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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 살이] ‘양복입은 거지’의 느린 여행

포틀랜드 공항에 착륙해 게이트를 나오면, 코끝에 촉촉한 공기가 스며든다. 사실 랜딩하기 전, 비행기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는 오리건의 초록 숲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곤 한다. 우리 동네 공항만의 푹신한 카펫바닥을 밟으며 걸어 나오다 문을 열면, 깊은 들숨이 저절로 쉬어진다. 그 첫 숨을 들이마실 때 느껴지는 공기는 때때로 내 뇌까지 시원하게 해주곤 한다.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지친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겨울의 포틀랜드는 쉬이 마르지 않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랑비를 뚫고 집으로 가는 길, 이끼 옷을 두른 나무들이 줄지어 선 모습을 보며 나는 ‘집’을 실감한다. 어떤 이는 이곳을 ‘우울의 바다에 익사할 수도 있는 곳’이라 말하지만, 해가 드문 오리건의 가을과 겨울은 침잠하고자 하는 은둔자나 먼길을 떠나온 외톨이 회계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피난처다.   회계사에게 이삼월은 잔인한 달이다. 하루 종일 세금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말 안 듣는 클라이언트에게 영수증과 자료를 받아내려 노트북 하나 들고 미국 전역을 날아다녀야 한다. 이메일과 업무용 메신저가 발달한 지금도, 자료를 내놓지 않는 고객을 붙들고 하루 종일 씨름해야 재무제표를 완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나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겨울, 부모님께 손자를 보여드릴 겸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 내 네트워크를 정리하고, 세금 보고 시즌을 맞아 포틀랜드로 돌아와 로컬 업무를 소화했다.   숨 가쁘게 일을 처리한 뒤, LA에서 쪽잠을 청하고 오랜 클라이언트가 있는 뉴욕으로 향했다. 비행은 대개 새벽 편을 이용해 기내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날 오전에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일을 마무리한다.     누군가는 이를 ‘글로벌 인재’라고 놀릴지도 모르지만, 정작 나는 ‘양복 입은 거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욕심이 생겨 뉴욕에서 곧장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비행 일정을 바꿨다.에펠탑 옆에서 커피와 빵 한 조각을 집어서는, 소아시아로 건너가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2천년 고도를 찾았다.     저렴한 한인 호스텔에 몸을 뉘이고 이틀 동안 잠시 랩탑을 꺼두었다. 동로마 시대에 지어진 성당에서 동행 없이 공간을 음미하고, 정처없이 거리를 걷다가 노점에서 산 고등어 케밥을 물고 계단에 앉아있으면, 느려진 시간이 옆에 있음을 느낀다.   그제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8시간도 어쩌면 사람이 하루에 일하기에는 벅찬 시간일지도 모른다.’   삼시 세 끼를 먹은 다음에는 소화할 시간이 있어야 하고, 일을 마친 다음에는 가족과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떨 시간도 있어야 하고, 함께 사는 고양이 똥도 치우고, 아내에게 예쁨 받으려면 가끔 밥도 해야 하고, 적어도 뒷마당에 잡초는 내가 뽑을 수 있어야 하며, 친한 친구와 만나거나 전화라도 해서 안부를 묻는 한편, 일주일에 한 번쯤은 보드게임을 하고, 주말에는 동네 연주자들과 시답잖은 연주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것들을 다하고서는 매일 30분 정도는 동네를 걸으며 모든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사색을 할 시간도 있어야 한다. 밥 먹고 16시간을 일한 뒤 곯아떨어진다고 해서 우리의 몸이 쉼에 대한 욕구를 잊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를 떠올려 본다. 공과금을 내기 위해 부모님은 은행까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셨었고, 멀리 있는 이에게는 편지로 안부를 묻곤 했으며,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로 컴퓨터를 부팅하려면 1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는데 그 기다림 속의 사색과 잡생각이 뇌를 식혀주기도 했을 것이다.     세상은 너무나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뇌가 고요함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나머지, 공항을 잃어버린 비행기처럼, 우리는 찰나의 빈 시간이 생기면 불안해하며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쉼이 있는 삶이어야 한다. 남들보다 느려도 괜찮고,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차선을 바꿔가며 분주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 종착지는 내 몸을 뉘일 관 하나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부유(富有)는 시간을 느리게 가지며, 순간순간의 과업이 아닌 ‘나’ 를 오롯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유건 / 회계사오리건 살이 양복입 여행 포틀랜드 공항 비행기 창문 동네 연주자들

