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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화가' 김종학전 11일 개막

섬세한 한국어 카탈로그도 제공   올봄 애틀랜타 하이뮤지엄 특별전시관이 한국 토종 풀꽃과 산길의 알록달록한 색채로 물든다.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전이 미주 최초로 11일부터 열린다.   하이뮤지엄의 마이클 룩스 수석 큐레이터는 전시 개막을 앞둔 10일 열린 사전 투어에서 회화와 조각, 민속 공예품 70여점으로 꾸며진 2층 규모의 전시장을 공개했다.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3년 그려진 최신작이 모두 포함됐다.   전시장 곳곳엔 수려하게 작성된 한국어 카탈로그가 눈에 띈다. 룩스 큐레이터는 "한미 양국의 미술학자와 전문 번역가를 동원해 한인 관람객을 위해 섬세한 모국어 설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투어를 함께 준비한 장혜원 애틀랜타 시 관광청 매니저는 "한국문화에 관심을 두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관광 사업을 확대하고자 현지 인플루언서도 초청한다"고 전했다.   룩스 큐레이터는 "전세계가 정치적으로 어지러운 가운데 삶의 어려움을 원시적 야생성으로 풀어낸 김종학의 활기찬 낙관주의는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화 화풍을 멸시하던 일제강점기 시대 풍조 속에서 국토의 아름다움을 전통적 방식으로 발굴해낸 그의 노력은 우리에게 꺾이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김종학전 설악산 규모 전시장 한국어 카탈로그 김종학 화백

2025-04-1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맛과 멋 넘치는 단풍놀이 가볼까…모국 여행

산천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들이 절정으로 치달으려 하고 있다. 서두르자.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의 절정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 시기 대한민국은 전역이 들썩인다. 설악산부터 오대산, 지리산, 내장산 등 아름답다는 산마다 가을만큼 울긋불긋한 사람들이 그득하다. 한국인이 애정하는 단풍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외국인들도 많고, 우리처럼 모국의 단풍이 그리워 틈날 때마다 찾는 해외동포들도 많다. 사람이 많은데도 지금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산이 많고 사계절이 뚜렷한 지리적 특성상 가을의 모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 단풍은 으레 설악이 가장 먼저 알려온다. 설악산의 능선과 골짜기는 울긋불긋 오색 빛으로 발갛게 물든 얼굴을 드러낸다. 설악산 단풍의 유명인사인 주전골부터 폭포의 신비로움과 암석들이 조화를 이루는 흘림골, 주전골과 흘림골을 굽어보는 만경대 등은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조우하는 최고의 조망대다. 개인적으로는 거대한 기암괴석 사이 핀 단풍 절경이 장관인 공룡능선 일대와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곰배골, 만경대, 비선대 등도 못지않은 단풍 코스라고 자부한다. 최고봉인 대청봉이 아니라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권금성과 흔들바위가 있는 울산바위에서도 한 폭의 수려한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천불동계곡, 수렴동 계곡, 백담 계곡, 십이선녀탕 계곡 등 명소가 즐비하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은 오대산과 월악산, 속리산을 거쳐 가야산, 지리산으로 남하한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경북 문경새재에는 단풍 사이로 사과 향기가 달큼하게 퍼지고 금오산 최정상 봉우리인 현월봉도 울긋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자들을 반긴다. 명물인 케이블카는 1974년에 개통됐다. 절경인 대혜폭포 인근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어 무릎이 아픈 어르신도, 갓 걸음마를 배운 꼬마도 부담 없이 단풍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호남 5대 명산인 내장산부터 부안 내소사, 천년고찰 백양사, 수려한 산세의 강천산 군립공원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따라 즐거운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다.   '혼저옵서예~' 제주에 이르면 따뜻한 환영 노래가 들려온다. '사랑으로' '모두가 사랑이에요'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사랑의 시' 등 서정적인 가사와 감미로운 선율을 노래했던 남성 듀엣 '해바라기'의 심명기 씨가 제주를 찾은 여행자들에게 80년대 추억과 낭만을 담은 노래를 들려준다. 거기다 어린아이 키만 한 제주 통갈치부터 고소하면서도 짭짜름한 법성포 영광굴비, 육질이 쫄깃한 제주 흑돼지구이, 담양의 대통밥, 벌교의 꼬막정식, 굴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각종 산해진미가 쏟아진다. 말도 살찐다는 모국의 가을은 이토록 맛과 멋이 넘쳐흐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단풍놀이 모국 설악산 단풍 단풍 절경 단풍 코스

