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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로 내밀린 아시안(3)] 공감대 있어야 이민역사 보존…한인사회도 숙제

희미해진 이민사의 흔적을 보존하는 일은 지난한 투쟁이다.   두 번이나 지워질 뻔했던 포틀랜드 론 퍼 묘지의 ‘블록 14’를 지켜낸 건 보존의 공감대가 다방면에 걸쳐 형성됐기에 가능했다.   포틀랜드에 뿌리내린 중국계 이민자들은 이미 그들의 언어를 잃은 지 오래다. 단,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는 그대로다. 이는 한인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계 혼혈로 4세대인 마커스 리(70·포틀랜드리패밀리협회) 이사는 “초기 이민자가 겪어야 했던 희생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는 “우리보다 먼저 온 이민자들이 많은 것을 가능케 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그들이 이룬 것을 누리고 있다”며 “공로는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보존의 투쟁은 중국계만 홀로 나선 게 아니다. 묘지가 속한 버크먼 지역 주민들, 묘지 관리 봉사 단체인 ‘론 퍼 묘지의 친구들’, 정부 기관 등이 모두 역사를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지했다.   묘지는 지역 사회의 역사다. 론 퍼 묘지도 포틀랜드를 세웠던 아사 러브조이, 오리건 정신병원을 개원해 정신 질환자를 돌봤던 제임스 호손 박사 등 유명인의 무덤이 많다.    블록 14에 묻혔던 2892명의 중국계 이민자 역시 이들과 함께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블록 14’만 없애는 것은 이민자를 미국 역사에서 배제하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2004년 멀트노마 카운티가 블록 14 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중국 커뮤니티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먼저 움직였다.   정부 기관인 메트로의 한나 에릭슨 마케팅 담당자는 “그때 지역 주민들도 블록 14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을 반대했었다”며 “반대 여론보다는 오히려 블록 14를 추모 공간으로 만드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좌절감을 느낀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개발은 막았지만, 추모 정원 추진은 또 다른 싸움이었다. 자금이 없었다. 중국계 커뮤니티는 자체적으로 기금을 모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계미국인시민연합(CACA) 헬렌 잉 회장은 “선출직은 임기가 있어 정치인이 바뀔 때마다 그들이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공무원을 계속 만났고 설득하며 교육했다”고 말했다.   결국 2019년 유권자들은 공원 및 자연 보존을 위해 4억7500만 달러의 채권 발행을 승인하면서 추모 정원 설립이 가시화됐다. 개발을 막은 후 15년의 세월이 흘러 맺은 결실이었다.   메트로는 추모 정원 조성이 시작되자마자 역사 조사 기관(Dudek)부터 고용했다. 블록 14의 역사를 재정리하기 위해서다.    당초 블록 14에 묻힌 중국인이 1113명이 아닌 2892명이었다는 점, 과거 철도 회사가 블록 14의 소유주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역사라는 점 등을 밝혀냈다.   에릭슨 마케팅 담당자는 “곧 블록 14의 역사적 사실을 담은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며 “연구팀이 매장 기록을 모두 검토하고 오래된 중국어 필체 기록을 해석하고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추모 정원 조성의 기대는 중국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포틀랜드 주민 모두가 염원하는 프로젝트가 됐다. 블록 14에서는 지난해부터 무덤 청소를 위한 중국 청명절 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함께 나서 묘지를 가꾼다.   추모 정원 디자인을 맡은 넛 스튜디오(Knot Studio)의 마이클 연 대표는 중국계 혼혈이다. 그는 “디자인에 이민 역사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연 대표는 “우리 할머니의 경우 상하이를 떠날 때 다시는 형제자매를 못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민자가 살던 땅을 떠날 때 그리고 동시에 반대편 나라에서 경험하는 정신적 외상에 대한 현실을 보여주고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늘졌던 곳에 볕이 들자 지워진 역사가 다시 싹트고 있다.   포틀랜드=장열 기자ㆍ사진 김상진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모퉁이로 내밀린 아시안(2) 보는 이 없는 기록물…낡은 벽이 이민사 전시장 모퉁이로 내밀린 아시안(1) 지워질 뻔한 묫자리…굴곡의 땅 지켜낸 이민자포틀랜드 역사 보존 초기 이민자 역사 재정리