2025-04-03

[삶과 믿음] 다시 하늘길이 열리기를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앉아 멀리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몇 분마다 한 번씩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개 비행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나는 그 비행기가 뉴왁 공항으로 향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때때로 비행기가 서쪽에서 동남쪽으로 날아갈 때는, JFK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아닐지 추측하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비행기는 전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 어떤 비행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미루어 뉴저지 인근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수없이 나는 비행기를 보며 여행을 꿈꾸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인 나는 공항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요즘의 아이티 상황을 떠올리며 몹시 슬퍼진다. 불과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갱들의 위험이 있음에도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었던 나라,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나라의 수도가 이제는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이동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3조는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또한, 그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올 권리도 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수많은 정치적 이유로 이러한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아이티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제적 무관심에 이어 치안 불안으로 상용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동의 자유는 누구든지 여권이 있고 형편만 되면 비행기 표를 구매하여 입국 심사를 거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보편적인 자유는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 사회적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거나 돌아갈 수 없다. 갱단의 폭력으로 수도가 마비 지경에 이른 아이티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아이티에서도 한동안 많은 사람이 여권을 만들기 위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하였다. 현재는 갱단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멈춰 있지만, 여권을 발급해 주는 관청 앞에는 온종일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이 있으면 어떻게든 나라를 떠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두세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발급 비용을 감수하고 여권을 신청하는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만연한 갱단 폭력과 공권력의 부실한 대응 탓에 더욱 심각한 혼란에 빠진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공항은 마비되고, 국경은 굳게 닫혀 있다.   수도 포토프린스의 따바에 위치한 하우스오브호프 고아원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다. 매일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커다란 바퀴가 땅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손에 잡힐 듯 머리 위를 지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제 아이티의 하늘은 텅 빈 채로 침묵으로 가득 차 비행기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서쪽 하늘을 끊임없이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아이티에도 다시 하늘길이 열려 아이티 사람들도 자유롭게 세상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립된 나라가 다시 열린 세상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티행 비행기가 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날이 속히 와서 그곳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만나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꿈을 나누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하늘길이 아이티행 비행기 하늘길이 열리기 번씩 비행기

2025-03-27

비행기 못 태운 반려견, 공항 화장실서 익사시킨 여성 체포

플로리다 중부 지역의 한 여성이 올랜도 국제공항 화장실에 반려견을 유기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올랜도 경찰국이 공개한 체포 진술서에 따르면, 2024년 12월 16일 앨리슨 로렌스(Alison Lawrence)는 백색 미니어처 슈나우저 ‘타이윈(Tywinn)’과 함께 콜롬비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 그러나 필요한 서류가 갖춰지지 않아 반려견을 탑승시킬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공항 CCTV 영상에는 그녀가 15분가량 항공사 직원들과 이야기한 후 반려견과 함께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고, 이후 개 없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한 직원이 여성 화장실에서 많은 양의 물과 개 사료를 닦고 있는 로렌스를 목격했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로렌스는 화장실 칸에서 나와 가방을 챙겨 떠났고, 이후 해당 직원이 쓰레기통에서 강아지의 액세서리와 함께 시신이 담긴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강아지 목줄에 적힌 연락처와 마이크로칩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로렌스를 추적했다. 수의학 검사 결과, 타이윈은 익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렌스는 최근 레이크카운티에서 체포됐으며, 5,000달러 보석금을 내고 현재는 석방된 상태다. 그녀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가중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AI 생성 기사비행기 화장실 여성 화장실 공항 화장실 여성 체포

