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51] 고객을 배려해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 돈벌며 고맙다는 소리듣는 교훈 얻어
신발 가게에서 배운 소매업의 노하우고객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고객 리스트를 만들어 3개월에 한 번씩 아이들의 발 사이즈를 체크하러 오라고 엽서를 보냈다. 엽서를 받은 고객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발에 맞는 신발을 구입했다.
엽서를 보낸 것은 고객을 불러들이겠다는 의도에서였지만 고객들은 "벌써 3개월이나 됐어요?" 하면서 우리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이가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을 뻔했다고 고마워했다.
이익을 챙기면서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전략이었다.
우리 가게 옆에는 다른 가게도 있고 노드스트롬이라는 백화점도 있었지만 일단 단골이 된 고객들은 가격 차이가 조금 나더라도 개의치 않고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해 갔다. 가게 앞에서 슬쩍 안을 쳐다보고서 내가 있으면 들어오고 없으면 그냥 지나친다는 고객도 있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 신뢰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신발 가게를 운영하면서 실감나게 배울 수 있었다.
신발 가게를 하면서 서킷시티에서는 몰랐던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바로 소매업의 노하우였다.
소매업에서는 손님과의 눈맞춤이 가장 중요하다. 손님이 인간적으로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종업원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집을 다시 찾을지 말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손님은 돈을 주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이다. 불만스러우면 언제든지 다른 업소를 찾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왕이고 주인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두 번 세 번을 찾아가도 알은체도 하지 않는 곳이 있고 두 번째 찾아가도 "어서 오세요. ○○선생님" 하고 맞아주는 곳이 있다. 얼굴을 기억해 주면 손님은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낀다.
비즈니스는 거래다. 주고받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주려는 사람이 슬슬 피해 달아난다. 고객은 주인이 베푸는 만큼 돈을 쓴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고객은 돈을 쓰면서도 고마워한다. 돈을 벌면서 고객들로부터 고맙다는 말까지 듣는다면 얼마나 보람이 있겠는가.
신발 장사를 하면서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큰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 겸손하게 고객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의 기본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의 애환
미국 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흔히 잡지에 나오는 궁전 같은 집 고급 승용차 푸른 대자연과 아름다운 공원 풍요로운 생활 등을 떠올리며 부러워한다.
그러나 미국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미국 가서 좀 편하게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미국행을 택한다면 십중팔구 금세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한인동포들은 "미국 생활은 페이먼트 인생"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빚을 내서 생활하는 것이 그만큼 일반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약간의 '다운 페이먼트만 내면 집이나 차를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짜리 집을 산다고 할 때 자기 돈으로 10~20퍼센트의 보증금만 내면 나머지는 은행에서 융자를 해준다. 명목상으로는 내 집이지만 실상은 대체로 30년 동안 융자금을 갚아야 하는 집인 셈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소비 패턴은 나중에 가질 수 있는 것을 빚을 내서 미리 당겨서 누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느 가정이나 빚이 많다. 주택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금 등 매달 갚아야 할 빚 때문에 돈을 잘 버는 사람이나 못 버는 사람이나 돈에 여유가 없고 빠듯하게 지내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아주 궁핍하게 살 수밖에 없다.
한인동포들은 대략 70~80퍼센트가 맞벌이다. 부부가 모두 봉급 생활자이거나 아니면 부부가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한 명은 사업을 하고 한 명은 봉급 생활자이다.
일하랴 아이들 학교 보내랴 살림하랴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동포들이 허다하다. 형님네 부부도 간이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었고 누나네도 부부가 모두 봉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숨 돌릴 겨를 없이 살았다. 우리 집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계속>
글=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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