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AI 인사이트] ChatGPT 출시 2년, 이젠 필수다

AI(인공지능)를 대표하는 ChatGPT가 나온지 2년 4개월이 지났다. 초기에 놀라운 세계적 반응과 동시에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화제가 되었던 ChatGPT는 2년여 기간 동안 어떤 발전을 해왔을까.   ChatGPT초기 모델은 문장 생성과 기본적인 질문 응답은 어느 정도 잘 수행했지만, 복잡한 문맥을 이해하거나 긴 대화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즉, 단순한 문장에 대해서는 괜찮았지만, 여러 문장에 걸친 의미 연결이나 추론이 어려웠다. 문장의 완성도도 기본적인 문법적 정확성을 유지했지만, 창의적인 작업(예: 시, 소설, 복잡한 문학적 표현)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채팅을 이어나가는 기본 기능에 있어서도 대화의 흐름이 어색하거나 중간에 문맥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화가 길어지면 이전에 했던 말들을 잊거나, 논리적인 연결이 끊어지기도 했다.     주로 문장 생성에만 집중한 모델로, 다른 작업에서는 제한적이어서 사무 일처리나 기술적인 질문에 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단순한 대화나 정보 취득은 가능했지만 실제 일에 사용하기에는 미흡했고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로 여겨졌고 여전히 AI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미래의 일이라 생각이 들게 했었다.   하지만 이후 ChatGPT는 새로운 버전들을 빠르게 내놓으며 세상을 계속 놀라게 하였다. 2년이란 짧은 시간에 발전한 최신 버전의 GPT-4는 초기 모델의 한계를 다 극복하고 긴 대화나 복잡한 문맥을 잘 이해하고, 여러 단계의 추론을 정확히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문맥을 기억하고 유지하는 능력도 향상되어 마치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 더 인간적인 반응을 할 수 있어 대화를 매우 자연스럽고 일관성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심지어 창의적인 문장을 생성하는 것도 월등히 발전하여 창작은 물론이며 다양한 스타일로 글을 쓸 수 있고,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내거나 특정 스타일을 흉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따라 쓰거나, 특정 장르에 맞게 글을 만드는 것, 상황에 맞춰 가정 적절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발전은 다양한 종류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 해결, 프로그램 코드 작성, 번역, 분석 작업 등을 더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게돼 실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게 되어 사용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평범한 문장을 사용해 “다음 수식을 풀어줘: 3x + 5 = 11”라고 하면 정확한 풀이를 제공하는 것부터, 자신의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이 코드에서 오류가 발생했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수정해 줄 수 있어?”라는 질문에 대한 디버깅도 가능하며, 데이터가 수록된 (엑셀)테이블을 입력한 후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신 GPT를 어떻게 사용해 AI의 혜택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는 비즈니스에서의 활용이다. 많은 기업들이 챗봇과 같은 고객 서비스, 마케팅, 이메일이나 보고서 작성 같은 문서 작성 등의 업무에 GPT를 활용해 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둘째는 교육에서의 활용이다. GPT는 학생들의 학습 보조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간단하게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설명을 받는 것부터 복잡한 자료 조사, 연구 논문 작성이나 요약, 아이디어 정리 등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다 대중적인 개인적인 활용이 있다. 일반 개인 사용자는 아이디어 생성, 창작 활동, 문서 작성, 언어 학습 등 다양한 용도로 GPT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문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GPT는 초기에는 AI 연구와 개발자들만 사용하던 기술이었으나, 현재는 일반 대중에게도 생산성을 높이는 매우 가성비 높고 실용적이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사용 분야는 비즈니스, 교육, 창작, 고객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확대되었으며, 대중들의 인식도 호기심에서 실용성 중심으로 변화했다. 김선호 / USC 컴퓨터 과학자AI 인사이트 출시 문장 생성 문서 작성 chatgpt초기 모델