2025-03-24

[열린광장]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코리아, 코리아, 코리아라고 혼자서 되 뇌어 볼 때면 가슴에 어떤 울림을 느낍니다. 나의 조국, 내 민족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짚신과 고무신, 갓 쓰고 지팡이 짚어야 출입을 했고, 지게지고 5일 장 마당에서 보리밥에 막걸리 마시고, 호롱 불 켜고 새끼 꼬고, 이웃 집 닭 잡아 서리 하던 눈 오는 고향 마을….  일본 식민지, 8.15 해방, 6.25 사변, 4.19 학생 혁명, 5.16 군사 정변으로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견뎌내고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김포 공항에서 댈러스까지 거리가 1만1000km 정도 랍니다. 우리 한국 척수로는 2만8000리나 되니 참 먼길을 왔습니다. 금수저 입에 물지 않은 내가 1972년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 손에 쉰 건 당시 100달러 뿐이었습니다.     백인이 대다수인 이곳에 노스웨스트 항공 비행기표 넉 장을 3년 월부로 끊어 겁없이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을 거처 본토에 덜렁 내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땅에 와서 처음 울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1972년 4월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LA에 취항한다고 해서 비행기 시간에 맞춰 LA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공항의 서쪽, 임페리얼 하이웨이 길 철조망 옆에 우두커니 서서 조국 방향 하늘을 쳐다보다가 대한항공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하는 것을 보고, 목놓아 울어 본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  울었던 기억은 1979년 10월26일 아침이었습니다. 출근을 했는데, 루스라는 회사 동료가 하는 말이 “어제 너희 나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다”면서 무슨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저는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민족의 지도자들이 피살, 자살,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얼마나 많이 듣고 살아왔는데…. 사무실에서 가방을 놓는데, 자꾸 눈물이 나와 한 두 시간 일을 하다가 일찍 퇴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은 이념적 갈등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어 참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국민소득도 3만5000달러를 넘기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이 곧 세계 5대 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1등을 하는 분야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동족 간의 싸움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에 중국을 대국이라고 섬기던 때가 있었고, 일본에게 삼천리 강산을 통째 넘겨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감격스러운 해방을 맞는가 싶더니 남한과 북한이 딱 갈라져 75년을 살고 있는 현실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분단 국가로 남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60년대 말, 나라의 되어져 가는 환경 가운데 나 같은 사람이 꾸는 꿈은 자리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떠날 수만 있으면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던 내 나라였습니다.     꾸던 꿈은 산 같이 높고 커서 제 능력으로는 오르고 넘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 때부터 쉽게 그 산을 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너무 가여워서 일이 술술 풀리게 하여 주신 것을 지금 깨닫습니다.   손주들은 너무 자랑스럽게 각 분야에서 뛰어나게 공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올해 한국을 홀로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집 사람이 가르쳐 준 가사의 전 부분을 다 외우지 못하여서 기억나는 데로 가끔 혼자서 흥얼거려 보던 ‘홀로 아리랑’을 같이 나눕니다.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아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 보자.’ 변성수 / 교도소 사역 목사열린광장 대한항공 비행기 코리아 코리아 정치 지도자들