2024-09-26

속초 온천 휴식처 ‘체스터톤스 속초’ 회사 보유분 특별 분양

      생활숙박시설 ‘체스터톤스 속초’가 회사 보유분 특별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속초 최고의 온천 휴식처를 자랑하며 속초 세컨하우스 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체스터톤스 속초’는 강원도 속초시 교동에 지하 3층~ 지상 12층 총 968실 규모로 건립됐으며, 전용면적 28~120㎡로 구성돼 있다. “풍성한 자연 환경에 편리한 단지 내 인프라를 갖춰 힐링 라이프를 선사하는 속초 랜드마크 숙박시설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속초를 비롯해 강원도 일원 생활숙박시설 중 규모가 가장 크다는 평이다. 단지 내에 300평 규모의 초대형 온천 수영장과 노천온천, 온천사우나가 갖춰져 있으며, 최고의 수질을 자부하는 온천수가 공급돼 투숙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단지 최상층에는 청초호의 수려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루프톱 휴식 공간이 조성돼 있으며, 공유주방•바비큐존•야외공연장•웰컴푸드스테이션 등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단지 내에서 청초호와 속초바다, 설악산의 수려한 조망을 모두 즐길 수 있으며, 풀퍼니처 시스템이 각 호실에 적용돼 있다. 하우스 키핑, 딜리버리, 아이돌보미 등 라이프케어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투숙객을 위한 이벤트가 풍성하다. ‘체스터톤스는 휴양이다’를 테마로 전문 업체와 함께 키즈 및 패밀리 대상 요가 프로그램, DIY 클래스, 쿠킹 클래스, 아쿠아 레크레이션, 클래식· 디제잉· 버스킹 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생활숙박시설 ‘체스터톤스 속초’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관광 수요가 풍부한 입지라는 점이다. 인근에 속초중앙시장, 속초해수욕장, 척산온천 휴양촌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진 환경이라서 향후 국내외 관광이 지금보다 활성화되어 속초가 해양레저 성지가 되면 미래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는 평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동서고속도로)가 2017년에 개통돼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상황이다. 7번 국도를 이용하면 일본, 중국, 대만 등 25개 해외노선과 3개 국내노선이 취항한 양양국제공항까지 30분이면 연결된다.     오는 2027년에 서울 용산~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예정)가 개통되면, 속초~서울 용산이 1시간 15분대에 연결된다. 또한, 부산부전~강릉~제진을 잇는 KTX이음도 2027년 개통이 예정돼 3시간이면 부산 부전까지 도착 가능해진다.     생활숙박시설 ‘체스터톤스 속초’는 1가구 2주택에 해당되지 않으며 위탁운영을 통해 배당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아울러 숙박시설로 분류돼 건축법 적용을 받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전매 제한이 없고,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다.     계약자가 사용하지 않고 비워둘 때는 전문 위탁사를 통해 운영을 맡기는 구조이다. 분양 받은 사람은 일반 이용객보다 우선적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돼 회원들이 원하는 날짜에 숙박이 가능하다.     ‘체스터톤스호텔앤드레지던스’가 위탁운영을 담당한다. 217년 전통의 글로벌 부동산 브랜드로 전세계 29개 국가에서 20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전문 운영사의 노하우를 통해 관리가 이뤄진다.     한편, ‘체스터톤스 속초’의 분양가는 원룸 1억6천만원대부터, 투룸 2억8천만원대부터이며, 스위트룸은 4억원대부터다. 홍보관은 속초시 교동에 위치해 있다.      김진우 기자 ([email protected])속초 휴식처 속초중앙시장 속초해수욕장 속초 세컨하우스 속초바다 설악산

