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발언대] 한미박물관 세대교체가 답이다

LA 한미박물관 건립이 30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경직된 재단 구조와 리더십의 한계가 주요 원인들로 꼽힌다.   박물관 사업 초기에는 한인 사회의 염원이 담긴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의 설계 변경과 비용 증가로 인한 혼선, 부족한 자금 조달, 그리고 리더십 부재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 2000만 달러가 모였지만, 전체 건립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모금 활동이 위축되었고, 주요 기부자의 사망도 자금 확보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시 정부와의 협의 난항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은 끝없이 지연되었다. 두 차례의 시민 공청회와 연방국세청(IRS) 고발 이후 박물관 홈페이지가 다시 활성화되는 변화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없고, 같은 인물들만 반복해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한미박물관 건립이 실패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30년 전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그 과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세대교체를 외쳤던 1.5세들은 이제 50대, 60대가 되어 은퇴를 앞두고 있다. 다행히 다른 여러 한인 단체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한미박물관 이사진들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듣고 나선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30년 전 이 사업을 주도했던 세대는 이제 80대, 90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인들의 욕심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고 남 탓만 하는 사이 사업은 정체된 시간 속에 갇혀 있다. 공청회를 열어 요구한 질문에 돌아온 답들이 그저 그들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 같아 창피하고 허무하다.   30년 전만 해도 컴퓨터 386과 486을 사용하던 시대였다. 그 후 급속한 기술 발전을 거쳐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 도서관이 등장했고, 옛 사진들은 720p 화질로 디지털 아카이브로 보관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역시 낡은 시스템이 되어 AI 기술을 활용해 4K 화질로 복원이 가능하고, 정적인 사진들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런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요즘, 왜 기성세대들은 486 시대의 사고방식을 고집하고 있나.   이제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대들을 내세워야 한다. 박물관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돈과 시민들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변하지 않은 낡은 구조 때문이다. 기록하는 세대보다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세대가 주도해야 이 시대에 맞는 박물관과 시민 공간이 만들어진다.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우리의 역사가 다양한 세대와 다민족 사회 속에서 소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한미박물관은 반드시 건립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 개편과 적극적인 소통이 절실하다.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한인 사회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운영진은 투명한 소통을 해야 한다. 문을 열고 한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한미박물관 건립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크리스토퍼 이 / 건축가·다큐영화감독발언대 한미박물관 세대교체 한미박물관 건립 한미박물관 이사진들 la 한미박물관

2025-04-09

[발언대]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

예상은 했지만 파도가 거칠고 세차다.   우리 식당 종업원 다비드가 제 나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종업원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가슴이 철렁했다. 손은 빠르지 않지만 근면하고 성실한 그가 오래 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틀 전, 우리 식당 가까이 있는 ‘타코 벨’에 이민세관단속반(ICE)이 나타나 쓸고 갔다 하더니 두려워 즉시 비행기표를 산 모양이다.   그가 떠난 후, 마틴이 말을 꺼낸다. 2베드룸 아파트를 렌트해 여러 명과 나누어 사는데 사람이 나가기만 할 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단다. 주말이면 스왑밋 한 자리를 빌려 장사를 하고 주중에는 우리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그도 멕시코로 돌아갈 계획이란다.   사람들이 ICE 눈을 피해 몸을 사리느라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마틴이 전한다. 스왑밋이 텅 비어 주말 장사도 벌써 접었단다. 어디 스왑밋 뿐인가. 가게 문은 열지만 파리만 날린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단속의 공포가 피부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이 시대의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테다. 새 정부가 ‘you are fired, you are out’ 정책을 외치며 ‘휴직, 업무중지, 해고’통지를 이메일로 날려 일터를 떠날 것을 명령하고, 이민자들에게 정든 땅을 떠나게 하는 거친 행보에 내일이 암울하다.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했던 나라,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졌던 미국이 아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민자를 받아들이자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정책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새 정부는 행정부를 대통령 직속화 시키는 계획이 기반인 ‘프로젝트 2025’를 빠른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다.     정부의 견제와 균형을 파괴하는 행정명령들이 미국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세상만사를 하루아침에 뒤집어엎을 듯이 휘젓고 있는 정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불안하다. 예측할 수 없는 거센 파도에 곤두박질을 치다 아메리카 드림은 깨지고 모래밭에 밀려나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비드나 마틴처럼 미국 땅을 떠나기도 하지만 조국을 등지는 미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민 40년, 가꾸고 키워온 나무가 미국 땅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커가고 있는데 땅이 변했다고 옮겨가는 일이 쉽겠는가. 그렇다고 괜찮을 거야, 지나갈 거야, 라는 안이한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뒤를 이어 살아가는 아이들도 걱정이다. 남편은 잠시라도 미국을 떠났으면 하지만 나는 곤두박질로 변하는 미국 모습을 내 눈에 담고 싶다고 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는 미국 땅을 떠나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누가 알겠나, 피부가 황색이고 태어난 곳이 미국이 아니라는 애매한 이유로 추방 명령을 받는 날이 올지를.   뜰에 봄기운이 돈다. 언제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소망이 함께했다. 그러나 거센 파도를 바라보며 맞이할 봄을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 이정숙 / 수필가발언대 주말 장사 추방 명령 대통령 직속화

