 이유로 ‘밝은 갈색’과 ‘흐린 초록’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 밖에 ‘연주황’은 ‘살구색’, ‘밝고 여린 풀색’은 ‘청포도색’, ‘녹색’은 ‘초록’, ‘흰색’은 ‘하양’, ‘개나리색’은 ‘진노랑’으로 바뀌었다.우리말 바루기 카나리아색 표준색 이름 진한 보라색 대신 크롬노랑색

2025-04-08

[우리말 바루기] 워라밸은 ‘일삶균형’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워라밸’을 중요시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영어의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에서 온 말이다. ‘Work-life balance’는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워라밸’은 각 단어의 앞 발음을 딴 우리말 신조어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는 ‘워라밸 실천 기업’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워라밸 점수가 높은 중소기업을 평가해 뽑는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렇게 정부기관까지 워라밸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단어가 더욱 널리 쓰이게 됐다. 일과 가정(퇴근 후 삶)의 균형을 찾는 경향을 ‘워라밸 트렌드’, 이러한 것을 추구하는 세대를 ‘워라밸 세대’라 부른다. ‘워라밸 기업’ ‘워라밸 정책’ ‘워라밸 열풍’ ‘워라밸 문화’ ‘워라밸 혼수 가전’ 등 ‘워라밸’이란 용어가 여기저기 나온다.   ‘워라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해마다 발표하는 ‘베터 라이프 인덱스(Better Life Index, BLI)’의 지표이기도 하다. OECD는 주거·소득·교육·환경 등 11개 영역으로 나누어 각국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 11개 영역에는 ‘Work-life balance’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BLI 순위, 즉 워라밸 순위는 41개국 가운데 35위였다.   ‘워라밸’이 관심사이다 보니 이 용어를 무리하게 끌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 ‘호텔 워라밸 패키지’ ‘워라밸 단지 분양’ ‘워라밸 모바일 게임’ 등은 ‘워라밸’을 남용한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처럼 ‘워라밸’은 콩글리시일 뿐 아니라 남용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렵다 보니 ‘워라벨’이라 표기한 곳도 있다. 그럴 바엔 이를 번역한 우리말인 ‘일삶균형’ 정도로 부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언어의 우선적인 가치는 전달이다. ‘워라밸’은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전달력이 떨어진다.우리말 바루기 life balance better life 라이프 인덱스

2025-04-07

[우리말 바루기] 햇병아리, 해쑥, 햅쌀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파릇파릇 나무가 새 옷을 입고 햇병아리들이 나들이를 나오는 모습을 보니 봄이 완연하다. 봄은 이렇게 햇것들로 가득하다.   ‘햇병아리, 햇것’에서처럼 해마다 나는 물건으로 그해에 처음 나오는 것을 이를 때 접두사 ‘햇-’을 붙인다. 햇과일, 햇곡식, 햇나물 등 예를 들자면 수도 없이 많다.   봄에 제철을 맞는 ‘쑥’에 접두사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햇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해쑥’이 바른 표현이다.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나 거센소리(ㅊ, ㅋ, ㅌ, ㅍ)로 날 경우엔 ‘햇-’이 아닌 ‘해-’를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쑥, 해콩, 해팥 등처럼 적는다.   그렇다면 ‘그해에 새로 나온 쌀’은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온라인상에는 ‘햇쌀’이라고 쓰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쌀’이 된소리(ㅆ)로 시작하기 때문에 어문 규정을 떠올리며 ‘해쌀’로 써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햇쌀’과 ‘해쌀’ 모두 잘못된 표현.   ‘쌀’의 경우 원래 중세 국어에서 단어의 첫머리에 ‘ㅂ’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쌀’에는 ‘ㅂ’을 첨가해 ‘햅쌀’을 바른 표기로 삼고 있다. ‘벼+씨’를 ‘볍씨’로, ‘조+쌀’을 ‘좁쌀’ 등으로 표기하는 것도 같은 사례다.우리말 바루기 햇병아리 햅쌀 맞춤법 규정 햇과일 햇곡식 중세 국어