2022-10-2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산도, 물도, 마음도 '울긋불긋'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가 코앞이다. 곧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을 여행지는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이 최고다. 울긋불긋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국의 산과 나무, 청명한 하늘과 바람, 그리고 가을 진미들….     세계 어디에 다녀봐도 한국의 가을 단풍과 겨눌만한 곳은 별로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산이 험해서 '악!' 소리가 난다는 '악산'의 대표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그것도 가장 진한 단풍을 펼쳐보인다. 붉은 물감을 통째로 쏟아부은 듯 제대로 불붙은 홍단풍에 마음마저 붉게 물든다. 겹겹이 단풍 터널을 이루는 설악산에 서면 가을이 통째로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다. 거칠고 웅장한 산세와 신비한 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설악산은 지구에서도 손꼽히는 단풍 명산이라 할 수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면 권금성이다. 고려 고종 40년(1253년),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졌고 이때 권 씨, 김 씨 두 장수가 하룻밤에 성을 쌓았다고 해서 권금성이라 불린다. 정상인 봉화대에 오르면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오색 창연한 단풍과 울산바위, 동해바다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은 오대산과 월악산, 속리산을 거쳐 가야산, 지리산으로 남하한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경북 문경새재에는 아름다운 단풍 사이로 사과 향기가 달큼하게 퍼진다. 그림 같은 단풍 길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옛 성곽 길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관문 앞에 이르면 너른 들녘에 튼실하게 쌓인 성벽과 관문, 그 뒤로 병풍을 두른 듯한 백두대간의 산자락들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길가에 꽃처럼 피어 있는 붉은 단풍과 은행나무는 가을의 정취를 풍성하게 하고, 함께하는 개울은 잔잔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뽐낸다.   금오산 최정상 봉우리인 현월봉도 울긋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가들을 반긴다. 명물인 케이블카는 1974년에 개통되었다. 절경인 대혜폭포 인근까지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어 무릎이 아픈 어르신도, 갓 걸음마를 배운 어린아이도 부담 없이 단풍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남 5대의 명산인 내장산과 부안 내소사, 천년고찰 백양사, 수려한 산세의 강천산 군립공원에도 여지없이 단풍이 물들 것이다. 한반도를 따라 즐거운 단풍 산책, 단풍놀이를 즐겨보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모국의 가을은 곱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도 참 좋다. 전주의 비빔밥, 안면도의 꽃게탕, 법성의 영광굴비, 담양의 대통밥, 벌교의 꼬막정식, 제주의 통갈치조림과 흑돼지구이, 거제의 구로쌈밥, 안동 찜닭에 이르기까지 지역별 최고의 밥상을 만날 수 있으니 '미각여행'이라 불러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겠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올 가을, 홍시 빛으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대한민국으로 단풍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마음 단풍여행 가을 단풍 대표 설악산 설악산 국립공원

2022-08-18

[살며 생각하며] ‘No 여기까지!’

