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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에드가 전 주지사의 값진 성찰

한때 일리노이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들이 많았다. 현직인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직전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었다. 그 전 팻 퀸,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가 민주당이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공화당 주지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지 라이언이 그랬고 짐 에드가 전 주지사도 공화당이었다. 주청사 건물 이름을 따온 제임스 톰슨 전 주지사도 역시 공화당이었는다. 적어도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리노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은 주지사를 꼽으라면 단연 에드가 전 주지사다.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재임한 그는 중도 보수 성향이면서도 이념적으로는 크게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드가 전 주지사의 눈에 띄는 업적은 주 재정 상황을 매우 합리적이고 건전하게 이끌었다는 점이었다. 그가 취임할 당시 일리노이주 재정은 10억 달러 적자였지만 퇴임하던 해에는 15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었다.   선심성 퍼주기 정책과 무책임한 공무원 연금 인상으로 인해 매년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재정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그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의회와 어려운 타협을 해야 했는데 그 파트너가 최근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마이클 매디간 주하원 의장이었다.   에드가 전 주지사에 대한 평가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흔한 평가는 ‘integrity’ 하다는 것이다. 정직, 성실, 청렴, 흠 없는 상태라는 뜻의 단어다. 개인적으로 이 평가는 스티브 김 전 공화당 부주지사 예비후보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스티브 김은 에드가 전 주지사를 조금이라도 접했거나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면 누구나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에드가 전 주지사 인생 자체가 그랬고 정치인으로 그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가치가 그것이다. 스티브 김 역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에드가 전 주지사를 꼽기도 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당적을 가리지도 않는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금도 조언이 필요하면 에드가 주지사와 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웰치 일리노이 하원 의장 역시 에드가 전 주지사를 integrity의 전형이라고 언급했고 그가 진정한 정치인이면서 일리노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아직도 계속 가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참고로 웰치 의장은 에드가 전 주지사가 현재도 이끌고 있는 ‘에드가 펠로우’ 출신이다. 에드가 펠로우는 일리노이를 이끌어갈 유망 정치인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실 정치에서도 그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주지사로 처음 당선될 때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단 8만4000표 차로 신승했지만 재선에서는 무려 90만 표 차이로 당선되기도 했다. 일리노이 102개 카운티 중에서 단 한 개 카운티에서만 밀렸고 101개 타운티에서 승리한 압승이었다.   올해 78세인 그의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혀 일리노이 공화당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에드가 전 주지사는 최근 자신이 췌장암을 앓고 있으며 3주간의 키모 치료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아내와 나는 이 도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내일 삶이 끝난다 하더라도 나는 멋진 인생을 살아왔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의사가 너무 멀리 내다보지 말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을 했다. 이것이 아마도 내가 받은 최고의 어바이스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존경받는 정치인이라도 에드가 전 주지사 정도는 되어야 자신의 삶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일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주위를 둘러봐도 현실 세계에서 존경받는 정치인을 쉽게 찾기 어렵다.   그래서 에드가 전 주지사가 밝힌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은 더욱 값지다. 그의 투병 소식을 접하면서 차세대 정치 지망생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인물이 좀 더 오래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춘호 / 시카고 지사 기자기자의 눈 주지사 성찰 공화당 부주지사 일리노이 주지사 공화당 주지사들

2025-03-04

[이 아침에] 내 탓이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하던가. 불통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남에게 있다고 믿는, 한 고집 센 사람을 가까이서 본다. 그는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자신은 언제나 잘못이 없다. 그에게서 건설적인 참여 의식이란 찾아 볼 수 없으며 매사에 피동적이고 불평불만을 일삼으며 사고는 항상 자기중심적이다. 필자는 자아 성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언제부터인가 이런저런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버릇이 생겼다.     ‘너 자신을 알라’ 고 한다. 자신을 앎으로써 내가 객관적으로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제대로 인지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소극적이냐 적극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효과 면에서는 부작위(omission)도 작위(commission)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 입에서 나오는 정제되지 않은 언사를 남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며, 오만과 독선으로 포장된 얼굴 모습과 인정미 없는 차가운 눈매는 사람들의 접근을 어렵게 할 것이다. ‘나이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에 수긍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말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작자 미상의 옛시조가 떠오른다. 한번 입 밖으로 내뱉은 독설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을 뿐 더러 상대의 마음속에 큰 상처로 오랫동안 남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제 33대 대통령 해리 트르먼의 책상 위에는 ‘The buck stops here’ 라는 싸인 판이 항상 놓여 있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은 최종적으로 나에게 있다’라는 뜻이다. 약 20년 전 한국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주동이 된 ‘내 탓이오’라는 사회 운동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사랑과 화해로 남의 잘못을 보듬어 용서하고, 자아 반성과 자기 성찰로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리자는 운동은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하는 순결 한 울림으로 다가섰던 것이다. 혹 나의 불찰이 원인이 되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분에게 용서를 비는 인류애적 정신에 호소하는 초 종교적 정신 운동이었다.     정치인들이 스캔들에 휘말려 사과문을 발표할 때 ‘Mea Culpa’라는 말을 인용하는 것을 가끔 본다. 사전을 찾아보니 라틴어인 이 말은 가톨릭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나의 탓으로 돌리는 말로서, 영어의 ‘culpable’ 이나 ‘culpit’ 등도 ‘culpa’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여기서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자기 성찰과 자아 반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나 아닌 남을 비방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물망처럼 서로 얽히고설켜서 돌아가는 현실의 사회 구조에서 때로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원인 제공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 직접 간접으로 연루되기도 하는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이 지녀야 할 공동 책임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겠다.     라만섭 / 전 회계사이 아침에 공동 책임감 사회 운동 자아 성찰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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