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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의료서비스 책임지겠습니다"

“한인 60~80대 부모님들은 봉제공장, 야채가게 등 정말 힘든 일을 하며 우리를 키워주셨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 자녀세대도 없지요. 이제는 우리가 부모님 세대의 건강을 책임지겠습니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서울메디칼과 한미메디컬을 최고의 메디컬그룹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4일 한인 전문의(MD) 리처드 박 공동대표와 사모펀드 전문가 황인선 공동대표가 이끄는 어센드 파트너스(Ascend Partners, 이하 어센드)는 한미메디컬그룹(KAMG) 인수합병(M&A)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어센드는 미주한인사회 대형 독립의사네트워크(IPA)인 서울메디칼그룹(SMG)과 한미메디컬그룹(KAMG)을 모두 소유하게 됐다.     박 공동대표는 KAMG 인수를 계기로 ‘한인사회 통합 메디컬그룹’ 출범을 예고했다.     박 공동대표는 “한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의 헌신을 지켜봤다. 고등학교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가 ‘가난한 이민자가 제대로 치료도 못 받는다’는 말에 의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지난 2010년 뉴욕에서 ‘시티MD어전케어’를 설립한 이유도 ‘한인 등 이민자가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바로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어센드의 박 공동대표는 SMG와 KAMG 인수합병을 통해 ‘최고의 한인 메디컬그룹’이라는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세대가 마련한 거대자본, 전문성을 갖춘 운영체계, 임상 리소스 등 한인 메디컬그룹에도 투자할 것”이라며 “우리는 한인사회 애국자가 되고 싶다. 한인 환자를 이해하고 한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진료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KAMG 한승수 회장도 박 공동대표의 열정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한인 메디컬그룹의 질적 성장을 기대했다. 한 회장은 “어센드의 인수합병으로 KAMG 의사들은 환자 진료와 치료에 집중하고, 환자는 더 큰 의료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공동대표와 한 회장과의 일문일답.   -2023년 10월 SMG 인수에 이어 KAMG를 인수한 목적은.   박 공동대표: “한인 부모님 세대의 꺾일 줄 모르는 투지와 근면·성실을 잊을 수 없다. 연로해진 부모님 세대가 병원을 찾고 있다. 한인에게 헬스케어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한인이 렌트비, 생활비 등을 아껴서 어렵게 병원을 찾는다. 어센드는 한인 차세대가 주축이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통해 한인 환자에게 돌아가야 할 헬스케어 혜택을 충분히 제공하고자 한다.”   -KAMG 새 운영진으로 어센드를 택한 이유는.   한 회장: “KAMG는 1세대 한인 의사들이 합심해 만든 한인사회 최초 메디컬그룹이다. 한 세대를 거치며 많이 성장한 만큼 세대교체와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이제 의사들은 진료와 치료에 집중해 환자를 더 보살필 수 있다. 특히 박 공동대표는 한인 메디컬그룹 투자와 성장이라는 확실한 꿈과 리더십이 있다.”   -SMG와 KAMG 통합 효과는.   한 회장: “한인 메디컬그룹끼리 경쟁 대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는 의료혜택은 더 커진다. 특히 한인 메디컬그룹이 커지면 보험사를 상대로 더 나은 혜택을 받아낼 수 있다.”   박 공동대표: “SMG와 KAMG의 환자는 굉장히 중요하다. 한인 의사의 실력은 최고다. 하지만 보험사 등은 (소수계인)한인 환자에게 쓸 의료비를 다른 곳에 쓰곤 했다. 한인 환자의 권익을 지켜주는 더 큰 규모의 메디컬그룹을 만들고자 한다.”   -향후 KAMG 운영 방침은.   한승수 회장: “환자분들은 기존과 똑같이 주치의 등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메디컬그룹 운영시스템 등이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박 공동대표: “SMG와 KAMG는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우선 두 메디컬그룹 장점을 살려 내실을 다지기 위해 기술 및 자본을 투자한다. 두 메디컬 그룹이 각자 질적성장을 이룬 뒤에는 하나의 통합 메디컬그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향후 두 메디컬그룹의 매각 가능성은.   박 공동대표: "나와 친구들은 한인사회 최고 메디컬그룹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1세대 의사 원로들께서 한인 메디컬그룹 성공을 일궜다. 이제 우리 세대가 한인사회를 공동대표해 지켜나가고자 한다.”   -어센드가 추구하는 사명은.   박 공동대표: “지역사회 약자와 소수계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누리도록 하는 일이다. 한인사회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황 공동대표와)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SMG 인수 1년여 등 한인 메디컬그룹을 평가한다면.   박 공동대표: “남가주에 와서 보니 한인 메디컬그룹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이 정말 대단하다. 뉴욕 한인사회의 10배 규모다. 새로운 눈을 뜨게 됐고 그만큼 도약의 가능성이 있다. 책임감도 막중하다. 뉴욕에서 온 (한인) 친구들도 다함께 열심히 하자며 일 자체를 좋아한다. 앞으로 한국어를 쓰는 젊은 의사들과 전문간호사(NP) 채용과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체계적인 교육, 더 나은 대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SMG와 KAMG 의료진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어센드 파트너스   뉴욕에 기반을 둔 헬스케어 투자전문 회사 어센드파트너스(Ascend Partners)는 리처드 박 대표와 황인선 대표가 지난 2019년 공동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는 7개 이상 메디컬그룹 및 기술회사 지분을 보유해 헬스케어 업계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박 전문의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사,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에서 전문의(MD) 취득 후 2010년 뉴욕과 뉴저지의 어전케어 헬스케어그룹인 ‘시티MD(CityMD)’ 설립자 겸 CEO로 활동했다. 황인선씨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석사 취득 후 세계적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워버그 핀커스에서 근무했다.   ☞한미메디컬그룹   한미메디컬그룹(KAMG)은 지난 1989년 창립된 한인 사회 최초의 메디컬 그룹이다. 남가주를 중심으로 주치의 70여 명, 전문의 4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서울메디칼그룹   서울메디칼그룹(SMG)은 1993년에 설립됐다. 현재 주치의와 전문의 4400명이 7개 주요 지역 지사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지난 2023년 10월 어센드파트너스가인수합병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의료서비스 한인 한인 메디컬그룹 한인사회 통합 미주한인사회 대형

