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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애착의 실타래

30년 전, 1994년 일인데도 선명하게 어떤 애착의 끈으로 당기는 풍경 속에 나는 있었다. 마드리드를 방문하기 좋은 달인 10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청한 날이었다. 나는 지인들과 함께 전시하러 마드리드에 갔다. 그 당시 그곳에 사는 화가 윤경렬 씨가 운전하는 노란색 폭스바겐 타입 2 밴을 탔다. 밴의 창문에 노랑 꽃무늬 커튼이 쳐져 있었다. 유치원 가는 기분으로 들떴다.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봤다. 덤불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는 들판을 보며 나는 막연한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느긋하게 햇볕 아래 끝 간데없는 들판이 누워 잠든 듯 뭉게구름 아래서 조는 듯했다. 덤불들은 서로 기대어 속삭이며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렸다. 저항이나 부딪힘이 없는 아득한 평온만이 숨 쉬는 풍경 속을 차는 계속 달렸다.     드넓은 들판 한 귀퉁이에 있는 윤 작가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단색화 초기, 색채가 실종된 무채색 환경에 물들여진 나로서는 그의 주황과 노랑 그리고 보라색의 강렬한 색감에 잠시 숨을 멈추었다. 따사로운 스페인 날씨와 자연을 옮겨 놓은 듯한 소박함과 순수함, 솔직 담백한 그의 화풍이 나를 순수한 어린 시절로 이끌었다. 단색만을 고집하면서 억지로 만들어 낸 작품이 아니다. 뉴욕 작가와 LA 작가가 사용하는 색감이 다르듯이 그만의 독특한 스페인 색감 작업에 매료되었다.   윤 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아가는 풍경과는 또 다른 마드리드 도심 속 윤 작가 부인의 모습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그들은 마드리드에서 아이 여럿을 키우며 작업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뉴욕에서 온 우리를 반겼다. 우리를 폭스바겐 밴에 태워 마드리드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저녁 식사에도 초대했다. 부부의 배려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라 구석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어둑해지는 마드리드 번화가였다.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윤 작가 부인이 어둠에 묻혀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피곤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자 가슴이 뭉클, 몹시 아렸다. 얼마나 힘들까? 마드리드에서 유학 생활하며 화가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 여럿을 키우는 중에 전시한다고 몰려와 들떠 있는 우리를 대접하느라. 고개 숙인 그녀의 모습이 잊히지 않고 내 뇌리에 박혀있다. 윤 작가는 같은 해인 1994년 스페인을 떠나 뉴저지에 정착했다.     윤경렬 작가의 개인전이 4월 10일~6월 7일까지 맨해튼 Po Kim Gallery, (417 Lafayette Street)에서 전시 중이다. 나는 오프닝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일찍 갤러리에 들어섰다. 그의 작품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바뀌긴 했지만, 스페인 색감의 끈을 놓지 않은 그의 작품의 성실함과 진실함이 나를 애착의 끈으로 또 끌어당겼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실타래 애착 마드리드 도심 스페인 색감 마드리드 곳곳

2025-04-17

"한인들에게 특별한 애착... 보수적 신념으로 좋은 나라 만들 것"

    7선 의원인 제리 코널리(민)의원이 대표로 있는 버지니아 연방하원 11지구에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 짐 마일스 후보가 1일 본보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일스 후보는 가장 먼저 “1980년대에 주한미군공군으로 한국에 1년간 주둔했는데, 당시 이태원에 가끔 갔다”며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매우 비통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미시건에서 태어난 마일스 후보는 1982년에서 1990년까지 미 공군으로 근무한 이후 샌디에고 로스쿨을 졸업했다. 지난해까지 연방 행정판사로 일하며 미 하원 사회안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역임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마일스 후보는 “어릴 때는 민주당이 미국의 노동자계층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원들이 급진 사회주의자들이 돼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현재 그들의 정책으로 전 미국민들이 고생을 하고 있고 우리 가족과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공화당원, 특히 보수주의자로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지지하는 데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버크지역에서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어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은 마일스 후보는 “우리 학교교육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지난해 페어팩스 지역의 교육수준이 심각하게 저하됐고, 생물학적 성이 아닌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 정책과 같이 민주당과 급진 좌파들이 밀고 있는 정책들이 우리 학교를 망치고 있다”고 피력했다. 연방의원이 되면 “학부모들이 나를 통로 삼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마일스 후보는 “미국에 새로운 시민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이민 온 자들에 대해서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법적인 이민자들에게만 소셜시큐리티, 메디커어, 학교에 다닐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들을 지지한다. 또한 치안과 관련해 “경찰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예산을 더 편성해야 한다”는 그는 “경찰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경찰의 사기가 매우 낮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마일스 후보는 총기를 소유할 권리에 대해 “보편적 신원조회에 동의하고 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수정헌법 제2조에서 보장하는 총기소유의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며 “LA폭동 당시 경찰이 한인들을 보호해주지 않아 총을 소유해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한 한인들이 그 좋은 예”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마일스 후보는 “80년대에 한국에 살 때 교통사고가 났는데, 한국 군의관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해 생명을 구할 수 있어 한국은 내 마음 특별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언젠가 또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국과 한인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다는 심정을 전하며 “나는 한인들과 공통의 가치들을 공유한다고 믿는다. 좋은 교육과 가족을 중시하는 한인들이 내게 꼭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한인 애착 보수적 신념 합리적 보수 마일스 후보

