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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는 긴긴 겨울을 뚫고 봉긋 솟아난 마침내 터졌다 터져버렸다 봉오리 속에서 숨죽이고 기다리던 순간이 차라리 고통이더라 잔설 속에 따스한 아지랑이 마중 나온 봄날 홀연히 자태를 들어낸 그 꽃 한 송이에 우주가 피어난다 세상이 열린다 땅의 기운이 태양의 기운과 만나 기적을 낳고 흔적을 낳고 시간을 가로질러 불쑥 찾아온 생명 어쩌자고 동백은 나를 다시 흔드는가 정명숙 / 시인글마당 동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