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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속 소모품 된 인간 이야기

재미있지도, 감각적이지도, 날카롭지도 않다. 그의 전작 ‘기생충’에 비하면.     강렬하고 번뜩이는 풍자, 놀라움을 주는 순간들이 있다. 우선 영웅을 ‘소모품’으로 설정한 스토리가 그렇다. 지난 7일 개봉 이후 전반적으로 괜찮은 영화라는 평가다. 로튼토마토 지수 77%.   영혼이 담긴 공상과학 ‘미키 17’이 오스카 작품성을 수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래의 거장 봉준호의 고민이 보인다.   봉준호는 2019년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감독이다. ‘기생충’은 114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 6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기생충’ 이후 5년 만에 내어놓은 ‘미키 17’은 모든 면에서 ‘기생충’과는 거리가 멀다.     칸 영화제, 아카데미상 등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제무대에서의) 신예 감독의 차기작은 늘 팬들의 기대와 흥행이라는 두 가지 이슈와 마주친다. 봉준호에게는, 그가 존경하는 마틴 스코세이지와 같은 거장으로 가는 길이다.   ‘미키17’는 디스토피아 시대 클론에 관한 이야기다. 미래 사회의 복제 인간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제시한다. 사람을 복제하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도덕성의 문제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봉준호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가 살아 있다.     2054년, 암울한 시대. 별 볼 일 없는 삶을 사는 미키(로버트 패틴슨)와 그의 친구 티모(스티브 연), 그들이 함께하는 마카롱 사업은 폐업했고 협박에 가까운 고리대금업자의 빚 독촉을 피해 우주선에 탑승한다. 강성 정치인 출신의 케네스마샬(마크 러팔로)이 지휘하는 니플하임 행성 이주 프로그램, 케네스는 그의 사악한 아내 일파(토니 콜렛)와 니플하임(Nilfheim)이라는 행성을 식민지화하려 한다.     미키는 멍청하고 티모는 약삭빠르다. 티모는 조종사로 지원하지만 미키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소모품(expendable)’에 지원한다. 소모품은 독성 물질에 노출된 인간, 실험용 쥐와 같은 존재다. 임무의 끝은 죽음이다.     소모품이 죽으면 재활용되고 인체 생성 프린터로 재생산된다. 그들의 기억은 새로운 신체의 뇌에 다운로드된다. 그 신체는 다른 임무로 보내진다. 16번째 임무를 마친 후 새로 태어난 미키 17은 우주선에서 경비원인 나샤(나오미 아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4년후 소모품으로서 쓰임을 다한 미키 17, 미키 18로 재생된다. 그러나 니플하임의 토착 종족 크리퍼의 도움으로 미키 17이 살아남는 멀티플 오류가 발생한다. 니플하임에서는 한 번에 한 명의 재생품만 존재할 수 있다. 자기가 먼저 죽겠다는 미키 17의 이타심, 그러나 둘 다 죽어야 하는 상황!       2명의 미키와 나샤는 케네스와 일파의 조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과 사투를 벌인다.     봉준호와 패틴슨의 결합! 예술과 흥행 사이의 달콤한 지점에서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트 필름, 인디 지향의 시네파일들인 봉준호의 팬들은 패틴슨의 영화 행보의 반대 지점에 있다. ‘미키 17’은 이 두 계층의 팬들을 ‘대체로’ 만족하게 하지만 봉준호의 특정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흥행은 로버트 패틴슨의 몫이다. 봉준호를 몰라도 ‘트와일라잇’에서부터 패틴슨을 따라 다닌 그의 열렬한 팬들은 ‘미키 17’을 보러 극장으로 몰려올 것이다. 새로운 ‘배트맨’으로 수익성이 높은 액션 스타로 자신을 재브랜딩하는 데 성공한 패틴슨은 인기나 흥행보다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의 팬들은 ‘반짝이는 뱀파이어’, ‘예쁜 소년’의 이전 모습을 벗어 던지고 복제 인간이지만 두 명의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패틴슨과 다시 만난다. ‘미키 17’을 통해 그가 표현해낸 인간성은 유쾌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미키17’은 대중성 지향의 패틴슨의 팬들에게는 소화하기 힘든 일면이 있다.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권력자를 조롱하는 사회주의적 뉘앙스는 생각을 자극하고 가끔은 좌절하게 한다. 자본주의, 불평등, 계층 분열, 종교적 광신에 대한 봉준호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다시 그대로 나열된다. 지루하게 그러나 독창적으로.   봉준호는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그의 ‘특별한 집착’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번에는 디스토피아적 식민지주의, 복제인간, 종말론 등의 주제가 가미됐다. 그러나 그의 비판은 한편 무력하다. 계급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 있던 ‘기생충’에 비하면.       복제인간에 대한 슬픈 이야기, 기발하고 터무니없는 공상과학 부조리극 ‘미키 17’에는 하나의 패키지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코미디의 가벼움과 장대한 서사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하는 비선형 스토리텔링은 종반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몰입감을 거부할 수 없다.     영화가 남기는 한 가지 아쉬움. 우주의 사악한 억만장자 부부를 연기하는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의 악당 연기다. 둘 다 훌륭한 배우임이 틀림없지만 이들의 연기가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다. 캐릭터 설정은 기발하고 코믹한 데 연기는 가벼워 만화 같다. 감독의 의도된 암울함, 잔혹한 유머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지루함 마저 있다.     반면 저항과 사랑의 캐릭터 마샤 역의 나오미 애키는 감동의 실질적인 매개체 역할을 훌륭히 해내 결론 부의 감동을 견인한다.     ‘미키 17’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느냐에 대한 아픈 탐구이며 대담한 풍자다.     미키 17은 우리 모두이다. 사용되고, 버려지고, 대체되는 일회용 인간들인 ‘우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디스토피아 이야기 거장 봉준호 4년후 소모품 미키 18

