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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붕괴의 질문, ‘넌 어느 쪽인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Civil War)’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영화는 미국 사회의 불신과 대립을 극대화한다. 세 번째 임기에 성공한 대통령이 파시스트적 극단주의로 치닫고, 헌법 대신 군대를 앞세운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습을 감행하고, 결국 내전을 촉발한다.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방 충성파(Loyalist States)는 이 정권을 옹호하며, 이에 맞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서부연합군(Western Forces)을 결성해 전쟁을 벌인다.   영화는 서부연합군이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진격하는 과정을 종군 기자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다. 관객들은 시종 “내가 미국 시민이라면?”이라고 자문하게 된다. “같은 미국인끼리 이러면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할 때 즈음, 영화 속 대사 “어느 쪽 미국인이냐?(What Kind of an American Are You?)”라는 질문은 머리를 띵하게 만든다. 미국이라는 공고한 정치적 공동체가 언제든 붕괴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순간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헌법 1조와 2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무시한 사건이 현실이 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탄핵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계엄법 제2조)를 근거로 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반국가세력’을 주장해왔고 결국 선을 넘어섰다. 국회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로 규정하고, 여야 대표의 체포까지 시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계엄 포고령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국회 및 지방의회, 정당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하에 둔다. 포고령 위반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이 조항들은 몇 번을 곱씹어도 믿기 어려울 만큼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뒤흔드는 내용이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그를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헌법재판소 변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로 행정이 마비될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검찰측의 기소를 ‘호수 위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에 비유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국민은 계엄 선포 긴급 담화, 특수작전 병사들의 국회 진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심판 10차 변론 동안 자신의 주장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거의 심리적 내전에 가까울 정도로 쪼개졌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야당은 정권 교체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탄핵 정국에서 앞으로 우리가 지켜봐야 할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아니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심리적 내전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현실과 닮아있는 시빌 워 영화 속에서 “어느 쪽 미국인이냐”는 질문은 한인들에겐 가슴 철렁한 질문이다. “넌 어느 편이야, 진보? 보수?”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영화 속 극한의 장면들을 지켜보다 보면 “우리가 저런 상황까지 가면 안 되는 데…”라는 불안감이 들다가 “우리도 저들처럼 하고 있진 않은가”하는 섬뜩한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 어느 쪽도 진정한 승리자는 없다. 역사속에서 우린 이미 경험했지 않은가.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붕괴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변론 현재 윤석열

2025-02-23

매디간 전 IL 하원의장 재판 막바지

마이클 매디간(사진) 전 일리노이 주 하원 의장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사의 최후 변론이 시작됐고 곧 배심원 평결에 돌입하게 된다.     22일 시카고 다운타운의 덕슨 연방 법원에서 진행된 매디간 전 하원 의장에 대한 재판에서 연방 검찰은 최후 변론을 진행했다.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은 지난해 10월에 시작돼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매디간 전 하원 의장 본인을 포함한 60명의 증인들이 법정에 출석해 검찰과 변호인단의 질문에 증언했으며 이날 검찰의 최후 변론이 이어졌다.     이날 검찰은 매디간 전 하원 의장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의정 활동 등에 대해 밝힌 것에 대해 “전혀 그럴듯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뒤 “입법 활동은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측은 또 “피고는 정치 권력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일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측은 대표적인 근거로 컴에드와 AT&T에 매디간측 인사를 채용하도록 한 뒤 결과적으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130만달러를 챙긴 것을 들었다. 재판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대화 내용들이 음성과 동영상으로 공개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매디간 전 의장측 측근 인사로 전 시카고 시의원, 쿡카운티 등기소 위원, 매디간 선거 캠페인 담당자 등이었다.     검찰은 수많은 도청 자료와 증거로 이들의 채용과 보수 지급에 매디간 전 의장이 적극 개입했고 대가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은 22일에 이어 23일에도 최후 변론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검사가 최후 변론을 책임지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두 명의 검사가 최후 변론을 맡았다. 이후 매디간측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을 들은 뒤 최종적으로 유죄를 증명해야 하는 검사측 변론을 다시 거친 뒤 배심원 평결로 이어진다.     배심원단은 12명의 배심원과 6명의 예비 배심원으로 구성됐으며 8명의 여성, 4명의 남성 배심원단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결정에 일리노이 정계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던 매디간 전 하원의장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Nathan Park 기자하원의장 막바지 배심원 평결로 최후 변론 재판 과정