 요즘 두 살 찰리 말이 한창 늘고 있다. 장난감 타일로 만든 집을 부순 후 엄숙한 얼굴로 내게, “다쉬만둡씨다” 할 때는 정말 요절 복통이다. 데이케어냉냉님(선생님)께 배운 말임에 틀림없다. 요새는 콩글리시에 빠졌다. “No 찡찡 to 엄마(엄마가 주문한 것 같다!)” “No 푸푸 to 기저귀” (잘 때만 차는 기저귀에 푸푸를  않겠다는 굳은 결심!) “No 때려 누나(이것은 나의 주문!)” 이렇게 찰리 두 살 인생에 “No” 시리즈가 늘어 간다.     사막을 건너는 마지막 방법인 여섯 번째에는 유일하게 ‘No’가 들어간다.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Do not stop at false borders).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와 친구 탤리스는, 니제르로 넘어가는 국경이 다시 열렸다는 말에 트럭을 얻어타고 니제르 국경을 향한다. 하지만 첫 번 도착한 국경에서 어느 여자가 부탁한 편지로 인해 보초에게 붙들린다. 머뭇거리며 위험에 빠질 찰나, 친구 탤리스의 급박한 외침에, 떠나려는 트럭을 간신히 잡아타고 진짜 니제르의 국경을 향해 가게 된다. 그가 멈출 뻔했던 곳은 진짜가 아닌 허상의 국경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사막 같은 인생을 잘 건너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실제가 아닌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허세 가득한 보초 때문에 머뭇거리며 붙잡혀 있지 않은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우리는 수 없는 국경과 보초를 마주하게 된다. 이별, 만남, 퇴직, 새로운 일, 투병, 새로운 공부 등이, 그 너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불안하기만 한 새로운 국경이다. 이 국경에서 내 마음속 보초는 이렇게 말한다. “과연 혼자 잘할 수 있겠니? 너무 이기적인 결정 아닐까? 이제 와서 새로운 일을? 그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냐? 여기까지인 거야!” 그 앞에서 머뭇거리다, 스스로 그어 버린 허상의 국경에 갇혀버리기엔 삶의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65세 임기종씨는 설악산 최후의 지게꾼이다. 마라토너가 꿈이었다. 아무리 뛰어도 숨이 가쁘지 않은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3일을 굶고 뛰니 별이 보였다. 16살 때부터 설악산에서 짐을 나르며 생활하다 첫눈에 반해 결혼한 아내는 지적장애인이다. 하나뿐인 아들은 심한 자폐를 가지고 태어났다. 여기까지구나 하고 포기할 법도 한데, 그때부터 임기종씨는 아들이 사는 시설과 다른 장애인 기관들에 기부를 시작했다. 동네 노인들 효도관광도 시켜드리고, 쌀과 라면도 정기적으로 갖다 드렸다. 이렇게 한 기부가 1억원이 넘는다. 그의 꿈은 시설에 있는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없는 분’들 도와주고, 소년소녀 가장들 장학금 주는 게 소원이시란다. 158cm 키에 60kg 작은 체구로 130kg짜리 냉장고까지 산으로 날랐던 임기종씨는, 설악산에서 차가 더는 못 들어가는 사인인 ‘여기까지’에서부터 빛나는 분이시다.     삶이 국경처럼 다가올 때, 멈추지 않고 이렇게 계속 나아가는 분들의 삶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인생이라는 그 사막길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허상의 국경에 붙들려, 여기까지인가 하며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찰리 표현으로, No 여기까지, Yes 이제부터다. 무엇이 우리를 붙들던, 허상의 국경에 멈춰 서지 않는, 호기심에 찬 여행자의 자세로 한 번 살아볼 일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니제르 국경 마음속 보초 설악산 최후