2023-10-31

[부동산 이야기] 밀스 법안 장단점

미국에는 100년도 넘은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데 심지어 이런 건물들의 증·개축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특히 1972년 주법안으로 통과되어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 중에서 역사적 보존 건물로 등록하고 특유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관리하는 로컬정부와 건물의 소유주간에 10년 계약을 맺어서 잘 관리 보호하게 하고 대신에 재산세를 깎아주는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밀스 법안(Mills Act)이다.     LA시의 경우는 시 의회에서 아예 역사적 보존 지역(Historic Preservation Overlay Zone)으로 23곳을 지정했는데 그중 한인들도 익숙하고 많이 사는윈저 스퀘어, 윈저 빌리지, 행콕 파크, 미라클 마일스, 윌셔 파크, 컨트리클럽 파크 지역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들은 LA 인근에서 매우 아름답게 관리가 잘되고 좋은 부촌 지역들에 해당한다. 이렇게 지역의 가치를 더 높이고 소유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 지역에 있는 건물 중에서 만약 보존 건물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건물주의 임의로 개보수를 할 수 없고 해당 지역의 이사회 등과 시의 해당 부서에 플랜을 상정해서 승인을 받는 식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불편함을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역사적 보존 건물에 해당하는 소유주는 이 밀스 법안을 통해 해당 시나 카운티 등 로컬 정부에 신청해서 약 40~60%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10년 계약을 하게 되며 그 이후는 자동으로 매년 리뉴얼이 되게끔 되어 있다.   건물이 팔려서 소유주가 바뀌어도 이는 자동으로 계속 유지가 되고 만일 더는 유지하고 싶지 않은 경우는 다시 신청해서 밀스 법안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물론 재산세는 똑같이 일정하게 가는 것이 아니고 다른 건물들처럼 매년 가치를 리뷰해서 조금씩 오르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바이어들의 경우 재산세를 파격적으로 감면을 받는다는 장점과 또한 낡은 집의 보수 유지와 또 필요한 개보수를 해야 할 경우 내 집을 내 맘대로 고칠 수 없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고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에이전트의 경험으로써 보면 이러한 역사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데 잘 관리 보수가 되어있고 또 심지어 개보수를 해놓은 경우 새집보다도 더 개성이 있고 매력이 있는 매몰들이고 하여 의외로 많은 바이어가 선호하는 것을 본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나 첫 주택 구매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인 바이어들은 고칠 게 없는 비교적 새집이나 리모델링된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타인종들은 무조건 새것이 아닌, 신구가 잘 믹스가 돼서 그 집만의 개성이 있는 것을 선호하는 차이점이 뚜렷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잘 관리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겠다. 아무리 새집을 사도 불과 몇 년 후면 집이 아주 낡아져 있는 경우도 흔하다. 끊임없이 관리해주고 시즌마다 해줘야 할 것들, 보수하고 그러한 부지런함이 있는 주인과 그렇지 않은 경우 같은 연도 수의 집이라도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무조건 새집만 찾기보다는 관리가 잘 된, 주인의 애정이 담긴 그런 집을 찾는 게 좋고 내 집이 되면서는 계속 또 그러한 애정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문의: (661)675-6000   윤 김 / 네오집스 부동산 브로커 어소시에트부동산 이야기 장단점 법안 법안 장단점 법안 계약 보존 건물

2023-09-27

“LA강 살리자” 동서양 작가 특별전

LA강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동서양 작가들이 함께 전시회를 개최한다.     샤토갤러리(관장 수 박)는 8월 12일부터 9월 16일까지 11명의 동서양 작가들이 참여하는 ‘우리들의 강(LA River)’ 전시회를 개최한다.     샤토갤러리는 “LA시에서 진행하는 LA강의 한 부분을 콘크리트로 매몰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려는 의도로 작가들이 한마음으로 모였다”며 “아름다운 LA강으로 되살리려는 전시”라고 밝혔다.     시미 밸리와 샌타 수자나산에서 시작해 LA시를 관통해 롱비치까지 흐르는 LA강은 51마일에 이른다. 천사의 도시를 상징하는 강이지만 정부의 방치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강을 덮어버리자는 계획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가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우리의 강’을 살리자는 운동이 시작됐고 뉴욕 등 타주 예술가도 참여하고 있다.     전시 참여 작가는 세계적인 미술가인 데릭 보시어를 비롯해 파블로 캄포스 알레그로, 데이비드 에딩턴, 박다애, 수 박, 호세 프라임 레자, 콜린 플레이저 그레이, 데이비드 린드버그, 미셀 로빈슨, 릴리 제인 정, 김원실 등이다. 회화, 사진, 조각, 설치미술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매체로 LA강을 되살리자고 호소한다.     미셀 로빈슨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감정과 슬픔을 함께 느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샤토갤러리 수 박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LA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LA강 보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대화와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예술가, 환경운동가, 지역사회 봉사자, LA시를 사랑하는 주민 모두를 초대한다”고 밝혔다     오프닝 리셉션은 8월 12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다.     ▶주소: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213)277-1960 이은영 기자동서양 특별전 la강 보존 동서양 작가들 예술가 환경운동가

2023-07-23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강임산 미국사무소장

      지난 3월 21일 부로 부임한 강임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장이 본보를 방문해 공사관의 역할과 문화재 보존에 관해 설명했다.     강 소장은 한국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대중문화를 타고 헤리티지(전통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때라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1년,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 받고 한국정부 차원에서 문화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그동안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환수에 지지부진했던 해외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해외문화재 전담 조직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강 소장은 두 개 이상 국가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유유산(Shared heritage)’에 관해 설명을 이어 갔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한.미 간 대표적 공유유산인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과 서울 정동에 소재한 주한미국공사관은 140년간 이어져 온 한.미 교류 역사의 교집합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889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인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일제강점기에 헐값에 매각됐으나 2012년 문화재청이 구입해 현재는 한.미 수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 소장은 “19세기 말, 워싱턴 DC에는 32개 재외공관이 있었지만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개방하는 곳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유일하다”며 “이는 미국인들에게도 세계와 미국이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역사적 공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로만 그칠것 아니라 미국인들도 함께 공감하고 가치를 느껴야 관심이 지속돼 발전이 가능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도네이션 문화가 정착돼 보존,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다민족, 다인종 이민자 사회인 미국서 100년이 넘는 동안 한인들이 이뤄낸 발자취는 매우 클 것이라며 지난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미 언론에 소개된 안수산 커디(도산 안창호의 장녀) 여사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방송은 안 여사의 삶을 여실히 조명하며 다양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에 와 함께 미국사회를 건설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는지를 소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이민 와 온갖 차별을 딛고 한인사회가 형성되고 성장하기까지 수 많은 사연과 사건, 인물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보존해 물성화한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역사 유적”이라고 덧붙였다.     강 소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비롯해 LA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필라델피아의 서재필 기념관 등 세곳이 옛날 역사적 건축물을 한국 전시관으로 꾸민 유일한 공간이다. 여기에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공간으로 쓰였던 ‘뉴욕한인교회’와 LA ‘흥사단’도 기념관 조성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미국의 한국역사 기념관은 다섯군데로 늘어난다.     강 소장은 “일본과 중국 사례를 보면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많은 연구가 이뤄져 미 연방급으로 지정된 역사 건축물이 50-60개나 되는 반면 한국은 동포, 이민사, 역사 부문에 미흡해 아직까지 연방급 문화재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선행 연구조사한것을 토대로 밸류가 정해지고 필요성을 따져 법적 검토를 거쳐 의회에 올려 문화재로 지정되는 만큼 이를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강 소장은 “역사는 흔적이 없으면 기억에서 지워지고, 지워지면 잊혀지게 된다”며 “동포들의 주재국과의 단절은 세대간의 단절을 의미하며, 세대간 공감과 유대를 공고히 하는 역사 유산에 관심을 갖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강임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해외문화재 전담 문화재 보존