2025-01-23

[문장으로 읽는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우리가 가진 결함이나 결핍, ‘잘못되고’ ‘실격된’ 인간적 요소들이 정체성으로 선언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더 이상 동굴에 혼자 있지 않다는 믿음, 개인적인 체험이 아니라 정체성 집단의 체험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준다. 그러나 정체성 정치에는 명백한 함정이 있다. 대표적인 함정은 오로지 그 정체성을 가진 집단만이 자신들의 존엄과 아름다움에 대해 발언하고, 법적·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는 방법을 말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는 것이다.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휠체어 장애인 변호사인 저자는 연극배우·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장애인만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장애인만이 장애인의 매력을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은 그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구성원 모두를 장애에 관한 논쟁, 이를테면 ‘잘못된 삶’ 소송을 둘러싼 공적 논쟁에서 배제한다.” ‘당사자주의’의 한계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다.   저자는 “권리를 발명하고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결코 해결되지 않는 매력 불평등의 문제”도 주목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평등을 위한 법과 윤리,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상의 규범을 구축해 나가더라도, 매력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말하자면 완전한 ‘매력차별금지법(도덕)’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신체에 대한 혐오야말로 그 존재에 대한 진정한 부정이고, 그에 대한 무심함이야말로 그 존재에 대한 완전한 무시가 아닐까.”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실격 변론 장애인 문제 휠체어 장애인 정체성 집단

2022-08-10

“텍사스 낙태법 중단 안 해”…대법원, 변론 청취하기로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사실상 금지한 텍사스주의 낙태 금지법에 대해 일단 변론을 청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변론 청취 기간에는 해당 법이 유효하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대법원은 22일 텍사스주의 낙태 금지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에 다음 달 1일 해당 법에 대한 변론을 듣겠다고 밝혔다.   텍사스 낙태 금지법에 대해 연방정부가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 과정을 거쳐 공식 심리에 착수할 경우 미시시피주가 제기한 낙태 관련 소송과 맞물려 중대 판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미시시피주의 낙태 금지법과 관련한 심리를 12월에 시작한다.   앞서 텍사스는 지난달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시점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시행했다. 이 법은 특히 강간이나 근친상간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법무부는 연방법원에 이 법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1심 법원은 법무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항소법원이 이를 뒤집고 텍사스주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이 법은 계속 시행됐다.   결국 법무부는 대법원에 항소법원 결정의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텍사스 낙태법 텍사스 낙태법 대법원 변론 변론 청취

2021-10-22

대한민국, 탄핵 '운명의 한 주' 돌입

'대한민국호' 진로를 결정할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빠르면 금주내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6일(이하 한국시간)이나 7일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을 밝히고 10일에서 13일 사이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13일 퇴임하기 때문에 헌재가 이 날 이전에 결정을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로선 10일 발표가 유력시 된다. 이 권한대행의 임기 마지막 날인 13일로 선고일이 확정돼도 선고 일정 통지는 이번 주 내에 이루어진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직에 취임했으므로 임기를 약 1년 남겨두고 청와대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파면될 경우,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강제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누리는 불소추특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대선 이후로 유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에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세 달여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임기 종료까지 불소추특권을 누릴 수 있어 검찰 수사도 퇴임 이후로 미뤄진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을 공동 운영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이 발표한 A4용지 약 100쪽 분량의 수사 결과엔 뇌물수수·직권남용·범죄수익은닉·알선수재 등 최씨의 4가지 혐의 중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는 박 대통령과 공모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씨 일가의 재산은 부동산 약 2230억원, 금융자산 500억원 등 27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불법적 재산 형성 혐의는 확인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 최후변론 의견서에서 "어떤 기업인들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적이 없고 어떤 불법적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도 "(이재용 부회장과 박 대통령) 독대에서의 대화를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떠나 향후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임상환 기자 [email protected]

20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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