2025-01-28

[문예마당] 첫눈

무엇이든 처음이 있다. ‘첫’자가 들어가는 말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첫사랑, 첫걸음, 첫눈 등… 11월 끝자락, LA로 돌아오기 이틀 전 한국에는 첫눈이 내렸다.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이 새하얀 눈꽃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야말로 설국이다. 야외 원탁 위에는 50cm가량의 눈이 쌓였다. 눈 구경하기 힘든 LA에 살다 보니 신기 했다.   너무 예뻐서 보고 또 보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했다. “난 아침부터 창밖만 보고 있어. 넌 떠나기 전에 흰 눈을 선물 받은 것 같구나. 실컷 보고 가라.”     나도 흥분해서 대꾸했다. “너무 환상적이야. 이렇게 많은 눈을 보기는 생전 처음이야.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사진 찍느라고 난리가 났어.”     낮에 아파트 바로 앞 세브란스 병원에 정규 검진을 받으려 가는데 보니 마침 점심시간인지라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눈 위에서 포즈를 취하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첫눈이 11월에 내린 117년 만의 폭설이라 하니 한국에 사는 사람들조차 신기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눈은 그날 하루 종일 내렸다.   떠나기 하루 전 날 아침 친정 언니네 집에 가려고 밖에 나오니 눈이 무릎까지 쌓였다. 길도 나지 않았다. 셔틀버스도 안 다녔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남편은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구순에 가까운 언니를 이번에 못 보면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꼭 보러 가야했다.     다른 출입구로 가보니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어서 겨우 그 발자국을 따라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동백역까지 갔다. 역사 안은 사람들로 꽉 차서 오도 가도 못할 지경이었다. 지하철을 연결해 주는 경전철을 잠깐 타야 하는데 눈으로 인해 지연돼서 2시간씩이나 기다린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언니를 만나고 집에 오는 길도 험난했다. 이번 눈은 축축하고 무거운 습설(濕雪)이라 눈이 쌓인 곳은 괜찮지만 사람들이 다닌 길은 녹은 후 얼어서 외줄타기 하듯 힘들었다. 집에 거의 다 와서 긴장이 풀어져 방심했는지 꽈당 넘어졌다. 다행히 수북이 쌓인 눈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집에서 걱정스레 기다리던 남편에게 말했다. “나 살아서 돌아왔어요.”   일본 교토로 놀러간 사촌 동생이 눈 때문에 예정보다 이틀 후에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내일 비행기가 뜨려나?” 밤에 잠이 안 왔다.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들이 뜨지 못한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눈은 그쳤지만 안심이 안 되어 오전 내내 항공사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를 못했다. 문의 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점심때쯤 항공사로부터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휴~ 한숨 놓았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너 출국날짜 기막히게 잡은 것 같다. 내 동생은 어제 싱가폴 간다고 비행기 탄 후에 이륙을 못해서 15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해.”   쌓인 눈의 하중을 견디다 못하고 결국 나무들이 꺾이고. 전신주가 쓰러지며, 지붕이 내려앉아 사람이 죽는 이변까지 속출했다. 첫눈의 설렘과 낭만이 폭설로 인해 악몽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가 설경을 즐긴 대가가 너무 컸다.   한국으로 간 때는 지난해 5월이었다. 한국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명성답게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찬란한 봄빛을 내뿜었다. 온 천지가 생명 에너지로 충만했다. 그러나 잠깐 눈 호강을 했을 뿐이다. 6월인데 전국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였다. 174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고 한다. 7, 8월엔 더위가 무서워서 외출도 못했다. 어쩌다 나가면 지하철이나 대중교통 안은 지나칠 만큼 시원하지만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5분여가 헉헉 숨이 막혔다. 사람들이 아예 약속을 잡지 않았다.   9월이 되니 좀 살만 했다. 그렇다고 폭염이 가신 것은 아니었다. 추석 때도 한여름처럼 더웠다. 가을 늦더위로 예쁜 단풍구경을 못하고 LA로 돌아가나 싶었다. 계절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는지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11월 하순쯤 뒤늦게 반짝 단풍의 절정기를 맞았는가 싶었는데 첫눈 폭탄을 맞은 것이다.   비행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아! 드디어 LA 공항에 도착했구나. 일단 LA 공항에 도착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화창한 날씨가 나를 반겨주기 때문이다. 다음날 낮에 밖에 나가보니 햇볕은 쨍쨍,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다. 반팔에 민소매 옷을 입은 사람도 가끔 눈에 띄었다. 불과 이삼 일전만 해도 추워서 두꺼운 코트를 입고, 흰 눈을 보며 감탄하고,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는 세상에 있다가 LA에 오니 생판 딴 세상이었다.     LA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맑은 공기와 햇볕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리라. LA에 도착한 지 3일 만에 한국에선 계엄령이 선포되어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국민은 경악했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사정상 LA와 한국을 비교적 자주 오가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서 ‘LA와 한국 중 어디가 더 살기 좋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우선 춥고 눈 오는 겨울이 있는 한국 날씨와 사시사철 화창하고 따뜻한 LA 날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LA에는 지진, 폭염, 강풍, 산불과 같은 재앙이 있고 한국에는 태풍, 홍수와 폭설, 한파 등의 자연 재해가 있다.   한국에 가면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나 같은 노인들이 살기 편리해서 좋긴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땅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LA 와서 화창한 날씨에 사방이 툭 터진 프리웨이를 달리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한국서 LA로 떠나기 바로 전에 내린 폭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던 한국은 이제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이라고 말들 한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스치듯 지나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이다.   재해와 사고를 예측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한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나, 방치한다면 훗날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에서 말한 기상 이변들은 지구의 경고가 아닐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데 없다’는 속담이 있다.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있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망가뜨린 지구를 회복시킨다면 그 어느 곳이나 살기 좋은 곳이 아니겠는가.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첫눈 수필 첫눈 폭탄 이번 첫눈 비행기 창문

