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52] 아내가 아이 떄문에 직장 그만두자 생활난···페이먼트라도 벌기 위해 보험 세일즈 부업
일반 직장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휴무이기 때문에 그나마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세일즈맨은 다르다. 오히려 주말이 더 바쁘다. 고객들이 주로 주말을 이용해 쇼핑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중에 하루 쉬는 날이 있기는 했지만 당장 실적을 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쉰다는 게 맘이 편치 않았다. 나는 한 명이라도 더 나의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거의 직장에서 살다시피 했다.직장에서 실적을 많이 올려 상도 받고 승진도 하면서 일에 재미가 붙자 휴일은 아예 잊고 살았다. 휴식보다 일이 더 좋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니저 일을 할 때는 더 시간이 부족했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웠다. 가끔 하루 정도 쉬었다가 출근해 보면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작은 문제들이 꼬이고 꼬여서 큰 문제로 변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차라리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더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신발 장사를 할 때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주말이 더 바쁘고 가게 문을 닫는 날은 1년에 딱 3일이었다. 내가 매장에 없는 날은 매상도 떨어지고 고객과 종업원 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 곳이나 되는 가게를 돌아가며 관리해야 하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맞벌이의 피해자였던 아이들
아내는 아이 둘을 낳고도 공무원 생활을 계속했다. 별수 없이 아이들을 베이비시터에게 맡겼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통이지만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 못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아내도 늘 마음 아파 했다.
아이들이 네 살 두 살 정도 되었을 때였다. 하루는 베이비시터가 아파서 오지 못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직장 근처의 유아원에 임시로 맡겼다. 오후에 데리러 갔더니 아이들의 얼굴이며 손에는 땟국이 줄줄 흐르고 기저귀는 제때 갈아주지 않아 묵직해져 있었다. 거지아이가 따로 없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날 우리 부부는 아이들 양육 문제에 대해서 오랜 시간 의논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하냐며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보라고 말했다.
우리는 열심히 맞벌이를 한 덕에 수영장이 딸린 근사한 단독 주택을 사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둘이 벌어도 매달 적지 않은 융자금을 갚고 나면 그다지 여유가 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아내는 힘들더라도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월급도 많고 주말에는 꼬박꼬박 쉬기 때문에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인데 그만두기가 아깝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설득에 처음에는 망설이던 아내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내 말에 수긍해 주었다. 아내는 다음 날 바로 사표를 냈다. 아내의 5년간의 직장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아내가 사표를 내자 당장 생활비가 달렸다. 매니저로 제법 두둑한 월급을 받기는 했지만 월급의 절반 가까이가 주택 융자금을 갚는 데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보험 세일즈였다.
세일즈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짬짬이 보험을 팔았다. 이른바 '투잡'을 뛴 것이다. 직장 일 하랴 틈틈이 사람을 찾아 다니며 세일즈하랴 숨 돌릴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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