2025-03-26

[발언대] 관세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강대국 대통령들은 전쟁을 몰고 오는 것 같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무력전쟁을 일으키더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푸틴의 머릿속에는 과거 웅대했던 소련연방의 재건에 대한 꿈이 서려있는 듯 하고,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환상이 맴돌고 있는 듯하다.   관세란 타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하여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으로 관세 지불의 책임은 수입업자에게 있다. 수입업자는 사업가다. 사업의 목적은 이윤의 창출이다. 정부에 지불한 관세는 자연히 판가에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물가가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촉발된다. 이익을 보는 것은 관세를 징수하는 정부다.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경제성장을 위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을 재건하고, 세수를 증대하고,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관세란 전가의 보도가 아닌 양날의 칼이란 것이다. 자국의 유익을 위해 적용한 관세가 오히려 자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는 관세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순기능보다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 역효과를 초래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것은 소득세 징수 23년 전인 1789년이다. 당시 유럽에 비해 산업이 뒤처져있던 미국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해 관세정책을 강화했다. 링컨 대통령도 관세에 긍정적이어서 “보호주의 관세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가 될 것” 이라고 할 정도였다.     일차대전 전까지 미국은 관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 세수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관세는 소득세가 도입된 1913년에 이르러 그 비중이 30% 이하로 감소하며 현재(2024년기준)는 1.2%에 불과하다.   1930년 6월 미국 국회가 제정한 ‘스무트-홀리’라는 관세법은 관세가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929년 10월 미국 주가의 대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1930년 중반, 당시 대통령 허버트 후버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따라 2만여 개의 품목에 대해 관세율을 평균 59%, 최고 400%까지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영국을 비릇한 20여 개 국가들이 보복 관세를 적용하며 미국의 농산물 수출도 대폭 감소한 결과 농민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실업률도 세배로 치솟고, 전 세계 교역량이 1/3로 축소되어, 대공황의 피해가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듯 자랑할 뿐만 아니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다음날 취소하는 등 리얼리티 쇼가 아닌 ‘관세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오늘 날의 국제정세에서 관세는 타국에 영향을 미치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다. 또 자국으로 유입되는 불법이민이나 불법 약품을 통제하는 수단, 혹은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기초한 상거래에서는 상대국의 보복을 초래하여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많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주장하지만 미국의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미국이 관대해서가 아니라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미국내 소비자 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이웃처럼 연결되어 있다. 어느 나라도 독불장군처럼 자기 나라만의 유익을 위해 행동할 수는 없다.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무력으로 이웃나라를 침공하거나, 미국이 자국의 번영을 위해 관세정책을 무차별 사용하는 일은 지구촌 다른 나라에 공분을 일으켜 세계 평화와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19세기 발전도상에 있던 미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되었던 관세정책이,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강한 나라가 된 지금 21세기에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트럼프 행정부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만병통치약 관세 홀리 관세법 보호주의 관세 보복 관세

2025-03-24

[중앙칼럼] 시의회 발언대의 막말, 이젠 막아야 한다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히 길거리 주먹 싸움에서나 듣던 말이었니 그렇다.   10여 년 전 처음으로 LA 시의회를 방문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400만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정치의 중심지라고 하기엔 그 모습은 지나치게 과격하고 때로는 무기력해 보였다.   LA 시의회 본회의장은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발언 기회를 제공한다. 시의회의 결정과 발의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누구든 공개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는 점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때로 혹독하다. 시의회 발언대에 선 일부 시민들은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남루한 차림의 이른바 ‘상습 욕설자들’은 의회가 열리는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방청석을 차지한다. 그리고는 시종일관 귀에 거슬리는 표현들을 동원해 특정 정치인들과 시의회를 싸잡아 조롱하고 괴롭히는 데 여념이 없다.   그 괴롭힘의 수위는 심각하다. 만약 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길거리에서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공개적으로 듣는다면, 주먹을 쥐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뚱뚱하다’, ‘천박하다’, 심지어 ‘성매매 여성’이라는 발언은 물론,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표현까지 서슴없이 사용된다. 피부색을 이용한 인종적 멸시는 이제 놀랍지도 않은 ‘단골 메뉴’가 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원들과 주변 보좌관, 심지어 경찰관들조차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 발언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혐오 발언에 무감각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나중에 만난 보좌관과 의원들은 이러한 광경이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A 시의회 내 발언에 대한 명확한 제재 규정은 없다. 간혹 고성을 지르거나, 논의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 의장이나 시 검사가 발언을 제지하는 정도에 그친다. 사실상 대부분의 혐오 발언은 여과 없이 방청석을 통해 의회 내부로 전달된다.   마퀴스 해리스-도슨 LA 시의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직접 질문했다. 이처럼 과격하고 무례한 발언과 표현들이 시의회 공식 석상에서 허용되는 것이 ‘헌법적 권리’ 보호라는 명목하에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는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들과 달리,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자유 발언 기회가 정부 기관과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자 시간일 수 있다”면서 “단순히 욕설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발언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하에 인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때로는 ‘이유 있는 분노’가 욕설이라는 형태로 표출될 수도 있다. 시민이자 납세자로서 부당함에 항의하고 울분을 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LA 시의회의 상황은 이러한 허용이 사실상 방종을 조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는 스스로 정화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관행에 맞서, 마침내 시의회 여성 의원들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혐오 표현을 퇴출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7명의 시의원은 지난주 흑인 비하 표현(N-word)과 여성 비하 표현(C-word)을 명시하고, 이를 포함한 성적, 인종적 멸시 및 비하 발언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발의안의 내용은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발언자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될 경우 해당 시의회 회기에 3일 동안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론 이 조치가 시민의 참여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명백한 혐오 표현으로부터 시의회 구성원들과 정상적인 시민들의 참여를 보호하기 위한 시의적절하고도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출된 시의원들과 수많은 보좌관들이 정당한 비판이 아닌, 길거리 싸움꾼들이 주고받는 수준의 저열한 언어로 고통받는다면, 이 또한 명백한 폭력과 다름없다. 시의원들의 가족들이 회의를 방청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그 고통은 더욱 극명하게 와닿을 것이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시의회 여성 의원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이 LA 시의회 방청석을 조금 더 건전하고 품격 있는 공론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인성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시의회 발언대 시의회 발언대 시의회 공식 la 시의회