2025-03-18

[커뮤니티 액션] 미주한인사회 반전반핵 운동

오는 2025년과 2026년, 한국과 미국의 평화운동 단체들이 잇따라 뉴욕에서 중요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3월 유엔에서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3차 당사국 회의가 열린다. 2017년 유엔에서 채택된 조약인 TPNW는 핵무기 개발, 실험, 생산, 비축, 주둔, 이전, 사용, 위협 등을 완전히 금지하는 조약이다. 2024년 현재 93개국이 서명을 했고, 70개국이 비준을 했다. 물론 핵무기 보유국들은 모두 참여하지 않았으며 한국과 북한, 일본도 외면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으로부터 이른바 ‘핵우산’을 제공받는 나토 회원국들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한국의 원폭피해자협의회와 평화운동 단체들은 내년 3월 유엔 당사국 회의에 맞춰 뉴욕을 방문하고 세계 각국의 TPNW 참여를 촉구한다.   2026년에는 뉴욕에서 한국원폭피해자국제민중법정이 열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79주년을 맞아, 원폭국제민중법정 국제조직위원회(공동대표: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 전 주교, 히라오카 다카시 히로시마 전 시장)가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 책임과 한국원폭피해자에 대한 구제(사죄)’를 요구하는 민중법정을 여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유일한 핵무기 실전 사용 국가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으로 70만여 명이 죽었는데 이 가운데 10%인 7만여 명이 한국인이었다. 대다수는 징병으로 끌려간 한인들이다. 전쟁범죄 국민도 아닌 한국인들의 피해는 원폭피해자 2세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 북한 그리고 전 세계 정부들을 움직여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는 원폭피해자들의 활동에 미주한인사회가 꼭 힘을 보태야 한다.   미주한인사회는 활발했던 반전반핵 운동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 역사를 이어가는 활동이 새싹을 키우고 있다. 광주민중항쟁의 영향으로 창립된 재미한국청년연합 등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미 전역으로 퍼져 나가며 통일운동과 맞물린 반전반핵 평화운동에 나섰다. 해마다 열리는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의 반전평화 시위에 참여하며 ‘코리아에서 미국 핵무기 철거’를 주장했다. 1988년에는 주한 미 핵무기 철거 서명운동을 펼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1989년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DC까지 행진하며 서명을 연방의회에 전달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반도는 심각한 전쟁 위기를 맞았다. 이에 한국청년연합 등은 수많은 한인의 참여로 수만 달러를 모아 워싱턴포스트에 미국과 북한 정부에 핵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광고를 두 차례 게재했다. 이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아진 것이 없다. 한반도는 북한 핵무기와 미국 핵우산이 대치하는 더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다. 한국청년연합의 역사를 이어받아 지난해 설립된 미주한인평화재단은 최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한반도 평화 촉구 영상을 띄운 데 이어 한국의 평화단체들과 함께 2025~2026년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지구상 핵무기는 1만2100여 개에 이른다. 지구를 13~14번 갈아엎을 규모다. 1%만 터져도 ‘핵겨울’을 맞아 동식물이 절멸한다. 우리의 앞날을 위해 반전반핵 운동에 나서야 한다. 김갑송 /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 국장커뮤니티 액션 미주한인사회 반전반핵 반전반핵 평화운동 반전반핵 운동 평화운동 단체들