2025-03-0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변하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와 소멸은 모든 만물의 법칙이다. 소멸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다. 생성과 소멸을 통해 인류는 진화하고 성장하고 존재한다.   생성(生成, Becoming)은 사물이 생겨나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사물을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적으로는 새롭게 출현하고 사라진다는 의미의 변화를 의미한다. 생성과 소멸이 거듭되며 변화하는 것 중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 그리스 철학이고 서양 철학의 시작이다.   최초의 철학자인 탈레스는 그것을 ‘물’이라 했고 데모크리스토스는 ‘원자’라고 했다. 플라톤은 ‘이데아(IDEA)라고 했는데 아이디어(Idea)라는 단어가 여기서 유래한다. 세상 만물을 그것이 그것으로 해주는 본질을 전지전능한 유일신으로 보는 것이 기독교 교리다.   ‘사람은 같은 강물에 몸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어록은 인생의 제한적인 유한성을 의미한다.   그 때 그시절 그 아름답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흐르던 강물에 두 발 담그고 손가락 걸며 사랑을 맹세했던, 새하얀 얼굴의 남학생은 어느 하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 지 알 길이 없다. 다시 만나면 서로 알아볼 수 없다 해도 가슴 속에 담았던 사랑의 언어들은 여전히 따스하고 유효하다.   강물은 평지에서는 천천히 흐르지만 구비를 돌고 돌며 속도를 내고 절벽을 만나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폭포 되어 갈갈이 부서져 흩어진다.   ‘죽어도 못한다’는 사람은 아직 안 죽어봐서 그런 소리를 한다. 죽는 것 빼고는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소멸이 아니라 소멸 뒤에 오는 캄캄한 어둠 속에 갇히는 공포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지켜본 플라톤은 육체는 언젠가 소멸하지만 영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죽으면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다음 세상이 결정되는데 선한 사람은 더 나은 환경에서, 악한 사람은 건강하지 못한 육체를 안고 살게 된다. 그는 ‘삶은 육체 안에 갇힌 영혼의 감금 생활이요, 죽음은 육체로부터 영혼의 해방이자 분리’라고 설명한다. 금욕과 절제로 영혼을 깨끗이 정화하면 육체에 감금 되지 않고 행복한 세상으로 옮겨 간다고 설명한다.     죽음을 기억하면, 생성과 소멸의 법칙에서 상처와 고뇌를 흘려보낼 수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내가 사는 방법이다. 사는 것이 두렵고 죽음의 공포가 땅거미로 밀려와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껴안고 치열하게 살 생각을 한다.   폭풍이 부는 날은 나무들도 가지를 꺾는다. 찬란했던 잎새들이 하나 둘 떠날 무렵 마지말 한 잎이 떨어질 때 나무는 마른 손 비비며 작은 신음 소리를 낸다.   뭉크의 ‘절규(The Scream)’처럼 죽음의 환상에 떨지 않고 살아있는 기쁨으로 내일을 다잡을 궁리를 한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여름의 꽁무니에서 아침 저녁으로 가을 냄새를 맡는다.   가을이 오면 오색 찬란한 단풍으로 물든 오솔길을 혼자서 걷고, 겨울엔 목화꽃처럼 펑펑 내리는 눈을 쓸어안고 가슴 적시는 시를 쓰리라. 억겁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노래하리라.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서양 철학 생성 becoming 감금 생활