2023-06-12

[음악으로 읽는 세상] 공짜 에너지의 꿈, 음악이 되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작품 중에 ‘무궁동(無窮動·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있다. 원제목은 ‘Perpetuum Mobile’인데, 본래는 ‘영구기관’이라는 무한동력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영구기관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영구기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구기관에 도전한 사람들은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바퀴를 이용해 영원히 회전하는 엔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균형 상태가 운동을 일으키고, 이 운동이 다시 새로운 불균형 상태를 만들어 결국 영원히 바퀴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에너지가 그 형태를 바꾸거나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옮겨가도 전체 에너지의 양에는 변함이 없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해 실현 불가능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으로 무모한 과학적 호기심이 예술가들에게 참신한 영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영구기관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풀어낸 ‘무궁동’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외에도 많은 작곡가가 ‘무궁동’이라는 곡을 썼는데, 여기서 작곡가들이 주목한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체’의 이미지였다. ‘무궁동’에서는 4분음표를 잘게 쪼갠 16분음표 혹은 32분음표의 짧은 음들이 규칙적인 박자에 맞추어 빠르게 움직이면서 같은 음형을 반복한다. 듣고 있으면 음악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래전에 과학적으로 폐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기가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특허청에서는 영구기관의 특허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허황한 꿈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려는 것은 위험하다. 꿈은 그냥 꿈일 뿐 공짜 에너지의 꿈은 현실이 아닌 음악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에너지 공짜 공짜 에너지 무한동력 에너지 에너지 보존

2023-03-08

흥사단 단소 보존 이제부터 시작

미주 독립운동의 산실인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이 철거 직전 한국 정부의 매입으로 보존이 결정됐지만 동시에 건물 관리 및 운영 방안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철거를 막기 위해 단소 사적지 지정에 나섰던 도산 안창호기념사업회,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흥사단 미주위원회 등은 금주 내로 모임을 갖고 향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다.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민병용 부이사장은 “한국 국가보훈처가 이번에 큰 결단을 내린 만큼 단소 보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이를 위해 그동안 단소 보존에 힘썼던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인 사회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을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단소 매입을 발표하면서 “2025년 8월 15일 개관이 목표”라고 밝혔다. 〈본지 2월 2일 자 A-1면〉   개관 목표일까지 900여일 남은 상황에서 ▶단소 재단장 ▶사적지 지정 추진 ▶단소 관련 유물 및 전시 방식 ▶역사 교육 등을 위한 공간 활용 계획 ▶향후 건물 관리 및 운영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건물 보수 및 내부 정리도 시급하다. LA 한인타운 인근 카타리나 길(3421 S. Catalina St)에 있는 단소는 지난 1978년 지진 피해와 누전 문제 등으로 흥사단이 매각한 뒤 장기간 임대, 방치 등으로 관리가 시급하다.   일단 국가보훈처는 “건물 내외부 정리 작업을 거친 뒤 올해 안으로 건축물 기록화 작업, 정밀 실측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흥사단 단소 관리는 ▶보훈처에서 관리 및 담당 영사 파견 ▶LA총영사관 파견 영사가 관리 ▶한인사회 유관 단체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통한 관리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으로 압축되고 있다.   흥사단 미주위원부 서경원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영 방안 등을 수립하겠지만 이곳 한인사회의 도움과 지원도 분명 필요할 것”이라며 “단, 흥사단을 비롯한 유관 단체들이 한국 정부보다 앞서 나가지 않는 선에서 힘을 모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건물 보존을 위한 과정 가운데 유관단체 사이에서 발생한 잡음, 갈등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흥사단 보존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아마 한국 정부가 매입을 안 했다면 사실 흥사단 단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며 “내부적으로는 사적지 지정을 위한 공청회 준비도 미흡했었고 일부는 건물 보존에 대한 주도권 타령을 하느라 상당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 정부 매입 전까지 흥사단 사적지 지정을 위한 공청회는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이었다. 건물 매입 자금도 마련되지 않아 한국 정부의 지원 여부에 의존하며 사적지 지정에만 매달려야 했다.   서 위원장은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흥사단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던 건 맞다”고 인정했다.   흥사단 이기욱 LA지부장 역시 내부 잡음을 의식, 매입 소식 직후 흥사단 단우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단우들이 애정을 갖고 협조할 것을 호소한다”며 “불미스러운 간섭 상황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흥사단 단소 흥사단 단소 단소 보존 기념재단 흥사단