2025-04-06

[아름다운 우리말] 머리를 가슴으로, 가슴을 온몸으로

세상에 알아야 할 게 참 많습니다. 예전에 비해 지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있습니다. 알아야 하는 과목도 늘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식도 끊임없이 솟아 나옵니다.     그럼 우리는 정말로 똑똑해졌을까요? 지식인은 많은데, 지혜로운 이는 적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에서 나옵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지식은 쌓여가는데 지혜는 오히려 옅어집니다.     지식인(知識人)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지식인이라는 말은 칭찬 같기도 하고, 나무라는 말 같기도 합니다. 지식인을 나무랄 때는 지식을 쌓아는 가지만, 지혜로 바뀌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세상에 지식(知識)이 넘쳐나니 지식인도 넘쳐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혜를 나타내는 한자 지(知)에는 날 일(日)이 더해 있습니다. 지식이 밝아져야 지혜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빛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식을 경쟁하고, 서로 잘났다고, 많이 안다고 하며 자신의 성적을 내세우는 세상, 자신을 숫자로 표현하는 세상은 어두운 세상입니다. 당연히 지혜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인공지능 앞에서는 무력한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의 속도와 정확성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예 경쟁조차 되지 않습니다.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면 경영의 목표가 돈이 되고, 법의 목표가 돈이 되고, 의술의 목표가 돈이 됩니다. 모든 걸 돈에 초점을 맞추는 세상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세상은 지식이 머리에 머물러 있는 세상입니다. 세상일을 머리 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도 아파야 옳은 해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세상에서, 지식이 감정으로 옮겨가는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것을 정보라고 합니다.     정보(情報)는 사정(事情)을 알린다는 뜻이고, 정보나 사정이나 모두 감정(感情)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情)이 담긴 글자입니다. 이러한 세상이 바로 가슴으로 사는 세상입니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입니다. 무미건조한 정보가 아니라, 가슴으로 아파하는 정보입니다. 공감의 세상, 동감의 세상이란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겨갔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가슴에서 다리로, 아니 온몸으로 퍼져나가서 핏줄이 돌 듯이 모세혈관까지 전해져야 합니다. 머리로 생각한 것을 가슴으로 옮기고, 가슴으로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겁니다.     사실 이 지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책상 앞에서 생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멀리서 떨어져서 가슴 아파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뛰어들어 행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독서와 글쓰기가 내게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읽은 대로, 내가 쓴 대로 행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글 읽기에서 이런 읽기를 체독(體讀)이라고 합니다. 온몸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며 읽는 것입니다.     주로 경전을 이렇게 읽습니다. 종교의 경전은 그저 읽기만 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실천이 중요한 겁니다. 마찬가지로 쓰기에서도 체서(體書)가 필요합니다. 이 말은 제가 만든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지식인인 척하는 스스로가 부끄럽습니다. 그야말로 저는 지혜는커녕 지식인도 못 되었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삶도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상을 위해서 행동하는 삶이 되기 위해 체독의 삶, 체서의 삶, 체학(體學)의 삶을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가슴 모두 감정 해결 방향 칭찬 같기

2025-04-06

[우리말 바루기] ‘하던지 말던지’는 없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는 영상과 음성을 주로 하지만 자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성이 있더라도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자막을 집어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막을 보면서 특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바로 “하던지 말던지” 형태의 표기다. “하든지 말든지”가 맞는 표현이지만 제대로 적힌 자막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맞춤법의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많이 틀리고 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과거 우리말바루기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게재하게 됐다. 간단하다.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다. ‘-든지’는 “사과든지 배든지 아무 것이나 좋다”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하던지 말던지”는 내용상 선택을 나타내므로 “하든지 말든지”로 고쳐야 한다. ‘-던지’는 “얼마나 술을 먹었던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와 같이 과거를 뜻할 때 사용된다.   ‘-든가/-던가’도 마찬가지다. “가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해라”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에서처럼 ‘-든가’는 선택, ‘-던가’는 과거를 의미한다. 준말로 ‘-든’과 ‘-던’도 쓰인다. “사과든 배든 아무 것이나 좋다”에서의 ‘-든’은 ‘-든지’, “선생님께서 기뻐하시던?”에서의 ‘-던’은 ‘-던가’의 준말이다.   결론적으로 ‘-든’ ‘-든지’ ‘-든가’ 등 ‘든’이 들어간 것은 선택, ‘-던’ ‘-던지’ ‘-던가’ 등 ‘던’이 들어간 것은 과거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내용상 선택

