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행복통신문] 성폭력 인식의 달, 한인 사회의 과제
4월은 ‘성폭력 인식 및 예방의 달(Sexual Assault Awareness and Prevention Month)’이다. 이 달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알리며, 예방 활동을 장려하고 생존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폭력은 국경, 문화, 사회경제적 배경을 초월하는 세계적인 문제지만, 각 커뮤니티마다 고유의 어려움을 안고 있으며 한인 커뮤니티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투(#MeToo)’ 운동과 함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한국 문화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한 성폭력에 대한 낙인은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 많은 생존자들이 사회적 압박과 피해자 비난 문화 속에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KFAM)는 2010년부터 한인 커뮤니티 내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교적 가부장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 예방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지우는 경향이 짙다. 옷차림, 야간 만남, 모호한 신호 등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KFAM 핫라인에 전화한 한 성폭행 피해자는, 고민을 나눈 목회자로부터 “가해자들과 술을 마신 것이 문제였다”고 오히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 문화에서 성(sexuality)은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 피해는 곧 수치심으로 이어지며, 개인은 물론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KFAM은 지금까지 성폭력 생존자 520여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중 88%는 영어가 서툰 이들이다. 피해 유형은 가족 내 비(非)친밀 파트너에 의한 폭력이 11%, 직장·교회·학교 등에서의 지인에 의한 폭력이 39%, 낯선 이에 의한 폭력이 40%, 성매매 피해가 10%를 차지했다. 전체 피해자 중 70%가 종교를 통해 도움을 구하는 만큼, KFAM은 한인 목회자 및 교회들과 협력해 지금까지 2500명 이상의 한인 종교 지도자에게 성폭력 대응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 왔다. KFAM은 지역사회 리더들이 피해자를 도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인식을 제고할 뿐 아니라, 생존자를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피해자 비난 문화를 없애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문화를 조성하며, 법적 보호 강화를 위한 정책을 옹호하고, 남성들이 동반자로 나설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담론이 침묵과 오해 속에 갇혀 있다. 연예계나 정치권에서 불거진 고위급 사건들은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대중은 종종 가해자의 편에 서거나 피해자의 과거 이력이나 행실을 근거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의 보도 방식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위층 사건이 선정적으로 다뤄지거나 피해자의 ‘인격’에 초점이 맞춰질 때, 오히려 왜곡된 인식을 강화시킨다. 특히 여성의 행실에 따라 ‘무고한 피해자’와 ‘자초한 피해자’로 구분짓는 이분법적 시각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침묵하게 만든다. 성폭력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범죄다. 한인 커뮤니티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깨고 함께 나설 때, 보다 안전하고 지지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믿고, 비난이 아닌 공감으로 함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문화 조성과 법적 개혁, 가해자 책임 강화, 그리고 존중과 공감의 가치 확산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성폭력 없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지금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오는 4월 30일(수) ‘데님 데이(Denim Day)’에 청바지를 입고, 성폭력 생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자.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성폭력 인식 성폭력 인식 성폭력 생존자 성폭력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