2025-01-02

[이 아침에] 안타까운 무안국제공항 참사

올해도 다 저물어 가는 연말 12월29일 오전 9시7분경 제주항공 여객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무안국제공항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외벽을 들이박고 폭발했다. 치솟는 불길 속에 탑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 갇혔다. 뒤꼬리 부분에 탔던 승무원 2명만 생존하고 전원 사망이라는 엄청난 비보를 접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맛보았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귀하고 귀한 생명이 한꺼번에 억울한 죽임을 당하다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유가족의 슬픔은 오죽하겠는가. 비명에 횡사한 이들 가운데는 팔순을 맞이한 할머니와 딸과 사위, 외손자, 손녀들까지 모두 9명의 일가족이 여행을 다녀오다 참변을 당했다. 또 어떤 젊은 약혼자와 약혼녀는 3월에 결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났다가 황천객이 되고 말았다. 그 외에도 구구절절 사연이 많은 승객들…. 어떻게 이들의 영혼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남은 유가족의 비통함은 오죽하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이렇다고 한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즉 새들이 엔진에 빨려들어가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모든 기기가 연달아 고장을 일으켜 ‘랜딩기어(landing gear)’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속력을 줄일 수 없어 활주로를 이탈하여 공항 외벽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물론 블랙박스와 항공기록일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사고원인 규명을 하겠지만, 나대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비행기 기장이 활주로 말고 다른 곳으로 착륙을 시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의 주인공 체슬리 ‘설리’ 셀렌버거 기장을 떠올렸다. 그가 몰던 항공기도 새 때의 습격을 받아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는 현명한 판단으로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하여 탑승객 전원을 살릴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월15일 뉴욕 허드슨강에 US 항공기 1549편이 불시착해 155명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에 온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렌버거 기장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해 샬롯테 더글러스 국제공항을 향해 비행 중이었다. 이륙한 지 얼마 안 되어 거위 떼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 엔진으로 빨려들면서 엔진에 불이 나 엔진이 멈춰 버렸다. 순간 기장은 이륙한 공항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혹은 가장 가까운 테터보로(Teterboro) 공항에 착륙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 도저히 갈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비상착륙 할 때까지 3분28초가 걸렸고 탑승객 전원이 24분 만에 구조될 수 있었다. 기장은 탑승객 전원이 비상 구명보트에 탈 때까지 끝까지 비행기 안에 남아 진두지휘하고 맨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내렸다.   무안국제공항은 바다에 가깝다고 했다. 비상착륙지를 바다로 선택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나 안타까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손녀 딸이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사고당하지 않도록 늘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생사화복은 하나님께 달렸으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수영 / 수필가이 아침에 무안국제공항 참사 비행기 기장 탑승객 전원 엔진 고장

2024-12-30

179명 사망…정국 혼란 덮친 비행기 대참사

"새떼와 충돌한 후 '펑' 소리와 함께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   한국시간 29일 오전 9시3분. 역사에 남을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한국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폭발해 179명이 사망,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에 탔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8시30분경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 179명을 모두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생존자는 수색 초기 기체 꼬리 쪽에서 구조된 객실승무원 2명뿐이었다.     사고가 난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객실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 중 173명은 한국인, 2명은 태국인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대부분의 승객들은 광주·전남 지역민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원인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 기체 결함, 정비 불량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태다. 이정현 전남도소방본부 무안소방서장은 29일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등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은 추후 관계기관과 합동조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안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던 목격자 정 모 씨는 "여객기가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며 "이후 '펑' 소리와 함께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사고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은 채로 활주로 위에 동체 착륙했는데, 아직까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번 사고 희생자들은 대부분 연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해외 나들이에 나선 가족·동료들인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팔순 잔치를 위해 태국 여행에 나선 일가족 9명, 가족 여행차 태국으로 떠난 일가족 5명,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들과 여행길에 오른 공무원 8명 등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안까지 가결된 현 상황에 참사까지 겹쳐 올 연말 한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인 상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다음달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관계기사 한국판    관련기사 181명 중 2명만 돌아왔다…무안공항 제주항공기 대참사 탑승객 "새가 날개 껴 착륙 못해, 유언해야 하나"…문자 뒤 연락두절 [무안 제주항공 참사] "승진한 사위가 효도관광"…몸 아파 못 간 장인 홀로 남아 절규 “새떼 부딪친 뒤 펑, 엔진에 불길 보여”…기체 결함 가능성도 공중서 남은 연료 왜 못 버렸나…“사고기종엔 그 기능 없어”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대참사 비행기 사망 2명 이정현 전남도소방본부 나선 일가족