2025-03-24

[발언대] 자유를 위한 투쟁과 역사의 교훈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1775년 3월 23일,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 의사당에서 이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그는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유를 위한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역설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동료들은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헨리는 이렇게 묻는다.   “Is life so dear, or peace so sweet, as to be purchased at the price of chains and slavery?(속박과 노예의 대가로 얻은 생명과 평화가 중요한가?)”   이 연설은 미국 독립운동의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헨리의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 논란도 적지 않았다. 자유를 향한 투쟁이 반드시 무력 충돌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그 시대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도전과 대응을 기록해 왔다. 2023년 12월 3일,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이는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공수처에 체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표현은 노자의 철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노자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이 실제로 실행되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판단은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계엄이란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국가적 비상사태 시 군이 행정권과 사법권을 행사하며 치안을 유지하는 조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은 기존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그 법적 정당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수처의 대응이 과했으며, 법적 절차와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역사는 늘 도전과 논쟁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싸움은 승리로, 어떤 싸움은 좌절로 끝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패트릭 헨리의 말처럼,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무너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는 교훈은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결정은 국민의 신뢰와 민주적 절차 속에서 이루어질 때 더욱 의미를 가질 것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발언대 자유 투쟁 패트릭 헨리 윤석열 대통령 정치적 위기

2025-03-17

[발언대] 집안싸움에 갇힌 대한민국

고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탄핵, 계엄령 같은 단어들이 공론장에서 오르내리더니, 결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찬반으로 나뉜 국민들은 한겨울에도 거리에 나서며 얼어붙은 도심을 함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몸은 타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늘 고국을 맴도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심정이다. 기쁜 소식에 웃고, 슬픈 소식에 가슴을 졸이며, 조국의 행보를 지켜본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뱉은 말이다. 타협보다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판에서 대통령에게만 양보를 요구하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었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은 유독 가혹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이 평탄했던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민주주의는 숫자의 싸움이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집단 내 다수가 곧 권력이 되된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야당 성향의 의원들이 과반을 훌쩍 넘겨 64%의 의석을 차지하며 거대 세력으로 등장했다. “회복과 성장,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 그들의 공약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국민은 이를 자유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국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정권을 강제로 탈취하거나 국가 체제를 바꾸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2024년 첫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은 대화와 타협을 뒤로하고 머릿수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국가 발전과 민생보다 행정부 공격에 집중하며, 사소한 비리를 침소봉대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18차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여당과 협의 없이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려 했으며,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정부 정책 수행을 마비시켰다. 이는 선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4류 정치의 민낯이었다.   결국 대통령은 “대통령 못 해 먹겠다”라고 체념하는 대신 비상계엄이라는 강수를 두었고, 머릿수로 무장한 거대 야당에 의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일했던 대통령이 구속되자, 국민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거대 야당의 행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세계 경제 10대 강국으로 성장하고, K-컬처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자부심을 느껴온 국민들은 이제 현 정국이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에서 시작된 싸움이 이제는 사법부와 국민 간의 대립으로 번지며 한국 사회는 한층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는 국제 정세를 뒤흔들 대통령이 등장하며 지구가 회전하듯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마치 유아독존인 듯 세상일은 외면한 채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대한민국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경제 10대 강국의 위상을 지키며,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집안싸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역대 대통령들 세계 정세

2025-02-24

[발언대] 바다 사자들의 독백

우리는 시 라이언이라 불리는 물개입니다.   본래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인간 관리인에게 우리를 잘 보호하도록 임시로 위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도 너무하는 관리인의 폭력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창조주 하느님께 고발하려고 합니다.   우리 동료 중의 하나가 처참히 맞아 죽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글서글한 눈망울과 수염 난 주둥이가 피투성이 되도록 우리 물개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거든요. 왜, 무참히 살해 당했는지 우리는 영문을 모릅니다. 들리는 말로는 우리가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관리인 어부의 밥숟갈을 빼앗는다고 분풀이를 했다는군요.   하느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인간들은 우리 물개들을 잡아서 기름을 짜내어 영양제와 화장품을 만드는 것도 부족해 우리 생식기까지 탐냅니다. 멸종될 뻔 했던 우린 자연보호 운동가들 덕분에 생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바다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끼니만 채우면 물 밖으로 나와 따뜻한 햇빛에 일광욕을 즐기지만 다른 물고기들은 플라스틱인지 뭔지 하는 쓰레기 때문에 내장이 터져서 죽어 간다고 합니다.   생명의 창조자이신 하느님, 도와주세요. 멋지게 만드신 대양의 참 모습을 파괴와 폭력으로부터 지켜주세요.   저희 물개들이 다른 물고기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인간 관리인들이 인정해 주면 오죽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현실이 염려 됩니다.   지구의 속사정을 알아채는 일은 우리 물개들이 인간 관리인 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인지능력이라고 하는데, 능력으로 부르기엔 우리는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지요. 자연에 동화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외심이었습니다. 우주를 창조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풍랑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평화롭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물개들의 눈에도 물 밖의 세상이 험악하게 보입니다. 아니, 보일 뿐만 아니라 우리한테도 불똥이 튀어 바다 깊은 곳으로 숨어들게 합니다.   우리는 바다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인간 관리인들의 사정이 딱해보입니다.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아서지요.     그런데 자기들의 거주지를 보존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물고기들은 쓰레기 때문에 숨이 막힙니다만 우리가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는다고 우리 동료를 때려 죽일 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청지기의 사명을 쇄신해야 하지 않나요.   지구가 괴로워하고 있는데 어찌 그리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것인지 우리들은 울화가 터집니다.   우리도 지구 공동체의 일원인지라 마음 같아서는 일손을 보탰으면 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저희는 바다를 벗어날 입장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구의 이변은 모든 생명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최경애 / 수필가발언대 사자 독백 인간 관리인들 창조자이신 하느님 창조주 하느님

