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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관념·진리의 불변 vs 경험·변화 중시

'서양철학'은 사유(思惟)의 구조물이고, 관념과 진리의 불변을 주장한다면 '동양철학'은 경험과 현상 그리고 변화를 중시한다. 동양철학은 경험에서 출발하므로 논리학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서양철학은 사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관념론(觀念論)'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서양에는 신(神)을 중시하는 관념과 '신'은 늘 불생 불멸(不生不滅)한다는 '파르메니데스'의 사상을 근대 이전까지 주장했고, 동양은 인의예지(仁義禮智)와 같은 인간의 도덕성을 중시하는 경험과 태극(太極)이라는 음양(陰陽)의 조화로 변화를 추구했다. 즉, 공자와 맹자의 유교(儒敎)는 인간에게 있는 도덕적 자각 능력을 근본으로 하는 사상이고, 노자의 도교(道敎)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천상의 세계'로 연장하는 구조를 보인다. 그러므로 공자와 노자는 '경험'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파르메니데스는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변한다고 주장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서인 '서양철학사'에서 만일 기억을 지식의 원천으로 받아들인다면, 과거는 지금 정신에 그대로 나타나야 하므로 어떤 점에서 여전히 '과거의 그'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과거의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이나 기억이 사유에 떠오르는 것일 수밖에 없음을 들어서 파르메니데스의 논증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다. 즉, 그 존재가 남긴 사상이나 말은 변화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러셀은 대신 '실체의 불멸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일자(一者)'의 영원성으로 보고 있다.   '모더니즘(modernism)'은 교회의 권위 또는 봉건성을 비판하며,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널리 근대화를 지향하는 넓은 의미와 기계문명과 도회적 감각을 중시하는 현대풍을 추구하는 좁은 의미의 해석이 있다. 또한, 이성적 사유와 본질 및 '실체 관'을 근본으로 생각하는 사상 경향으로 20세기 서구 문학.예술상의 한 경향이고,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은 개성, 자율성, 다양성을 중시하면서 본질과 본성을 부정했다. 가령, '모더니즘'으로는 현상학의 본질이나 실존주의의 실존 등을 중시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서 설명하고 있는 본질(뿌리를 의미)보다는 개별 사물의 특성(줄기를 의미)을 강조하고, 리좀(Rhyzome, 줄기가 뿌리처럼 땅속으로 파고들어 두 사물의 구분이 사실상 모호해진 상태) 구조처럼 뿌리에서 뻗어 오른 나무보다는 상호 연계(네트워크)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나무는 뿌리라는 본질이 있지만, 리좀은 뿌리와 줄기가 얽혀있어서 본질이 없는 상태이다. 즉, '모더니즘'이 공자의 인(仁)의 본질 사상과 유사하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노자의 본질이 없는 유무상생(有無相生) 사상과 유사하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변화 경험 본질 사상 변화 중시 사상 경향

