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삶] 하나님 아버지 전 상서
사랑하는 아버지. 어느덧 11월의 마지막인 추수감사절에 들어섰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어제가 내일을 앞지르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올 한해를 이렇게 감사하게 지냈습니다. 봄의 시작은 3월에 제인이가 뉴욕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아버지. 대학 4년을 집밖에서 살았어도 떨어져 산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뉴욕으로 떠나는 건 많이 달랐어요. 제인이 뉴욕으로 떠나기 전부터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왜 그렇게 헤어지는 것이 두려운지요. 아주 멀리 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엄마인 저는 제 스스로의 외로움이 두려워서 불안했습니다. 아버지. 이렇게 자식이 이사하는 것마저도 걱정과 근심인 것은 엄마인 저의 연약함이지요. 저는 아직도 제인을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았었나 봅니다. 그것도 미안해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제 품안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아시지요. 우리 제인이 성숙한 딸인 거요. 그래서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헤어짐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다림으로 사람을 만났는데 잃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봄은 매섭게 겨울의 자리를 밀어내고 저의 가슴 속 깊이 씨앗으로 들어섰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여름은 봄에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풍성했어요. 마약하는 50명의 아이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먹고 놀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저를 회복시키고 그들 속에 머물면서 사랑을 배웠습니다. 금년 여름은 그들이 모습이 저의 일상이었고 기쁨이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가을은 학교수업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 공부는 쉽지 않습니다. 11월 말이면 밀린 리포트로 한 학기를 마무리합니다.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가을은 그렇게 꿈을 꾸면서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뒷마당 감나무도 올 한 해는 쉬고 싶었나 봅니다. 10년 동안 쉬지 않고 열매를 맺던 감나무가 머리를 들고 서있습니다. 해마다 가지가 늘어져서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는데 올 해는 꼿꼿한 머리에 붉은 감 장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미안했는지 사계절의 친구들에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먹거리를 남겼더군요. 감 몇 개가 홍시로 부드럽게 물러서 새들의 긴 부리가 입맞춤하기 알맞게 익었습니다. 나무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겐 온갖 마음을 다 들여도 힘이 들던데 그래도 자연은 하나님의 마음과 정성을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이런 성경 구절이 생각납니다.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는 / 다시 그리로 가지 않고 / 토지를 적시어서 / 싹이 나게 하며 / 열매가 맺게 하여 / 파종하는 자에게 종자를 주며 / 먹는 자에게 양식을 줌과 같이…"(이사야 55:10) 아버지. 교회는 추수 감사절 공동체 찬양연습이 한창입니다. 저희 공동체에 젊은 부부들이 함께 저녁마다 찬양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주말 밤마다 모여서 찬양하고 모여서 식사를 합니다. 아버지. 저를 자녀 삼으셔서 이런 공동체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저는 이제 한국을 잠깐 다녀옵니다. 제 육신의 어머니를 뵈러갑니다. 벌써 가야했지만 바빠서 미루던 일 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병석에서 저를 기다리신 어머니입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천국의 소망을 전하러 갑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가슴이 벅찹니다. 아버지.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