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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대피령에 깨달은 진짜 귀중품

지난 1월7일은 LA카운티를 휩쓸고 간 사상 최대의 산불이 있었던 날이다. 전날 저녁에 불었던 돌풍이 엄청난 화재의 원인이 됐다.     우리 동네 글렌데일을 중심으로 동쪽 알타데나와 서쪽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난 산불은 삽시간에 동네로 번져 마을 전체를 태우고 있었다. TV에서는 계속해서 화재 현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산골짜기 여러 곳에서도 조금씩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러다간 LA 전체가 불바다가 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해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동네만 빼놓고 온통 하늘이 컴컴했다. 에어 퀄리티 지수가 30정도가 정상인데 무려 10배가 넘는 380에 달했다. 바깥 출입도 자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동쪽 알타데나와 같은 능선에 있는 모든 동네에 전기를 끊고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라크레센터 산 중턱에 사는 큰딸 식구가 모두 글렌데일 우리 집으로 대피해 왔다. 애들과 간단한 짐만 챙겨 왔다.     많은 학교에 휴교령이 내렸다. 동네가 탔으니 거기에 있는 초중고 학교도 탔다. 보통 산에 있는 집들이 화재를 당했지만 이번 경우는 동네로 불이 번졌다. 바람의 방향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큰 뉴스였다. TV에서는 거의 모든 방송을 중단하고 집들이 불에 타 무너지는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영화 쿼바디스에서 봤던 로마의 화재가 연상됐다. 한국에 있는 친지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카톡이 왔다. 우리도 이글락까지 불이 번지면 대피해야 했다.   작은 가방 2개를 꺼내놓고 이틀 정도 입을 속옷과 양말, 겉 옷을 먼저 챙겼다. 액세서리는 집락에 부어 가방에 넣고 옷장을 열었다. 무엇을 골라야 할 텐데 골라지지가 않았다. 한참 생각하다가 밍크 코트와 밍크 목도리를 골랐다. 부피가 나간 것이라 가방에 넣으니 가득 찼다.     집 안을 둘러보니 그동안 내 손때 묻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들도 눈치를 챈 듯 모두 “나도! 나도!”하며 챙겨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벽에 걸려있는 내 그림들이며, 오랜 세월 벽장에 무수히 걸려있으며 철 따라 바꿔 입었던 옷가지들, 책들, 가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해야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해서 온 집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이민 와서부터 띄엄띄엄 써왔던 일기들이 생각났다. 대충 서너 권을 빼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차에 실어 놓았다. 일기장을 챙기고 나니 마음이 좀 푸근해졌다. 보석 한두개와 친지를 도우려고 샀던 밍크 코트와 목도리는 값만 비쌌을 뿐 큰 위로는 못되었다.   학창 시절에 읽은 기억이 난다. 교과서에 실렸던가. 외국 단편인데 가난한 친구 집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모두 보석을 끼고 와서 자랑들을 해댔다. 집 주인 차례가 되었다. 가난한 친구는 방에 들어가 두 아들을 데리고 나온다. 그녀는 두 아들이 자기에게는 귀한 보물이라고 했다. 이번 LA 산불로 가족이 무사한 것으로 위로를 삼았을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다. 그 슬픔과 절망은 말로 다 어찌 표현하겠는가.   산불이 있고난 얼마 후에 남편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요즘은 거의 부부가 같이 모인다. 나이도 들고 오랫동안 만나니 여자들도 동창처럼 반갑다. 평소에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를 묻곤 하는데 그날은 보자마자 한 부인이 이번 화재로 그녀의 딸 집이 탔다고 했다.     당시 산불이 발생한 지 꽤 지났는 데도 여전히 전화만 하고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에어비앤비에 대피해 있는데 집 잃고 수습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날마다 바빠 전화도 자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집에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아이들 둘만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평소에 농담을 잘하셔서 주위를 재미있게 해주셨던 바깥 분은 끝까지 별말이 없이 초조한 표정이었다.   요즘도 TV에선 화마가 휩쓸고 간 빈 터를 가끔 보여준다. 아직도 까맣게 탄 잔해가 남아있다. 1만여 세대가 훨씬 넘은 피해 가정은 다 어디에서 기거하고 지낼까 걱정된다.     미국은 집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있다. 집 밖을 참 개성 있게 가꾼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높은 담이 없고 모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집 앞뜰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남을 위하여 돈과 정성을 들여 꾸며 놓은 정원은 걷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은 주택에서 가장 많이 구별된다. 그래서 동네를 걷는다거나 차를 타고 밖을 보면 특색있게 꾸민 집들을 구경하느라 지루하지가 않다.     집안에 있는 정들었던 물건들, 가구들, 사진들, 그림들, 오랜 세월을 거쳐 모아온 수집품들이 모든 것들을 놓고 나왔을 화재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며칠 전 어느 신문에 LA 주택 렌트 값이 많이 올랐다는 기사가 났다. 화재로 인해 수요가 급증해서 화재 난 지역 부근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 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을 딛고 일어선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고 겸손하게 고별사를 쓴 것을 보았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이런 후회의 말이 아닌“나의 조그마한 배려가 남에게 큰 행복이 될 줄 몰랐다”로 바꾸어 보고 싶다. 이영희 / 수필가문예마당 대피령 귀중품 집들이 화재 화재 현장 친구들 모임