2025-04-07

[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도<道>는 신으로부터의 독립 선언

도(道)가 출현했다는 것은 신(神)으로부터 독립선언이다. 철학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인간이 인간인 것은 인간 자체에 있다"라고 했다. 즉, 인간의 존재 이유를 신의 명령이 아닌 인간 자체로 해석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인(仁)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므로 도(道)를 인간의 '내면성'으로부터 구했다. 그러나 노자는 '도'의 근거를 '자연'에서 찾았다. 즉,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질서'로 만드는 것이 노자의 꿈이었다. 공자와 노자는 둘 다 천명(天命)보다는 도(道)를 주장했다. 노자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을 주장했다. 유(有)는 눈에 보이는 영역이고, 무(無)는 시작점을 알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즉, 언제나 무(無)를 가지고는 세계의 오묘한 영역을 나타내려 하고, 언제나 유(有)를 가지고는 구체적으로 나타내려 한다. 유(有)와 무(無)의 긴장과 공존이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본질이나 본성을 긍정하지 않았다.     노자의 유무상생(有無相生)은 유와 무 사이의 경계에 서는 것으로, 만약 불안을 회피하고자 분명한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그 세계에 갇히게 된다. 모호함과 두려움이 있는 경계에 서서 양쪽을 모두 품을 때, 그것을 '통찰(洞察)'이라고 한다. 가령, 명(明)이란 한자는 해(日)와 달(月)을 동시에 포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고귀함은 비천함을 뿌리로 하고, 높음은 낮음을 기초로 한다. 즉, 서로가 상대성을 지니기에 서로 존재하는 것이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자의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이란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지니 가운데 지킴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광이불요(光而不曜)'는 빛나되 눈부시지 않다는 것이고, '화광동진(和光同塵)'은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들과 함께한다는 뜻이다. 즉, 옥처럼 고귀해지려고 하지 말고, 돌처럼 소박하라는 의미다. 그래야 적을 만들지 않고, 세상을 품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세상을 얻는 지혜의 '군주론'이다.   노자는 지인자지자지자명(知人者智自知者明)이라 했다. 이 말은 "남을 아는 사람은 슬기롭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밝다고 할 것"이라는 뜻이다. 즉,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롭다고 할 뿐이지만, 자신을 아는 자이여야 명철하다고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스의 현인 탈레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가 생각난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좋아했던 말이다. 공자는 '내가'보다 '우리가', '개별성'보다 '집단성'을 더 강조했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인(仁)으로 보고, 예(禮)로써 보편화하려 했으며, 집단의 '동일성'(사회의 규칙이나 규범을 준수함)을 강조하고, 그것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을 배척했다. 그러나 노자는 바람직하기는 하나 모두 똑같이 수행하는 틀에 박힌 사회보다는 각자가 바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더 강하다고 주장했다. 즉, 공자의 사상이 개인이 바라는 것을 버리고, 집단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을 취하는 것이라면, 노자는 그 반대의 개념을 주장했다.     노자의 사상은 '개별화'와 '자율화'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을 보는 것 같다. 노자의 사상은 유무상생(有無相生)의 관계를 중시하는 도(道)이며, 그 도는 텅 비어 있다고 했다. 즉, 본질이 없다는 것이다. 도충이용지(道沖而用之) 혹불영(或不盈) 연혜(淵兮) 사만물지종(似萬物之宗)은 도덕경에 있는 말로, 도(道)는 텅 비어 있으나, 그 작용(作用)함에 있어서는 괴이(怪異)하게도 넘치지 않는다. 깊고도 깊도다! 마치 만물(萬物)의 근원(根源)인 것 같구나. 즉, '도'라고 하는 것은 마치 텅 비어 있는 것과 같지만, 아무리 채우려고 하여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깊고도 넓으니, 이것이야말로 만물이 나오게 된 근원이며 절대세계(絶對世界)라는 것이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독립 선언 독립 선언 포스트모더니즘 사상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2025-03-31

[주식 이야기] 회복의 신호탄

주식시장은 지난주까지 2주 연속 하락하며 마무리했다. 3대 지수 나란히 6개월 최저치도 찍었다. 그중 나스닥과 S&P500은 4주 연속 하락한 주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에서는 각각 10.46%와 14.68% 폭락한 지점으로 추락했다. 공식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반면 12월 3일 사상 최고치에서 9.78% 떨어지는데 그친 다우지수만 근소한 차이로 공식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지 않았다. 조정이란 사상 최고치에서 10%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지난주 7개월 최저치로 추락했다. 5년 만에 최악의 주를 기록했다. 하락 폭은 10.83%에 달했다. 나머지 매그니피선트7의 상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락 모멘텀은 두드러졌다. 그런데도 3대 지수는 14일 폭등과 17일 강세로 상황을 호전시켰다. 4주 만에 이틀 연속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회복의 신호탄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아직 상황을 역전시키기에 시기상조임을 암시하듯 18일 장은 바로 약세로 꺾인 후 19일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요동침은 또다시 반복됐다. 실패한 반등 즉 데드캣 바운스로 끝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 역시 커졌다.   장은 수도 없이 위태로운 상태를 거친 후 회복하기 마련이다.  사상 최고치 역시 셀 수 없이 갈아 치우는 게 정상이다. 3대 지수는 지난 2년간 그야말로 폭등의 폭등을 거듭해왔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작년 12월 초와 중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에 비해 S&P500은 12월 초, 1월 말 그리고  불과 4주 전인 2월 19일까지 추가로 두 번이나 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후 무너졌다.   소형주 인덱스인 러셀 2000지수는 지난 13일 10개월 최저치로 추락했다. 작년 11월 25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대비 19.5% 초토화된 지점으로 내리 꽂혔다. 매그니피선트 7을 비롯한 초대형 기술주만이 아닌 중소형 주식의 상태도 이미 심각하게 곪아 터져 있음을 제대로 드러냈다.   올해 금리 인하가 두 번 있을 거라는 내러티브는 바뀌지 않고 2주째 유지되고 있다. 공격적인 관세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그리고 인플레이션 악화는 경기침체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간간이 전해오는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관련 소식들은 투자심리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금리 변경에 신중하겠다는 파월 의장의 입장 역시  투자심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 금값은 이미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5.6% 폭등했다. 한 투자사는 온스당 3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치를 높였다. 반면 투자사들은 올해 S&P500 목표치를 동결하거나 하향 조정시켰다. 대표적으로 야데니 리서치는 2025년 S&P500 목표치를 기존의 7000포인트에서 6400포인트로 8.5%나 낮췄다. 그런데도 여전히 18일 종가기준 대비 14% 높은 수치다.     이미 기정사실화된 19일 금리동결과 파월의장의 발언 속에서 투자심리는 가닥을 잡을 것이다.  회복의 발판이 마련되느냐 아니면 하락 모멘텀이 재개되는가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것이다. 현시점에서 투자심리를 진정시키고 저가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바겐 헌팅’이 극대화될 수 있는 내러티브가 무엇일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문의:[email protected]  김재환/아티스 캐피탈 대표주식 이야기 신호탄 회복 사상 최고치 중순 사상 연일 사상

