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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소녀들의 공기놀이

아이들아,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더 많이 갖기 위한 비교 경쟁에 인생을 다 바치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한 것이란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인생은 수고(受苦)의 놀이터이니 고통받기를 두려워 말고,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   박노해 에세이 ‘공기놀이’ 중.   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집 『다른 길』에 실린 글이다. 시인은 지난 2000년부터 20년간 낡은 만년필과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지도에도 없는 중앙아시아의 작은 마을을 찾아다녔다. 삶의 ‘다른 길’을 찾아 헤맨 유랑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광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모은 책이 여러 권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시인은 “간절하게 길을 찾는 사람은 이미 그 마음속에 자신만의 별의 지도가 빛나고 있다”고 썼다.   짧고 단단한 문장들이 많아 계속 밑줄을 그었다. “이 지상의 작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무너져내리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세계는 여지없이 무너지리라.”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의 등뼈를 곧게 세우고 깃발도 없이 길을 찾아가다 보면 때로는 사람이 깃발이 되는 것이다.” 공기놀이는 세계 곳곳에서 전해오는 오래된 놀이다. 빠른 손놀림으로 돌멩이를 다루는 이 단순한 놀이에서 시인은 노동과 유희가 어우러진 삶의 에너지를 읽는다. 에세이의 앞부분은 이렇다. “파슈툰 소녀들이 공기놀이에 빠져있다.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놀이인 소녀들의 공기놀이는 섬세한 손놀림으로 열매를 따고 새알을 채취한 데서 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공기놀이 소녀 박노해 시인 박노해 에세이 사진 에세이집

2025-01-29

“‘산타에고’가 산행기 펴냈어요”

한인 하이커들을 주축으로 지난해 창립된 신생 하이킹 클럽이 산행 정보와 후기를 모아 에세이집을 펴내 화제다.   ‘산을 타는 샌디에이고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산타에고’로 이름을 지은 이 그룹은 지난 한 해 동안 정상에 올랐던 22개의 하이킹 트레일에 대한 정보와 후기 그리고 사진들을 정리해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회원들끼리 추억을 간직하는 메모리 북 수준을 넘어 근교 하이킹이라면 누구든지 참고할 만한 가이드 북으로도 손색없다. 체계적인 준비와 거침없는 실천, 그리고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등 참신한 운영으로 눈길을 끄는 ‘산타에고 클럽’에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 모여있다. 매주 토요일 샌디에이고와 남가주 일대의 산을 정기적으로 오르고 주중에는 격주로 야간 산행을, 두 달에 한 번은 백패킹에도 도전해 그랜드 캐년, 하이 시애라, 존 뮤어 트레일도 다녀왔다. 내년에는 국경을 넘어 해외의 유명 산으로 원정 백패킹을 간다는 계획이다.   이 클럽의 제이 이 회장은 “혼자 산에 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 나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지역 사이트를 통해 산행을 알리고 동참자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창립 동기를 설명했다.   연회비, 월회비가 없는 클럽이지만 회원들의 자발적 기부로 고가의 백패킹 장비를 비치해 초보 회원도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조금 멀리 산행을 떠날 때에는 카풀 봉사를 자처하는 회원도 많다. 또 자체 비상 상비약을 제작해 나눠주거나, 산행 중 낙오자가 생겨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되더라도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전체를 따르는 성숙함이 있다.   회원들은 올해 초, 매년 산행한 것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기록해 두자는 데 중지를 모았다. 함께 올랐던 하이킹의 기록을 매년 책으로 정리해 두면, 10년 후에는 10권의 책을 펼쳐보며 책이 주는 무게감과 함께 초심을 상기하고 그간의 추억을 남김없이 되새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산의 정상을 정복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에 의미를 두자는 초심과 모두 함께 즐겁게 올랐던 그날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더욱 생생히 간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문의: https://www.santaego.com/   서정원 기자샌디에이고 SD 산타에고 하이킹 클럽 에세이집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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