2025-03-27

[열린광장] 문학의 ‘쓸모’에 관하여

오렌지글사랑 모임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월 공부해온 세월이 어느새 30년이 된 것이다. 도대체 문학이 무엇인가, 거기에 무슨 마력이 있어 그렇게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일까.   중학 졸업 후 진학을 못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였다.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참 막막한 시절이었다. 한 달에 한 번쯤 마을 이발소에 들렀다. 그곳에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 한 폭과 푸시킨의 ‘삶’이라는 시 한 편이 걸려있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 괴로운 날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 오리니 / 인생은 언제나 슬픈 것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매월 꼬박꼬박 만나게 되는 그 시 한 편이 가만가만 나를 어루만지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온다’는 대목을 되뇌며 힘든 날을 견뎌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만났던 한 편의 시가 지금까지도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 문학의 힘이다.   작년에 글사랑 회원 세 분이 수필집을 출간했다. 수필은 자신의 바닥을 내보이는 글이다. 쑥스럽고 부끄럽고 남세스러운 일까지를 빨랫줄에 걸어놓은 일이다.     밑바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남의 밑바닥 얘기를 들으면서 내 밑바닥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야기 속의 나와 내 속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이다. 공감하고 감동한다. 밑바닥이 밑바닥을 만나면 부둥켜안고 울기 십상이다. 울음은 엉킨 가슴을 풀어주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다. 문학의 힘이다.   쉬운 인생은 없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삶이다. 벼라 별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원망과 미움, 자책과 서러움 등이 차곡차곡 쌓인다. 들끓는 마음의 충동, 불안하고 어두운 자의식을 고백하기는 쉽지 않다. 글쓰기를 통해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세상이 보이듯, 글을 쓰고 나면 삶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글을 마친 다음 어느 작가는, ‘가슴에 맺혀있던 돌덩이 하나가 쑤욱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글쓰기를 통해 영혼을 위로받고 아픔이 치유되었다는 놀라운 체험을 얘기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독자에게도 위로와 위안을 준다. 문학의 힘이다.   최근,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변론에 나선 변호인들의 주장을 TV를 통해 지켜보았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을 대변하는 모든 변론 중, 장순욱 변호사의 변론이 단연 돋보였다.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을 얘기한 그의 말은 정연하고 담백하고 아름다웠다. 헌재의 최종 결과와는 무관하게, 상대를 설득하여 공감하고 감동시키는데 문학적 표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입증해준 변론이었다. 그의 변론은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큰지, 문학의 쓸모가 어디에 있는가를 일깨워 주었다.   문학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다. 삶의 굽이굽이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잘 살아낼 수 있는가.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그 길을 조곤조곤 안내해 준다. 정찬열 / 시인열린광장 문학 문학적 표현 밑바닥 얘기 오렌지글사랑 모임

2025-03-12

[삶의 뜨락에서] 여보, 내 시를 읽어줘!

