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중앙칼럼] 트럼프발 안보 위기

미군이 지난 15일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공습하기 전에 미국 정부 수뇌부가 공격 계획을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 채팅방에서 논의했고, 그 채팅방에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초대된 사실이 지난 24일자 애틀랜틱 기사로 공개됐다.   외교안보 라인 수장들이 정부 통신망이 아닌 민간 메신저를 통해 전쟁 계획을 논의한 것과 그 채팅방에 언론인을 초대한 것이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에선 다른 이유로 이 채팅방 대화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 수뇌부가 드러낸 ‘유럽 혐오’ 속내가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작전을 거론하며 “우리가 실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에즈를 통한 미국 무역은 3%에 불과하다. 유럽은 40%다”라고 썼다. 후티의 위협으로 유럽이 더 큰 위험에 처했지만 정작 공격은 미국에 떠넘긴다고 비판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부통령님의 혐오에 공감한다. 참 한심하다(pathetic)”고 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이 비공개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혐오’가 얼마나 깊은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방위비를 GDP의 5% 수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미국은 나토를 방어하지 않겠다”고 계속 말해왔다. 유럽 안보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는 1949년 창립 이래 서방 안보를 지탱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속력을 흔들고 있다. 유럽 각국은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자 군사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2월28일 전례 없는 ‘외교 참사’로 끝난 트럼프-젠렌스키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와 정보 지원을 일시 중단한 조치는 유럽에 충격을 줬다. 우크라이나처럼 한 순간에 모든 지원이 끊어질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자 미국에 유럽 안보를 의존하는 것이 불안해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준 F-16 전투기 편대가 미국이 군사와 정보 지원을 중단하자 비행하지 못하는 고철덩어리로 무능화됐다. 이 사건은 미국이 유럽에 판매한 미국산 전투기에 원격으로 무력화하는 ‘킬 스위치(kill switches)’를 심어놨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유럽도 ‘미국 없는 안보 홀로서기’에 대비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3월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8000억유로(약 8653억 달러)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재무장 계획은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19일 차세대 라팔 전투기를 추가 배치해 프랑스 공군의 핵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군이 주둔하고 미군 무기체계를 사용하는 한국도 유럽과 같은 처지이다. 유럽 상황에서 보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라고 봐주는 일이 없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최근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은 한국에게 넘기기 위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요구한 바 있다. 한미가 합의한 2026년도 방위비 분담금(약 11억4,000만 달러)의 9배에 가까운 액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보다 동맹이 미국을 더 수탈해간다고 생각한다. 동맹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고, 무역적자를 불공정한 무역관계의 지표로 보고 있다.   한국도 유럽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고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경할 것에 대비해 독자적 대북 방어력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조선업, 미국산 에너지, 방산 제품 구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식 거래’에 대응할 창의적 접근도 요구된다. 이무영 / 뉴스룸 에디터중앙칼럼 트럼프발 안보 유럽 안보 트럼프 대통령 외교안보 라인

2025-03-31

[기고] 언제까지 ‘굴욕외교’ 인가

2017년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행사에서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한중 우호증진을 위해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 수행 기자 폭행뿐만 아니라 8끼나 혼자 밥을 먹게 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   지난 8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해 놓고,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를 비판했다. 싱 대사는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한미 외교관계를 위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시진핑 주석 지도하의 위대한 중국몽’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가 넘는 외교 결례가 유튜브 생방송까지 됐다. 싱 대사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비판하는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한국을 마치 속국 정도로 여기는 중국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1961년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채택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41조에 따르면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다. 시진핑이 국빈으로 초청한 문 대통령을 홀대한 처사나 싱 대사가 야당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베팅’ ‘후회할 것’ 등의 도발적 언행을 한 것은 외교의 틀을 벗어난 매우 부적절한 행태다. 또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한다는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의 제일 야당 대표가 보인 자세다. 이 대표는 싱 대사가 15분 가량 발언하는 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경청만 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굴욕 외교를 했다 해도 이 대표까지 싱 대사의 내정 간섭적인 도발적 언행에 한마디 말도 못한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야당 대표라도 국익 앞에선 싱 대사의 언동에 엄중히 경고했어야 했다.     이 대표는 “마땅치 않아도 협조하는 게 외교”라는 억지 논란으로 이번 일을 덮으려 했다. 무엇보다 제일 야당의 대표가 특정국 대사에게 그런 자리를 깔아 준 것 자체가 잘못됐다. 이 대표 한 사람이 국민의 자존심마저 뭉개버린 것이다.   이 대표의 헛발질은 위태위태한 한중 관계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툭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를 ‘굴욕외교’라고 운운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가 ‘굴욕외교’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이 대표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면 일본대사를 만났어야 했다. 중국은 일본의 오염수 문제를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중국은 후쿠시마의 30배가 넘는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왜 중국대사에게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가.   이 대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야당 대표로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중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야당 대표의 노력에 대해 폄훼를 하고 비난을 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갈등의 근원이 한국을 얕잡아보는 중국 측의 오만하고 고압적인 행태에 있는데도 중국을 감싸는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주변 4국과의 당당한 협력 외교를 내세웠지만 일본에만 당당하고 북한 중국에는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제 야당도 전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굴욕외교’는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굴욕외교 한미 외교관계 야당 대표 외교안보 정책

2023-06-1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