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53] 나의 가장 큰 성취는 잘 자라준 아이들···소홀한 아빠 대신 헌신한 아내가 고마워
하루는 집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큰아이가 네 살 작은아이가 두 살 때였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아내는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가 다니러 오신 덕분에 모처럼 외출하고 없었다.그런데 두 살짜리 딸아이가 할머니 눈을 피해 수영장으로 가서 물속에 있던 뭔가를 집으려다 그만 수영장에 빠지고 말았다. 마침 아들아이가 이것을 보고 "할머니 할머니!" 하고 소리를 질렀다. 장모님이 놀라 달려가셨다. 장모님은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수영장에 뛰어들어 죽을 힘을 다해 손녀를 구해내셨다. 자칫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잘못될 수도 있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아내와 나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왜 수영장 딸린 집을 샀을까 후회가 막심했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수영장이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영장 있는 집이 그저 멋져 보인다고 아무 생각 없이 집을 샀으니 참으로 철없는 부부였다.
둘이서 신발 가게를 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유아원에 보내놓고 아이들 데려올 시간을 깜빡 놓치기가 다반사였다. 아이들은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가게 안에서 놀거나 쇼핑몰의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기다리곤 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는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잔정이 없다는 말을 듣는 터에 가장 중요한 성장기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대화를 나누고 정을 붙일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일에 매달려 가정에 소홀한 아빠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컸을까. 하기는 지금도 아내와 아이들은 "일밖에 모르는 재미없는 아빠"라며 핀잔을 던진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무엇을 시키는 일은 되도록 자제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가르쳤다. 아내는 특히 아이들을 부모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대했고 항상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나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딱딱한 바닥에 꿇어 앉혀 벌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로부터 배웠던 정직과 신용 그리고 성실에 대해 한바탕 교육을 시키곤 했다.
과외 공부는 거의 시킨 적이 없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도록 도와주었다. 아들 앨런은 운동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 테니스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고 딸 앤지는 발레를 좋아해서 상당한 수준까지 발레를 익혔다.
어쩌면 나의 가장 큰 성취는 바로 이 아이들이 아닐까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두 아이가 자랑스럽고 모범적인 사회인이 된 것은 전적으로 아내 덕분이다. 아내는 힘들고 바쁜 생활 속에서도 좋은 가정교육으로 아이들을 인도해 주었다. 고마울 뿐이다.
깨지 못한 유리천장
신발 사업은 점점 번창했다. 노력하는 만큼 손님이 늘고 매출이 늘어났다. '아 사람들이 이런 재미로 사업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월급을 두 배로 주지 않는다. 사업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과 정력을 쏟는 만큼 대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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