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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결혼, 진짜 가족 이야기로 선입견 벽 넘어

원작이 걸작인데 리메이크도 걸작이다. 아시안들의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그 중심에 한인들이 있고 영화를 만든 감독은 코리언 아메리칸이다.     아이덴티티의 세대 간 갈등을 주로 이야기하던 이전 한인 2세 감독들의 영화들과 사뭇 다르다. ‘웨딩 뱅큇(The Wedding Banquet)’은 성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퀴어들의 이야기다. 이제 한인들의 가정에도 성 정체성의 문제가 도래한 걸까.     2020년 ‘미나리’의 아이작 정 감독, 2023년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렌 송 감독에 이어 앤드류 안 감독이 메인스트림을 두드린다.     타이완 출신의 거장 앙 리 감독의 1993년 원작을 바탕으로, 두 LGBTQ 커플의 관계를 그린 영화 ‘웨딩 뱅큇’은 철저하게 즐거운 드라마 코미디다.     2005년 ‘브로우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던 앙 리 감독의 초기작 ‘웨딩 뱅큇’이 원작이다. 앙 리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안 감독으로 일찌감치 할리우드에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와호장룡’(2000), ‘색, 계’(2007)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93년 앙 리의 원작 ‘웨딩 뱅큇’이 개봉되었을 때는 동성애자들 사이에 유행했던 에이즈(AIDS)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영화에서 퀴어에 관한 표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미국은 동성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앤드류 안은 앙 리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중국인들의 이야기를 아시안의 이야기로 확장하고 장소도 뉴욕에서 시애틀로 옮겨온다. 그는 원작의 냉소주의를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로 진화시켰다. 예측불허의 코미디, 그러나 진한 감동이 있다. 빠른 진행, 현란한 익살에도 가볍지 않다.   영화는 ‘동성결혼이 가능한 시대에 왜 주인공들은 가짜로 이성 결혼을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유학생 민(한기찬)은 숨어 있는 게이다. 대기업을 운영하는 부유한 집안의 상속자다. 민은 동성애자 연인 크리스(보웬 양)와 동거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집에는 또 다른 동성애 커플 안젤라(켈리 매리 트란)와 리(릴리 글래드스톤)가 룸메이트로 함께 살고 있다.     민의 엄격한 할머니(윤여정)는 민과의 화상 통화를 통해 민이 이제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와 가업을 이어가라고 종용한다. 민의 학생 비자가 곧 만료된다. 크리스와 헤어지길 원치 않는 민은 고민에 차 있다.     민은 5년 차 보이프렌드 크리스에게 청혼한다. 할아버지가 알게 되면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릴 게 뻔하지만, 체류 문제를 해결하고 할머니가 자신의 귀국을 포기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러나 크리스는 민의 청혼을 거부한다. 예술가 크리스는 민을 사랑하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본질에서 거부한다. 그는 관계에 얽매이기를 원치 않는다. 사랑에서도 자유를 지향하는 그에게 결혼은 공포다.     레즈비언 커플 리와 안젤라는 아기를 원한다. 여러 번 인공 수정에 실패해 실의에 차 있는 이들은 체외수정을 시도하고 싶지만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크리스가 그의 청혼을 거부하자 민은 절박한 상황에서 두 커플, 네 사람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낸다. 민과 안젤라의 가짜 결혼! 민의 체류 문제를 해결하고 대신 민은 안젤라와 리의 체외수정 비용을 제공하기로 한다. 네 사람은 ‘거래’를 결정한다. 당장 미국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마음에 민은 할머니에게 애인이 생겼다며 약혼하겠다고 통보한다.   어느 날 갑자기 민의 여자친구를 보기 위해 시애틀에 도착한 할머니. 이에 당황한 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시간. 그들은 부리나케 서로의 방을 바꾸고 집안 내 게이와 레즈비언의 흔적을 치워야 한다.     할머니는 민의 ‘약혼녀’ 안젤라를 만나고 결혼식을 계획한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민의 계획을 알 리 없는 할머니는 성대한 결혼식, 그것도 한국 전통혼례식으로 치를 것을 고집한다. 민의 가짜 결혼 계획은 이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린다.     안젤라와 크리스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 모든 걸 다 터놓는 사이다. 두 사람이 함께 마신 데킬라 만큼이나 우정이 두텁다. 서로에게 베스트 프렌드인 이 둘은 성 정체성의 반대 지점에 있다. 두 친구는 서로의 고민에 데킬라 샷을 마구 들이키고 만취 상태에서 그날 밤을 한 침대에서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알몸으로 있는 서로의 모습에 놀란 두 사람이 황급히 옷을 주워 입는다. 코믹의 최고점, 폭소의 하이라이트인 장면이다.     영화를 끌고 나가는 주동력은 두 배우의 연기다. ‘위키드’의 스타 보웬 양이 전체를 이끌고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이는 트란이 깊이를 더한다.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으로 2023년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릴리 글래드스톤의 연기 역량이 십분발휘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베테랑 조앤 첸과 윤여정이 각기 안젤라의 어머니와 민의 할머니로 출연한다. 이들은 진보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듯 보이지만, 실은 고정 관념의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고정관념의 범위를 좀 더 넓혀 간다.     4명의 동성애 주인공들 사이에도 고정관념이 존재함을 드러낸다. 나와 다른 그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배경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고정관념의 영역임을 감독은 성 정체성의 문제를 대입해 표현해간다.     사회적 규범은 늘 강압적이다. 주변의 편견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가한다. 연인 간, 부모와 자식 간에 성 정체성의 문제가 들어서며 세대 간, 이성간, 동성 간의 갈등이 제각기 다르게 작동한다.     스토리는 일단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거짓말로 얽힌 두 커플과 그들 가족 간의 복잡한 스토리가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을까.     결혼은 어느 한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가족은 모든 것을 수용한다. 영화는 젊은 세대 동성애 문화의 한 단면을 통해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내면을 보게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가 동성 간의 결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성 정체성의 문제를 그들의 언어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웨딩 뱅큇’은 이 시대에 ‘퀴어란 누구인가’라는 이슈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서로의 숨기려는 부분을 숨겨주려는 따듯한 배려가 느껴지는 영화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선입견 이야기 가짜 결혼 아카데미 감독상 결혼식 그것