2025-01-30

[발언대] 대한민국은 지금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 리더가 없는 비상 사태다. 국가 원수이자 국정 최고책임자가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에도 충격적인 소식이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한국의 리더십 위기를 재조명했다. 한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로 칭송받던 한국이다. 그런데 난데없는 계엄이니 탄핵이니 하다가 급기야 경찰 수천 명이 동원된 대통령 체포 작전으로 잇달아 전 세계 토픽감이 되었다는 게 부끄럽다.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계엄과 탄핵’이란 단어가 뭇 언론을 도배하고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용산 한남동 대통령관저 앞까지 늘어서 수십만명의 시민이 연일 찬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 체포작전’이란 용어를 써가며 마치 군대가 작전하는 것처럼 경찰 기동대의 출동까지 거론하며 일촉즉발의 유혈충돌로 이어질까 걱정되는 모습이 한참 연출됐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 구금사태가 이어졌다. 대통령은 마치 작전에서 적에 투항하는 패장의 모습처럼 체포에 응했다. 그는 국군 최고통수권자로서 50만 대군의 수장이다.   공수처는 헌법이란 이름으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그런가 하면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나섰지만 맥없이 무너졌다.   대통령은 모름지기 국가원수요 국군 통수권자로서 국가 존폐에 관한 일이 아니고선 그 권위에 도전할 자가 감히 있겠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대통령의 참모와 휘하 군지휘관들이 체포 구속돼 대통령은 통수권자로서의 팔다리가 모조리 잘려나간 꼴이 되고 말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번도 본적 없는 넋 빠진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군은 명령을 본분으로 하고 있다. 적전에서 설사 부당한 명령이라도 항명할 수 없는 게 군대다. 그래서 군은 제복을 착용하고 계급장을 부착하며 군복에 대한 존엄과 상호존중을 명예롭게 여긴다.     물론 헌법상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뜻도 실은 국민의 권리를 선택된 대통령이 위임받아 대표해서 사용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말이다.     지역주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이 전체국민이 선택한 국가의 대표를 상대로 적대행위를 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국헌부정행위등 국사사범이 아닌 이상 결코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최우선 순위의 신변 보호막을 대통령에 적용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수년 전 한국 국회에선 도끼로 의사당 문짝을 부수고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한 현역 국회의원이 공중부양하는 꼴불견을 연출해 미국 언론들의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더티 팔리틱스(Dirty politics)”란 평가를 받았던 부끄러운 광경이 새롭다.     이번에도 피아간에 헌법을 입에 물고 사는 사람들이 아전인수격 헌법해석을 일삼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주립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손자의 말이 귀를 울린다. 손자는 영자신문을 들고 “그랜파 잇츠 더리 팔리틱스(Grandpa It‘s Dirty Politics)”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 미숙한 한국 정치”라는 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할아버지 세대가 피 흘려 나라를 지켰고 아버지 세대가 땀 흘려 경제 부흥을 이룩했는데 철없는 손자세대가 태평성대를 누려야 할 즈음 픽션 드라마에서나 볼일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발언대 대한민국 대통령 체포작전 대통령 구금사태 대통령 경호

2025-01-21

[발언대] 산불 대피 도중 찾은 가족 이민사

지난 7일 LA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저는 가족 소지품을 모두 챙기기 위해 할리우드에 있는 부모님댁으로 정신없이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화재로부터 안전합니다.     가족 소지품을 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족 사진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우리 가족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여러분과 함께 우리 가족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마침 지난 1월13일은 1903년 첫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고 한인 사회의 놀라운 공헌을 기리는 미주 한인의 날이었으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976년 조부모님과 고모 두 분, 큰삼촌은 서울에서 LA로 이민을 왔고, 아빠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으로 이주하셨습니다. 제한된 영어 실력으로 청소부, 자바 시장 바느질, 델리 용품 배달 등 고된 육체 노동으로 돈을 모아 서로를 부양했습니다.     그들은 힘든 직업과 희생을 통해 할리우드에 가족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저축했고, 이곳은 저를 포함한 다음 세대의 안식처이자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 아빠와 삼촌은 주류 판매점을 운영했지만 LA폭동으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밤낮으로 돌아가며 가게를 지키다 폭행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두 분은 사업을 지붕설비로 전환하여 서로 무역을 배웠고, 현재까지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한 엄마는 2003년 코리아타운에 진발레스쿨을 열어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봉사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키웠습니다.     어렸을 때 주말이면 할리우드 보울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의 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의 밤 등의 행사에 참여해 LA 지역 사회 곳곳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가족의 이민 여정은 수많은 다른 이민자들처럼 회복력, 단결력, 결단력을 상징합니다. 소박한 시작부터 LA에서 유산을 쌓은 현재까지의 우리 가족의 뿌리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우리 가족이 LA와 커뮤니티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이린 최 / 레드스톤 에퀴티 부사장발언대 이민사 산불 가족 이민사 가족 소지품 가족 주택