“여보, 내 시를 읽어줘”하고 부탁한다. 내 시가 좋다고 생각되니까, 아내한테 읽어보라고 한 것이다. 대개의 경우 아내는 ‘오케이’ 하고서 내 시를 읽는다. 그런데 아내의 기분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내도 바쁘다. 아내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있다. 이럴 때는 아내도 크게 반발한다. “여보, 나는 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게다가 나는 시에 대해 전연 흥미도 없어. 당신이 시를 좋아하면 당신 혼자 시를 써. 왜 나를 못살게 굴어! 못살게 굴지 마.” 그리고는 내 시를 안 읽겠다고 거절한다.     아내를 달랜다. “여보, 당신이 나에게 부탁하면, 나는 얼른 당신의 부탁을 다 들어주었어. 그런데 당신은 내 부탁도 안 들어준다는 거야. 무정한데!” 그러고는, 아내 곁에 내 시를 놔두고 나는 아내 곁을 떠난다.     다행히도 아내의 짜증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내는 내 시를 읽는다. “내 시가 안 좋다”고 평한다. 나는 아내가 내 시를 읽고서, “아, 이 시, 아주 좋은데”하고 평해주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내 시가 나쁘다고 말한다. 내 속이 확 상한다. “어디가 나쁘단 말이야? 지적해줘” 하고 화낸다. 아내의 지적을 듣고 있으면, 내가 화가 나 있어도, 그래도 아내의 지적이 옳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의 지적이 맞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해준다. 고맙다는 나의 말을 듣고서 아내도 기분 좋아한다.     시를 써놓은 후, 나 혼자서 내 시를 읽어본다. 어떻게 보면 내 시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내 시가 나쁘게 보인다. 문제는, 내가 내 시를 읽어보고, 내 시가 ‘좋다’ ‘나쁘다’ 하고 스스로 평가할 만큼 내가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력이 부족하니까, 나는 아내의 평에 의존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세월이 흐를수록 시에 대한 안목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앞으로도 아내의 지적을 나는 계속 받을 것이다.   나는 ‘중앙일보 문학동아리’ 회원이다. 가끔 시(詩) 모임이 있다. 모일 때마다 회원들은 시 한 편씩 써서 가져온다. 돌아가면서 각자 자기 시를 낭독한다. 낭독한 후, 어떤 동기로 시를 쓰게 되었다는 등, 어떤 메시지를 독자에게 주고 싶다는 등, 각자 자기 시에 관해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시를 읽고 난 후, 다들 “그 시 참 좋네요.” 하는 평을 듣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좋다는 평을 듣지 못하면 섭섭해한다. ‘좋지 않은 점’을 지적해주면, 자기를 ‘욕하고 있다’고 오해해서 화를 내기도 한다. 심지어 싸우려고 달려들기도 한다. 그러니, 회원들은, 남의 시의 나쁜 점을 지적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말로만 ‘좋네요’하고 간단하게 평해버리고 만다.     그러니, ‘좋다’는 말만 들으니, 다들 좋아한다. 좋아하는 거야 좋다. 그런데 빈말로, 좋다고 하는 평을 듣고서, 진짜로 자기 시가 좋아서 좋다고 한 걸로 오해해버릴 수가 있다. 그러면 자기도취에 빠진다. 자기도취에 빠지면, 어떻게 발전을 이룩해갈 수가 있단 말인가? 자기 시의 나쁜 점을 가끔은 비평받아야만 시(詩)가 발전해갈 수 있는 것이다.     다음 모임부터는, “나는 결코 화내지 않을 테니까, 내 시의 나쁜 점을 허심탄회하게 비평해주십시오” 하고 간청해야겠다. 조성내 / 시인·의사삶의 뜨락에서 자기 시가 중앙일보 문학동아리 다음 모임

2025-02-11

크림슨X·입실렌티 모여라…60주년 맞은 고대 교우회

고려대 남가주 교우회(회장 김용·이하 교우회)가 60주년을 맞았다. 본교 개교 120주년과 함께 뜻깊은 해를 맞이한 교우회는 동문 간 유대 강화와 사회적 기여 확대를 올해 주요 목표로 삼았다.   김용 회장은 “선후배 간 화합은 기본”이라며 “골프, 등산, 축구, 바둑 등 16개 소모임을 활성화하고, 지역 및 학번 모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90~00학번 젊은 동문들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크림슨X’(90학번)와 ‘입실렌티’(00학번) 모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교우회는 올해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한 성금 모금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구체적인 모금 방안과 지원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기 위해 교우들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동문들의 사회적 참여 확대도 추진된다. 김 회장은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 싶다”며 “앞으로 교우회 모임 전에 한두 시간씩 함께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둔 동문들을 위한 진로 및 취업 멘토링도 강화된다. 김 회장은 “젊은 동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선배들이 후배와 자녀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동문들이 서로 교류하며 힘을 보태면 좋겠다”며 “대외 활동도 확대해 교우회의 역할을 더욱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강한길 기자게시판 고려대 남가주 고려대 남가주 이하 교우회 학번 모임