2023-02-05

흥사단 건물 사적지 요청서 제출키로

 흥사단 단소(본부건물) 보존을 위해 단소를 LA사적지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서가 제출된다.     흥사단 단소 보존위 관계자에 따르면, 두 곳의 비영리 단체가 그동안 수집한 자료와 함께 곧 요청서를 LA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보존위는 17일 오후 단소를 소유한 개발업체와도 첫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보존위 측은 단소의 중요성을 알리고 철거 불가와 재구입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LA시의원 등 정계 인사들도 속속 흥사단 단소 보존에 동참과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흥사단 단소가 있는 LA시 8지구 마퀴스 해리스-도슨 시의원 사무실은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존 작업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 관계자를 만났다”면서 “역사적, 문화적 랜드마크 지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해리스-도슨 시의원 측은 단소 보존이 한인과 한인사회가 LA에 공헌한 것을 알리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인 존 이 시의원 사무실의 김지은 보좌관도 “이 의원이 도슨 시의원 측과 통화했고 도슨 시의원은 단소를 LA사적지로 보존하는 조례의 초안이 발의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이의원에게 밝혔다”고 알렸다.     최석호 가주 하원의원도 “도산 안창호의 날을 처음 가주에 제안한 사람으로서 도산의 활동을 담겨있는 사적지 보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흥사단의 산실이며 활동 본부였던 단소 건물을 한인 사회가 보존하려는 노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제라도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LA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존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 관계자가 현장에 나와 사진 촬영을 해 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보존위 관계자는 “LA시 사적지로 지정돼야 한국 정부의 청원이 쉬워질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 정부 지원이 잘 이뤄지면 개발업체가 무리하게 철거를 강행하지 않고 상황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또 “개발업체가 한인타운에서 7곳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등 한인사회와 아주 무관한 기업이 아니다”며 “한인들과 이웃이니 앞으로 협조가 잘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13년 철거된 대한인동지회 건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소는 그렇게 나쁜 결말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병희·원용석 기자흥사단 사적지 흥사단 단소 보존위 관계자 사적지 보존

2023-02-03

본지 보도가 '단소 지키기' 불 지폈다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 보존 활동은 본지 보도가 불씨였다.   이는 한국 정부의 관심을 끌어내며 결국 국가보훈처가 단소를 매입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당시 단소는 일반 가정집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후 중국계 부동산 개발 회사가 재개발을 위해 건물을 매입(2020년), 입구에 철거 공지문을 붙인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본지 2021년 5월 11일자 A-3면〉 관련기사 미주 독립운동 산실 흥사단 건물 사라질 위기 보도 직후 미주 단소 건축 및 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한인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흥사단이 ‘민간단체’라는 이유에서 한국 정부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결국 미주 한인 단체들이 나서야 했다. 흥사단 미주위원부(위원장 서경원)를 비롯한 미주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당시 총회장 고 홍명기),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당시 이사장 윤효신) 등이 흥사단 단소 보존위원회를 조직했다.   본지의 잇따른 보도와 한인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지 2021년 6월 9일자 A-1면〉 관련기사 '흥사단 건물' 구하기 시작됐다 LA총영사관은 한인사회의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예산 지원을 비롯한 각종 보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공개했다.   그 사이 개발회사는 철거를 위해 LA시정부에 신청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보존위 측은 단소를 지키기 위해 LA시에 사적지 지정을 위한 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동시에 개발업체와 미팅을 갖고 단소 보존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철거 불가 및 재매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인들도 나섰다. 존 이 LA시의원을 비롯해 단소가 있는 LA시 8지구의 마퀴스 해리스-도슨 시의원도 잇따라 단소의 사적지 지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보존 여론에 힘을 보탰다.   목소리가 높아지자 LA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LA시 관계자들이 단소 건물을 방문, 사적지 지정 검토에 필요한 사진 촬영 등 사전 조사 활동을 펼쳤다. 〈본지 2021년 6월 18일자 A-1면〉   흥사단 단소 보존은 한국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랐다. 한인들은 2021년 6월 ‘흥사단 구 단소 구하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서도 단소의 사적지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돼 1500명 이상이 동참했다.   결국 LA시는 사적지 지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2차까지 진행된 공청회에는 한인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나서 보존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 과정에서 사적지 요건 불충분, 개발의 필요성 등 개발회사 및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사적지 지정건은 계속 통과됐다.   물론 난항을 겪기도 했다. LA시가 팬데믹을 이유로 3차 공청회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사적지 지정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본지 2022년 8월 11일자 A-1면〉   공청회는 계속 연기됐지만, 흥사단 등 유관단체들은 막후에서 한국 정부에 계속해서 매입을 탄원했다. 개발 업체도 한인사회의 여론을 의식, 흥사단 측에 건물 인수를 제의했고 국가보훈처가 나서 직접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결국 국가보훈처는 “일제 강점기, 미주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던 단소를 재개발에 따른 철거를 막고, 독립운동사적지로서 보존하기 위해 1월 31일 최종 매입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한인사회와 단체,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단소가 대한민국 품에 안기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건의 본지 기사가 불씨가 되면서 독립운동 역사의 흔적은 그렇게 지켜졌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흥사단 단소는   흥사단은 본래 LA다운타운 피게로아길 목조 건물(현 LADWP 건물 자리)을 본부로 사용하다 1929년 카타리나길의 건물로 이사했다. 이 건물이 이번에 국가보훈처가 매입한 단소이다.   당시 임대로 건물을 사용하던 흥사단은 성금을 모아 단소를 매입(1932년), 1948년까지 본부 건물로 사용했다.   광복 이후에는 미주위원회로 개칭, 이 건물은 1979년까지 미주 한인을 위한 교육, 사회활동, 권익 보호를 지원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이 건물은 1979년 매각됐다. 재정적으로 건물 유지가 어려워지자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매각 이후 임대 주택 등으로 사용됐다.   흥사단 등 유관단체들은 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 재매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19년 이 건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자금 부족으로 인해 매입 노력이 수포가 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미주 독립운동 산실 흥사단 건물 사라질 위기 "흥사단 건물 보존 한국 정부 나서야" '흥사단 건물' 구하기 시작됐다 "흥사단 건물 보존 한인사회 과제" 흥사단 건물 소유업체 돌연 철거절차 시작 흥사단 건물 보존 청와대 청원…한국 정부·국민 관심 호소 15일 첫 공청회…흥사단 건물 지키기 총력전 [사설] 흥사단 사적지 청원에 참여하자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 청신호 흥사단 사적지 지정 9개월째 제자리 [사설] 압박 필요한 ‘흥사단 공청회’ "흥사단 사적지 지정 힘써달라" 독립운동 사적지 흥사단 건물 철거 막았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단소 본지 흥사단 단소 단소 보존 흥사단 미주위원부

