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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에게 주는 선물

나에게 선물을 준다 / 값 비싼 시계도 아니고 / 버켓리스트 여행 티켓도 아니다 / 모두 환호하는 money도 아니다 //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언덕 / 그곳에 피어난 들꽃, 그 이야기 / 서쪽으로 가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 / 미시간호수의 출렁이는 파도, 그 소리 / 바람에 눕는 풀들의 춤사위 / 시간마다 그림을 그리는 하늘, / 구름의 사연을 모은 선물 // 잘 한 것도, 수고한 것도 없는 나에게 / 부끄럽지 말라고 가장 찾기 쉬운 것으로 / 움직이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 깨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 두 손 모아 내게 주는 선물 //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 위로 / 쏟아지는 햇살과, 어둠 밝히는 별빛 노래 / 세상 하나 밖에 없는 날 빚은 당신 것으로 / 오늘이라 일컫는 동안 내내 / 당신이 만든 것들을 모아 감히 /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오랜 시간 살다 보니 관심 없던 나에게도 애정이 간다. 살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다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이 살았다. 주어진 환경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냥 잘 적응하며 살아왔다. “No!”라는 반응을 자제하며 살았던 시간 때문에 손해를 볼지언정 손가락질 당하지 않았음을 감사하며 살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알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매일 삶에 붙들려 살아 가다 보니 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동이 트고 아침이 오면 일어나 일터로 나가고 저녁이 되면 갔던 길을 되 돌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봄길 가로수에 꽃이 피는 줄도 몰랐다. 노을이 붉게 물드는 언덕을 지나치면서도 노을이 지고 밤이 온다는 사실조차 무심히 지나치며 살아왔다. 눈물이 메말라 그다지 울고 싶은 날도 없었다.   나를 알아가기에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내 안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사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나 내게 처한 환경이 살아 가는데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요소이려니 생각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진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는 과연 생각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알려고 했던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늘 상대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단체와 조직에 대하여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내가 상대를 대하는 가장 중요한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조직과 단체의 한 멤버로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알려고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한 발자국 떨어져 나의 말이나 행동, 생각하는 사고의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과 걸어야 할 길이 되리라는 생각에 의심 없이 동의 하면서도 말이다.    누구도 인생을 단거리 경주에 비유하지 않는다. 인생은 먼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편편한 인생길 만이 아니라 높은 언덕을 오를 때도 있고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올 때도 있다. 시원한 그늘을 지날 때도 있지만 뙤약볕에 온몸이 달아올라 숨이 턱밑에 멈출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내가 원하고 바라던 길을 가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원치 않는 길을 힘들게 가고 있다면 다시 생각하고 길의 방향을 다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나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매일 매일의 삶이 특별한 시간이고 소중한 선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주고 싶다. 그 선물이 손에 잡히는 물질적인 선물이 아님을 먼저 이야기 하고 싶다. 그 동안 수고했으니 건강을 위해 골프장 멤버쉽 카드를 건네거나, 버켓리스트인 유럽여행 비행기표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바닷가 근사한 식당에서 프라임 비프나 랍스터를 와인과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보라. 특별한 행복을 즐긴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을 나의 모습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그 특별한 선물들을 때마다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시인, 화가)    누구에게 감사의 표시로, 격려와 칭찬의 의미를 담아 주는 것을 선물이라고 한다. 그동안 잘 달려 온, 잘 견디어 온,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지난 해부터 나는 내게 줄 선물을 챙기고 있다. 나에게 주는 선물은 신기하게도 나에게 속한 것들이 아니었다. 나를 지으신 당신에게 속한 것들이었다. 마중물 같은 한 바가지의 물이었다. 호수(Michigan Lake)와 숲(Natural Preserve Park)과 들꽃, 하늘과 구름, 풀을 누이는 바람이었다. 사랑과, 기대와, 꿈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것들 이었다. 시들해진 하루는 시간마다 풍경마다 살아나고 있다. 쉼의 진정한 의미는 나의 짐을 내려놓음에 있지 않을까? 어디에서든 어떤 시간에서든 불편한 나를 풀어 쉼으로, 내려놓음으로 가져갈 선물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내 주변 가까운 곳에 있다.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선물 시간 때문 유럽여행 비행기표 버켓리스트 여행

2024-06-24

[이 아침에] 양로병원에서 만난 어머니

‘5월 양로병원 3주간 대면 면회 허용.’ 기사를 본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기 외국인 격리 해제 발표가 난 후 한국행 비행기 탑승객이 폭증했다지만 엄마를 직접 뵙는 것이 한국방문 첫 목적인 나에겐 적용이 되지 않았다. 언제 시기가 오나 기다리던 중이라 망설임 없이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93세 친정엄마,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면회가 끊어진 지 오래 되었다. 자매들 카톡방에서 창문을 통한 면회나 화상 통화 캡처 장면으로 엄마의 근황은 접했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못 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수시로 몰려왔다.     꿈을 꾸는 것처럼 한국 도착 첫날과 돌아오는 날 엄마와의 대면이 두 번 이루어졌다. 병원에서 엄마의 기억력이 제일 좋다는 간호사의 말을 전해 들었지만 첫 만남에서는 긴가민가 눈만 끔뻑이셨다. “엄마, 나 연희. 미국에서 엄마 보러 왔어.” 잠시 나에게 눈을 고정시키더니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셨다. 그리고 “우예왔노? 고맙다”를 연발하셨다. 엄마 앞에서 울지 않을 거야, 마음먹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실버타운, 양로병원 그리고 봉안당까지 갖춘 이 병원은 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철저히 지켰다. 대면은 두 명만 가능하고, 대면자는 즉석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후 비닐로 머리부터 발까지 온몸을 휘감은 채 병실로 안내됐다. 그래도 엄마 얼굴을 만지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원이 없을 만큼 기뻤다. 엄마 미국 와서 함께 여행했을 때의 일, 우리가 영국 살 때 유럽 여행 갔던 일 등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냈더니 대부분 알아들으시는 것 같았다. 멀리 살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작은 추억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엄마 뵌 이틀 외에는 양가 가족들을 찾았다. 같은 한국에 살아도 함께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 형제자매들, 자손들 그리고 그 자손들을 만났다.     이 분주한 만남의 틈새에 10년 만에 다시 뭉친 네 자매 부부 8명이 동해안으로 사흘 여행을 다녀왔다. 눈 코 입 귀 우리의 감각기관이 활발하게 작동한 순간들, 코로나로 멈췄던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갔다. 각자의 카메라에 담은 추억이 카톡방에 올라오고, 사진 속에서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외국인 입국시 격리가 해제되고 양로병원 대면 면회가 허용되었어도 한국 역시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른 아침 형부 따라 집 근처 산을 올랐는데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니 아침 체조하는 그룹이 있어서 합류했는데 그들도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했다. 산에 좋은 공기 마시러 온 거 아니냐며 나는 과감하게 마스크를 벗었는데, 한국에서의 코로나 검사 결과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던 것 같다.     한국 도착하자마자 한국 연락처인 언니 전화로 ‘한국 도착 하루 이내로 보건소 가서 코로나 검사하라’는 텍스트가 왔다. 그런데 한국 코로나 테스트 한 번 받고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쩌면 세상에 그렇게 코 깊숙이 찔러대는지, 다음날까지 콧속이 얼얼했다. 가장 자극적인 추억이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양로병원 어머니 한국행 비행기표 양로병원 대면 실버타운 양로병원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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