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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거룩한 낭비

지난 토요일 Saddle Brook, 밀알 꿈터, 매주 토요일 열리는 장애인 사랑의 교실이 한창이다. 고등학교 때 자원봉사로 시작해 가정을 이루고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토요일마다 와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귀한 2세 봉사자가 그날도 열심히 찬양, 빙고 등을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머리 깎아 주는 봉사자분도 와 계시다.     나는 대학 선배 두 분을 모시고, 장애인의 날 행사를 위한 고등어 세일을 한다기에 점심때 들렀다. 센터 밖에서는, 그동안 소금 약간 뿌려 잘 숙성시킨 싱싱한 고등어를, 먹기 좋게 미리 구워 진공팩을 하느라 고생들이시다. 점심 먹는 중, 장애우 엄마 한 분이 방에 뛰어들어오신다. 완전 흥분하셨다. 아들이 처음 건물 안에 들어왔다고 하신다. 온 방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와도 건물에 들어가지도 않는 아이를 무려 2년 동안이나 데리고 다니신 이 엄마, 기어이 눈물을 터뜨린다.     밀알 단장 강원호 목사님도 기뻐하시며, 아이를 환영하러 식사하다 말고 나가신다. 강 목사님은 진짜 장애인들을 위해서 태어나신 분이다. 오래전 럿거스 대학원에서 심리치료사가 되기 위한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장애인과 장애인 프로그램을 인터뷰하는 숙제가 있었다. 목사님 소개로 포트리에 계신 남자 한 분을 만났다. 과거 한국과 중국을 어우르며 큰 사업을 했으나 중년에 중풍이 왔다. 그래서 아내도 떠나버리고 혼자 남게 된 이 분을 강 목사님이 매일 방문하여, 가파른 2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업고 한의원에 다니셨다는 그분의 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돌아오는데 ‘거룩한 낭비’라는 강 목사님의 1월 선교편지를 주신다. 1981년 대학 2학년 때부터 시각장애인 시설에 다니며 두 시간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인원이 줄어 때로는 혼자 가기도 하셨다. 그런데,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거리 때문에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하다가, 어느 날 하나님이 이런 마음을 주시더라고 한다. “매주 토요일 시각장애인 대린원 봉사 2시간만 주님이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거기 가기 위해 길거리에 낭비하는 5시간도 주님께서 받으신다.” 이 생각이 목사님을 43년이 지난 지금까지 봉사하게 하셨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도 장애인들과 함께 시간을 좀 ‘낭비’해달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1년 반 전 큰아들이 교회를 개척하며, 거기서 주일 예배를 드려도 되겠냐고 했을 때 목사님은 흔쾌히 허락하셨다. 그곳에서 주일이면 지금 세 교회가 예배를 드린다. 우리 아들이 개척한 Vibrance Church에서 성경공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커뮤니티 봉사가 있어, 3월 초 토요일 밀알 사랑의 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갔다. 그 날 목사님이 간곡히 부탁하신다. 매주 토요일 2시간 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목사님이 계획하고 있는 마더홈(노인 세대와 장애인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홈)이나 비영리 양로원 등을 추진하는 데 힘을 합해달라고.     이사로도 일해달라고 하시는데, 4개의 북클럽, 10~15시간의 상담, 운동, 각종 만남들 그리고 가족과의 스케줄들로 이미 항상 가득 채워져 있는 나의 카렌다가 쫘악 떠오른다. 그러나 내 입은 이미, 네, 목사님, 해볼게요, 라고 말하고 있다. 강 목사님께는 아무리 바운더리를 공부해도 No가 나오지 않는다. 쓸데없는 일에 낭비되는 시간이 많아 늘 죄책감이 있었는데, 거룩한 낭비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가슴이 벅차다! ([email protected])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낭비 장애인 프로그램 시각장애인 시설 토요일 밀알

