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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금명 아빠와 괴물부모

JFK 대한항공 라운지, 다시 대한민국으로 공중부양이다. 이번 한국 한 달 살기 목표는 단 하나다. ‘다음 책’ 쓰기다. 매주 네 번의 북클럽, 10~15 시간가량의 상담, 교회 일, 사람들 만나기, 운동 등으로 늘 가득 차 있는스케줄 때문에, 5월 말까지 완성해주기로 계약한 다음 책 원고를 시작도 못 하고 늘 머리에 숙제처럼 이고 살았다.   원고 마감일은 돌아오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결정한 한국 한 달 행, 이번엔 가서 북클럽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책 쓰는 일에 보낼 생각이다. 그래서 절친 몇 명에게만 연락했다. 친구들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진짜 들어앉아 책만 쓸꼬니?” 아, 봄바람만큼이나 마음이 흔들린다. 빨리 책을 써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근 며칠 노트북을 끌어안고 여기저기 스타벅스를 전전했다. 신기하게도 대강 책의 아웃라인이 잡혔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탄다.     약 2년 전 나온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은 그동안 신문에 써왔던 칼럼 중에서 골라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게 책이 나왔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사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책 만들기를 많이 주저했었다. 그러나 일단 책이 나오고 보니, 많은 도움이 돼서 여러 번 읽게 된다는 독자들의 이메일, 내 책으로 이곳저곳에서 북클럽을 했다는 이야기 등을 간혹 들을 때, 다음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권유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기존에 써놓은 글 모음이 아니라 새롭게 책을 쓰려니, 서론만 썼다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번 책 쓰기가 이렇게 힘든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부모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라는 책 주제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이슈가 날로 심해가는 요즘,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주제이긴 하다. 그러나 초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그리고 미국에서는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이 견뎌야 하는 불안의 무게를 교육 현장에서, 상담 현장에서 너무나 보고 느꼈기에, 그들을 위해 책을 쓴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요즘 화두 중 하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금명 아빠’다. “금명아, 하다 힘들면, 아닌 것 같으면, 그냥 빠꾸해서 돌아와도 돼. 아빠 항상 여기 있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에도, 결혼식장에서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가기 직전에도, 수틀리면 냅다 빠꾸해서 뛰어오라는 금명 아빠, 이런 아빠는 판타지일까, 현실일까, 그래도 의외로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아빠도 금명 아빠 같았다고 말들을 한다.     그런가 하면 괴물부모라는 말도 있다. 선생님이 그리라는 그림을 안 그리고 도화지를 찢어버리는 아이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왜 아이 마음을 못 읽어주냐고 선생님 탓을 하는 그런 부모들이다. 학교도 잘 못 다닐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고려대 문과에 합격한 아들을, 의대도 못 간 게으르고 한심한 인간 취급하는 부모도 있다. 각자 부모들이 가는 길은 그래서 참 다르다. 우리 중 누구는 금명 아빠가 되고, 누구는 자기도 모르게 괴물 부모가  된다.     나의 인생 이막 심리치료사의 현장에서 많은 아이와 부모들을 만났다. 다음 책은 어쩌다 어른이 되고, 어쩌다 부모가 된 우리 모두의 좌충우돌 자녀 양육 실패기 혹은 작은 성공기,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감사한 회복기, 아니면 안타까운 좌절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한국에 봄꽃이 지고 신록이 우거질 때쯤이면, 성숙한 부모의 길을 가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하며, 또 한 번의 산고를 치른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괴물부모 금명 금명 아빠 괴물 부모 우리 부모들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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