2023-02-02

“120년 이민사 보존하는 역사 의식 중요” 장태한 UCR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지금까지 한인사회가 발전할 수 있던 건 희생과 고난을 감수한 이민 선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노력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UC리버사이드(UCR) 산하 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인 장태한(사진) 박사는 “초창기 이민 선조들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받았고 2등 시민 취급을 받았다”는 말로 미주 한인 초기 이민사를 설명했다.     장 박사는 “한인들이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차 세계대전 당시 김영옥 대령을 포함해 1000여명의 한인 2세들이 미군에 입대해 미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후부터”라며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주 한인사는 여전히 한인들에게는 낯선 기록이다. 장 박사가 최초로 발견한 리버사이드 파차파 캠프에 대한 역사와 기록도 오히려 주류사회에서 더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부터 뉴욕, 뉴저지, 워싱턴DC, 시카고, 샌프란시스코를 순회하는 파차파 캠프 전시회 진행을 준비할 예정이라는 장 박사는 “한인들은 여전히 경제 중심의 실용적인 교육만 중시하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120년을 맞은 한인사회가 이제는 이민 역사를 가르치는데 좀 더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연화 기자이민사 보존 역사 의식 미주 한인사 이민 선조들

2023-01-01

[삶의 뜨락에서] 마주친 눈빛

늘 그랬듯이 매년 4월의 마지막 주일이면 집 떠난 자식이 돌아오는 것처럼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올해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오리라 믿는 38년의 연륜이 말해 주고 있지만 세상이 너무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현대 문명의 부산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고 또 오는 길이 이웃집이 아닌 이역만리의 먼 길이 아닌가.     그들의 날개는 정말 놀라운, 믿어지지 않는 힘이다.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은 자연의 질서를 지키는 위대한 힘이다. 매일 같이 차고 문을 지켜본다. 그들의 모습이 드디어 4월 26일 약속처럼 39년의 둥지를 찾아 왔다. 항상 한 마리가 선발대로 왔지만 올해는 두 마리가 짝을 짓고 같이 왔다. 그들은 이미 계획된 일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우린 알 수 없지만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먼저 둥지 수리가 시작되었다. 어디에선가 진흙을 묻혀 온다. 지난해에 쓰였던 둥지를 보수하였고 또 다른 가족들은 새 둥지를 지었다.     따스한 봄의 기운은 짝짓기를 재촉했다. 5월 10일경부터 기쁨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알을 품었다. 이따금 수놈과 암놈은 잠시 임무 교대를 한다. 무릎과 다리의 피로감을 풀고 돌아온다.     약 2주일이 지났다. 암놈의 자세가 어색함을 볼 수 있었다. 알이 부화가 되었음을 뜻한다. 아주 작은 털도 없는 불그스레한 새끼를 조심해야 하니까, 가끔 자세를 바꾼다. 6월 5일 어미는 새끼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먹이 나눔을 시작했다. 부지런한 어미와 아빠는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250번 정도나 들락거린다고 한다. 속히 보고 싶은 몇 마리의 새 생명이 태어났을까 궁금했다. 일주일 후 그들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아직 하얀 털이 보실보실 귀엽게도 생겼다. 분명히 다섯 마리였다. 대부분 네 마리가 태어나지만 이번에는 오랜만에 대가족이 생겼다. 다섯 마리를 키워야 하는 믿기지 않는 어미의 날개는 무척이나 바쁘다. 우리의 해충을 처리하는 유익한 새 제비다.     어느덧 그들은 제 모양새를 갖추었다. 바깥세상 하늘은 두렵고 신기하다. 하지만 날아야 하는 본능, 드디어 날개를 폈다. 하늘을 정복했다. 얼마나 기뻤을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다시 또 두 번째 짝짓기를 시작했다. 이번엔 시간을 계산해야 하는 중대한 일이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부화를 도중에 멈추고 떠난 마음 아픈 일이 있었다. 새끼가 나와도 키워서 돌아갈 시간이 없는 상황 판단을 하고 포기했던 가슴 아픈 일이었다. 공연히 신경이 쓰였다. 드디어 두 번째 종족 보존을 위한 위대한 본능은 시작되었다.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은 같았지만 그들의 계산이 정확했다. 하루 이틀… 7월 23일 드디어 네 마리 새끼의 모습이 보였다.     여름의 그림자는 가을의 예쁜 색으로 물들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고난과 기쁨의 교차 속에 네 마리의 쫓기는 강남길 강행군, 어미의 생존법은 강인했다. 아침부터 몰고 어디에선가, 그리고 고공의 행진, 어미는 강훈련을 했다. 아니면 낙오되는 그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었을 게다. 하루는 새끼들이 지친 채 지붕 위에 앉아있는 처진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렇게 훈련이 마무리되는 듯했고 8월 21일 아침 온 가족이 모여 재잘대며 차고에서 소란을 피웠다. 작별인사를 했을까? 그리고 23일 차고에서 마주친 한 마리와 나의 눈빛은 무엇을 주고받았을까? 차고 문을 열어 주었다. 남쪽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난 그들이 일주일 늦게 떠날 것을 예상했는데 그들은 5일 정도 먼저 떠났다. 역시 그들의 판단은 놀랍다. 차고에서의 그 눈빛. 고향 집 뒤에 두고 떠난, 특히 마지막 태어난 네 마리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오광운 / 시인삶의 뜨락에서 눈빛 둥지 수리 종족 보존 남쪽 하늘