2025-01-19

[발언대] 연말에 더 절실한 배려의 말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52년 삶을 통해 더욱 확신하는 것은 한국인의 우수성이다. 세계 최고라고 하는 유대인을 능가한다는 생각도 든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들의 아쉬움 역시 비례한다.   그것은 편 가르기, 사람차별, 거짓말, 배려심 부족 등인데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의 계절에 배려하는 마음에 관한 몇 가지 예들을 나열해 보려한다.   어느 교회 예배에서 했던 장로님의 대표 기도가 기억난다. ‘하나님 아버지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난 한 주간도 아무 일 없이 편안히 지낼 수 있게 축복해 주시고…’ 본인은 아무 일 없이 무탈했는지 몰라도 그 기도를 듣는 교인들 중 어떤 이들은 가족을 잃거나 암 진단을 받거나 파산선고에 고민하거나, 자녀 문제로 힘들어 하는 등 많은 아픔을 경험했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의도는 없었겠지만 배려에 신경 쓰지 않은 부주의가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되는 예다.   보통 우린 연말연시에 기쁘고 즐거운 들뜬 기분으로 지낸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다들 나처럼 그러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은 생활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낸 외로움으로, 병상의 고통으로, 남들이 즐거워하면 할수록 더욱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누가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행동이나 말에 항상 조심하고 배려하는 세심함이 있어야 한다.   부부간의 다정함을 나타내는 자연스런 애정 표현이나 또는 사업의 번창, 자녀의 성공, 몸의 건강 등 별생각 없이 늘어 놓는 자랑이나 수다가 상대방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   모임에서 듣게 되는 흔한 예를 들자면 생일이나 명절에 ‘우리 아들이 해외여행을 보내 주었다’, ‘우리 딸은 무슨 선물 사 주더라’, ‘사위가 어느 고급식당에서 식사 대접을 해주더라’ 등등이다.   그 대화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집안형편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 경력·학력이 없는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 자식이 없는 사람, 자식이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 불치병 가진 사람, 짝 잃고 혼자되어 외롭게 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속이 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집에 가서 혼자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참석자 대부분이 시니어인  연말 파티에 행사 주관자가 단순히 모임을 멋지게 보이도록 하고싶어서 부부 지정석을 정하고, 부부의 다정한 모습 사진으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마 이런 모임 참석자의 3분의1 정도는 홀로된 분들이기에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가장 아픈 곳을 자극할 수 있다. 어느 모임에서 이야기의 주제로 정치나 종교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나, 요즘 많은 단체 카톡방에서 대화의 충돌을 자제하라는 것 역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함 일 것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연말 절실 연말 파티 수다가 상대방 부부 지정석

2024-12-15

[발언대] 보물찾기

일반적으로 보물이란 금, 은, 보석 등과 같이 매우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의미하지만,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들도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과 역사관 등에서 많은 보물을 볼 수 있고 교과서 등 책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지만, 역사 연구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어제의 사건에 관한 관심보다는 불안정한 미래에 관한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가 120년이 지났다. 하지만 한인 이민 선조들의 역사와 기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보물로서의 가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리, 모습, 이야기,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공간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상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그 역사는 기록되지 않고 있다.     한인 사회의 보물은 금과 보석이 아니라, 우리의 뿌리와 문화, 그리고 이야기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보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한인 이민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세대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이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     미주 한인 사회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한미박물관 건립은 수년째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심과 참여도 갈수록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한미박물관은 디즈니 만화영화의 하늘을 나는 궁전처럼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됐을 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100년이 넘은 그림과 유물 등 보물들은 모두 집이나 창고에 쌓여 있고, 우리 후손에게는 단순히 보잘것 없는 ‘옛날 물건’으로 여겨질 뿐이다.   한인 사회의 보물들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소통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자손들에게 그 의미를 전하고 이해시켜야만 그 보물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한미박물관과 각종 기념관 건립을 위해 그동안 한인들이 기증한 보물이 5만 점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보물들이 모두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그 행방을 모른다. 나중에 벼룩시장에서 발견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와 관심을 전달하는 공청회가 두 차례 있었지만, 한미박물관 측은 이를 무시했다. 한미박물관 측은 이제 한인 사회에 이유를 설명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약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물러나라.     우리의 이야기와 보물은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만약 보물들이 파손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며, 우리의 이야기다. 한인 사회의 보물찾기를 위한 한미박물관 공청회는 반드시 이어져야 하며, 목소리를 모아 함께 지켜야 한다. 크리스토퍼 이 / 건축가·다큐영화감독발언대 보물찾기 한미박물관 건립 한미박물관 공청회 한미박물관 측은

2024-11-25

[발언대] 외화내빈의 한국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권에 올랐고 한국의 문화도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내며 보편화 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옷을 갈아입은 후, 한국인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용수철처럼 세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요즘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미국에서도 ‘K’자만 들어가면 새롭게 떠오르는 매력적인 나라로서 한국을 연상할 정도다. “내 자녀가 내년에 한국에 연수차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타인종 부모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민낯은 어떤가.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안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일이 많다는 의미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하는 한국 사회는 기쁨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 등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불평과 불만, 분열과 불신 등 부정적인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과 시청역 일대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대규모 집회가 일 년 내내 지속하는 듯하다. 이로 인한 소음과 차량 정체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공백이 일 년 가까이 지속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분단국가의 숙명인지는 몰라도 좌우의 이념대결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감정과 세대 간 갈등 역시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는 화려하게 뜨고 있는 한국이 국내적으로는 주춤거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정치 때문이다. 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고, 정치의 주체는 바로 국민이 선택한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의 의정 활동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오로지 자신과 자기 진영의 유익만을 추구한다.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토론은 없고, 상대방 헐뜯기에 열을 올리며, 대화보다는 갈등을 조장하는 3류 정치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3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치인 각자가 열심히 노력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인을 위한 노벨상이나 오스카상은 없다. 정치인의 상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되겠지만, 그동안 국제적인 상을 받아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에게 걸맞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때 대한민국은 외화내빈이 아닌, 안과 밖이 일치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외화내빈 한국 한국 정치인들 한국 사회 정치인 각자