2024-12-2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는 달이다. 우리 인류는 얼마 전에 이미 달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달까지 가기 위해서는 우선 날 수 있어야 하지만, 그저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력가속도를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솟아야 하는데 비행기나 열기구로는 턱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로켓 추진 엔진이다. 초속 11.2km로 솟구쳐야 지구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한다. 참고로 소리의 속도는 초속 0.34km이고 이를 마하 1이라고 하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계산상 지구 탈출 속도는 마하 33은 돼야 하고 그런 속도를 내려면 엄청난 연료가 필요할 것이며 그 무게 또한 상당할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하늘을 동경했다. 종교를 갖기 시작했을 때 하늘에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살고 천사들이 하느님을 보좌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상상했던 천사는 새처럼 깃털로 된 날개를 달고 있었다. 인류는 날개를 이용해서 날아보려고 수천 년을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날기 위해서는 꼭 그런 모양의 날개가 필요하다는 고정 관념에 얽매였고 기껏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다.     유체역학에서 빨리 흐르는 유체는 압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안 후 윗면이 더 볼록한 고정된 날개를 만들고 그 날개 앞에서 바람을 불었더니 날개 위쪽의 기압이 낮아져서 위로 떠 오르려는 힘을 발견했다. 바로 양력, 뜨는 힘이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형제는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만들고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고작 12초 동안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인류 최초의 조종 가능한 동력 비행이었다. 형제는 2년 후 조금 더 개량된 비행기로 근 40분 동안 40km를 날았다. 다른 경쟁자들이 더욱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조종법의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고정익 비행기가 탄생했고 나중에 회전날개를 장착한 헬리콥터가 나왔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프로펠러 엔진은 제트엔진으로 대체됐고 결국 달까지 갈 수 있는 로켓 엔진이 탄생했다.     인간이 창공을 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일단 하늘을 나는 법을 알자 단 66년 만에 우리는 지구 바깥 천체인 달에 첫발을 디뎠다. 양력을 발견한 것은 인류 역사상 불의 발견 후로 가장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다녀온다. 지금부터 겨우 백여 년 전에 나는 방법을 알아낸 인류는 그렇게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고, 달을 걷고, 조만간 화성을 지구화시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지구는 약 50억 년 전에 탄생했고 인류가 시작한 지는 약 35만 년이나 되었지만, 문명을 일군 것은 불과 5천 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지지부진 진화하고 발달하던 인류는 갑자기 몇백 년 전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전기를 상용화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로 뻗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양력, 즉 나는 법을 터득한 인류가 언제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은 우리의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곧 그런 난관을 이기고 성간을 넘어서 은하 구석구석을 여행할 날이 올 것이고 결국 우리 은하 바깥 외부 은하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뜨는 힘, 즉 양력을 발견한 후 우리는 지구 밖으로 우리의 활동 무대를 확장하고 삶의 터전을 옮길 날이 머지 않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력 고정익 비행기 동력 비행기 지구 탈출