2022-09-26

[열린 광장] 세대적 관점의 ‘포스트-팬데믹’ 목표

꽤나 무덥던 여름을 보내며 어느새  학생들은 가을학기를 맞았다. 이 어려운 2년 반의 시간을 뒤로하며 주변에서 보여주는 적극적 적응이 신선하다. CDC(연방질병통제센터) 대응팀장 마세티의 발표도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제 국민의 95%가 직간접으로 팬데믹의 경험을 가진 것을 토대로 계속 조심은 하되 전진하는 생활자세를 요구했다고 본다. 필자는 이번 가을학기에 남가주의 장로교신학교에서 병원채플린학을 강의한다. 채플린 본부 사역 위에 하나 더 책임을 갖게 되어 어깨가 무겁지만 한편으론 적극적으로 힘든 시기를 대처하는 일에 동참하려는 마음에서다.   지구 저편의 전쟁 참화 그리고 1000만 명이 넘었다는 피난민에 관한 보도, 모두가 느끼는 물가고와 기후변화의 염려를 지울 수 없다. 새로운 빙하도 녹았다는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면 모든 염려도 시원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삶의 여정을 가는 동안 소리 없이 다음 계절이 먼저 마음에 와 닿는 건  무슨 연유인지.       지난여름 거주하는 타운홈 단지의 도로 아스팔트 공사로 어려움을 겪었다. 두 달여 동안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큰 기계 소리에 놀라고, 먼지로 고통받고, 거라지를 사용할 수 없어 주차 장소를 찾아다니는 불편을 겪었다. 8월 둘째 주 소음이 그치고  도로가 새로 오픈된 후에는 몰랐던 평화로운 모습도 재발견한다.     사회적 변화도 큰 폭이다. 연방정부는 정신건강 치료를 위해 세 자리 숫자의 응급 전화번호를 신설했는데 효과적이라는 보도이다. 필자가 속한 교단의 7월 총회는 많은 안건 중 지구환경 보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추후 모든 대형 회의를 가능하면 온라인 미팅 혹은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하도록 했다. 그에 따른 비용 절감은 현재 50여 개 국가에 보내는 헌금에 함께 쓰인다. 그리고 채플린 본부에서는 텔레영적돌봄(tele-health spiritual care) 확장 프로톨과 관계기관의 상호협력을 구체화했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2040년이 되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다. 이 예상이 그저 흥미로운 통계만은 아니다. 포스트-팬데믹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에이징(고령화)의 과정과 목표가 더욱 진지한 질문이 된다. 가까운 미래의 다음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인구 분포와 기후변화 현상,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과 인간관계 변화, 예상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도전이 큰 과제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몫이 크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끈질김과 근면함, 지난 세기와 21세기의 연결 세대로서 넘겨 줄 정신적 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금세기 단절의 세대가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의미를 갈구하는 건  무엇보다 정신, 문화적 연결성이다. 특히 지난 2년 반의 시간은 인류가 함께 결핍을 경험했다. 이런 면에서 에이징 과정은 임상적으론 한세대를 큰 고통 없이 살아 낼 심신웰빙에 관심을 두지만 세대적 관점에서 포스트-팬데믹 목표는 다음 대로 이어지는 생명력 있는 레거시(legacy)의 내용이라 여겨진다.     모쪼록 화사한 품위를 담은 낙엽의 계절이 올 때 모두에게 화사한 기쁨도 함께 오기를 기원한다.    열린 광장 포스트 관점 기후변화 현상 지구환경 보존 정신건강 치료