2025-04-03

[우리말 바루기] ‘나의 살던 고향’의 오류

봄꽃들이 주변에서 꽃망울을 터뜨렸다. 한인들도 꽃구경을 다니느라 바쁘다. 이렇게 봄꽃이 만개하는 계절에는 어릴 적 시골에서 보며 자랐던 무성한 꽃들이 생각나면서 고향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가 ‘고향의 봄’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이원수 시, 홍난파 작곡)   노래 제목은 ‘고향의 봄’이지만 ‘나의 살던 고향’으로 제목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첫 구절인 ‘나의 살던 고향’이 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살던 고향’은 음식점 이름이나 홈페이지 제목 등에 두루 쓰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나의 살던 고향’은 ‘의’가 잘못 쓰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살던 고향’이 정상적인 우리말 어법이다. 이처럼 주어(‘내가’) 자리에 ‘의’가 쓰이는 것은 일본어 조사 ‘노(の)’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어에서 ‘노(の)’는 여러 문장성분으로 쓰인다. 우리말의 ‘의’와 비슷한 용법으로 소유격조사로 주로 사용된다. 더불어 ‘노(の)’는 일본어만의 특수 용법으로 주격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어 ‘나의’가 바로 이런 용법을 닮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에선 ‘의’가 주격조사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의 살던 고향’이 익숙하다 보니 이와 비슷한 구조의 말이 흔히 사용된다. “정치의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가 그런 표현이다. ‘정치의’를 ‘정치가’로 고쳐야 한다. “우리의 나아갈 길은 정해졌다”는 ‘우리의’를 ‘우리가’로 바꿔야 한다. 이 밖에도 ?‘~의’를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스스로의 약속’은 ‘스스로 한 약속’,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이 우리식 표현이다. ‘소득의 향상과 식생활의 서구화’도 ‘명사+의(の)+명사’로 이루어진 일본어식 표현으로 ‘의’가 필요 없다.우리말 바루기 고향 오류 주격조사 역할 산골 복숭아꽃 홍난파 작곡

2025-04-02

[우리말 바루기] 제쳐야 하나, 젖혀야 하나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해외 리그에서 뛰는 한국 축구 선수들의 활약에 밤을 새워 축구를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축구 팬들은 “손흥민 선수가 상대 선수를 제치고 첫 골을 넣었습니다” 등과 같은 진행자의 해설이 이어지면 밤샘으로 인한 피로가 절로 잊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축구 경기 중 상대 선수를 피하며 돌파하는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제치다’이다. 그런데 이를 ‘젖히다’라고 써야 하는 것이 아닌지 헷갈리곤 한다.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축구 경기 등에서 상대 선수를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표현은 ‘젖히다’가 아닌 ‘제치다’임을 알 수 있다.   ‘젖히다’는 “의자를 뒤로 젖히다” 등처럼 ‘뒤로 기울게 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커튼을 걷어 젖히다”에서와 같이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간혹 “이강인 선수가 상대 선수를 제끼고 기가 막힌 프리킥을 선보였습니다”와 같이 ‘제끼다’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제끼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비표준어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응원가를 불러 제치다/ 불러 젖히다/ 불러 제끼다”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제끼다’가 비표준어라는 걸 떠올려 보면 ‘불러 제끼다’ 역시 틀린 표현이란 걸 알 수 있다. ‘젖히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운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러므로 “응원가를 불러 젖히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우리말 바루기 상대 선수 축구 경기 한국 축구

2025-04-01

[우리말 바루기] ‘콧망울’이 아니라 ‘콧방울’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다. 더불어 꽃가루까지 흩날리기 십상이다. 이런 때가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에게는 괴로운 시기다. 재채기·콧물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이럴 때 응급처치할 수 있는 방법이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콧물이 흐르거나 코막힘 증상이 심할 땐 손가락 끝으로 양쪽 콧망울 옆을 지그시 눌렀다 떼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을 가리킬 때 이처럼 ‘콧망울’이라 쓰곤 한다. 눈알 앞쪽의 도톰한 곳이나 눈동자가 있는 곳을 뜻하는 ‘눈망울’,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꽃망울’ 등을 연상해 ‘콧망울’로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콧방울’이 바른말이다. 코끝이 두 개의 방울이 달려 있는 것같이 생겼다는 점에서 ‘콧방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콧방울을 벌름거리며 웃었다” “콧방울이 크고 두둑해야 복이 있다” 등처럼 사용된다.   “콧볼이 너무 넓고 두툼해 고민이야”처럼 ‘콧방울’을 ‘콧볼’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유독 코평수가 커”처럼 ‘코평수’라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콧볼’ ‘코평수’는 사전에 없는 말로, 통속적으로 사용하는 입말이다. 모두 ‘콧방울’로 바꿔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콧망울 콧방울 양쪽 콧망울 코끝 양쪽 알레르기성 비염