2025-03-19

[필향만리] 無欲速 無見小利 (무욕속 무견소리)

제자 자하가 거보의 읍재(읍장)가 되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속히 하려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말라. 속히 하려 들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챙기려 들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 ‘욕속부달(欲速不達)’, 즉 ‘서둘면 오히려 이루지 못한다’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서둘러 법을 집행하면 당장의 악행은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지만 마음, 사상, 이념 등의 통일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   진시황도 문자, 도량형, 수레바퀴 등을 법으로 통일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사분오열된 이념과 사상은 법으로 통일할 수 없었다. 이에, 모든 통일을 자기 시대에 완성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분서갱유(焚書坑儒:사상을 담은 책을 태우고 학자를 죽여 버림)’라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양극화와 비타협이 극심한 우리의 현실도 서둘러 해결하려 들다가는 자칫 유혈사태를 부를 수 있다.   대선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아! ‘꼭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으로 서두르지 말고, ‘내가 안 해도 좋으니 제발 바르게 하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국민을 감화시켜라. 그게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당신 또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마음 사상 문자 도량형 제자 자하

2025-03-19

[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규범 vs 자발성, 세상 보는 관점차

도가(道家)에 대해서 살펴보자. 춘추시대에 태동한 제자백가 중의 하나로 노자가 창시했다고는 하나 노자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유가(儒家)와 도가는 차이가 있다. 유가는 예의범절과 사회규범을 확립함으로써 혼탁한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지만, 도가는 유가처럼 선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기준이 있으면 차별을 하게 되고, 나아가 권력이 되고 폭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즉, 세상의 이치를 상대적인 관점으로 보자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사회의 규범을 타파하고, 백성이 자발성을 가지고 삶을 누려야 국가가 더 부강해진다고 했다.     도가에 따르면, 만물은 도(道)로 인해, 무에서 유로 다시 무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실체가 없는 것이고, 도는 그 모든 생성과 변화의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도가 사상을 이데아와 같은 실체를 지니지 않는 일종의 현상학이라고 한다. 노자는 이 도를 무와 동일시했는데, 이는 유의 가능성을 내포하여 유무상생(有無相生)의 도라 했다. 그 도는 스스로 그러한 것. 즉, 자연으로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무위(無爲)사상이 나온다. 노자 사상을 오해하는 부분은 자연을 벗 삼으라고 해서, 숲속에 들어가 원시인처럼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이란,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인 도를 파악하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도를 도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유무(有無) 관계로 이루어진 도란 것은 항상 운동과 변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가 생긴 이유이다.     도가는 정치철학이다. 가령, '도덕경'이 오랫동안 제왕학의 교본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자가 말한 무위(無爲)라는 것은 백성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책을 읽고 만들어진 백성은 유위(有爲)라는 것이다. 즉, 폭군이 있다면 목숨 걸고 충언하는 것이 유가의 가르침이라면, 도가에서는 인위적인 것은 철저히 배제해야 하므로 일단, 폭군과 함께 행동하여 그를 길들인 후, 그로 하여금 스스로 폭정을 하지 못하도록 움직이라고 가르친다. 이런 점에서 도가와 유가는 서로 반목한다.     노자는 '무위'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려는 마음(욕망) 자체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유가가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정치라면, 도가에서는 그런 철학이 없다. 노자는 천지(天地)가 인간을 딱히 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도가의 성인(聖人)은 그러한 '자연'을 본받아 백성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성인은 심(心)을 초월했기 때문에 세계와 주변 상황을 자기 마음속에 있는 특정한 틀이나 고정관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즉, 그대로의 세상을 직시하면서 변화무쌍한 세상에 대응하면서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도가는 권모술수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예로 노자는 '무위'를 통하여 다스리지 못할 것이 없다. 즉, 백성에게 어떤 욕망이나 깨달음을 주지 않으면, 그들에게 어떤 방향성이 생기지 않고, 항상 그들을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우민화 정책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해석은 법가(法家)의 '한비자'에 영향을 미치고, 법가를 숭상한 진시황은 백성의 배움은 죄악을 낳고, 책과 선비들이 죄악을 부추긴다고 생각해서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끔찍한 사태를 낳고 만다. 이 점에서 도가는 고도의 정치철학이라 볼 수 있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자발성 관점차 자발성 세상 노자 사상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2025-03-03

