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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성공신화와 파멸의 꽃

성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내가 성공했다고 말한다. 나는 정말 성공한 사람인가. 성공의 척도는 무엇일까. 나는 쉬지 않고 달려왔을 뿐이다. 어떤 난관에도 실망하지 않았고 멈출 수가 없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여왕이 아니면 집시처럼’ 자전 에세이가 출간되고 주요 일간지와 잡지사 인터뷰가 쇄도했다. ‘다운증후군 딸과 영재 아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을 모두 겪고 미국 상류사회의 예술가이자 사업가로 우뚝 선 한국여자 이기희’란 타이틀로 졸지에 유명세를 탔고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아침마당’ 출연은 광고까지 나갔는데 불발됐다. 화랑 대표로 사업하는 화려한(?) 모습이 주부들이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다운증후군 장애아 딸과 출연해 운명을 극복한 어머니를 조명하는 걸로 컨셉 변경을 제안했지만 딸 인생을 팔아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람들은 성공신화를 즐긴다. 사는 것이 힘들고, 물에 물 탄 듯 지루해서일까.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눈물 흘리며 자신의 아픔을 위로 받는다.   성공담의 주인공은 참혹한 비극과 몰락에 빠지지만 오색찬란하게 장식한 생일 케익의 겉모습처럼 달콤하고 화려하게 부활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가 집필한 세계 명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스무살이나 나이 많고 도덕적 원칙주의자와 결혼한 안나는 완벽해 보이지만 자유를 속박하는 족쇄와 다름 없는 결혼생활은 한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안나 카레니나는 기차역에서 젊고 잘생긴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름다운 유부녀와 잘생긴 청년의 분륜이 시작된다. 사회규범을 어기며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카레니나는 충실하려 했지만 사회로부터 배척 당하며 고립된다.   안나의 사랑은 집착이 되고 결국 브론스키에게 거부당한다.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것을 보아도 소름이 끼치게 된다면 촛불을 꺼버려도 되지 않을까.’ 질투와 집착으로 범벅된 자신의 사랑이 끝나는 것을 감지한 안나는 브론스키를 처음 만났던 기차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톨스토이는 어떻게 후회없이 살 것인가를 평생 고민했던 사람이다. 톨스토이는 ‘인생의 길’에서 ‘인간은 성찰과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한다. 성장은 과정이다’라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진리 그 자체가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다’라고 적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무엇’ 때문에 행복해진 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꾸준히 길을 찿아 행복에 이른다. 행복은 표지판이 없는 길찿기다.   성공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는 것이고 성취는 성장을 통해 도달하는 길이다.   성장은 미숙한 존재에서 성숙한 존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인생은 완성된 나를 향해 성장해 나가는 여정이며 결국 살아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고 문학과 인간 사이에는 상동성(Homology)이 존재한다. 공통의 형태를 계승하며 동일하다는 의미다.   사랑은 소통과 자유, 성장이 있을 때 결실을 맺는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꽃이 피지 않고 열매 맺지 못한다. 사랑은 찬란하지만 파멸의 꽃은 시든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성공신화 파멸 자유 성장 다운증후군 장애아 화랑 대표

2024-08-06

[이 아침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천사'

리사는 천사다. 리사가 사는 세상은 늘 푸른 천국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한 마디도 남의 흉이나 험담을 하지 않았다. 나쁜 말이나 비속어를 쓰면 큰일 난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온 식구가 리사에게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쁘고 똑똑한 천재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리사는 착하고 똑똑한 천재로 자라났다. 리사는 의심하지 않고 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다. 들은 대로 믿고 보이는 대로 보고 느낀 대로 정직하게 말한다. 리사에게 한 번 입력된 정보는 돌에 새긴 글자와 같이 지워지지 않는다. 새기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 보통 아이와 다르지 않다. 반복하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리사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 질환으로 약 700~800명당 한 명의 빈도로 태어난다. 정상 세포의 경우 21번 염색체가 2개씩 있는데 다운증후군에서는 21번 염색체가 3개씩이다. 21번 염색체의 양적 과잉으로 지적 장애, 특징적인 얼굴 생김새, 유아기의 근육 긴장도 저하(저긴장증) 등의 증상과 징후가 나타난다. 유전되지는 않는다.     리사는 십이지장이 막힌 채로 태어나 출생 하루 만에 수술을 받았다. 당시 한국에는 체중 미달의 신생아 마이크로 수술을 담당할 의사를 찾기 어려웠다. 목숨은 어미 태반에 달린 탯줄처럼 생명을 주관하는 분의 손에 달려있었다. 다행히 미군부대로 파병 온 의사 집도로 목숨을 건졌다. 리사는 심장기능 장애로 7살 때 심장재생 판막수술을 받았다. 그동안 목을 가누지 못하고 자라지 않던 리사는 수술 후 무럭무럭 자라고 튼튼해져 지금은 나보다 힘이 세고 건강하다,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쌍둥이 언니를 부양하는 동생 영옥의 상처와 아픔,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잔잔한 감동으로 그린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필요한 관심은 장애인과 그 가족을 고통 받게 한다. 너무 티 나게 잘 해주며 도와주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존중하면 된다. 우리 모두에게 ‘장애’는 있다. 조금 다를 뿐이다.   리사는 퍼즐 맞추기와 레고 조립에 박사다. 1000피스 퍼즐은 하루 만에 끝내고 아무리 복잡한 레고도 이틀이면 맞춘다. 영재인 아들도 감당을 못해 혀를 내두른다. 리사는 우리 집을 묶는 구심점이다. 아무도 리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라도 어디서든지 무엇을 하든 리사는 우리 집 1순위다.     리사는 하늘이 내게 주신 ‘기적의 천사’다. 교만하지 않고 정직하고 아끼고 도와주며 살라고 보낸 천사다. 리사는 행복의 원천이다. 둥지 떠난 자식들이 그리울 땐 나를 지켜주는 리사의 짧고 통통한 손을 잡는다. 뉴스 보다가 졸면 담요 덮어주고 손에 든 휴대폰도 살그머니 빼내 충전해 준다.     기분 좋으면 5음계로 노래하고 쇠소리로 휘파람 분다. 높낮이가 오락가락 해도 참새 지저귀는 소리처럼 예쁘다. 리사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예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 주면 “엄마는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멋져”라고 손가락을 치켜올린다. 리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영국 여왕이다.     우리 식구는 항상 감사해 하는 리사를 보고 매일 행복을 배운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이 아침에 다운증후군 천사 심장재생 판막수술 염색체 이상 심장기능 장애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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