2024-08-1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토네이도 안전 지대

그간 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 지역은 토네이도 안전 지대로 알려졌다.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도 아니고 산불로 인명과 재산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곳도 아니다. 그렇다고 플로리다처럼 여름과 가을에 허리케인이 올라오는 지역도 아니기에 지역 주민들은 비교적 자연 재해에 대해서 근심이 적다. 그나마 시카고와 일리노이에서 자연재해라고 한다면 폭풍과 토네이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짧은 기간 동안 무섭게 떨어지는 폭우와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풍, 겨울철 폭설 등은 자칫 생명과 재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재해가 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새 시카고 지역에서 토네이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기록상으로 보면 1990년 플레인필드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로 29명이 사망하고 350명이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당시 바람은 최고 풍속이 200마일 이상으로 측정됐는데 이는 일리노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로 기록됐다.     더 최근인 2021년 6월 20일에는 네이퍼빌과 우드리지, 다리엔에 토네이도가 발생했는데 당시 최대 풍속은 시속 165마일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후인 25일부터 이틀간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4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시카고에서는 2010년 6월 23일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토네이도 경보 사이렌이 발령돼 많은 주민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같은해 8월 9일에는 3시간 동안 7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는데 발생 지역에 한인들이 밀집한 시카고 북서부 서버브도 포함되는 등 2021년 여름은 유독 토네이도 발생이 잦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토네이도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칠 수 있는 부분은 발생 지역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토네이도는 걸프만 인근에서 많이 발생한다. 차가운 바람이 멕시코만을 중심으로 대륙 내부로 들어와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와 만나면서 폭풍을 만들고 폭풍 안에서 회전하는 바람을 생성해 토네이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따뜻한 대기는 습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불안정한 공기를 만들어내 토네이도 생성을 유발하는데 지역적으로 보면 캔사스가 주요 포인트가 된다. 즉 예전처럼 토네이도 발생 지역이 캔사스를 중심으로 한 평야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중서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남부지역까지 그 발생 범위가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토네이도가 할퀴고 지나간 피해 지역이 더 길어졌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토네이도의 피해 지역은 50마일을 넘지 않는다. 비교적 짧은 경로에 한해서 피해 지역이 발생하곤 하는데 전체 토네이도 중에서 50마일 이상을 지나가는 토네이도는 채 1%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미시시피주 롤링 포크 지역에 발생한 토네이도는 60마일 넘게 피해 지역을 유발했다.   2021년 12월10일 켄터키주를 비롯한 인근 3개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겨울철 토네이도로 충격을 줬지만 한편으로는 피해 지역이 무려 165마일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기억이 새롭다.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토네이도 발생 시즌이 더 빨라졌고 발생 기간 역시 더욱 길어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에는 네이퍼빌에서 한 건, 샴페인 카운티에서 한 건의 토네이도가 관측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서부에서 그것도 시카고와 가까운 서버브에서 2월에 토네이도가 발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토네이도는 연중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카고에서는 아직 낯설은 장면이다.     일리노이에는 연 평균 54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지난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통계를 바탕으로 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평균적으로 보면 3월에는 3개가 나타나지만 5월에는 15개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루 동안 다수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도 복수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일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작년과 같은 경우만 해도 7월24일 시카고 다운타운에 2개의 터치다운이 발생했고 네이퍼빌과 크레스트 힐에서도 같은날 각각 1개의 토네이도가 관측됐다. 4월30일에는 듀페이지 카운티 1개, 분 카운티에서는 2개의 토네이도가 나타났다.     미국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평균 1200개의 토네이도가 연중 발생하고 이중 500개는 바람의 세기가 시속 85마일에 달하는 EF-1 규모 이상으로 집계된다.     토네이도는 다른 자연 재해와 마찬가지로 인명 피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후 주민들이 겪어야 할 충격 역시 동반한다. 토네이도와 같은 충격적인 피해를 접하고 나면 무력감과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토네이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은 평소 날씨 뉴스를 수시로 접하는 것이다. 보통 토네이도와 같은 재해는 최소 30분 전에 경고 방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각 가정에 플래쉬 라이트나 여분의 배터리, 생수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다.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재해를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제 시카고도 토네이도 발생으로부터 완전하게 안전하다고 볼 수 없기에 관련 대비는 더욱 절실하다.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토네이도 토네이도 안전 토네이도 생성 토네이도 경보

2023-03-29

[인공지능개척시대] ‘AI-메이드’ 표기 시대 오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배움에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이 희소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책 도둑은 다른 도둑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면 글 도둑은 도둑인가. 책 도둑과 글 도둑은 말은 비슷해도 뜻이 전혀 다르다. 글 도둑은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행세하는 경우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글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돈을 벌고자 하는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글 도둑은 도둑이 맞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는 무서우리만큼 멋진 글을 써낸다.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달리2’와 같이 전문 화가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도 있다.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작품을 학습해서 이와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기존 인간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도둑질해 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작품을 학습하더니 이제 원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배워 창작해 내는 기술일 뿐이라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창작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사회적 혜택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성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기세다. 현행법상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성 인공지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생성 인공지능은 18세기 이후 제조업에 진행된 산업혁명과 비슷한 변화를 창작 산업에 가져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산업혁명 전까지 모든 이들이 사람이 직접 짠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공장 기계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옷을 입는다. 그 덕분에 질 좋은 옷을 훨씬 더 싼 가격에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든 옷도 남아 있다. 명품일수록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창작 산업의 광경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사람 대부분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작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창작물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낸 작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명품 옷에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표시처럼 ‘휴먼-메이드’라는 말이 작품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해서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제도를 고려해 봄 직하다. 미래에 창작물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굳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공장에서 만든 옷에 굳이 공장제라 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창작물을 보면 인간이 만들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타인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고서는 마치 직접 만든 것인 양 표시해서 이득을 얻고자 꾀할 수 있다. 이런 행태가 허용된다면 원작품을 만든 저작자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빼앗기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도둑질이 만연한다면 가파르게 성장해온 K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재능들이 산업을 떠나고, 성공적인 K문화의 입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창작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창작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 산업이 한층 더 도약하고 모두가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릴 길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인공지능개척시대 메이드 표기 창작 산업혁명 생성 인공지능 인공지능 덕분