커버드CA 가입자 사상 최다…180만명 돌파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 거래소인 커버드 캘리포니아(Covered California)의 가입자가 등록 마감을 한 달여 앞두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KTLA뉴스에 따르면, 현재 커버드 캘리포니아 가입자 수는 18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신규 가입자는 14만3686명이며, 기존 가입 중 갱신한 주민은 160만 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가입자의 약 절반(6만8095명)은 LA,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너디노 카운티 거주자로 확인됐다.   올해 보험료가 전년 대비 약 10% 인상됐음에도 많은 주민이 가입했다. 커버드 캘리포니아 측은 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의약품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의료계 임금 인상 등을 꼽았다. 내년 보험료는 약 7.9%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정부의 보험료 보조금을 통해 보험료 부담을 줄였다. 다만, 보조금 수혜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가입자들은 보험료 인상분을 전액 부담해야 했다.   제시카 알트먼커버드 캘리포니아 디렉터는 “소득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며 “무보험자들은 커버드 캘리포니아에 가입해서 건강을 지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커버드 캘리포니아 등록 마감일은 2025년 1월 31일까지다. 결혼, 출산, 퇴사, 이사와 같이 생활에 중요한 변화가 있으면 특별히 가입할 수 있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가입자 사상 가입자 사상 신규 가입자 건강보험 가입