2022-11-01

[잠망경] 붙기를 좋아하세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붙는 것이 큰 소망이다. 왼쪽 안 주머니에 납작한 엿 덩어리를 품고 입시장에 가던 기억이 난다. 끈적한 엿의 점성(粘性)으로 시험에 붙고 싶은 심정이었다.     ‘붙다’는 시험에 붙는 것 외에도 불이 붙다, 붙어 다니다, 이자가 붙다, 싸움이 붙다 등등 그 뜻이 매우 다채롭다. 당신과 나는 남에게 그럴듯한 별명도 붙여주고 좋은 직장에 오래 붙어있기를 원한다. 붙는다는 것은 대개 좋은 일이다.   낯선 나라에 적응하는데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타향에 정을 붙이고 사는 재미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마음에 든다. 문화적, 정서적 붙임성이 좋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남달리 쉽게 정을 붙이는 과정이다.   남녀 간에 정이 붙으면 서로에게 애착심이 생기고 급기야 사랑이 싹트는 법이거늘. 비속어로 남녀가 붙었다는 말은 애정의 불이 붙어서 일어나는 애착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사랑 愛. 붙을 着. 이메일의 첨부파일 ‘attachment’의 본뜻도 ‘애착’이다.   ‘attachment (애착, 愛着)’는 14세기에 라틴어와 고대 불어에서 ‘체포영장’이라는 뜻이었다 한다. 검찰이 발부하는 체포영장. 사랑의 저변과 검찰의 직분이 애착심에 뿌리를 같이하다니. 애착은 불교 12인연 법의 여섯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의 마일스톤인 觸, 受, 愛, 取, 有에 걸쳐 우리의 생성, 소멸, 환생의 고리를 엮는다. 만지고, 받아드리고, 사랑하고, 취하고, 유지하는 방식의 타고난 인간 본성으로.   ‘붙다’는 뼈저리게 인간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빌붙거나 엉겨 붙거나 들러붙는 우리의 행동이 그렇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말은 소신이 불안정한 정치가의 행보에 대한 표현으로도 쓰인다. 아동 발육과정에서 발생하는 아기와 엄마 사이에 이루어지는 애착심의 결손에서 비롯된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입시 시험에 붙기 위하여 질문마다 정답을 맞춰야 한다. 스마트한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매번 맞는 말을 해야 하듯이. 이때 ‘맞다’의 반대말은 ‘틀리다’다.   ‘맞다’는 얻어맞는다는 뜻이 있어서 혼란스럽다. ‘맞다’의 반대말이 ‘때리다’가 된다. ‘맞은 놈은 펴고 자고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는 우리 속담에서 확연히 드러나듯이.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남을 때리지 못하고 맞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인지도 몰라.   시험에 붙지 못하고 떨어진 경우는 정답을 ‘때려 맞추지’ 못해서다. 무엇을 때려 맞춘다는 것은 다소 폭력적이다. ‘맞다’도 ‘붙다’처럼 어둡고 착잡한 면이 있다. 야단맞다, 퇴짜맞다, 바람맞다, 벼락맞다, 주사를 맞다, 총에 맞다, 등등. 심란하고 속상해지는 표현들.   ‘맞다’에는 좋은 뜻도 많다. 직장 파트너와 손발이 척척 맞을 때, 옷이 몸에 잘 맞을 때, 말의 앞뒤가 맞을 때, 어떤 예감이 용케 맞아떨어질 때,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맞았을 때. 또 있다. 남녀가 눈이 맞아 서로 좋아하다가 입을 맞출 때. 그들이 배가 맞았다고 누가 비속어로 악의 없는 말을 할 때.   TV 채널 서핑을 하던 중에 젊은 사내 둘이서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스포츠 정신으로 서로를 두들겨 패고 때리는 장면을 본다. 한쪽이 힘이 달려 수세에 몰린다. 그는 상대를 껴안는 순간 휴식을 취하려는 속셈이다. 몸이 자꾸 붙는다. 심판이 그들을 떼어 놓는다. 몸이 떨어지면 또 얻어맞고 휘청거린다. 나는 그에게 속삭인다. 붙어라, 이놈아. 떨어지면 죽는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비속어로 남녀 애착 현상 입시 시험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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