2025-04-09

아시안 신체 선입견 ‘피지컬 100’이 깼다

한국 리얼리티쇼인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이 한인 등 아시아계의 육체적 능력에 대한 인식을 뒤바꾸고 있다. 영국 BBC와 NBC뉴스는 피지컬 100의 인기를 전하며, 이 프로그램이 아시아계에 고정된 선입견을 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BC는 피지컬 100이 서구권이 아시아계의 신체를 바라보는 ‘선입견’을 뒤흔들었다(destabilize)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아시아계는 체격이 작고 육체적 능력도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다.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농구나 풋볼 경기 선수로 뛸 때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피지컬 100은 아시아계 역시 체력단련 등을 통해 육체적 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미국 내 남아시아계의 농구 사랑을 책으로 펴낸 스탠리 탕가라즈 작가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공헌은 (아시안을 향한) 인종과 능력에 대한 편견을 완벽히 뒤흔들었다는 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캘스테이트풀러턴 사회학과 크리스티나 신 교수는 “서구권에서 백인이나 흑인의 신체에 관심을 둘 때 아시아계는 관심 밖이거나 저평가를 받았다”면서 “이 프로그램은 인종과 상관없이 신체적 능력과 기술이 뛰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7일 BBC코리아도 “지난해 전체 넷플릭스 가입자의 60%가 한국 방송을 시청했다”며 피지컬 100 인기를 계기로 한국 리얼리티쇼가 차세대 K콘텐트로 부상할 가능성을 전했다.   한편 피지컬 100은 체격이 좋은 한국인 남녀 100명이 참가해 다양한 게임을 거쳐 최고의 신체를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쇼다. 1등에게는 상금 3억원이 주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차트에서 비영어권 방송 1위를 차지한 바 있고 미국과 영국에서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아시아계 선입견 아시아계 선입견 아시아계 신체 한국 리얼리티쇼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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