2024-12-23

어떤 영화와도 비슷하지 않다…올해 최대 화제작

2024년 발표된 영화 중 ‘화제성’ 측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영화가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라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보스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매우 특이한 스토리가 일단 주목을 끈다.     오늘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자크 오디아르가 보리스 라존의 2018년 소설을 각색, 연출한 이 영화는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아노라’와 황금종려상을 놓고 끝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그랑프리)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역사상 최초로 출연 여배우 4명이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공동 수상하며 커다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스페인 출신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칸영화제 사상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한 트랜스젠더 배우로 기록되며 영화제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프랑스의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인 ‘에밀리아 페레스’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 성격을 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전체 2등에 해당하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2025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국제장편영화상 등의 주요 부문에 무난히 후보로 선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색인종에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는 어느 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대부 마니타스 델 몬테(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로부터 의외의 제안을 받는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여성이 되길 원했다며 비밀리에 성전환 수술을 해줄 의사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마니타스는 어릴 때부터 여성이 되길 꿈꿔왔다. 그러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 때문에 그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웠고, 마약 카르텔의 보스로 발돋움하여 아름다운 여인 제시(셀레나 고메스)와 결혼,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왔다. 리타는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마니타스의 제의를 수락한다. 그러나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다. 제시와 아이들이 마니타스가 죽은 거로 믿게 하고 그의 수술에 대해 절대 알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리타는 수술을 마친 마니타스가 가족을 떠나 ‘에밀리아 페레스’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그녀)의 삶을 새롭게 세팅하는 한편 제시와 아이들을 스위스로 이주시키는 데 성공한다.       여성이 된 에밀리아. 4년 후 거리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전단을 나눠주고 있는 어느 한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가족과 재회하길 원하는 그녀는 다시 리타를 찾아와 새로운 제안을 한다.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두 여성은 곧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에밀리아는 과거 남성 시절 휘둘렸던 폭력을 회개하고 리타의 도움으로 카르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성전환 수술 전 카를로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스페인의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연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영화에서 성전환 수술 이전 두려움의 대상이던 카르텔 두목 마니타스와 여성의 성전환 이후의 부드러운 여인 에밀리아를 모두 연기한다. 여성이 된 후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면서도 그녀가 무서운 범죄 조직의 보스였다는 사실이 수시로 상기된다. 이처럼 극명하게 상반된 1인 2역을 소화해낸 가스콘의 연기는 극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진정 영화를 살리는 건 조 샐다나의 연기다. 대중의 관심이 가스콘에게 몰리는 동안, 평단은 이 영화에서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인 샐다나의 연기를 더 높이 평가했다. 그녀가 연기하는 리타는 마니타스와 에밀리아에 비해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다나는 춤과 노래를 가미한 매혹적 퍼포먼스로 리타라는 캐릭터와 작품 전체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   가수 생활을 접고 연기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셀레나 고메스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진일보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가스콘이나 샐다나처럼 스페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그녀는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2개의 장면에서 노래를 불러 씬스틸러로 부상한다.   ‘에밀리아 페레스’는 오디아르 감독의 야심작임에 틀림없다. 한 작품 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다 보니 스토리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마저 있다. 남편이 사라진 후 제시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영화는 느닷없이 멜로드라마로 전환된다. 한 편의 영화가 되기에 충분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드라마, 그러나 불필요한 서브플롯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는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으며 그 어떤 영화와도 유사하지 않다. 오디아르 감독은 복잡하고 강렬한 서사에 뮤지컬의 아름다움을 매끄럽게 조화시켰다. 범죄 스릴러에 감동이 있고, 음악의 서정에 분노가 있다. 비극적 주제, 그러나 희극적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이 관객을 설득하는 이유는 뮤지컬 형식을 매끄럽게 차용한 연출 역량과 스토리의 맥락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음악 때문이다.   프랑스 가수 카밀이 작곡한 음악은 오페라 발라드부터 댄스, 팝, 힙합 등 모든 장르를 포괄적 그리고 산발적으로 활용한다. 리타는 자신을 차별대우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리타의 캐릭터를 더욱 적절히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건 대사보다 내면에 잠재한 갈등, 사회에 대한 불만과 비판 의식을 담아 부르는 그녀의 노래다.     ‘에밀리아 페레스’는 복잡한 스토리, 대담한 시도들과 그 독창성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았던 오디아르 감독의 강렬하고 거친 성향의 연출 스타일을 이해한다면 관객의 양극화된 반응은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의 2015년작 ‘디판’은 종종 최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소환된다.   기이한 뮤지컬, 범죄 스릴러, 페미니즘 영화, 로맨스, 코미디 등의 다양한 방식에 마지막 3장은 폭력 가득한 누아르 풍으로 전개된다. 시종 관객을 압도하는 흥미진진함과 예측불허로 갈수록 몰입도가 극대화되어 간다.     ‘에밀리아 페레스’의 중심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 날이 서 있다. 영화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통해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의 관행과 부조리를 맹렬하게 비웃는다.   김 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화제작 영화 칸영화제 사상 여우조연상 국제장편영화상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2024-11-13

[문화산책] 시인 도산, 좋은 인간 도산

매해 11월 9일은 ‘도산 안창호의 날’이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을 기리기 위해, 생일인 11월 9일을 가주 기념일로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날을 무심하게 그냥 지나치곤 한다. 그런 날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도 적지 않다.   민족 지도자, 독립운동가, 교육자 도산 선생은 우리 민족과 미주 한인 사회의 큰 정신적 스승이시다. 선생께서는 가주에서 민족 지도자로 활동하며, 대한인국민회 창립 등 한인 사회 기틀을 다지셨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 좋은 어른, 좋은 남편, 좋은 부모로서의 도산이 솔선수범 보여준 인간적 면모를 새롭게 인식하고 배우는 일이다. 방향을 잃고 허둥대는 오늘의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 삶의 바른 길잡이로 삼아야 할 덕목이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산은 좋은 시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도산이 지은 창가(唱歌) 작품은 거국가, 점진가, 흥사단 입단가, 격검가 등 25편이 전해지는데, 이 창가들은 선구적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우리 시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문학사적 의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평가다.     문학평론가 이형권 교수는 시인 도산을 이렇게 평가한다. “도산의 창가는 그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애국 계몽기 혹은 근대계몽기였던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도 밀접히 관련을 맺는다. 그의 창가 작품은 당대의 문단 상황에 견주어볼 때 상당한 수준을 확보한 것이었다. 그는 명민한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역사의식 혹은 시대 감각을 노래한 선구적 시인이었다.”   이처럼 도산은 구한말의 신지식인으로서의 지적인 능력과 시대 감각, 출중한 연설 능력에 더해 시인으로서의 창작 능력도 갖춘 인물이었다. 또한, ‘애국가’ 가사도 도산의 작품이라는 설이 아직도 유효하다. ‘애국가’의 원작자이든 아니든 도산은 ‘애국가’가 오늘날의 가사로 정착되는 데에는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산은 창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많은 작품을 창작했고, 독립협회와 신민회에서 활동하면서 애국계몽사상을 전파하는 매개로 창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창가가 지니는 강한 호소력과 동화력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노랫말도 뛰어나지만, 더 소중하고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인간 도산의 삶 밑바닥에 진하게 깔려있는 시정신이다. 그 시정신의 바탕은 사랑의 마음이다. 도산의 편지 몇 구절만 읽어보면 바로 실감할 수 있다. 부인과 아들,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절절한 사랑과 시심(詩心)이 가득하다. 그가 얼마나 정이 많고 자상한 사람인지 느껴져 옷깃을 여미게 된다.     눈물 나는 구절도 많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나라 위한 일을 하느라 가족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하는 구절, “식구들의 사진이라도 보내어 주시오”라는 부탁,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집에 다니어 오려고 하는데 그때에 힘없는 남편이라고 괄시나 하지 마소서”라는 당부의 말, 맏아들에게는 아비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딸들에게는 화초에 물 잘 주라고 이르는 자상함 등등, 참으로 애틋한 시인의 마음이다.   도산 사상의 바탕은 사랑이다. 넓게 보면 도산의 치열한 독립운동의 바탕을 이루는 것도 겨레 사랑, 사람 사랑으로 뭉쳐진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 혜련, (…) 사랑 이것이 인생의 밟아나갈 최고 진리입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은 인류 간의 화평에서 나오고 화평은 사랑에서 나는 때문입니다.” -도산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문학평론가 이형권 교수(충남대)의 논문 ‘도산 안창호 창가의 문학사적 의미’를 참조하기 바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도산 도산 안창호 교육자 도산 도산 사상