2023-02-26

[기고] ‘AI-메이드’ 표기 시대 오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있다. 배움에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책을 훔쳤다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이 희소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도서관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쌓여 있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움을 장려하고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책 도둑은 다른 도둑과 달리 볼 여지가 있다.   그러면 글 도둑은 도둑인가. 책 도둑과 글 도둑은 말은 비슷해도 뜻이 전혀 다르다. 글 도둑은 남이 쓴 글을 가져와 마치 자신이 쓴 것인 양 행세하는 경우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의 글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돈을 벌고자 하는 심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글 도둑은 도둑이 맞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는 무서우리만큼 멋진 글을 써낸다.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달리2’와 같이 전문 화가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도 있다. 이러한 생성 인공지능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작품을 학습해서 이와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기존 인간 작가들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도둑질해 간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작품을 학습하더니 이제 원본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배워 창작해 내는 기술일 뿐이라 주장한다. 인공지능을 도구로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창작 활동의 기쁨을 누리고 창작물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는 사회적 혜택을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생성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기세다. 현행법상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생성 인공지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생성 인공지능은 18세기 이후 제조업에 진행된 산업혁명과 비슷한 변화를 창작 산업에 가져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산업혁명 전까지 모든 이들이 사람이 직접 짠 옷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는 공장 기계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생산된 옷을 입는다. 그 덕분에 질 좋은 옷을 훨씬 더 싼 가격에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직접 만든 옷도 남아 있다. 명품일수록 장인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창작 산업의 광경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사람 대부분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적으로 생성된 작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창작물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낸 작품도 남아 있을 것이다. 명품 옷에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표시처럼 ‘휴먼-메이드’라는 말이 작품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하는 동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간 창작물과 구별해서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제도를 고려해 봄 직하다. 미래에 창작물 대부분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성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 굳이 인공지능이 만들었다고 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공장에서 만든 옷에 굳이 공장제라 표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창작물을 보면 인간이 만들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니 누군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타인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고서는 마치 직접 만든 것인 양 표시해서 이득을 얻고자 꾀할 수 있다. 이런 행태가 허용된다면 원작품을 만든 저작자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빼앗기고, 창작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사라져 버린다. 이런 도둑질이 만연한다면 가파르게 성장해온 K문화산업을 이끌어 온 재능들이 산업을 떠나고, 성공적인 K문화의 입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창작 산업에 있어 근본적 변혁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창작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 산업이 한층 더 도약하고 모두가 더 풍요로운 문화를 누릴 길을 지혜롭게 찾아야 한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기고 메이드 표기 창작 산업혁명 생성 인공지능 인공지능 덕분

