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상의 기획물' 두바이는 신기루였나?…'남의 돈'에 의존한 경제개발 한계 노출
모라토리엄 선언 '두바이월드 빚' 593억 달러
UAE의 돈줄 쥔 아부다비 얼마나 도울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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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빚이 충격을 낳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월 26일자에서 두바이가 그 전날 대표적인 국영기업 두 곳의 채무 상환기일을 연기해 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뽑은 메인 제목이다. 두바이는 그동안 개발사업을 주도해 온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와 자회사 나힐의 채무를 적어도 내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동결(standstill)'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두바이월드의 부채는 593억달러로 두바이 전체 채무(약 800억달러)의 70%를 넘는다. 자회사 나힐은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데 12월 14일까지 35억달러의 이슬람 채권을 갚아야 할 상황이었다. 채권단이 두바이월드가 요청한 6개월 채무 상환 유예 요청을 일단 받아들이고 260억달러의 채무에 대해 채무 구조조정 협상에 착수하면서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계는 불안에 휩싸였고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이던 미국과 종교 연휴 기간이던 이슬람권을 제외한 전 세계 증시는 즉시 이를 반영했다. 문제는 채무상환을 미룬 6개월이 지난다고 해서 뾰족한 해법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로 두바이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에 두바이의 경제 개발 추진력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는 세 가지 점에서 타격을 입었다. 첫째 두바이가 써온 디벨로퍼 방식의 경제 개발은 리스크와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둘째 탄탄한 산업 기반이 받쳐주지 않으면 국제적인 위기 앞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두바이는 7개 토후국으로 이뤄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장 부유한 아부다비의 입김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부동산 개발 계획을 내놓고 여기에 필요한 해외 투자를 받아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두바이 경제는 사실상 부동산이 주도해 왔다. 현재 무려 3500억달러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두바이가 가진 최대 자산은 땅과 상상력이었다. 부동산 개발 계획은 서구 기획사가 투자는 외국 금융사가 시공은 외국 엔지니어링사가 맡았다. 두바이는 땅과 정책 지원을 제공하면서 기획의 주인 노릇을 해 왔다. 두바이의 지도자(군주)인 셰이크 무하마드 알막툼은 여기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나 더 맡았다. '무한 상상하는 기획자' 역할이다.
그는 두바이에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를 새겼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될 부르즈 두바이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쇼핑몰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항공사까지 두바이의 지도자는 세계 최고를 사랑해 왔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현재 건설 중인 '알막툼 국제공항'이다.
원래 두바이월드센트럴 공항이란 이름으로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나 나중에 두바이 지도자 가문의 이름이 붙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25마일 떨어진 곳에서 건설이 진행 중인 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항이 될 예정으로 820억달러의 개발비가 들어갈 계획이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이 1997년 가격으로 200억달러를 들인 데 비해 명목 금액으로는 620억달러가 더 들었다. 세계 최대급인 300만㎡ 면적의 전시.컨벤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런 식으로 '최대'라는 수식어로 가득한 부동산 개발계획을 내놓으면 여기에 전 세계에서 투자금이 몰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하고 분양하는 것이 두바이의 경제개발 방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의 돈에 의존한 디벨로퍼 방식은 한계가 있음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두바이는 UAE 전체 원유.가스의 2%만 생산할 뿐이다. UAE의 오일머니는 이 나라를 이루는 7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큰 아부다비가 움켜쥐고 있다. 전체 원유.가스 생산의 95%는 아부다비 몫이다. 아부다비는 이렇게 모은 오일머니로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두바이는 아부다비 등에서 얻어온 빚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해 온 디벨로퍼였던 것이다.
◇자체 기반 없는 경제발전의 한계점 = 두바이의 GDP 생산 구조를 보면 취약점이 즉시 드러난다. 부동산과 건설 22.6% 교역 16% 중계무역 15% 그리고 금융서비스가 11%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조업이 거의 없다. 더욱 취약점은 이 나라 인구 분포다. 두바이 인구 226만 명 가운데 17%만이 UAE 국민이다.
같은 아랍어를 쓰는 아랍인을 다 합쳐도 26%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건설과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 해외에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다. 2005년 기준으로 인도인이 이 나라 인구의 42.3%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파키스탄인 13% 방글라데시인이 7.5%다.
그 외에 필리핀인 2.5% 스리랑카인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 열 명 가운데 여섯명 이상이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 등 옛 인도 지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다. 두바이는 거대한 인디언 타운으로 변한 지 오래된 것이다.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은 물론 개발사업을 시공할 인력도 해외에서 들여온 결과다.
사실 이는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무하마드가 의도한 것이다. 그는 두바이를 중동의 무역.금융.관광 허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자본과 사람을 끌어들일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탈규제.개방정책을 시행했다.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외국인 지분을 100% 인정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하는 한편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본은 물론 인력까지 해외에서 들여오는 두바이의 경제개발 방식의 문제점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 세계적인 '돈맥경화' 현상이 오자 곧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부다비에 주목 = 이번 두바이 사태로 아부다비가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사실 아부다비는 UAE의 돈줄이다. 전체 석유 수입의 95%가 아부다비에서 나온다. 두바이가 차지하는 몫은 2%에 불과하다. 아부다비는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운용하면서 두바이는 물론 전 세계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두바이 사태의 소방수는 아부다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UAE 헌법은 이 나라를 이루는 7개 토후국에 위기가 닥치면 서로 돕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부다비가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다. 자칫 이 상호지원 조항 때문에 두바이의 위기가 아부다비로 옮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두바이의 경제 시스템을 '중앙집권적 자유경제'라고 표현했다. 돈이 들어오고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으나 그 나라의 살림과 경제발전계획은 세습군주인 지도자와 그의 가문에서 도맡는 시스템 말이다.
이번의 경제위기에도 이 시스템이 바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건 이렇게 두바이의 뒤에 아부다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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