2024-11-07

LA 온 강경화<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한국 프로그램 많이 만들겠다

지난 4월 아시아소사이어티(Asia Society)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강경화 전 한국 외교부장관을 환영하는 모임이 26일 LA에서 열렸다.     1956년에 설립된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지구촌 교류와 아시아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 세계 16개 지부 사무실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38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강 회장은 아시아소사이어티 사상 최초의 한인 여성 회장으로 기록됐다. 그는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정외과를 거쳐 매사추세츠 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UN에서 한국 대표부 공사 참사관 등으로 10년 동안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오찬으로 열린 이번 모임은 3플러스로지스틱스의 김영석 대표가 주최했으며 미셸 스틸 연방하원의원,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 단 리 액티브USA 회장, 강창근 엣지마인 회장, 바니 리 한미은행장 등 20여명의 한인 리더들이 참가했다.     미셸 스틸 의원은 이날 모임에서 “연방의회 활동을 하면서 아직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는데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영석 대표는 “강 전 장관의 역사 깊은 아시아소사이어티 수장 취임을 한인사회와 함께 축하하며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건다”며 “LA 한인사회도 오늘 모임을 계기로 아시아소사이어티와 더 많은 교류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강경화 회장은 “아직 아시아소사이어티 내 한국을 연구하고 알리는 프로그램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LA 동포 여러분들의 지지와 관심을 바탕으로 더 많은 한국 연구와 홍보를 해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미국 내 여전히 일본보다 경제, 외교, 문화적으로 한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공감하고 강 회장의 활발한 활동을 당부하기도 했다. 글·사진=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아시아소사이어티 강경화 아시아소사이어티 수장 아시아소사이어티 사상 강경화 회장