2024-11-08

[잠망경] 과거애착증

우리는 왜 어둡고 괴로운 과거에 매달리는가. 당신은 숱한 과거의 기억 중 어찌 그리도 아프고 슬픈 과거에 집착하는가. 따스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활짝 웃으며 ‘Happy Birthday to You~♪’ 하며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입을 모아 노래하던 즐거운 메모리 등등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인가.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케네디 공항에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일상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어느 날 비행기가 추락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되는 뉴스는 모든 사람의 관심이 일제히 쏠리지요. 나는 허전한 생일파티 등등보다 잘못하면 나의 안전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에 조마조마해집니다.   자기보존본능은 모든 생물체의 생존을 위한 기본여건이다. 까마득한 옛날 우리의 조상 원시인들이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초긴장 상태로 살았던 것이나 현시대의 우리가 기계문명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고 비행기 추락사고 따위 소식에 바짝 긴장하는 것도 다 본능적인 위기감각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둡거나 괴롭거나 아프고 슬픈 과거지사에 매달린다. 그런 어두운 기억을 한껏 애정한다.   어릴 적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으며 받은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학대를 주고받는이성관계를 거듭한다. 급기야 나라는 개인적 차원을 떠나서 전 인류가 집단적으로 나쁜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 History repeats itself. (칼 마르크스, 독일 공산주의자가 했던 말)   개인적, 집단적 역사뿐만 아니다. 우주의 운행, 태양계의 혹성들, 지구의 공전, 약속처럼 찾아오는 4계절, 우리의 말버릇, 정신상태, 성격과 대인관계 같은 모든 것이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어두운 역사의 반복현상에 반하여 진화론은 어떤가. 모든 것을 신의 섭리에 맡기는 사고방식을 잠시 접어두고, 개인이 획득한 지식, 기술, 타인을 향한 호불호(好不好) 같은 것들이 대물림하면서까지 진화가 지속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지.   우리의 머나먼 조상 원숭이들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꼬리 길이가 조금씩 짧아졌다는 이론이다. 이제는 아주 없어진 채 그 흔적만 우리의 점잖은 엉치뼈에 남아있다는 진화론적 역사를 상기한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과정도 반복의 소산인 것을.   피아노나 기타를 배우는 일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매일매일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조금씩 조금씩 손놀림이 익숙해지며 미세 근육의 진화과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 속담은 ‘Practice makes perfect’, 훈련이 완벽을 이룬다, 자꾸 연습하다 보면 아주 잘하게 된다, 하지 않았는가.   공산주의자 칼 마르크스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에 ‘톰 소여의 모험’으로 미국문화를 경축한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의 명언을 인용함으로써 그의 미숙한 발언을 비판한다. - 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often rhymes. -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가끔 운율을 맞춘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 못해 아픔에 시달리는 횟수를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과거에서 벗어나는 진화과정을 밟는다. 꾸준히, 아주 꾸준하게, 종종 상서로운 돌연변이 현상이 일어나는 우리의 삶은 주제와 변주의 흥미로운 연속이다. 주제 멜로디와 화음 진행이 숨어있는 변주곡이 잘 연주되는 인생이다. 우리의 삶은 소나타 형식의 감명적인 음악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과거애착증 진화론적 역사 history repeats 비행기 추락사고

2024-08-20

전국 비행기 정시 출발률 순위, 달라스 러브 필드 공항 9위

 텍사스 주내 공항 2곳이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미국 공항 톱 10에 들었다. 데이터 추출 플랫폼인 ‘속스’(Soax)는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연방 교통 통계국(Bureau of Transportation Statistics)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지연 항공편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 공항 톱 10(Top 10 U.S. airports are among the least likely to leave on time)을 파악했다.   이번 조사는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15분 이상 늦게 출발한 항공편만 지연된 것으로 간주했다. 또한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 사이에 출발편이 5,000편이 넘은 공항만 최종 순위에 포함됐다. 출발 지연 항공편 비율이 가장 높은 공항은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국제공항으로 31.9%에 달했으며 2위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 서굿 마셜(28.9%), 3위 콜로라도주 애스펜/피트킨 카운티공항(27.5%), 4위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27%), 5위 일리노이주 시카고 미드웨이 국제공항(26%), 6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25.5%), 7위 네바다주 해리 리드 국제공항(25.1%), 8위는 콜로라도주 덴버 국제공항(24.8%)이었다.   이어 달라스 러브 필드 공항이 지연 항공편 비율 23.7%로 전국 9위, 달라스-포트워스 국제 공항은 22.7%로 전국 10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속스의 CEO 겸 공동 설립자인 스테판 솔로베프는 보도자료에서, “출발 지연률이 가장 높은 공항을 파악하면 공항의 신뢰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순위는 순조롭고 스트레스 없는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일부 높은 순위 공항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잠재적인 중단을 예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손혜성 기자비행기 출발률 할리우드 국제공항 워싱턴 국제공항 리드 국제공항