2024-11-12

[발언대] 어머니의 한(恨)과 북한군 파병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수업이 끝나자마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달려와 방문을 열며 “엄마”하고 불렀다. 그런데 방안에는 평소와 달리 섬뜩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방 위쪽 구석엔 처음 보는 흰 광목천으로 덮인 것이 있었고, 엄마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엄마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나를 본 엄마는 눈물을 닦고 순간의 침묵을 깨며 말했다. “네 형이 전쟁터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광목천을 들어 올렸다. 거기에 숨진 형의 얼굴이 보였다. 전쟁터에 갔던 형이 시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가족은 6·25전쟁이 한창일 때 피난길에 나서 대구를 지나 경산까지 갔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형은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그 이후에는 소식이 없다가 낙동강 전투에서 심한 상처를 입고 대구 동산 육군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끝내 숨졌다.     형이 숨지고 한동안 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하셨고, 얼굴에서는 삶의 의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부터 10여년 동안 어머니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기계적으로 음식을 입에 넣는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는 망각이라는 만병통치약도 효력이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뒷산에 뭍은 형을 생각하며 “얼마나 옷이 젖을까?” 괴로워하셨고, 눈 오는 겨울날이면  “나는 방에서 편안히 지내는데 너의 형은 뒷산에서 얼마나 추운 눈보라를 맞으며 누워있을까?”하며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는 것이 어머니의 일과였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일생을 지낸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북한군 1만여 명이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지역에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파병됐다는 소식이다. 너무나 한심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의 남침으로 국군 사상자가 50만 명이 넘었고, 북한 인민군도 6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많은 젊은이가 제대로 인생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희생되었다는 것은 잊지 못할 역사의 참극이다.      지난 1989년 3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자랑하는 ‘능라도 체육관’ 건설 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앳돼 보이는 인민군 병사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본 인민군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허름한 군복에 체격은 왜소했다. 그들의 나이가 18~21세 정도인데 남한의 또래 젊은이보다 체격이 훨씬 작았다. 체격이나 얼굴 모습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서 고 1학년 정도의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수줍고 약간은 두려워하는 듯한 순진하고 어린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북한 방문 당시 가까이서 보았던 순진하고 앳된 인민군 병사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동족이라는 연민 때문일까?  그들도 사랑하는 형제자매가 있을 것이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부모가 있을 것 아닌가.   러시아의 젊은이들을 대신해 아직 피어나지 못한 우리 동족 젊은이들이,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해 희생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지방으로 끌려간 북한의 어린 병사들의 어머니들도, 나의 어머니처럼 가슴에 피멍이 드는 한(恨)을 품고 사는 삶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영송 / 한미문화교류재단 회장발언대 북한 어머니 한동안 어머니 인민군 병사들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2024-11-05

[발언대] 노벨 문학상 작가의 ‘대리전’ 표현 유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단과 국민은 물론 해외 한인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강 작가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6·25 한국전쟁을 ‘대리전’이라 표현한 것은 미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폄훼한 것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풀러튼시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한강 작가의 ‘대리전’ 언급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우리 옛 선인들은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망은 물에 새기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경제적 번영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먼저 간 3만6000여 명의 미군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입니다. 그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한강 작가가 지금 자유롭게 소설을 쓸 수 있는 것도 미군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희생을 ‘대리전’이라는 단어로 가볍게 치부한 것은 그들의 희생정신을 짓밟는 것입니다.     저는 2009년부터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도움과 협조로 플러튼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를 건립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11일 역사적인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습니다. 이 기념비는 단순한 추모의 공간을 넘어, 한미 양국의 동맹과 우호를 상징하고, 차세대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사 교육의 장입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3만 6000여 명의 이름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증거이며, 영원히 빛날 별과 같습니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언급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대리전’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역사 왜곡입니다. 6·25 한국전쟁은 명백히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며,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은 국제사회의 정의로운 행동이었습니다. 이를 ‘대리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마치 한국인이 강대국들의 갈등에 희생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며, 미군 참전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폄훼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문학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은 할 수 있지만, 역사적 진실은 존중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강 작가의 ‘대리전’ 표현은 문학과 역사의 경계를 허물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합니다. 한강 작가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는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정확한 역사를 알려주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합니다.   저는 한강 작가의 ‘대리전’ 표현에 강력히 반대하며,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모든 분을 기억하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풀러튼시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기념비를 방문하여 역사를 배우고, 자유의 소중함을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자유를 위해 싸운 선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기념비 건립에 작은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기념비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역사를 배우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함께 노력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갑시다. 박동우 / 풀러턴 한국전 참전용사비 전 사무총장발언대 문학상 대리전 노벨 문학상 표현 유감 기념비 건립

2024-10-28

[발언대] 장애인 배려 아쉬운 양로보건센터

나는 두 달 전에 90세 생일이 지났다. 1년 반 전부터 한 양로보건센터에 다니기 시작해 주 5일을 그곳에 간다. 그런데 얼마 전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 이유는 약해진 나의 청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답답함이 있다.     센터 측은 이달 초 특정한 날에 독감과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함께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래서 당일 센터에 갔더니 그날은 독감 예방 접종만 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은 1주일 후에 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한다고 한 날에 다시 센터엘 갔다. 잠시 앉아 있었더니 방송이 나왔다. “지난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못한 분들은 지금 접종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난주에 오지 못한 분들을 배려해 센터 측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한 번 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내 방송 후 몇 사람이 주사를 맞으러 갔고, 한참 있다가 또 몇 사람이 접종을 위해 이동하는 게 보였다. 나는 조금만 있으면 독감 예방 접종이 끝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독감 예방 접종을 하던 간호사들이 가방을 끌고 센터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접종 장소로 갔더니 오늘 백신 접종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내가 다니는 양로보건센터는 8인용 테이블이 종으로 6개, 횡으로 6개가 배치되어 있다. 지난주 독감 예방 주사 때는 진행자가 있어 “제1열 분들 나오세요”라는 식으로 부르면 여러 명이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그날 접종은 효율적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오늘은 진행자가 없었다. 당연히 여러 명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도 분명 안내하는 말이 있었을 텐데 내가 제대로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이 도대체 어디서 꼬였나? 내 인지능력이 이렇게 곤두박질쳤나? 참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나처럼 청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자막을 넣어준다. 심지어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기도 한다. 양로보건센터에 다니는 시니어들 가운데는 나처럼 청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자막 안내는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의 홍보 효과도 클 것이다.  내가 다니는 센터에도 사방에 TV가 6대나 설치돼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격언이 있다.  만약 양로보건센터들이 TV 화면에 간단한 메모를 올린다면 나를 포함해 청력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 얼마나 반가워할까 싶다.     나는 젊은 시절 전쟁터를 누비다 보니 포성과 항공기 굉음으로 귀가 많이 망가졌다. 그날 내가 뭔가를 잘 못 듣고 허둥댄 것이 분명하다. 센터 측에 잘못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아쉬울 뿐이다.  스탠리 윤발언대 양로보건센터 장애인 독감 예방 코로나 예방 접종 장소

