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K컬처에 빠지다] 반가사유상의 속삭임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공산주의가 중국에 도래하기 전, 불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였다. 불교는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이 공유한 유일한 경험으로, 아시아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불교의 존재감은 대단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논할 때 불교를 제외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한국에서 불교 신자 인구는 23% 정도지만, 국가 지정 보물 중 70% 이상이 불교 유물이다. 이 국가 지정 보물들은 불교가 한국 문화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닌 한국인조차도 불교에서 비롯된 많은 전통을 유지하며, 불교 철학의 영향을 깊이 받아 타 종교를 믿는 경우에도 불교와의 불가분한 연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한국 문화와 예술의 형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나는 목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배우는 데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아버지는 불교 미술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그 안에 깊은 영성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나는 아버지께 한국 불교 미술의 이미지를 보여드렸고, 우리는 그것이 경이로운 작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한국의 국보 제83호인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보았을 때, 우리는 그보다 더 깊은 사색을 담은 예술 작품을 본 적이 없다고 느꼈다. 반가사유상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교 미술 작품 중 하나다.   나는 작가이자 음악가로서 늘 영감을 찾는다. 물론 책과 음악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때때로 내 분야를 넘어서는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 한다.     만약 내가 책만 읽는다면, 나는 결국 다른 작가들과 비슷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음악만 들으면, 다른 음악가들과 비슷한 음악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찾아 나선다.   이것은 예술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업가에게도 창의적인 사고는 필수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예술을 접하는 것이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처음으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을 마주했을 때, 마치 발이 바닥에 붙고 눈이 조각상에 고정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까지 어느 작품도 내게 이렇게 속삭인 적이 없었다.   “멈춰서 생각해 봐. 아니, 정말 깊이 생각하고 느껴 봐. 면밀히 관찰하고, 성찰하고, 깊이 고찰해 봐.”   그 후, 반가사유상이 내게 다가와 발을 바닥에서 떼고, 조각상의 아름다움을 모든 각도에서 감상하라고 초대하는 듯했다.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리고 확실히 영감을 주는 경험이었다.   이처럼 깊은 상상력과 마주하는 경험이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동기부여를 얻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여러분의 영혼이 새로운 활력을 필요로 할 때,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불교조각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은 그 자체로 건강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반가사유상 속삭임 한국 불교 불교 미술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2025-03-09

[문화산책] 사유의 방과 짙은 안개구름

지난해 한국 여행 때는 전국 여러 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녔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원주의 뮤지엄 산(SAN), 환기미술관, 제주도 도립 김창열 미술관 등이었다.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대표적 전시실로 내세우는 ‘사유의 방’은 국보로 지정된 삼국시대의 금동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분을 모시기 위해 만든 독립된 방이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가볍게 얹고 오른손을 살짝 뺨에 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 두 점이 특별히 설계된 넓은 공간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사유의 방’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박물관의 소개를 한 구절 옮겨 본다.   “시공을 초월한 초현실의 감각을 일깨우며 반짝임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14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 앞에 있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됩니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는 듯, 고뇌하는 듯,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듯,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는 동안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고, 치유와 평안이 다가옵니다.”   어둠을 통과하는 진입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벽과 바닥, 반짝이는 천장 등 추상적이고 고요한 전시 공간에서 반가사유상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게 된다. 두 분 부처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신앙의 경지를 최고의 예술로 승화’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반가사유상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지난해 400만명을 넘었는데, ‘사유의 방’의 인기도 상당한 몫을 했다고 한다. ‘사유의 방’이 ‘불멍’의 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멍’이란 ‘불상을 멍하게 바라보는 일’이라고 한다. 짙고 아름다운 침묵 속에서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에 빠져들면,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의 내면과 대화를 하게 되고 위로와 치유를 받는 것이다. 어찌 보면, 거칠고 황폐한 정신적 불모지에서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 오아시스 노릇을 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원주의 뮤지엄 산(SAN)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SAN은 산(山)을 의미하기도 하고 Space, Art, Nature의 머리글자를 딴 명칭으로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뜻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빛으로 대표되는 개성적인 건축물과 주변의 산, 물, 정원, 돌, 빛 등의 자연경관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작품이다. 그리고 다양한 미술작품, 정원과 산책로, 개관 5주년 기념으로 건설한 ‘명상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마침 내가 찾았을 때는 비가 알맞게 내렸다. 주위의 산들이 온통 자욱한 운무(안개구름)에 휩싸여, 정말 아름다웠다.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설계자인 안도 다다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큰 행운이었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그 신비로운 풍경을 떠올리면, 엉뚱한 생각이 든다. 한국 사회는 지금 선거를 앞두고 시끄럽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아슬아슬한 아수라장이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터무니없이 목소리만 요란한 정치인들은 의무적으로 ‘사유의 방’을 찾아 ‘불멍’을 하고, 비 내리는 산허리를 감싸는 운무에 젖어보고, 이성을 제대로 되찾은 다음에 정치를 하기 바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안개구름 사유 금동 반가사유상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환기미술관 제주

2024-02-2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