2023-02-24

[디지털 세상 읽기] 유튜브 자막

온라인 동영상에 붙는 자막은 공공장소에서, 혹은 몰래 보는 영상일 경우 소리를 끈 채 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사용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영상을 보다 폰의 볼륨을 0으로 줄이면 자동으로 자막이 등장하는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막 기능의 가장 중요한 사용자는 청각장애인들이다. 이들이 말이 들어간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막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자막을 누가 만드느냐다. 가장 좋은 건 영상 제작자, 즉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것이지만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이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튜브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자막 생성 기능을 개발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특히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 많은 일상의 대화나 유행어의 경우에 오류가 많다. 그래서 많이 사용하던 것이 커뮤니티 자막작업 기능이다. 채널의 팬 커뮤니티가 참여해 작업해 주는 방식으로, 기계보다 정확하게 문맥을 파악해 자막을 만든다. 그런데 유튜브는 이 기능을 없애버렸다. 누구나 자막을 작성할 수 있게 하자 이를 악용해 광고를 하거나 장난을 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청각장애인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기업의 결정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유튜브의 자막 편집기를 사용해서 직접 자막 작업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급증했다고 한다. 자막이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 장애, 학습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직장이나 수업시간에 몰래 영상을 보는 사람들까지 아주 많고 다양한 사람이 자막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유튜브 자막 유튜브 자막 커뮤니티 자막작업 자동자막 생성

2023-01-27

[이 아침에] 세 번째 쓰는 육아일기

‘배가 고팠나 보다. 볼이 터지라 젖을 빨던 아가가 그 힘든 일을 멈추고 빠안히 올려다 본다. 작은 눈동자. 그러나 깊고 맑은 호수 속에 내가 들어있다. 오늘은 이렇게 아가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내 아이 육아일기는 다분히 감상적이고 잔뜩 멋이 들어 갔었다. 이다음 아이가 크면, 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 키웠는지 보여주어야지 하는 과시욕도 없었다. 그저 첫아이 육아일기쯤은 써야지 멋진 엄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허세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덕분에 육아가 멋으로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름대로 그려 보았던 아기와 함께 지내는 환상이 깨지면서 겪었던 일들은 가슴 철렁 내려앉는 놀람과 기쁨의 반복이었고, 인간의 오감 칠정을 모두 느끼게 한 순간순간들이었다.   ‘정오쯤 응가를 했다. 오후 4시쯤 분유 12oz 먹었다. 엄마 젖을 짜서 냉장고에 넣어둔 것은 한 시간 후에 줘야겠다. 간식처럼.’   손자를 돌보며 썼던 두 번째 육아일기는 다소 사무적이고 보고 형식이다. 낮 동안 나와 함께 지낸 아기의 상태를 되도록 자세히 적어 퇴근 후 아기와 지낼 아들 내외에게 도움을 줄 요량이었다.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치-익 혈압계에 압축공기가 들어가는 소리로 아침이 시작된다. 어제는 정상이었는데 오늘은 약간 높은 수치다. 좀 더 세심한 주의를 해야겠다.’   세 번째 쓰는 육아일기 노트엔 온통 숫자뿐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혈압숫자. 맥박수. 복용하는 약들. 예닐곱 개가 되는 약을 먹어야 하는 시간. 눈뜨자마자 빈 속에 먹는 약. 식후에 먹는 약. 각각 다르다. 환자에게 주어야 할 약을 깜박 잊은 때가 종종 있어서 꼼꼼하게 시간을 기록한다. 24시간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다. 봄철이라 사방엔 꽃들이 만발한데 내 달력엔 병원 방문, 의사 방문으로 붉은색 마크가 만발해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썼던 육아일기가 한 생명이 생성하는 과정의 기록이라면 세 번째 쓰는 육아(환자)일기는 생성되었던 생명체가 소멸하여 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지난해 늦가을, 남편은 가슴을 열고 네 가지 심장수술을 받았다. 그중엔 꺼져가는 심장을 살린다는 ‘관상동맥 우회술’도 포함되어 있어서 꺼질 뻔한 생명은 살렸지만 10시간 가까운 긴 수술은 가만히 놔두어도 늙어가며 망가질 몸을 한꺼번에 망가뜨렸다.   멀쩡하게 잘 걷고, 산에도 오르던 다리가 한순간 무너졌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워커에 의지해서 힘겹게 발을 떼어 놓는다. 아기들이 워커에 의지해 걷기 시작하면 대견하고 기뻐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는데 그럴 수가 없다. 측은한 마음이 기쁨을 가로막는다.   생명의 생성 과정은 신비하고 경이롭다. 소멸의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 다만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왜냐하면, 내 생명의 소멸도 그와 같을 테니까.   그 소멸로 가는 과정이 더 힘들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무너진 모습이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 길었으면 한다. 최근자 / 수필가이 아침에 육아일기 육아일기 노트 아이 육아일기 생성 과정

2022-05-0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