2024-09-22

[발언대] 행복한 말년을 원한다면

나는 은퇴촌에 살고 있다. 이웃들 모두 나름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인생의 말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문제없는 가정이 없다 할 정도로 여러 문제로 고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끝이 어떤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단된다. 그러기에 인생 말년에 아픔이 있다면 과거의 모든 성취는 소용이 없게 된다.     가족 간 불화의 가장 흔한 이유는 아마 재산 문제일 것이다. 만약 가족 간의 화목과 재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어떤 것이 남는 선택인지  스스로 계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형제는 7남매다. 그중에 특별히 출세한 사람도,부자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 년째 격월로 합동 생일잔치를 갖는 등 주변에서 우애좋은 집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비결을 물으면 물려받은 유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지혜를 일찍 터득하신 부모님께 늘 감사한다. 아버지는 시골 의사였다. 과거 주변 사람들로부터 땅을 사 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은 재산이 형제간 우애를 깨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분들이었다. 늘 우리에게 유산은 대학교육까지라며 물질적 유산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유산을 한 푼이라도 물려받은 자식이 없다.     심지어 어머님은 본인의 장례식 조의금이 남으면 전액 멕시코 선교에 헌금하라는 유언까지 하셨다. 돈으로 인한 형제간 불화를 염두에 두셨던 듯하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딤전6:10) 돈 자체는 좋고 필요한 것이다. 그 존재 목적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것을 ‘사랑’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에 옮기셨던 것 같다.       유산으로 인한 형제간 불화의 원인은 액수보다 형평성이 원인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형제간 차등 상속으로 인한 불만에, 평소 부모에게 관심도 없던 자식이 고생하며 무모를 모셨던 자식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 등으로 인한 것이다. 또 며느리, 사위 등의 개입으로 문제가 복잡해지는 사례도 본다.       유산 문제로 인한 자녀 간 갈등을 예방할 방법은 있다. 먼저 가진 재산을 자신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부모를 모셨거나 가족들에 도움을 많이 준 자식에게는 좀 더 물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유산이 자식들 간 불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보이면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포기’에는 손실이 따르게 된다. ‘물질’ 과 ‘가족 우애’ 둘 중 어느 것을 지키고 어느 것을 포기할 것인지 지혜로운 결정이 ‘행복한 말년’의 비결일 것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행복 말년 인생 말년 유산 문제 물질적 유산

2024-09-15

[발언대] 대한민국 외교 공무원님들께

대한민국의 외교 공무원들, 그리고 영사업무 담당자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지난 5월 2일 LAPD 경관  안드레스 로페즈에게 살해당한 제 아들 양용은 1984년 4월 7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 11월 초 유학 간 아비와 합류하기 위해 LA로 건너온 이후 40세가 된 올해 2024년 5월 2일까지 LA카운티에서 줄곧 살아왔습니다. 40년간 LA시, 글렌데일, 라카나다, 노스리지 등에서 거주하였으며 LA한인타운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아비가 65세가 되도록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제 아들도 대한민국 국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 아들은 평생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것입니다.   사망 당일 제 아들은 LA 거주자이자 영주권자로서 미국법과 미국 정부의 처리 방식에 따랐지만 국적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아마 제 아들처럼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한국 국적자가 외국에서 숨지는 사례가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환으로, 병으로, 또는 사고로 사망 원인도 다양할 것입니다.   단지 제 아들이 대한민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아들은 해외에서 숨진 많은 재외국민 가운데 한사람에 불과하지만, 몇 가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 특수성이란 총격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된 점, 공권력(LAPD)에 의해 살해된 점, 현행범이 아니고 도주 시도도 없었는데 살해된 점, 정신불안증세 환자임을 알고 있던 경관에 의해 살해된 점, 경관의 살해 의도가 있는 총격으로 살해된 점, 심장, 폐, 위장, 췌장, 간, 요추, 흉추 등 주요 장기가 모두 손상된 채 살해된 점, 총격 후 응급처치 없이 사망한 점, 응급 구조원이 총격후 8분이나 지나 도착한 점, 부모가 병원 이송을 부탁했는데 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채, 무리한 가택 진입과 체포 시도로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사태를 악화시킨 후 살해한 점 등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숨진 대한민국 국적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여기에 제 아들의 죽음이 갖는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우 제 아들의 모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관할 외교공관의 심적, 도의적, 법적, 외교적 의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죽은 제 아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를 대신해 부모인 제가 모국 정부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고, 정부는 어떤 것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지 알고 싶습니다. 이를 알려주시면, 망자와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또 동일한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봅니다. 최소한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지, 또는 해 줄 수 없을 것인지 미리 알고 있어야 적절히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테니까요.   아직 아무런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 아이가 죽고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LA총영사관의 강영한 경찰영사님이 연락을 주셔서, 제 아들의 주민등록번호로 국민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통화 중에 강 영사님이 안타까워해 주시고 위로의 말씀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최근 LA한국문화원에서는 LAPD 경관들을 초청해 문화 교류 행사를 한 것으로 압니다. 공무원님들의 노고와 입장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분도 LAPD 경관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제 아들의 비극을 전달하거나, 관련 질문을 하지는 못하셨겠지요? 문화 교류 행사에서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갖지는 않으셨겠지요?   대한민국 국적자의 목숨이 미국 정부에도,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게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입맛이 씁니다.  양민 / 박사·교육 컨설턴트발언대 대한민국 공무원님 대한민국 국적자 모국인 대한민국 대한민국 여권

