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불안하거나 확신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결정하고 선택할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정보에라도 의지하려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른다. 신앙에 의지하고 점을 보는 것도 이런 현상과 관계가 있다. 이런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카네만(Daniel Kahneman)이라는 학자와 트버스키(Amos Tversky)라고 하는 학자가 실험으로 확인을 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자 인지심리학자인 카네만 교수는 이런 실험을 바탕으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심리학자가 경제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게 되었으니 경제학자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최근 심리학은 기존 경제학의 중요한 가정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닻내림 효과와 관련되어 증명한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 중에 유엔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카네만과 트버스키는 이 질문을 무작위로 뽑은 많은 피실험자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하기 전에 엉뚱한 실험을 먼저 진행한다. 실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1부터 100까지 숫자가 쓰여 있는 100장의 카드 중에서 아무 카드나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낮은 숫자를 뽑고 어떤 사람은 높은 숫자를 뽑았다. 그들은 자신의 숫자를 확인한 후에, 본격적인 질문을 받는다. ‘아프리카 나라들 중에 유엔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의 숫자는 얼마인가’를 추측해보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앞서서 자신들이 카드에서 뽑은 숫자가 이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과 연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 가운데 카드로 평균 10 근처의 숫자들을 뽑은 사람들은 아프리카 대륙에 유엔 가입국이 25개국 정도 될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카드에서 뽑은 숫자가 평균 65 근처였던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유엔 회원국이 45개국 정도일 것이라고 대답을 한 것이다. 서로가 전혀 상관이 없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선택을 할 때,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의지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이 실험은 알려주고 있다. 극심하게 혼란스럽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 사는 요즘 사람들은 하루하루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들에 직면한다. 정보를 전부 접할 시간은 없고 선택할 것들은 많기 때문에 그저 어떤 곳에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으면 그 근처에 덩달아 닻을 내릴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진로나 학업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큰 의심없이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위험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단 한번뿐이다. 가끔은 배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근처에 무작정 닻을 내릴 것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곳에 자기만의 보금자리를 골라 닻을 내리고 정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현재 아프리카 국가 중에 유엔 회원국의 숫자는 54개국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닻내림 아프리카 나라들 닻내림 효과 유엔 가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