2022-09-19

[살며 생각하며] 십 리도 못 가서 화병 난다

5월은 한국인에게는 가정의 달이지만, 미국에서는 6월이 가정의 달이고, 5월은 정신건강의 달이다. 지지난 주말, 버지니아의 한 교회에 가서 청소년들과 부모님들을 만나 정신건강, 특히 크리스천 가정과 교회에서의 정신 건강에 관해 이야기하고 왔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모든 가족 구성원의 정신적 건강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우울하고 불안하면서, 소화가 안 되고 식욕 저하와 불면증, 근육통, 무력감을 느낀다면, ‘화병’인 경우가 많다. DSM이라는 정신건강 진단 매뉴얼에 문화적 질병으로 정식 기재되었던 화병(Hwa-byung)은, 2013년 개정판 DSM 5에서는 사라졌다. 화병이 한국 문화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세상 누구에게나 발생 가능한, 우울증이나 신체화 증상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참으면 안 되는 감정 중 하나가 ‘화’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많이 참게 되는 감정 또한 ‘화’이다. 관계가 끊어질까 봐,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 봐, 내 자존심이 더 큰 상처를 받을까 봐, 이유는 끝도 없다. 하지만 화는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모두, 정말 십 리도 못 가 발병이 아니라 화병이 난다. 성장 과정에서표현 못 한 분노로 힘들어지는 것은 중장년, 노년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도, 깊이 들어가 보면 억눌린 분노인 경우가 많다.     상황과 문제를 직면하려면 반드시 감수하게 되는, 고통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을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억압(repression)인 것이 분명하다. 무의식에 꾹꾹 눌려 저장된 감정들은, 세월이 지나며 희석될 수는 있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뿐 아니라, 감정 보존의 법칙도 있다고 난 굳게 믿는다. 이 보존된 불변의 감정들이 의식, 무의식 세계를 넘나들며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의지적으로 기억을 잊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억제와 달리, 억압은 무의식이 한 것이라 자신이 무엇을 눌렀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사실 기억 안 나는 게 너무 많다. 그것도 생각 안 나? 그 머리로 공부는 어찌 했누? 이런 말을 들으며, 나 기억상실임? 하고 웃었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들이 의식세계로 떠오르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으며, 무의식과 조금씩 친해져 가면서 깨닫게 된 일이다.     요즘 유독 육십 대, 심지어 칠팔십 대 ‘언니’들의 상담이 늘어난다. 나 하나만 참으면 되지 하고, 괜찮은 척 연기하며, 심지어 배우자에게 가스라이팅까지 당하며, 평생 ‘억압’을 방어기제로 살아온 이분들, 그들의 ‘삭아 비틀어진’ 힘든 감정들이 이 나이에 그들을 힘들게 한다. 그 스트레스가 세로토닌 같은 행복감 담당 신경전달 물질 분비를 저하하면서, 어떤 의학적 테스트로도 진단되지 않는 신체 증상들을유발한다.     우리 정신세계의 대부분인, 95%라는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무의식, 거기에 나도 몰래 눌러놓고 살아온 감정들이, 오 리쯤 갔을 때, 아니면 거의 십 리를 가고 있을 때 나를 힘들게 한다면, 이제라도 감정을 표현해볼 일이다. 그 누구보다 나를 돌볼 일이다. 화병 나신 우리 ‘언니’들,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길벗이 되어드리겠습니다! 홧팅!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화병 정신건강 진단 화병 나신 감정 보존

2022-05-25

[부동산 가이드] 활기찬 겨울의 팜스프링스

 팜스프링스에 겨울이 오면 도시가 활기를 띤다.     동부와 캐나다로부터 스노우버드가 찾아오고 좋은 날씨에 골프를 즐기기 위해 여행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매도 주로 겨울에 진행되기때문에 많이 바빠진다.     코로나 이전(2018년 기준)에는 팜스프링스 지역의 인구가 겨울에 50만명, 여름에는 20만명이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여름에도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겨울이 되면서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처음 팜스프링스로 이사 왔을 때는 여름의 무더위가 견디기 힘들어서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여름 날씨에도 적응되고 이 동네의 여유로움이 참 편안하고 좋다. 처음 이사올 때 꼬맹이였던 늦둥이 아들이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다른 주에서 공부하고 있다. 딸 셋을 LA에서 교육할 때는 정말 치열했던 것 같다. 아들을 이 동네에서 키운 것은 큰 행운이었다.     대부분 팜스프링스를 은퇴지로만 알고 있지만, 이 지역은 자녀를 교육하기에도 참 좋은 지역이다.     일단 학군은 팜데저트와 라퀸타가 제일 좋다. 우리 아들은 팜데저트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공립 학교로 다녔는데 특별히 SAT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학교에서 하는 액티비티에 잘 참여하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려는 동기부여가 됐다.     아들은 한인 2세로서의 자부심이 아주 크다. 오늘 교회에 다녀온 후 이웃 한국 친구들과 하이킹을 했다. 사막이라 황량할 것 같은 이 지역에도 산에 등산을 가면 계곡도 있고 폭포도 있다. 요즘 하이킹하기엔 날씨가 정말 좋다. 10번 프리웨이에서 62번 프리웨이로 갈아타고 조슈아 트리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면 오른쪽에 빅 모론고 캐년 보존 지역이 있는데 하이킹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샌드 투 스노우 내셔널 모뉴먼트에 속해 있으며 갈대숲과 버드나무, 미루나무 서식지다. 0.5 마일 정도의 습지에는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나무 바닥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고 습지를 지나면 개울을 따라 등산로가 있는데 아직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사막에 이런 습지가 있고 갈대숲과 내가 좋아하는 미루나무 잎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걷다 보면 이곳이 사막이 아니라 어느 섬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한 주는 추수감사절 연휴인데도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많아서 추수감사절 당일에도 집을 보여주고 오퍼를 써야 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고 연달아 계속 계약이 성사되어 남들이 노는 날에 일한 보람이 있다.     이제 팜스프링스 전 지역을 주소만 봐도 다 알 수 있을 만큼 팜스프링스 토박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고객들을 만나 자신 있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매일 팜스프링스의 10개 도시와 보몬트, 배닝, 조슈아 트리까지 마일리지 팍팍 올리며 뛰어다닌 보람이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현지 전문가를 통해서 집을 사야 실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의: (760)895-7755 소피 리 / 뉴스타부동산 랜초쿠카몽가명예부사장부동산 가이드 팜스프링 겨울 여름 날씨 버드나무 미루나무 보존 지역

