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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47] 세일즈 실적 1등은 항상 내가 독차지···입사 3년도 못돼 최연소 매니저 따내

항상 1등을 도맡아 차지하다 보니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점점 커졌다. 주말에는 고객이 더 많기 때문에 세일즈맨들은 주말도 없이 평일 가운데 하루를 돌아가면서 쉬었다.

나는 하루를 쉬면 다른 세일즈맨에게 고객을 빼앗길까 봐 쉬는 날에도 일했다. 한마디로 일벌레가 되어버린 것이다.

열심히 일한 결과 상위 세일즈맨으로 승진하면서 인근 풀러턴 시의 매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1978년 여름이었다. 매니저는 60대의 네덜란드계 이민자인 닐 몰랜다이크라는 백인이었는데 정말 좋은 분이었고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었다.

이곳에서도 나는 열심히 일했다. 새로 옮겨간 매장이었지만 가자마자 톱 세일즈맨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났을 즈음이었다. 몰랜다이크가 은퇴를 앞두고 있어서 회사에서는 후임자를 정해야 했다. 그동안 나를 눈여겨본 몰랜다이크는 나를 매니저 후보로 강력히 추천했다.

그렇지 않아도 단조로운 세일즈맨 일에 슬슬 싫증이 나던 참이었다. 나는 욕심이 생겼다.

매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매일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갖고 관리자 역할을 한다면 또 다른 도전이 될 것 같았다. 다섯 후보가 경합하고 있었는데 나 빼고는 모두 백인이었다.

"매니저를 하려면 직원들이 흔히 쓰는 속어 같은 것도 다 알아들어야 할 텐데 이해할 수 있나요?"

사장은 나의 미국 생활이 채 3년도 안 되었고 내가 쓰는 영어가 원어민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매니저는 수많은 직원들을 관리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직원들이 쓰는 미묘한 속어까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지금까지 두 시간 동안 사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제가 못 알아듣거나 제가 한 말을 사장님께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까? 슬랭을 이해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매니저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결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돌하게 말했다. 그는 좋은 답변이라고 칭찬했다. 내가 이긴 것이다. 다섯 후보 중에서 내가 매니저로 선정되었다. 입사 2년 반 만이었다. 그때 내 나이 27세였다. 이 회사의 역사를 통틀어 아시아계 매니저도 처음이거니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매니저로 승진한 예도 없었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길목에 섰다.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 아직도 은연중에 남아 있는 소수계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도 실력을 다져야 한다. 남보다 덜 자고 더 일하자' 나는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 소수계 이민자를 얕잡아보는 백인들이라도 실력이 월등한 상대에게는 고개를 숙인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나의 뜀박질에는 더욱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대기업 매니저에서 신발가게 사장으로

나는 본격적인 매니저 훈련에 돌입했다. 회사에서는 나를 위해 6주간의 특별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다. 좋은 매니저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이만큼 투자를 해준 회사에 대해 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는 연수 기간 동안 회사 안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선임 매니저들이 운영하는 매장에 가서 그들의 경영 기법을 배웠다. 매니저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다양한 경영 방식을 배우라는 게 회사의 의도였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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