2025-03-31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를 배우는 불안과 즐거움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이 말은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고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 겁니다. 외국어를 공부해서 남과 경쟁해야 하고,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면 힘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고통이 따르겠지요. 이때 심각해지는 감정이 바로 불안입니다.   언어를 배우거나 가르치는 데는 불안이 따르게 됩니다. 말할 때의 불안, 글 쓸 때의 불안. 들을 때의 불안 등은 학습자에게 괴로움을 줍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불안과 긴장으로 실력 발휘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언어교육에서는 학습자, 교실의 불안에 관한 연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연구 결과에 나타난 것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불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불안 덕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더 정확성을 기하게 되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적당한 불안은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불안에 관한 연구는 왠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불안에 관한 연구는 한쪽 날개에 불과합니다. 언어학습에는 불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불안 이전에 존재하는 즐거움의 요소가 있습니다. 미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은 불안해서가 아니라 즐거워서입니다. 따라서 불안 못지않게 연구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즐거움입니다. 교실에서의 즐거움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즐거움 척도도 개발하여야 합니다. 어떤 요소들이 즐거움의 원인이었는지를 밝히면 언어교육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측정하는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즐거움 척도의 개발은 긍정심리학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심리상태뿐 아니라 인간의 긍정적 심리상태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언어교육에 적용한 것입니다. 즐거움, 기쁨, 사랑, 행복, 감사 등의 긍정 감정이 언어교육에 어떤 효용을 주는지 엄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인간이 언어를 배우는 중요한 목적은 즐거움에 있습니다. 현재의 언어교육은 이 점을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접근 방법을 긍정언어학이라고 부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언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의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통역이나 번역이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는데 힘들게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하지만 언어교육은 의사소통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순간의 환희와 설렘이 공존합니다. 즐거움, 놀라움, 기쁨의 감정을 언어학습에서 느끼는 것입니다. 이렇게 즐거움의 측면에 집중을 둔 언어교육이 다른 날개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 교육은 즐거움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많은 학습자가 한국어를 취미로 배우기도 합니다.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입니다. 진학이나 취업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듣고, 배우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즐거움이 많습니다. 어쩌면 한국어 교육이 즐거움 관련 언어교육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 시대의 언어교육에 좋은 방향 제시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요즘 한국어 학습자의 즐거움 척도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교육과 긍정심리학을 연계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한국어 공부가 즐겁기 바랍니다. 또한 교사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즐겁기 바랍니다.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이 재미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재미있는 신나는 한국어 교실을 설계해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불안 한국어 교실 한국어 교육 한국어 공부

2025-03-30

[우리말 바루기] ‘~에 있어서’를 빼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있다’를 찾으면 “(~에/에게 있어서 구성으로 쓰여) 앞에 오는 명사를 화제나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 문어적 표현으로, ‘에’ ‘에게’ ‘에서’의 뜻을 나타낸다”는 풀이도 보인다. 다른 국어사전들도 비슷한 풀이를 하고 있다. 이 사전의 풀이처럼 ‘~에 있어서’는 문어적이어서 말에서보다는 글에서 더 많이 보인다. 말로 할 때도 ‘~에 있어’로 시작하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쓴 글을 많이 읽어서 입에 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리 편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에 있어서’와 관련해 예문이 두 개 있는데, 한번 확인해 보자. “국어사 시대 구분에 있어서의 제 문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구분에 있어서’와 ‘인간에게 있어서’가 낯설지 않은 독자도, 조금 불편한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표현이 군더더기 같아 보여서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첫 번째 문장에서도, 두 번째 문장에서도 ‘있어서’는 불필요해 보인다. ‘있어서’를 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에 있어서’가 없는 “국어사 시대 구분의 제 문제”가 오히려 더 간결하고 쉬워 보인다. ‘~에게 있어서’를 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도 더 편하게 읽힌다.   일상의 다른 문장들에서도 ‘~에 있어서’는 없어도 될 때가 많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 소극적이다”도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가 간결하다.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극적이다”라고 표현해도 되겠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는 “이 부분도”여도 된다.우리말 바루기 문어적 표현 문제 해결