2021-12-01

'국민회 유물 한국 위탁' 합의 도출 실패

대한인국민회 유물의 한국 조건부 위탁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첫 회합이 큰 성과없이 끝났다. 5일 오후 LA한인타운 뉴서울호텔에 모인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과 한미역사보존협회, 흥사단 미주위원부 대표들은 3시간 가까운 협상을 했으나 유물을 한국에 보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앞으로 정례적인 모임을 통한 의견 수렴에는 합의했다. 기념재단 측 권영신 이사장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유물의 소유권 문제와 같은 속 깊은 얘기들도 나왔다. 의견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훼손되고 있는 유물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데는 다들 같은 생각이었고, 앞으로 합의점을 찾아 가자는 동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물의 한국행을 추진해 온 기념재단 측에 반대해 한인사회 보관을 주장해 온 보존협회 측 김시면 위원장도 "좋은 모임이었다. 어떤 결말이 나지는 않았지만 유물 처리에 대한 발전적 접근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며 긍정적 평가를 했다. 김 회장은 "한국 국회의원들이 '한국으로 보내면 필요할 때 반환을 보장하는 서약을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를 믿고 여러 단체가 모여 보내는 방법을 장기 임대식으로 하고, 한인사회에 수장고 같은 시설이 건립될 수 있는 연수를 계산해 5년+3년으로 최장 8년의 임대계약서를 만들자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념재단 측의 한 관계자는 "유물의 소유권을 다시 들먹이고,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쉽게 풀릴 것처럼 보이던 문제가 다시 경색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기 보다 당장 썩어가는 유물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현명한 접근이 우선시 됐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문호 기자

2015-02-05

[중앙 칼럼] 유물 사태 해결 위한 마지막 관문

대한인국민회 유물 사태의 실마리가 찾아진 듯해 다행이다. 지난주 한국 국회의원들이 LA를 다녀간 뒤로 유물의 한국행과 한인사회 잔류를 두고 대치하던 한인단체 간 분위기가 꽤나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 유물 추가 훼손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기자가 국민회 유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 같은 이유에서였다. 발견된 지 11년이나 된 유물이 박스에 담긴 채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에 방치되고 있다는 말에 황당했었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에라도 한국(독립기념관)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LA한인사회에 유물을 보존처리하고 보관할 만한 시설이 없으니 한국에 조건부 위탁했다가 관련 시설을 갖췄을 때 돌려받자는 제안이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당장 썩어 가는 100년 이상된 서류 책자 신문 등의 문건류를 약품처리하고 스캔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이민 선배의 얼이 담긴 유산을 발생지인 LA한인사회에서 길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 의견 중에는 유물을 활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심'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논리는 분명했다. '한국으로 유물을 보냈을 때 확실한 반환 보장이 어렵다'며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다. 유물의 한국행을 반대하는 쪽은 인근 사립대학인 USC의 도움을 받아 무상 보존처리할 것을 제안했고 LA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전제로 한 소송도 제기했다. 이런 식이라면 타협안을 찾기가 좀처럼 어려워 보였다. '선 USC 보존처리 후 한국행'이란 타협안이 거론되기는 했으나 실제 진척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통일된 협상안은 없었고 되는 대로 합의점을 찾아 보려는 난맥상만 도드라졌다. 지난 2003년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복원 공사 중 발견된 유물은 발견 당시에도 이미 훼손이 심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몇 차례 실사를 하면서 유물의 귀중함을 알리며 시급한 보존처리를 강조했었건만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먼저 한국으로 보내든 USC에서 약품처리를 하든 당장 썩어가는 유물을 위해서는 빠른 타협과 결정이 필요했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들로 봐서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쉬운 곳에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었다. 두 명의 국회의원이 중재자로 나서 '유물의 훼손부터 막고 보자. 한국으로 보냈다가 한 달이면 돌아 올 수 있다. 유물의 반환은 보장하겠다'고 설득하면서 접점이 찾아지기 시작했다. 협상 과정에서 두 국회의원이 '(반환을 보증하는)혈서라도 쓰겠다. 볼모로라도 잡히겠다'며 애절하게 매달린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우리 모두의 마음엔 똑같이 확고한 민족과 역사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어떤 대의명분도 유물의 훼손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과 자칫 역사와 민족 앞에 영원한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양측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니 조심스럽다. LA에 와서 '사고를 친' 국회의원들은 한국에 돌아가 관련 부처 장관과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반환 보증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LA에서는 대립하는 단체간 대화를 통해 어떻게 유물을 처리할지를 두고 타임라인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직 법원에 제기된 소송도 그대로 있으니 이부터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회 유물을 두고 갈등과 분열로 치닫던 LA한인사회가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조와 후세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미주 초기이민과 독립운동사를 기록한 유물을 지키기 위해 우리 세대는 큰 노력을 했다고.'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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