2024-08-08

[문화산책]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삶

홍세화, 서경식 두 분의 삶과 죽음에서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무겁고 외로운 그림자를 본다. 많이 아프다.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신영복, 이어령, 김지하, 김종철 같은 지성인들의 별세 소식을 접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디아스포라’라는 낱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파리의 택시 운전사’로 잘 알려진 홍세화(1947-2024)는 이른바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정치적 망명을 한 뒤, 오랜 세월 타향살이를 했다. 택시 운전사로 생계를 이으며 그가 깨닫고 익힌 것이 ‘톨레랑스’, 즉 관용이다.   세월이 흘러 정치적 족쇄가 풀리고, 귀국하여 작가로 언론인으로 장발장 은행 행장으로 활동하며 ‘늘 시대의 야만에 저항하고 소수자를 옹호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는 평가에 걸맞게 행동하는 지식인의 실천적 삶을 살았다. 장발장 은행은 벌금 낼 돈이 없어서 감옥살이하는 이들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벌금을 빌려주는 은행인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후원금이 못 따라가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가 숨 거두는 순간까지 강조한 것은 ‘겸손’이었다고 한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소외된 사람들의 벗이 되려는 마음, 그가 이끌던 학습공동체의 이름은 ‘가장자리’였고, 마지막 직함은 ‘소박한 자유인’의 대표였다.   재일교포 서경식(1951-2023) 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살면서 지독한 차별과 싸워야 했고, 거기다 한국에 유학한 두 형이 이른바 유학생 간첩사건이라는 것에 연루되어 감옥살이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런 고통을 치열한 글쓰기와 디아스포라 연구로 이겨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는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모진 삶과 고통, 빛나는 정신적 승리로 가득 차 있다.   두 사람은 사회적 약자, 박해받는 소수자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비판적인 글과 실천으로 절실하게 표현했다. 같은 꿈을 가진 지성인이었다. 물론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는 있었지만, 생전에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저세상에서 만나게 될 홍세화와 서경식이 생전에는 미처 다하지 못한 깊은 우정을 쌓게 되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바란다'는 글에 공감한다.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이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한다지만,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국경은 완강해지고, 전쟁은 그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의 물결도 멈추지 않고, 난민 문제 또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디아스포라라는 낱말과 개념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인 '외국인(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도 좋은 예다.   미주한인문학을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부르는 예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디아스포라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답하기는 어쩐지 어색하다.   디아스포라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에 의한 이주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 미주한인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자발적 디아스포라’다. 좀 더 잘 먹고 잘살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다. 물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인사, 해직 교수, 해직 언론인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발적 이민자들이다.   하지만, 떠나온 이유가 무엇이건, 현재 삶의 모습이나 돌아갈 곳 마땅치 않은 정신 상태로 말한다면, 우리도 분명히 '남의 땅 남의 골목에 문패 걸고 사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다. 이민자, 국외자, 이방인, 경계인들이다.   우리 미주한인사회에도 디아스포라의 외로움과 아픔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비판적 지식인이 많았으면 좋겠다. 깊은 고뇌를 숙성시킨 좋은 작품도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디아스포라의 그늘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신영복 교수가 강조한, 변방의 창조적 가능성과 자유의 힘을 믿으며, 디아스포라들의 변방인 미주한인사회가 앞으로 어떤 놀라운 창조력을 발휘할지에 큰 기대를 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지식인 디아스포라 지식인 택시 운전사로 우리 미주한인사회