2024-08-16

[문예마당] 색다른 여행

  7월을 보내며 매년 해변 문학제가 열리는 시기인지라 모두 꿈을 저버릴 수 없어서 모인 여행, 미주 시학 발행인 정미셸 회장의 인도로 미국 동부 여행길에 올랐다.   올해 최우수상인 배정웅 문학상 수상자가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관계로 지난번 LA교육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및 수상자 잔치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에 상패와 소정의 상금을 싸 들고 떠나는 길이었다.   핑계는 그렇고 우리는 신세계로의 여행이었다. 화씨 90도 푹푹 찌는 날씨의 LA를 떠나면서 동부 지역엔 1주일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에 우산까지 사 들고 길을 나섰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태평양 상공을 날던 국제선 비행기보다 좀 작았다. 그러나 비행 기간 내내 창밖을 내다보며 부푼 꿈을 안고 우리는 피곤함도 잊은 채 신이 나 있었다.     수놓은 듯 흰 구름 덩이가 꽃처럼 둥둥 떠 있는 무수한 산등성이를 보고 또 봤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정말 목화솜 같다는 감탄사를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진한 주황색 붉은 협곡, 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장엄한 그랜드캐년이 보였고, 곧이어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고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모두 내릴 때가 되어서인지 조용하던 비행기 안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고 각자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앞사람들 걷는 대로 한발 한발 짐을 끌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6시간 동안에 비행기 안은 너무 시원했고, 우리 일행은 “승무원 서비스가 좋네‘”, “만족스러웠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링컨 국제공항 주차장 안내판을 바라보며  밖으로 나왔다.     그곳엔 알래스카에서 내려온 평론가이자 영어 번역가인 강수영님이 렌터카를 몰고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 여행이 처음인 나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신비로운 세계를 걷는 기분, 오랫동안 살아온 LA는 큰 도시라도 고향 같았는데 그곳은 빨간 벽돌의 건물들이 즐비했다. “여긴 진짜 미국 같아”라고 했더니 누군가 “LA도 미국이에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으며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바로 앞에 높이 솟은 붉은 벽돌 건물은 시청이라고 했다. 그런데 시청 앞에는 하얗게 쏟아지는 분수대만 있을 뿐 광장이 없다. “여긴 서울 시청 앞이나 광화문처럼 광장이 없네. 데모도하고 큰 잔치도 하는 그런 광장” 하고 물으니 누군가 미국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못 본척하는 사회라 광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LA시청 앞에는 광장이 있었던가?” 기억을 떠올려보지만 가물거린다. 아무튼 수만개의 붉은 벽돌들의 위용을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다음날 시상식 행사가 있는 날이라 일찍 쉬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 그곳 한인타운에 있는 ’한강‘이라는 식당에 도착해 보니 한인 종업원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버지니아주 근처 4개 주에서 모인 시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를 낭송하고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듣고 즐거운 식사를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찍고는 찻집으로 옮겨 담소를 나누다가 샌타모니카의 뒷골목 같은 길에 들어서자 기타 소리 등 시끌벅적했다. 우리는 소란한 곳을 피해 포토맥 강가에 앉아 발을 적시며 하루를 접었다.     다음날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를 방문했다. 관광버스가 6대나 서 있고 주차장마다 차들로 가득한 걸 보니 관광명소인 듯했다. 빨간 지붕, 넓디넓은 숲과 잔디밭 사잇길, 땡볕 쏟아지는 길들을 많은 관광객과 오락가락 거닐었다. 300여명이 넘는 노예들이 살았다는 곳을 지나 푸른 강변으로 옮겨 하얀 머리 독수리를 만날 수 있다는 가이드 말을 기대하며 페리호를 탓지만 독수리는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와 기념 사진관을 둘러보다가 돌아왔고,마지막날은 역시 광장 없는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가기로 했다. 독수리가 앉아있는 황금색 둥근 지붕의 연방의회 의사당, 워싱턴 기념관 일명 연필탑을 둘러보며 링컨 기념관을 들러 나오다가 쏟아지는 비를 피해 관광을 접기로 했다.     동행했던 시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알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를 들었고 신비한 세계도 경험했다. 즐거웠던 7월의 여행, 또 하나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엄경춘 / 시인문예마당 여행 수필 동부 여행길 여행 미주 비행기 창밖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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