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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에 미쳤다” 16년간 만화로 알린 백인

“이순신은 세계적 영웅이다.”   파란눈의 백인 만화가 온리 콤판(Onrie Kompan)은 이순신에 미친 사람이다.     지난 16년간 이순신을 알리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출판사도, 유통망도 없었지만 직접 만화책을 만들어 전국을 돌면서 한 권씩 팔았다. 그 결과 120개 이상의 컨벤션에서 수많은 독자들과 만났고, 그가 그린 ‘이순신(Yi Soon Shin)’ 시리즈는 지금까지 25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일리노이 출신 콤판이 이순신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2004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었다.       비록 드라마를 통해서였지만 그때부터 그는 이순신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후 이순신의 생애를 연구하면서 그를 세계적인 영웅으로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콤판은 이순신을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자 했다. 그의 만화에서 이순신은 끈기의 화신이다. 그는 “이순신은 수많은 난관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 이야기가 절망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콤판은 지난 2015년 한국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그는 “희망이 안보이는 상황에서도 이순신이 끝까지 싸웠듯, 한국의 청소년들도 삶을 포기해서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방문을 계기로 그의 관심은 이순신을 넘어 위안부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당시 출판사의 제안으로 그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에 동참했고, 서울 ‘평화의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렀다.     그는 “일본군에 의해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끝까지 싸우는 모습이 이순신과 다를 바 없다”며 “그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알려져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이순신이 지금 있었다면, 분명 이들과 함께 싸웠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신을 만화로 그리기 위해 그는 철저하게 연구했다. 그는 2년 동안 난중일기, 임진장초, 징비록 등 임진왜란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자료를 조사했다.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여러 전장을 답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순천향대학교 정병웅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한국 육군.해군 관계자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군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했다”며 “그 덕분에 만화 속 해전 장면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한국 역사를 주제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그를 외면했다. 미국 만화 시장에서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생소했다. 콤판은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이순신처럼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어떠한 어려움이든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는 신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순신’ 시리즈는 마지막 두 편을 남겨두고 있다. 이순신을 단순한 한국의 영웅이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역사적 인물로 만들겠다는 게 콤판의 목표다. 그는 “이순신은 세계적 영웅이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쟁사가 아니다. 절망적인 환경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 “죽기를 각오한 자는 살 것이요, 살기를 원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는 “이순신은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으로만 보면 이길 수 없는 전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순신은 싸웠고 결국은 승리했다”며 “나도 이 싸움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콤판의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순신을 전 세계에 전하기 위해. 강한길 기자사나이 이순신 사나이 이순신 이순신 장군 한국 역사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위안부 onrie kompan 코믹북 만화 난중일기 임진왜란 학익진