2025-03-30

[우리말 바루기] 뇌피셜로 쉴드치고 있네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많이 듣는 용어가 있다. ‘뇌피셜’이다. 유튜버(유튜브를 운용하는 사람)가 무엇을 설명하면서 “이거 뇌피셜인데요” “그거 뇌피셜 아닌가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뇌피셜’은 ‘뇌’와 ‘official’을 합성한 신조어다. 즉 자신의 상상이나 생각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뇌’와 ‘공식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가 결합한 형태다. 그러니까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주관적인 생각을 공식적이거나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믿고 주장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뇌피셜’은 ‘오피셜’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된다.   ‘지피셜’이란 말도 가끔 쓰인다. 지피셜은 ‘지인’과 ‘오피셜’이 결합한 용어다. 지인에게서 들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얘기가 사실임을 주장하는 행위다.   유튜브에서 많이 듣는 용어 가운데는 ‘쉴드친다’는 것도 있다. 쉴드(shield)는 원래 방패·보호물·옹호자 등을 뜻하는 영어다. ‘쉴드친다’는 시시비비를 떠나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연예인(스타)을 감싸는 팬들의 일관된 행위나 옹호 글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인다. 요즘은 정치적 신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자기네 편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유튜브에서는 상대를 좋게 언급하는 말을 하거나 그러한 댓글을 다는 등의 행위를 ‘쉴드친다’고 부른다.   “뇌피셜로 쉴드치고 있네”라고 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인 사실로 믿고 자기네 편을 무조건 감싸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 된다. 이들 용어는 정상적인 표현은 아니므로 가급적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우리말 바루기 요즘 유튜브 영어 단어 이들 용어

2025-03-27

[우리말 바루기] ‘한 자리’와 ‘한자리’

우리말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띄어쓰기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똑같은 단어처럼 보여도 경우에 따라 붙여 쓰거나 띄어 쓰는 것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움을 느낀다.   대표적인 것이 ‘한’이다. “여기 한 자리가 남았으니 얼른 타세요”와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에서는 ‘한 자리/한자리’로 각각 띄어쓰기를 달리 해야 한다. 왜 그럴까?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자리’와 같이 ‘한’과 ‘자리’를 띄어 쓰면 ‘하나의 자리’라는 뜻이 된다. 앞 예문은 자리가 ‘1석’ 남았다는 의미다. 즉 단 하나의 자리만 있다는 뜻이다. ‘한자리’와 같이 붙여 쓰면 ‘같은 자리’라는 의미를 지닌 별개의 단어가 된다. 그러니까 두 번째 예문은 “모처럼 가족이 같은 자리에 모였다”는 뜻이 된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았다”와 “그는 며칠 전 마주쳤던 사람과 한사람이었다”에서 ‘한 사람’과 ‘한사람’도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한 사람’은 ‘1명’을 뜻하며, ‘한사람’은 ‘같은 사람’을 의미한다.   ‘한 자리/한자리’와 ‘한 사람/한사람’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어떤 경우 띄어 쓰고 어떤 경우에 붙여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한’을 붙여 쓰는 경우 ‘같은’이라는 의미가 덧붙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한’이 ‘같은’의 의미로 사용될 때는 붙여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한배, 한마음, 한길, 한뜻, 한마을, 한목소리, 한방, 한편’ 등이 모두 ‘같은’의 의미가 덧붙으므로 붙여 쓰는 것이다.우리말 바루기 한자리 한배 한마음 한뜻 한마을

2025-03-26

[우리말 바루기] 헷갈리는 ‘허락’ ‘승낙’

예비부부가 청첩장을 들고 찾아왔다. 그들이 결혼하게 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얼마 전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집안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한다. “양쪽 집안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결혼을 수락하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 “부모님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신기하게도 일이 술술 풀려 취업에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요구를 받아들여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주는 것을 가리켜 ‘허락’ ‘수락’ 또는 ‘승낙’이라고 한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이들을 막상 적으려고 하면 ‘락’으로 해야 할지, ‘낙’으로 해야 할지 헷갈린다.   ‘諾(대답할 낙)’은 ‘허락(許諾), 수락(受諾), 쾌락(快諾, 남의 부탁 등을 기꺼이 들어줌)’ 등에서는 ‘락’으로 적는다. 반면에 ‘승낙(承諾), 감낙(甘諾, 부탁이나 요구 등을 달갑게 승낙함), 감낙(感諾, 감동해 승낙함)’ 등에서는 ‘낙’으로 적어야 한다.   같은 한자어를 ‘락’과 ‘낙’으로 달리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맞춤법에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속음(俗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부 단어에서 사회적으로 굳어져 쓰이는 음을 일컫는다.   즉 본음은 ‘허낙, 수낙, 쾌낙’이지만 사람들이 발음하기 편한 ‘허락, 수락, 쾌락’을 계속 쓰면서 속음이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승낙, 감낙’은 ‘락’이 아닌 ‘낙’으로 발음되므로 본음을 따라 ‘승낙, 감낙’으로 표기한다.우리말 바루기 허락 승낙 허락 수락 양쪽 집안 일부 단어