2022-03-02

[수필] 아버지와 백석의 시

“아버지는 눈 내리는 날   설악산의 품에 안기셨다   종일토록 내리는 함박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백석의 시를 떠올리고 눈 속에 가신   아버지를 추억한다”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라는 대한(大寒)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는 하루 종일 함박눈이 내렸다. 거실 창밖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꽃송이들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굵은 눈과 가루눈이 한데 어울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전후 좌우로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흰옷 입은 작은 천사들이 화려한 군무를 추는 듯 느껴졌다. 많은 눈이 소리 없이 내려와서 세상 소음을 덮어버리고 어지러운 지면을 흰 도화지처럼 깨끗하게 만들어 버렸다. LA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더욱 신비스러웠다. 내가 한국에 머무는 아파트는 산이 둘러 있어서 흰 눈에 덮인 나무들과 숲은 도심에서 보기 힘든 멋진 풍경이었다.     나는 그렇게 눈이 펑펑 오는 날에는 오래 전에 설악산 눈 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한다.   또한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오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중략)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이 시에는 아름답고 아팠던 시인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백석이 청년 시절 김영한이라는 미모의 기생과 사랑에 빠졌으나 집안의 반대로 결혼할 수 없게 되자 위의 시를 지어 주고 떠났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 기생은 후에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을 운영했는데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감명 받아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서 길상사가 되었다. 그때 대원각은 천억원이 넘었는데 그녀는 “그까짓 천억원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라고 했다. 길상사의 공덕 비 앞에는 위의 시가 새겨 있다.   일제 강점기 천재시인으로 알려진 백석은 시인들이 가장 사랑한 시인으로 동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가 가장 흠모했던 시인이라고 한다. 윤동주는 백석의 첫 시집인 ‘사슴’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그 시집 전체를 직접 필사했다고 전해진다.  백석이 윤동주만큼 우리에게 덜 알려진 것은 그가 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북쪽에 있는 함흥에서 교사로 있다가 해방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르고 긴 얼굴에 숱이 많고 약간 곱슬머리인 백석과 우리 아버지의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 닮았다. 뿐만 아니라 시에 나오는 내용 중에 우리 아버지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눈, 깊은 산, 세상을 피하려는 것’ 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비교적 큰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다가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서 사업에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후 사업에 전념하지 않으셨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홀로 산에 다니는 것을 즐기셨다. 한국의 산이란 산은 거의 다 다니셨다. 오랜 세월 산행을 하다 보니 거의 등산 전문가 수준에 이르셨다. 그런 아버지가 종내에는 산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67세 되시던 해 12월 말이었다. 며칠씩 소식 없이 산에서 늦으시는 경우가 허다했으므로 가족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연휴를 즐겼다. 그런데 경찰로부터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가 변을 당하신 거였다. 설악산 중턱 봉정암 못 미쳐 벼랑 아래서 산에 오르던 마을 주민이 눈 속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벼랑 위에 있는 얼음에 눈이 덮인 것을 모르고 방심하신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2월 30일에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서 설악산으로 떠나셨다. 연휴를 맞아 31일에 관광버스로 몰려든 등산객들이 새해 첫날 대청봉에 올라 해맞이를 할  테니 이들을 피해 하루 전 날인 섣달 그믐에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다. 날짜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다른 등산객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반대 코스를 잡으셨다. 만약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만 늦게 출발했거나 같은 방향을 택하셨더라면 사고 당시 사람들의 눈에 띄어 생명을 잃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오빠와 두 사위가 버스를 대절해서 밤길을 달려 아버지의 시신을 모셔왔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나도 죽을 뻔 했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설악산 가는 길은 좁은 비탈길에 눈마저 쌓여 버스가 다니기에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아버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눈 덮인 설악산의 설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황홀했어. 그 절경을 혼자 만끽하다가 좋아하는 산에서 행복하게 가신 것 같아” 하며 나를 위로했다.     가난한 백석은 눈이 푹푹 내리는 밤 아름다운 연인을 생각하며 홀로 술을 마신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자기들을 외면하는 세상을 피해서 단둘이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들어가서 오두막을 짓고 행복하게 사는 환상이다. 임과 함께라면 산골 오두막인들 어떠하리!     나는 오늘 같이 함박눈이 펄펄 날리는 날이면 설악산 등산을 갔다 살아 돌아오지 못하신 아버지가 몹시 그립다.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고 산에 그토록 다니셨던 것은 결국 사악한 세상에 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직 믿을 것은 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산을 안식처로 삼으셨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사심없이 반겨주는 산이 있기에 틈만 나면 달려 가시다가 끝내는 눈 내리는 날 설악산의 품에 안기셨다. 종일토록 내리는 함박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백석의 시를 떠올리고 눈 속에 가신 아버지를 추억한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아버지 백석 우리 아버지 설악산 등산 설악산 중턱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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