2025-03-26

[J네트워크] 제로코로나 시즌3: 디스토피아

월요일 아침마다 보던 베이징의 평범한 풍경이 아니었다. 아파트 앞 학생들을 기다리던 스쿨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 도로는 추석 연휴가 아닌가 싶을 만큼 한산했다. 때마침 뿌옇게 내려앉은 미세먼지는 도시를 더 스산하게 만들었다.   아침 라디오에선 베이징 보건당국의 방역 강화 기자회견 뉴스가 흘러나왔다. 중국에서 제로코로나 ‘시즌3’가 막을 올렸다. 충격과 공포의 바이러스 재난을 다룬 ‘시즌1’은 76일간의 우한 봉쇄 해제와 코로나 승리란 자화자찬으로 끝났다. ‘시즌2: 대도시 습격’ 편은 인구 2500만의 상하이 봉쇄를 둘러싼 변이 바이러스와의 일전을 다룬 에피소드였다. 결과적으론 시민의 적이 바이러스인지, 통제 당국인지 모를 의문만 남겼다.   원하는 사람도 없는 ‘시즌3: 디스토피아’는 갑자기 시작됐다. 첫 장면은 지난 10일 중국 정부의 20대 방역 수칙 발표였다. 이른바 ‘최적화’ 대책에는 ①‘7일 집중격리+3일 자가격리’를 ‘5+3’으로 조정하고 ②2차 밀접 접촉자를 판단하지 않으며 ③고위험 지역의 7일 집중격리를 7일 자가격리로 조정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지침은 글자 그대로 방역 완화 기조로 읽혔다. 정확히 말하면 ‘정밀 방역’이지만 완화에 방점이 있다고 해석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큰 혼란을 불러왔다. 일부 지역에서 방역 강도를 낮추면서 코로나가 더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갔고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판단한 인민일보는 제로코로나 방역 강화 기사를 9일 연속 지면에 싣고 있다.   이미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PCR 검사장에서 감염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검사장이 대폭 줄었다. 검사를 받으라는데 어디서 해야 할지 찾아다녀야 할 정도다. 검사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감시하는 방역요원은 다른 데 보고 있기 일쑤고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검사장 앞에 군밤장수까지 등장해 장사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개인 스마트폰 건강코드 확인과 진·출입 통제도 형식적이다. 심지어 중국 타지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톈진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은 뒤 베이징역에서 내리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반대로 TV·라디오·인터넷에선 온통 “‘탕핑’(?平·드러눕는다)은 안 된다”고 떠드는 당국 얘기만 나온다. 그래도 사람들은 무심하다. 베이징 확진자 수(20일 기준 하루 158명)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데 이제 그 흔한 사재기하는 사람 한 명 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시즌3의 장르는 블랙코미디인 모양이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디스토피아 시즌 베이징 보건당국 방역 완화 방역 강화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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