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56] 결국 입사 13년만에 회사 최고의 상 받아···그 날은 결혼 13주년이어서 더없는 감격
회사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본사에서도 우리의 실적을 높이 평가해 주었다.수키 캥이 어떤 사람이기에 아무도 못 해낸 일을 단시일 내에 이루었을까 어떻게 그런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직원들에게 정직과 성실을 요구하고 나를 포함한 매니저들이 스스로 모범을 보였을 뿐이다. 위에서 솔선수범하니 직원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 최악의 매장이었던 그 매장은 '순이익 전년 대비 36% 증가'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정직과 성실이라는 무기로 이루어낸 멋진 쾌거였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나는 여기서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 것인가
나의 노력은 본사로부터 응분의 보상을 받았다. 서킷시티 직원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명예의 전당격인 '커널스 클럽'(Colonel's Club)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 상은 10년 이상 계속해서 탁월한 실적으로 회사에 기여한 매니저에게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전국에서 1000명이 모이는 간부회의 만찬 석상에서 상패와 함께 부상으로 2만달러를 받았다. 가슴이 뿌듯했다.
시상식에는 아내도 자리를 함께했다. 마침 그날은 우리의 결혼 13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기쁨이 더했다. 나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이 상은 내 생애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며 나를 이렇게 키워준 서킷시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두들 기립 박수로 나를 축하해 주었다.
입사한 지 13년 만에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 회사에서 주는 대상을 움켜쥐었다. 차별의 시선을 딛고 당당하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때가 미국 생활의 첫 번째 전성기였던 것 같다.
항상 남보다 두 배로 일한다는 각오로 뛰었고 나의 노력은 응분의 보답을 얻었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목표를 잡아야 했다. 작년에 잘한 것 이상으로 목표 액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산에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 것인가. 최고의 실적을 보이며 인정을 받던 나는 그 직후부터 어쩐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년도에 최선을 다해 올려놓았던 매출이 나의 발목을 잡는 격이었다. 점점 높아지는 목표량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주변의 경쟁 업체들도 우리를 힘들게 했다.
서킷시티와 같은 전자제품 체인인 '굿 가이스'가 우리 매장의 길 건너편에 문을 열었고 또 가까운 곳에 있던 '애드레이스'라는 가전제품 판매점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요란한 판촉 행사와 함께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한 지역에서 3개의 경쟁 업체가 이전투구하는 양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는데 정상에 오른 다음부터 지쳐가는 내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되었다. 목표를 채우기는 점점 어려워졌고 실적은 계속 떨어졌다.
1991년 여름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쳐왔다. 바로 한 해 전에 내가 훈련시켰던 백인이 본사 부사장으로 부임해 온 것이다. 그는 나에게 목표를 채우지 못했으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경쟁 업체가 늘어 외부 여건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이 매출 부진의 주원인이었지만 책임은 나에게 돌아왔다. 세일즈 세계는 참으로 냉정하다. 오로지 실적으로만 평가한다. 어제 잘한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오늘 더 많은 실적을 올리는 것만이 생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다. 나는 라구나힐스 매장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악착같이 실적을 올려 한 달에 한 곳씩 이겨 나가 내 실력을 다시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팀워크를 강조하고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용기를 북돋운 결과 직원들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잘하는 직원과 팀에는 반드시 보상이 돌아가게 하고 분위기를 해치는 무능하고 문제가 있는 직원은 정리했다. 직원들은 "수키와 일하면 일하는 맛이 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계속>
글=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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