2024-05-16

[문화산책] 영웅과 전설, 그리고 바람꽃

의미 있는 책 두 권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 2세 젊은이들이 만든 ‘영웅과 전설’과 소망 소사이어티가 펴낸 구술자서전 ‘바람꽃’이 그것이다. 두 책은 우리 미주한인사회의 성격과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뜻깊은 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영상과 책으로 제작된 ‘영웅과 전설(H&L)’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롤모델에게 보내는 존경과 감사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은 한인 1세대 변호사인 민병수 변호사, 켄 클레인 전 USC 동아시아 도서관장, 한인가정상담소 창립 멤버인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 LA폭동 당시 한인 피해자들의 정신상담을 총괄한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한국 전통 무용과 한복을 알린 김응화 무용가와 윤정덕 한복 디자이너, 애완견 구조활동을 벌이는 비영리재단 ‘도브(DoVe)’ 설립자 태미 조 주스만, 마라톤 코치 피터 김, 밸리유스오케스트라 구자형 단장, 꽃디자이너 케빈 리 등 각 분야의 인사 11명이다.   이 책의 필자들이 현재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0대 학생들이라는 점이 참으로 반갑고 고맙다, 학생들은 “책을 만들면서 한인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던 것은 1세 한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이민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 건강하고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바람꽃’은 이민 1세 20명의 인생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귀한 책이다. 이 책의 큰 특징은 말로 풀어놓은 사연을 10명의 시인, 수필가 등 전문 문인들이 맛깔나는 문장으로 다듬어 실은, 글자 그대로 ‘구술 자서전’이라는 점이다. 꼬부랑말로는 ‘Oral History’라고 한다. 나이 좀 먹은 이들이 흔히 하는 “내가 살아온 사연을 글로 옮기면 소설책 몇 권이 되고도 남을 거다”는 말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역사 기록과 읽는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구술은 역사를 기록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인데, 우리 미주한인사회에서는 별로 많이 시도되지 못했다. 오래전에 방송인 고(故) 김영우 선생이 각 분야 명사들의 육성을 녹음으로 담아 남긴 오디오테이프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런 아쉬움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바람꽃’이다.   흔히들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큰 업적을 이룬 훌륭한 사람들이나 쓰는 것으로 생각해, 여간해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구술 자서전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다. 글로 쓰라면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말로 하라고 하면 술술 잘도 풀어놓는다. 이런 기록들이 모이고 쌓이면 생생한 민중생활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서전은 쓰는 개인에게는 지난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고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이 되고, 가족과 후손에겐 정신적인 유산을 물려주는 일이 된다. 앞으로 이런 작업이 공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많아지기를 바란다.   가령, 우리 각자가 자기 부모님의 인생 이야기를 글이나 녹음으로 기록해 후손들에게 남겨준다면 우리 사회의 부피는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단체나 교회 같은 신앙공동체들도 충실한 기록을 남기면 우리 사회의 밀도가 한결 충실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책으로 모범을 보여준 소망 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과 재능기부로 동참한 문인들의 정성에 감사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은 사랑과 자부심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점이 소중하다. 또, 진행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뜨겁게 우러나고, 정신적인 유산을 이어간다는 뿌듯함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도 없다는 사실을 돌아가신 뒤에야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부끄러워 눈물 흘린다. 정말 안타깝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영웅과 바람꽃 영웅과 전설 우리 미주한인사회 소아정신과 전문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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