2025-03-25

[우리말 바루기] 복권 ‘맞히기’와 ‘맞추기’

최근 ‘메가밀리언스’의 최고 금액 당첨자가 나와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잭팟은 무려 12억 달러다. 이번 복권의 당첨 확률은 3억250만 분의 1이었다고 한다. 복권 당첨은 지나가다 벼락을 맞기보다 힘들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메가밀리언스는 1~70 사이 숫자 중 5개와 1~25까지 메가볼 번호 1개 등 6개 번호를 정확하게 선택한 사람이 1등 당첨금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 6개의 숫자를 ‘맞힌다’고 해야 할까, ‘맞춘다’고 해야 할까.   ‘맞히다’는 문제에 대한 답을 틀리지 않고 골라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복권의 숫자를 맞혔다”고 하면 적어 낸 숫자가 당첨 번호에 적중했다는 의미가 된다. 2개만 적중했을 경우 “당첨 번호 중 2개밖에 못 맞혔다”처럼 쓸 수 있다.   ‘맞추다’는 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살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복권의 숫자를 맞췄다”고 하면 ‘내가 써 낸 숫자를 당첨 번호와 비교해 보았다’는 의미가 된다. “당첨 번호가 발표됐으니 얼른 복권과 맞추어 보자”와 같이 쓸 수 있다.   따라서 ‘맞히다’와 ‘맞추다’는 둘 중 하나가 틀린 말이 아니라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이므로 정확하게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내가 내는 문제를 한번 알아맞춰 보아라”에서와 같이 ‘알아맞히다’와 ‘알아맞추다’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맞히다’와 ‘맞추다’의 의미를 떠올려 보면 ‘알아맞추다’가 잘못된 표현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 또한 정답을 골라내는 일이므로 ‘알아맞히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로·세로 칸을 만들어 놓고 낱말을 조합하게끔 하는 것은 ‘낱말 맞히기’일까? ‘낱말 맞추기’일까? 이때는 낱말을 하나씩 끼워 맞추어 연결시키는 것이므로 ‘낱말 맞추기’라고 해야 한다.   정리하면 ‘적중하다’는 뜻을 나타낼 때는 ‘맞히다’, 비교하거나 대조할 때는 ‘맞추다’를 쓰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복권 복권 당첨 이번 복권 당첨 번호

2025-03-24

[우리말 바루기] ‘깡총깡총’은 틀린 말?

“‘깡총깡총’은 틀린 말이야? 맞춤법 검사기가 ‘깡충깡충’으로 수정하라고 하네.”   “지금 교과서 만드는 거 아니잖아? 편한 대로 써. 그리고 그건 틀리고 안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야. 표준어냐 비표준어냐의 문제야.”   ‘깡총깡총’을 아까워하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언어 현실을 감안한 답이었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깡총깡총’은 표준어였다. 동요 ‘산토끼’를 부를 때 누구나 “깡총깡총 뛰면서”라고 했다. ‘깡충깡충’이 표준어가 된 건 1988년 표준어 규정이 개정되면서다. 이 규정엔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첫 번째 예로 ‘깡충깡충’을 제시해 놓았다. ‘깡총깡총’의 양성모음 ‘ㅗ’가 음성모음인 ‘ㅜ’로 바뀌어 ‘깡충깡충’으로 굳어져 쓰인다고 봤다. 그때는 그랬을까? 지금 주위를 둘러봐도 ‘깡총깡총’으로 쓰는 사람이 더 많다. 양보해서 더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깡충깡충’이 더 널리 굳어졌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깡총깡총’도 다시 표준어로 두는 게 낫다.   ‘깡총깡총’과 ‘깡충깡충’은 어감이 다르다. 똑같은 말로 볼 수 없다. ‘ㅏ’나 ‘ㅗ’ 같은 양성모음은 작고 밝은 느낌을 주고, ‘ㅓ’나 ‘ㅜ’ 같은 음성모음은 크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깡총깡총’은 작고 귀여운 느낌이다. 어린이를 위해 지은 노래 ‘산토끼’의 ‘깡총깡총’이 표준어의 이름으로 ‘깡충깡충’이 되는 건 별로다. 모양을 흉내 낸 의태어,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는 더욱이 표준어의 틀로 가를 일이 아니다. 모두의 편리한 말글살이를 위해.우리말 바루기 표준어 규정 음성모음 형태 맞춤법 검사기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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