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57] 세일즈맨 시절 배운 삶의 지혜…내 인생을 관통하는 교훈으로
아니나 다를까 무서운 속도로 매출이 늘었다. 역시 수키 캥의 실력은 쫓아올 사람이 없다 우연이라는 말은 수키 캥의 사전에 없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셈이었다. 나는 회사에 승진 신청을 냈다. 오랫동안의 세일즈를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터득했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교육 담당 이사 자리를 신청했다. 그동안의 실적으로 봤을 때 당연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이었다. 실망이었다.명예의 전당에 두 번이나 이름이 오를 정도로 성과를 냈지만 승진은 또 다른 문제였다. '유리천장'(glass ceiling 보이지 않는 차별을 뜻하는 말)이 나를 가로막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백인이었다면 부사장이나 지역 총괄 매니저로 승진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서글펐다. 여기가 한계일까?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대로 갈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신발 가게는 쉬는 날에 한 번씩 들러 수금이나 주문을 체크하는 정도로도 그럭저럭 잘 운영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회사에 다니며 따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회사에서도 눈총을 주거나 견제하지 않는다. 도리어 능력 있다며 인정해 주고 부러워한다. 한국에서라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신발 가게가 잘 굴러가니 회사를 그만두어도 먹고 사는 데 당장의 걱정은 없었다. 나는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992년 4.29 LA폭동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가 사장도 실적 악화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사장은 왜 내가 사직을 결심했는지 이해한다 붙잡지 않을 테니 그동안 내가 이루어놓은 사업체를 잘 운영해 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키 당신은 무엇을 해도 대단한 인물이 될 거요."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 직원들과 악수라도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눌 셈이었다. 매장에 들어가니 벌써 다른 매니저가 부임해 있었다. 출근 시간인데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새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2층에 올라가 보라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박수가 터지면서 150명의 직원들이 일제히 "수키!"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깜짝 송별 파티였다. 본사 회장도 밤 비행기를 타고 와서 나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나의 활동 모습이 담긴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나의 과거를 함께 추억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실컷 부려먹기만 하고 비상하려는 내 날개를 꺾는다며 원망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들이 나의 퇴직을 진심으로 애석해하고 나에게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5년의 청춘을 바친 이 회사가 나를 마지막까지 인정해 주고 있구나 나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명예롭게 퇴직한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나의 첫 미국 직장이자 꿈의 무대였고 나의 젊음과 열정을 쏟아부은 서킷시티와 나는 이렇게 감동적으로 작별했다.
나는 여전히 서킷시티를 사랑한다. 그리고 고마움을 느낀다. 서킷시티는 내 인생을 이끌어준 에너지의 원천이었고 값진 경험으로 나를 성장시켜 준 인생의 교육장이었다. 뜨거운 열정과 아름다운 추억 빛나는 성공과 뼈아픈 좌절들 속에서 나를 다져온 15년이 없었다면 나는 그 어려운 시의원 시장 선거에서 악착같이 버틸 수 있는 힘과 끈기를 분출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이곳에서 받은 강한 리더십 트레이닝은 어바인 시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준비 과정이었다.
◇ 내가 세일즈에서 배운 것들
서킷시티에서의 세일즈맨과 매니저 생활 그리고 신발 사업을 통해서 터득한 삶의 지혜는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교훈이 되었다. 특히 고객과의 만남에서 터득한 세일즈 정신은 공복으로서의 참된 자세를 깨닫게 해준 나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서킷시티에서 나는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을 배웠고 성실과 노력은 반드시 보답받는다는 엄연한 진리를 새삼 확인했다. 겸손할수록 더욱 인정받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도 배웠다. <계속>
글=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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