2024-08-26

도시가 죽인 ‘경아’ 커다란 사회적 반향 일으켜

어니언스의 ‘편지’, 양희은의 ‘내 님의 사랑은’, 한대수의 ‘물 좀 주소’가 가장 인기 있는 노래로 각광받던 해, 육영수 여사가 암살당한 ‘8.15 저격사건’으로 대변되는 1974년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   70년대 한국영화계는 창조성 결여로 60년대의 부흥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70년대 시대적 상황을 통속적으로 그려낸 영화 ‘별들의 고향’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별들의 고향’의 개봉을 계기로 침체기를 끝내고 다시 대중들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검열관인 아버지 덕에 신필림에 입사, 신상옥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이장호는 1973년 어린 시절 친구이며 서울고 동창인 소설가 최인호를 찾아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신문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을 영화화하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그의 천재성과 돌파력은 이듬해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영화 ‘별들의 고향’을 탄생시킨다.   ‘별들의 고향’은 시간순으로 이어지지 않고 화가 문오(신성일)가 호스티스 경아(안은숙)를 만나면서 경아의 과거 남자들(윤일봉, 하용수, 백일섭)과의 관계를 플래시 백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비연대기적 진행 방식은 당시 영화계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경아는 남자들에게 무척 의존적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는 4명의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며 버림받고 자학과 술로 세월을 보낸다. 눈 내리는 어느 날, 산속을 헤매다 수면제를 먹고 눈밭에 쓰러져 영원한 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경아의 불행은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사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를 죽게 한 건 4명의 남자들이었지만 어쩌면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 작가 최인호는 ‘도시가 죽이는 여자의 이야기’로 자신의 소설을 표현했다. 경아는 작가의 말대로 남성적 문화, 남성적 폭력성을 상징하는 도시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영화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장희), ‘나는 19살이에요’(윤시내) 등의 노래들이 삽입되어 빅히트를 기록했고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영화 음악만을 따로 모아 독립 앨범으로 출시했다. 이후 OST 앨범 붐이 일기 시작했다.   ‘별들의 고향’ 이후 젊은 여성의 삶을 다루는 영화들이 대거 발표됐다. 그 흐름은 ‘영자의 전성시대’(1975), ‘겨울여자’(1977)로 이어졌다. 그리고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효시가 되어 1980년대 ‘애마부인’이 등장하는 시기까지 지속됐다.     비운의 여주인공 경아 역에 아역배우 출신 안인숙이 본격적인 성인 연기를 시도하며 16년 연상의 수퍼스타 신성일과 알몸을 드러내는 베드신을 촬영, 노출 연기를 꺼리던 당시 영화계에 가히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반향 사회 사회적 반향 한국영화 사상 사회 구조

2024-07-03

여름여행 지출 2216억불 사상 최고

  올여름 여행 관련 지출 규모가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전문회사 알리안츠파트너스가 최근 발표한 16회 미국 연례 휴가신뢰지수(VCI)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올여름 휴가에서 지출하게 될 여행 관련 총 경비가 2216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1017억 달러보다 118% 급증한 수치로 지난해 2140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2000억 달러를 상회한 것이다.   여행 경비는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593억 달러까지 급락했으나 보복 여행 수요 폭발에 따라 2021년 1537억 달러로 159%가 급증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940억 달러로 2000억 달러에 육박한 바 있다.     결국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 비해 4년간 여행 경비 지출 규모가 274% 폭증한 셈이다.   가구당 지출 여름 휴가 경비 역시 평균 2843달러를 기록해 2019년 2037달러보다는 40%,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888달러보다는 51%가 늘어났다. 〈그래프 참조〉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2019년, 2021년(2122달러), 2022년(2644달러), 2023년(2830달러)에 이어 5번째로 2000달러를 상회했다.   여행을 계획한 소비자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1%에서 2024년 61%로 49% 늘어난 데다 인플레이션이 여행 경비 지출액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규정한 휴가란 집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장소로 최소 1주일 이상 떠나는 여행을 말하는 것으로 10년 전인 2014년 총 여행지출액 988만 달러, 가구당 경비 1895달러에 비해서는 올해 각각 124%, 50% 증가했다.   알리안츠파트너스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담당 다니엘 듀라조 디렉터는 “올여름 휴가 여행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경비 급등이 소비자들의 휴가 계획에 차질 등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알리안츠파트너스가 전국여론조사업체 입소스 퍼블릭 어페어스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20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다. 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여름여행 지출 가구당 지출 지출 규모 사상 최고치

2024-05-27

작년 합계출산율 1.62명…사상 최저

작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5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1.62명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193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베이비붐 시대였던 1960~1970년도에는 합계출산율이 3명에 달했다. 이후 2007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성들이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겪으며 출산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미래와 집값, 학자금 대출 등의 비용 부담으로 출산율이 낮아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출생아 수는 1979년 이후 가장 적었다. 1년간 359만 명이 태어났는데 2022년 366만 명보다 2% 감소했다.   아시안의 출산율은 여성 1000명당 47.7명으로 전 인종 중 가장 낮았다. 전년도 49.4명보다도 감소했다. 백인(53.1→51.6명), 흑인(56.1→53.5명) 등 다른 인종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40~44세 여성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출산율이 감소했다. 35~39세 여성은 1000명당 55.3명에서 54.7명으로, 20~24세 여성은 61.5명에서 55.4명으로 줄었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는 잠정 수치이며 올해 하반기 발표될 최종 데이터는 소폭 조정될 수 있다. 이하은 기자합계출산율 사상 작년 합계출산율 감소 추세 여성 1000명당