2024-08-11

[발언대] 바이든 대선 후보 사퇴와 부인의 역할

참모들의 하야 조언에도 이승만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책상 귀퉁이만 만지작거리던 이 대통령을 결심하게 한 것은  프란체스카 여사였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이 대통령 귀에 대고 말했다. “저분들의 말씀이 옳으니 결심하세요.” 이 대통령은 그때야 “그렇다면 물러나지” 라고 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궁지에 몰린 85세의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결심하는 순간의 장면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6월 27일 첫 대선 후보 토론 이후 민주당은 맨붕에 빠졌다. 대의원 3949명의 99%인 3900명의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지속한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발표하면서도 초라하고 나약한 모습이었던 반면, 상대인 트럼프는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을 연발하면서도 오히려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3월 연방의회에서 한 시간 넘게 지속한 국정 연설 당시의 자신감을 기대했던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은 너무나 달라진 바이든의 모습에 실망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대선 후보 사퇴 주장은 더욱 거세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강변했다. 그러나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과 인지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하락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에게 더욱 불리하게 나타났고 언론의 사퇴 결단 촉구도 이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퇴에 공감하는 주요 인사와 의원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 가족들이 후보 사퇴를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마 이 과정에서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녀일 것이기 때문이다. 질 바이든 여사도 64년 전  프란체스카 여사가 직면했던 결단의 순간을 맞이했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해 11월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50여년 동안 공직을 수행하며 정계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델라웨어 주에서 31세인 1973년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6선을 역임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 부통령을 역임한 후, 2021년 78세의 나이로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트럼프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남은 여정이 있다면 명예로운 은퇴생활일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대선 후보 대선 후보직 후보 사퇴 민주당 대선

2024-07-31

[발언대] 교회 이름에도 ‘한인’을 넣어야 하는가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50년 이상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인의 우수성이다. 한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몇몇 단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편 가르기와 차별 대우다. 한인들끼리도 출생지,출신 학교, 학벌, 직업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거나 차별을 한다. 심지어 목숨 걸고 탈출한 탈북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심하지 않다는 의미다.     나는 미국에서 50년 이상 의사로 일하면서 인종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를 찾았던 환자들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를 무시하는 인종 차별적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40여년 전 미시간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며 유대계 백인 의사가 운영하던 병원을 인수했다. 환자 대부분은 백인이었다. 인수 당시 환자의 절반쯤은 잃을 각오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백인 환자가 늘었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의사로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아프리카 출신 흑인 의사가 서울에서 병원을 개업한다면 환자가 얼마나 찾을까.     지난 50년 동안 내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느 의대를 졸업했는지 물어보는 환자는 정말이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저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얼마 전 신문 광고면에서 ‘oo 한인 교회’라는 문구를 봤다. 그동안은 별 생각없이 당연하게 여겼던 문구가 유난히 이날은 거북했다. 그러고 보니 한인 교회 가운데 교회 이름에 ‘한인’이라는 말이 들어간 교회가 꽤 많은 것 같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oo 한국식당’ 처럼 의도적으로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는 경우에야 어쩔 수 없지만, 차별을 덮고 하나 됨을 강조해야 하는 종교단체의 이름에 굳이 ‘한인’이라는 이름을 넣어야 하느냐는 생각이다.     요즘 이민 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2세들이 점차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녔지만 성장하면 달라진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그들에게 ‘한인 교회’라는 이름은 오히려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타인종 친구를 교회에 대려 오기 곤란한 면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한국에 ‘종로 영남인 교회’ ‘용산 호남인 교회’, ‘을지로 서울대 동문 교회’ 등의 이름을 가진 교회들이 있다면 어떤 느낌을 받겠는가. 이를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름을 지을 당시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한인들의 교회’라는 것을 이름에도 나타내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세,3세들까지 생각한다면 이제는 다시 고려할 문제라고 본다. 이제는 이름뿐 아니라 교회 분위기도 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오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교회 이름 한인 교회 교회 이름 교회 분위기

2024-07-24

[발언대] LA시 골프 티타임 예약 개선 필요

한인 브로커들의 골프 티타임 판매 문제가 이슈화되자 LA 시와 LA 카운티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골프장 예약도 과거보다 상당히 편리해졌다. 하지만 워낙 티타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른바 골든 티타임(대개 오전 8~11시 사이)에는 예약이 어렵다. LA 주변은 골프장 숫자에 비해 골프 인구가 훨씬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한인들은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일부 골프장의 황금 시간대 티타임을 예약했다가 일정액을 받고 판매하는 한인  브로커들까지 생겼던 모양이다.     브로커들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편법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예약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LA 시가 브로커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지나치게 금전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LA시 운영 골프장은 티타임예약 시 1인당 10달러씩의 디파짓이 필요하다. 그리고 디파짓 한 돈은 그린피를 계산할 때 크레딧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돼도 디피짓 한 돈은 돌려받지 못한다. 그리고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에는 추가로 1인당 1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LA시 운영 골프장에 티타임을 예약한 후 가지 않았을 경우에는 1인당 20달러의 돈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벌금 제도를 이용해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예약한 티타임  24시간 이전에 취소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으면 이메일로 통보 후 벌금을 부과했다.     만약 티타임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기자로 대체해도 골프장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디파짓한 돈에 추가로 벌금까지 내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생각이다.       온라인으로 티타임을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웹사이트에 로그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로그인을 위해서는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집 주소, 크래딧카드 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복수 예약이나 브로커를 막으려면 골프장에서 체크인 시 예약을 한 사람 본인인지 신분증(ID) 확인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약 사이트에는 예약자의 정보들이 입력돼 있어 이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이런 방식을 시행하는 데도 티타임의 부정 예약과 판매가 이뤄진다면 골프장 내부 협조자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티타임 관련 부조리 문제로 LA 시와 카운티 공원관리국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적도 있지만 한 번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 LA시와 카운티 정부는 골프 애호가들을 위해 티타임 예약 시스템을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송정섭발언대 골프 티타임 티타임 예약자 티타임 판매 골든 티타임

2024-07-2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