2025-03-16

[글마당] 파란 셔츠의 사나이

“가방 찾았어요?”     내가 파란 셔츠의 사나이에게 물었다.   “아니, 나흘 후에 배달해 준다는데. 글쎄, 약속대로 가져다줄지 모르겠어요.”   “내 가방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네. 대신 승무원이 갈아입으라고 이 티셔츠 줬어요.”   맞은편에 앉은 그의 부인이 말했다. 덩치가 큰 여자라서 작은 내 옷을 빌려줄 수도 없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또 보자며 식당을 나갔다.   리버(river) 크루즈 탄 후 이틀이 지나자 190명 승객은 이미 친구를 만든 듯 모여 앉아 식사했다. 8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바다 크루즈는 극장, 수영장 등 많은 오락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리버 크루즈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락이라고는 라운지에 모여 배가 지나는 마을을 내다보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 부부는 밥 먹을 때만은 옆 사람과 영어로 말하고 싶지 않아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식당에 들어가곤 했다. 빈자리 끝에 앉아 둘만 조용히 밥 먹다 보니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그들도 아시아인 우리와 어울려 봤자 답답해서 모처럼 쉬려는 즐거운 여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크루즈를 타고 3일째 되던 날, 식당의 한가한 식탁 귀퉁이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한 의자 건너에 앉은 덩치 큰 파란 셔츠 입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비행기를 놓쳐서 방금 배에 탔어요.”     “아니 어쩌다 배 떠난 지 3일째 되는 오늘에서야 탈 수 있었어요?”   간절히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그의 표정을 보자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갈아타는 비행기를 두 번이나 놓쳐서 하루는 호텔에서 자고 하루는 비행장에서 잤어요. 비행장에서 기다리다 가방도 찾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배를 쫓아오다 보니 인제야.”   그렇게 힘들게 와서도 배를 잡아탄 것만도 행운이라는 듯 밝은 표정이다.   강 크루즈길래 택시를 타고 쫓아 올 수 있었지, 바다 크루즈였다면 여행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사람들도 갈아타고 오느라 24시간이 걸렸다는 둥 말들이 많다. 대부분 대서양을 건너온 승객 중 가장 가까운 곳 뉴욕에서 출발한 우리 부부는 7시간 만에 암스테르담에 왔다. 아침 일찍 공항에서 크루즈 직원이 픽업해줘서 브런치 먹고 투어까지 하고 들어왔는데.     세계 곳곳으로 가는 비행기가 뜰 수 있는 뉴욕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부부는 항상 19x14x9인치 케리온백과 백팩만 가지고 여행한다. 겨울 여행할 때는 많은 옷을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불편함도 있지만 두꺼운 옷은 껴입고 무조건 케리온백으로만 여행한다. 그동안 가방을 찾지 못해 당장 갈아입을 옷을 사러 다니는 승객들을 몇몇 보았기 때문이다.     파란 셔츠의 사나이가 배를 탄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두꺼운 옷이 없어 투어를 나가지 못하는 그를 내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겠어요.”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지’라는 그의 말이 내 머리에서 뱅뱅 돌며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불평불만 늘어놓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느긋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도 강 건너 언덕 위 허물어져 가는 중세 성채를 바라보며 철학자처럼 사색하는 척해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사나이 셔츠 바다 크루즈 리버 크루즈 크루즈 직원

2023-01-13

[우리말 바루기] ‘두껍다’와 ‘굵다’

처음엔 만화잡지의 조연으로 시작했지만 엄청난 존재감으로 주연을 꿰찬 사나이 뽀빠이.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발휘하는 그의 상징은 단연 팔뚝이다.   지금도 뽀빠이의 팔뚝은 자주 비유의 대상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표현이 있다. “뽀빠이도 울고 갈 배우 마동석의 두꺼운 팔뚝이 화제다” “뽀빠이 뺨치는 엄청난 두께의 팔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처럼 얘기하는 것은 어색하다. 탄탄하게 근육이 잡힌 팔뚝을 뽀빠이에 빗대 설명할 때 ‘두껍다’ ‘두께’ 같은 단어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굵은 팔뚝” “엄청난 굵기의 팔뚝”으로 표현해야 자연스럽다.   일상생활에서 ‘두껍다’와 ‘굵다’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얇다’와 ‘가늘다’도 마찬가지다. “얇은 허벅지”는 “가는 허벅지”라고 해야 바르다. 팔다리나 몸통은 굵거나 가늘다고 표현해야 한다.   ‘두껍다’와 ‘얇다’는 책·종이·천·철판·널빤지·담장·벽 등과 같은 부피가 있는 물체의 앞뒤나 위아래 면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두꺼운 도화지” “얇은 마스크”처럼 사용한다.   ‘굵다’와 ‘가늘다’는 길쭉한 물체의 둘레나 지름이 어떤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물체의 지름이 보통의 경우를 넘어 길 때는 굵다, 보통의 경우에 미치지 못하고 짧을 때는 가늘다고 한다. 나뭇가지·기둥·끈·면발 등에 쓰인다.   사람의 외모를 묘사할 때 머리카락·목·허리·손가락·팔목·팔뚝·허벅지·종아리·발목 등에는 형용사 ‘굵다’나 ‘가늘다’가 어울린다. 입술·뱃살·살갗은 ‘두껍다’나 ‘얇다’로 표현할 수 있다.사나이 뽀빠이 배우 마동석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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