2025-04-02

[열린광장] 시각장애인의 미술작품 감상

“작품들의 색상(color)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예수님 인물화( Jesus portrait )는 너무 감동적입니다.”     여느 미술전시회에서나 작가들이 관람객으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난 달 20일 연 개인전에서 시각장애인 할머니 관람객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다.  동생의 도움을 받아 전시회에 온 이 관람객은 수년 전 병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실명 전에는 그림을 무척 좋아했으며 시력을 완전히 잃은 이후 미술전시회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동생은 자신이 언니에게 작품의 색상이며 형상을 일일이 설명하니 언니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모든 전시작품을 즐겁게 감상했으며 너무 행복해했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전시회를 열었던 필자는 시각장애인의 전시회 관람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저 놀랍고 또 숙연함에 두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감사함에 보답하는 의미로 필자의 작품세계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해줬다. 시각장애인들이 촉감으로 그림의 형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미술작품 감상 보조장치 등의 도구도 없는 상태에서 시각장애인 관람객과의 대화는 작은 기적이며 필자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최근 시각장애인의 예술작품 감상을 돕기 위한 ‘블라인드 터치(Blind-touch)’ 장비 개발이 활발하다. 이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예술작품을 부조(relief) 형태로 제작해 시각장애인이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서 그림의 형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부분에 대해 부가적으로 오디오 설명 및 주변 효과음을 제공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재현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미술 작품 감상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접근방식으로 미국에서 개발된 ‘터치 그래픽스’의 ‘테이킹 택틀 태블릿(Taking Tactile’ Tablet)‘은 터치 감지 그래픽으로 3D 모델에 통합된 NFC 태그를 기반으로 하고 착용식 NFC 판독기로 인쇄(부조 프린트)된 패턴을 감지하여 관람자가 손으로 작품 속에 있는 특정 물체를 만지면 해당 물체의 의미에 대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장애인도 문화·예술 시설을 이용하고 문화·예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적 제도는 마련되었으나, 시각 위주의 전시문화로 인해 미술전시회를 한 번도 관람하지 못했다는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96%에 이른다는 2014년도 조사결과도 있다.   최근 포스코와 경북도청이 공동 주최, 포스아트(PosART)로 조선시대 명화 56점을 선보인 ’철 만난 예술, 옛 그림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포스아트는 부식에 강한 철판에 수차례 반복적으로 물감층을 쌓아 올리는 적층 인쇄 기법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촉감으로 그림의 형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후천성 시각장애인 경우 미술작품에 대해 말로 설명해주면 그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싶어 하지만 시각 위주의 문화예술 행사 및 관람 환경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 장벽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의 예술작품 감상을 돕는 ’블라인드 터치‘가 미술전시장에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시각장애인이 미술작품 감상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이 황 / 서양화가·칼럼니스트열린광장 시각장애인 미술작품 시각장애인 관람객 시각장애인 할머니 미술작품 감상

2023-11-03

[독자마당] 빛과 그림자

‘내게 소망이 있다면 죽기 전 꼭 3일 만이라도 눈을 뜨고 세상을 보고 싶다. 눈을 뜨는 순간 첫 번째로 나를 가르쳐주신 애니 술리반 선생님을 찾아가겠다. 내 손끝으로 만져서 알던 그의 인자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의 모습을 나의 마음속에 간직해 두겠다. 다음엔 친구들을 찾아가 그들의 모습과 웃음을 기억하고, 들로 산으로 산보하고 싶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뭇잎, 예쁜 꽃과 풀을, 그리고 저녁이 되면 석양빛에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는 먼동이 트는 웅장한 장면을 보고, 오전에는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저녁에는 밤하늘에 빛나는 보석같은 별들을 보며 또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날에는 일찍 큰 길가로 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고 오전에는 오페라, 오후에는 영화를 보고 싶다.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 쇼윈도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순간 3일 동안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함을 드리겠다.’   미국 출신 시각장애인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렌 켈러가 죽기 전 단 3일 만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다고 한 ‘빛’이라는 애절한 글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잊고 살아온 지금 새삼 하느님의 큰 은혜에 감사함을 갖도록 해준 감동적인 글이다.   ‘나는 눈과 귀 혀마저도 빼앗겼지만 영혼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낙천적인 그녀는 시름을 성공으로 이끄는 훌륭한 말을 남겼다.     90평생을 암흑 속에 살면서도 만인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고 떠나간 그녀의 생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적의 생애였다. 당신은 초인의 대표적 표상입니다. 당신을 정말 존경합니다. 이산하 / 노워크독자마당 그림자 미술관 저녁 출신 시각장애인 거리 쇼윈도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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