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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의 충돌, 몰타의 신사실주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 작은 섬나라 몰타(Malta). 고대 문명의 흔적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곳이 많아 ‘글래디에이터’(2000), ‘대해적’(1986, 로만 폴란스키 감독), 트로이(2004, 브래드 피트 주연) 등 먼 옛날을 시대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몰타 섬의 남자들에게 어업은 고대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직종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어부들은 몇 대째 어업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제스마크도 자그마한 낚시 배 한 척으로 고기를 잡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어부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다. 몰타 사람들은 작은 낚싯배를 ‘루쯔’(Luzzu)라 부른다.     아내 데니스와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스마크. 배의 곳곳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고치려고 애를 쓴다. 배를 수리하기 위한 돈 여유가 없는 그에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아기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을 얻는다. 의사는 환경적인 문제라고 얘기한다. 이래저래 목돈이 필요한 마당에 아내의 부모들은 벌이가 시원찮은 제스마크를 못마땅해한다.     바다의 물고기가 갈수록 줄어들어 어획량이 바닥나는 상황에 처한다. 게다가 EU는 연중 일정 기간 특정 어종의 어획량을 제한하는 규칙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낚싯배들은 검색을 거쳐야만 한다.     제스마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은 암시장 거래이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암시장에 뛰어든다. 불법으로 잡은 고기를 암시장에 넘겨 필요한 돈을 마련한다. 아내는 남편이 가져오는 돈이 암거래로 번 불법적인 돈이라는 걸 눈치챈다. 그리고 그런 돈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부모 집으로 달려간다. 제스마크는 가장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 분노한다. 아내와의 불화가 지속한다.     고대문명의 흔적과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 아직도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살아 있는 곳 몰타는 서서히 현대문명이 섬으로 가져온 영향에 오염되어 가고 있다. 영화 ‘루쯔’는 현대와 전통의 중간 위치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적응의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몰타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고 섬세한 마음으로 조명한다.     몰타 출신의 알렉스 카밀레리 감독은 여기에 ‘환경 오염’이라는 또 다른 주제를 더한다. 오염된 환경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가해지는 피해가 제스마크의 아기로 상징된다.     ‘루쯔’는 몰타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참가작으로 2021년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제스마크 역의 제스마크시클루나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시클루나가 실제로 어부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정 영화평론가신사실주의 전통 충돌 몰타 섬나라 몰타 몰타 출신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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