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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49] 상사와 불화로 잘나가던 10년 직장 그만둬···현대차 세일즈 하면서 신발가게 사업 모색

그렇게 야심차게 출발하려는 즈음 총매니저와 갈등이 생겼다. 그는 사고방식이 편협한 데다 나와는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아 둘 사이에 종종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나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수키가 승승장구하더니 오만해져서 이제는 윗사람 말도 잘 듣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스스로 누구보다 겸손하고 예의바르다고 믿고 있었는데 오만해졌다는 말을 듣다니 참아 넘기기가 힘들었다. 백인 우월주의 성향이 있는 데다 내가 회사에서 쑥쑥 커나가니 시샘을 하는 게 분명했다. 그는 사장에게 나와는 일을 못 하겠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건의를 올렸다.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단 한 번도 남에게 책잡힐 일을 한 적이 없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내가 해명해 보아야 득이 없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나의 진심을 받아주지 않는 사람하고는 일을 못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표를 냈다.

10년 직장 생활은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종지부를 찍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당시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톡톡히 수업료를 치르다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둔 1986년 내 주변에서도 큰 변화들이 생겼다. 항상 곁에서 어머니같이 의지가 되어주던 큰누나가 갑자기 세상을 뜨신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수입이 딱 끊기는 상황이 되었다.

수영장이 딸린 멋진 단독 주택을 산 터라 융자 상환금이 발등의 불이 되었다. 미국 생활 10년 만에 처음 맞는 최대 위기였다.

뭐라도 해야 했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 뒤 나 혼자의 수입으로 생활하기가 빠듯해서 직장 일과는 별도로 짬짬이 해오던 생명보험 세일즈 외에 현대자동차도 팔기 시작했다. 현대의 엑셀이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즈음이었다.

자동 변속 장치로 만들어서 처음 선보인 엑셀은 페달을 밟아도 금세 속력이 붙지 않을 정도로 어설펐지만 일제 차가 7000~8000달러일 때 4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가격이 워낙 좋아 잘 팔렸다. 한국 차가 미국에 수출되었다는 자부심 애국심에서 한인동포들도 많이 구입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는 'HYUNDAI'를 놓고 사람마다 발음이 달랐다. '훈다이' '하연다이' 등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현대에서 기발한 TV 광고를 했던 것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선데이 먼데이 현데이'라는 문구 덕분에 사람들은 '현대'와 가장 근접한 발음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분야에서든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예였다.

자동차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나는 금세 세일즈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우리 딜러에는 30여 명의 세일즈맨이 있었는데 고객이 한 명 들어오면 순서대로 그 고객을 상대해 차를 팔고 커미션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다른 세일즈맨들의 성공률이 30~40퍼센트 정도일 때 나는 70~80퍼센트를 달성했다.

차에 대해서 많이 알아서가 아니었다. 서킷시티에서 익힌 판매 노하우가 그대로 먹혔던 것이다. 그렇게 초라하게 시작했던 현대자동차가 지금은 렉서스나 BMW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능과 안전성이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현대와 기아의 판매량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그럭저럭 생활비를 벌면서 뭔가 안정적인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킷시티에서나 현대차에서나 나의 세일즈 실력은 일단 검증이 된 셈이었다. 고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전자제품 판매점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워낙 큰 체인점들이 많아 작은 규모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전자제품은 마진이 작아서 웬만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마진도 크고 고객 관리를 잘하면 꾸준하게 매출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업종이 무엇일까 고심하던 끝에 아동 신발 전문점을 떠올렸다.

신발은 마진이 큰 편이다. 더욱이 아동용 신발은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계속 새로 사 신어야 하기 때문에 고객 관리만 잘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계속>

글=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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