2024-04-25

[문화산책] 생명 사상과 여성시대

매해 3월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지나쳐버렸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뜻깊은 기념일로,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일 년에 하루만이라도 부당한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들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뜻을 담은 날인 모양이다.   왜 여성의 날만 있냐고 투덜대는 남성들을 위해 ‘세계 남성의 날’도 있다. 11월19일이란다. 1990년대에 시작된 이 날은 유엔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은 아니지만, 영국을 포함해 약 80개국에서 기념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참 아찔하다. 우리 인류가 인류의 절반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짓을 그토록 오래도록 태연스럽게 저질러왔다니….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여성시대가 환하게 열리고 있다.   나는 그동안 “인류의 미래는 여성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예술계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미 상당 부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요지의 글을 여러 번 썼다. 주로 미술계를 중심으로 그런 생각을 밝혀왔다.   “여자들에게 잘 보여서 편하게 살자는 잔꾀 아니냐!”라고 비아냥거리는 분도 더러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럴만한 사상적 근거와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말이다. 당장 오늘의 현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한국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만 열거해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올해 가을에 열릴 제15회 광주 비엔날레 초대작가 선정에 대한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의 말을 들어본다.   “비엔날레는 미술관 전시와 달리 지금의 현대미술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생존 작가로만 구성했다. 내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가졌는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요소를 가졌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 여성 작가가 43명으로 절반 이상인데, 일부러 성비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현대미술에서 그만큼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많은 선각 지식인들이 여성시대를 예견하고 주장했는데, 김지하 시인도 대표적인 사람 중의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바람에 ‘배신자’로 낙인찍혀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여성에 대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김 시인은 현 시대정신이 “여성에 의한 여성적 세계”라며 “부드럽고 너그럽고 따뜻한 것 아니면 사람 살기 힘들다”고 설파하고 모성(母性), 살림, 모심, 섬김 등의 개념을 강조했다.   김지하의 이런 생각은 동학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학은 여성을 ‘개벽의 실천적 주체’로 존중하며,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최고의 ‘모심’을 강조한다.   “해월 선생은 미래의 주체로서 어린이를 한울님으로 존중하여 때리지 못하게, 억압하지 못하게 엄중히 말리고 배 속의 아이마저 한울님이라 했으며, 여성을 개벽의 실천적 주체로 보고 여성 주부들의 살림과 수련원칙인 내칙(內則), 내수도문(內修道文)을 동학 실천의 제1 원칙으로까지 들어 올리셨습니다.”-김지하 시인의 강연 중에서   여성 예술가의 힘을 믿고 기대를 거는 핵심적 근거는 생명 사상, 즉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살림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예술의 본질과 바로 맞닿아 있다. 실제로 대가들의 많은 작품에는 이와 같은 생명 사랑이 바탕에 진하게 깔려 있다. 그래서 감동적인 것이다.   “저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자연스럽고 훌륭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고흐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한 구절이다. 이런 근본적 깨달음이 우리를 감동으로 적시는 진솔한 그림을 탄생시킨 핵심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여성시대 생명 여성 예술가 생명 사상 여성적 세계

2024-04-11

11억불 메가밀리언 뉴저지주서 당첨자

미국에서 역대 5번째로 많은 금액인 11억3000만 달러 잭팟의 주인공이 뉴저지에서 나왔다.   메가밀리언스는 지난 26일 실시된 추첨 결과 뉴저지에서 당첨자 1명 나왔다고 발표했다.     당첨 번호는 7, 11, 22, 29, 38, 골드 메가볼 4번이다.   메가밀리언스는 아직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당첨금은 전액을 29년으로 분할해 연금처럼 받거나 한 번에 현금(5억3750만 달러)으로 받을 수 있다.     이번 메가밀리언스 당첨금은 메가밀리언스 역대 5번째, 미국 복권 사상 역대 8번째로 큰 금액이다. 메가밀리언스는 지난해 12월 8일 이후 30번 연속 1등 담첨자가 나오지 않아 상금이 계속 누적됐다.   ‘파워볼’과 함께 양대 복권으로 꼽히는 메가 밀리언스는 1∼70 사이 숫자 5개와 1∼25 가운데 숫자 1개를 맞춰야 한다. 45개 주와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판매되며 일주일에 두 번 추첨한다. 역대 최고 상금은 지난해 플로리다주에서 나온 16억 달러다.     미국 복권 사상 최대 당첨금은 2022년 11월 파워볼 복권에서 나온 20억4000만 달러다.   한편 파워볼도 올해 들어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당첨금이 8억65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메가밀리언 당첨자 메가밀리언 당첨자 파워볼 복권 복권 사상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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