2025-02-02

[이아침에] 죽음은 다리 하나 건널 뿐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하늘은 빨갛게 타올랐다. 검게 물들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아직도 타는 듯한 냄새가 코에서 맴돌았고 잿가루가 차 지붕에 쌓였다. 을씨년스러운 산과 주위를 보며 프리웨이를 달렸다. 정체가 없어서 생각보다 일찍 할리우드 힐스 포리스트 론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이곳에 오면 마음이 무거웠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뭔가 겪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착잡한 마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하고 끝나 가기를 기다렸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다.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별식으로 생각하게 됐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이 오지 않았다. 긴 의자는 등받이가 높았고 칸막이를 해 놓은 듯 보여 엄숙함을 더 하는 것 같았다. 조문객들은 조용히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앉아 있었다. 접수처에서 내 이름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렸다. 밸리에 사는 문우였다. 오기로 한 문우들이 시작 시간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장례식 순서지를 보니 시와 수필이 실려있었다. 시는 추모하는 글이었고 수필은 그녀가 죽기 전에 써놓은 글이었다. ‘영혼의 이별식’인데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와서 쓴 것이다.     그녀는 “평소 즐기던 음악을 내 장례식에 참석한 지인들과 감상하고 영혼의 이별식 하루 만이라도 숙명적으로 낙엽인 된 나와의 결별을 슬퍼해 줄 몇 명의 진실한 가슴만 있다면 떠나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이리라”고 썼다.   이제 내가 여기에 와있다. 그녀가 써놓은 수필의 손님으로 앉아 있다. 그녀는 작년 8월 달 동네방 글공부 모임에 나왔었다. 내가 밥을 산다고 했다. 그때는 4명만 나왔다. 그녀는 “밥을 산다고 하니 나와야죠” 하고 말했다. 약간 수척한 듯 보였지만 아픈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글에 대해 진지하게 평하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모임과 한강 노벨상 문학 축하 자리에 나왔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11월 달 줌미팅에서였다. 그때 한 회원이 그녀에게 말했다. “선생님, 나오기를 기다렸었는데 저번 때 나오지 않으셨더라고요. 선생님이 저번 때 평한 것을 가지고 제 작품을 많이 고쳤어요.”     그때에도 그녀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달 6일 카톡으로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어느 회원의 이메일을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체 이메일로 그녀가 그 회원의 작품에 대해 평한 것이 들어왔다. 아마도 건강이 허락지 않아 대면 모임에 나오기 힘들어서 보낸 것 같았다. 나중에 그녀가 갑자기 찾아온 암과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달 14일 동네방 글공부 대면 모임에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먼 거리에 사는 회원이 모처럼 나왔다. 그녀가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어제 전화통화를 했다고 했다. 오늘 나올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실감나지 않았다. 뜻밖이었다. 회원들은 놀랐다. 그녀가 그렇게 빨리 떠나갈 줄 몰랐다.     이제 마지막 작별을 하기 위해 그녀 앞에 와 있다.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제 아내는 아직도 아름다워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잘 보고 가세요.”     그녀 앞에 다가갔을 때 평소 말하는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 와 줘서 고마워요. 제가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겠어요.”   그녀는 단지 신호등의 교차로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차로를 건너가면 다른 거리가 보이고 다른 세상이 보인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올지도 모르며 우리 곁에 있다. 그저 다리 하나 건너는 것뿐이다. 죽음이 무섭지 않고 두렵지 않게 다가왔다.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고 하나의 연결로 생각하려면 살아 있는 동안에 오늘 하루를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될 것 같다. 그리고 가족, 친구, 지인을 포함해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아 있는 순간 순간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이정호 / 수필가이아침에 죽음 다리 대면 모임 동네방 글공부 다리 하나

2025-01-26

"회장 퇴진, 비대위 해산"

OC 한인단체장 및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OC한인회 정상화 추진위원회(공동 대표 노명수•안영대•김종대•이태구•정철승, 이하 한추위)가 조봉남 OC한인회장의 연말 퇴진과 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 OC한인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대행 타이거 양, 이하 비대위)의 해산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한추위는 9일 오전 10시 가든그로브의 OC한인회관 앞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조 회장의 퇴진과 비대위 해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서명 운동엔 한추위 관계자와 아리랑합창단(단장 김경자) 단원을 포함한 한인 등 약 40명이 참석했다.  안영대 공동대표는 "한인회장을 하려면 선거라는 절차를 밟아서 합법적으로 해야지 몇 사람이 모여 추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득재 전 OC한인회장은 "한인회는 친목 단체가 아니다. OC한인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태구 공동대표는 "비대위가 차기 회장을 추대한 것은 한인회 정관에 위배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추위 측은 이날 서명 운동에 참여한 이들에게 서명지를 배포하고 각자 지인들에게 서명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또 오는 13일(금)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2차 서명 운동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대 공동대표는 "법을 통해서라도 물러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추위는 지난달 22일 모임을 갖고 조 회장은 현 28대 임기를 마치는 12월 31일 퇴임하고,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비대위는 해산돼야 한다고 의결했다. 또 이 내용을 한인회 측에 전달하고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서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지 11월 27일자 A-13면〉  한추위의 주장에 대해 한인회 측은 차기 회장을 추대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인회와 비대위는 지난 6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 또는 추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 세칙을 만들었기 때문에 추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본지 12월 9일자 A-12면〉  한인회 측은 이르면 오늘(10일) 비대위 모임을 갖고 한추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비대위 회의가 끝나고 나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상환 기자 임상환 기자비대위 회장 조봉남 oc한인회장 비대위 해산 비대위 모임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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