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구비구비 산길 "구름 위 달리는 맛이 이럴까"
〈6〉블루리지파크웨이
469마일 이어진 환상 도로
미 최고 드라이브 길 명성
쉬엄쉬엄 가야 제대로 구경
단풍철엔 마음까지 물들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트 미첼 정상에 선 필자(오른쪽).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93246430.jpg)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운트 미첼 정상에 선 필자(오른쪽). [중앙포토]
![블루리지파크웨이 인근 크래기가든스트레일에서(Craggy Gardens Trail) 내려다본 블루리지산맥. 첩첩 산중 위로 뜬구름이 평화롭다.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93544541.jpg)
블루리지파크웨이 인근 크래기가든스트레일에서(Craggy Gardens Trail) 내려다본 블루리지산맥. 첩첩 산중 위로 뜬구름이 평화롭다. [중앙포토]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 인근 블루리지파크웨이 진입로 표지판.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originals/2021/11/03/193644116.jpg)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 인근 블루리지파크웨이 진입로 표지판. [중앙포토]
양대 국립공원 사이에 있는 가장 높은 산줄기인 블루리지 산맥의 칼날 위로만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탁 트인 양쪽 풍광을 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백두대간 위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고나 할까.
산길을 운전해 가다보면 수많은 야생화와 온갖 잡새들의 합창소리가 좌우에 있고, 어린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산책하는 사슴 떼도 자주 볼 수 있다. 아주 운이 좋다면 곰도 볼 수 있다. 차로 일주하는 것도 이렇게 좋은데 직접 땅에 발을 내디디며 파크웨이 주변을 등산이라도 해 보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요 극락이 아닐까 싶다.
방문하기 좋을 때는 온 산야에 철쭉꽃이 만개하는 봄과 오색 단풍 창연한 가을 단풍철이다. 특히 이곳의 가을 단풍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가 봐야 할 풍광으로 꼽힌다. 사람은 강한 척 하면서도 상당히 약하다. 주위 환경이 조금만 달라지면 금방 그 속에 녹아 버린다. 가을 단풍철에 이곳을 찾았던 필자가 그랬다. 장자의 한 구절처럼 오색 단풍의 숲 속에서 마음까지 물들어 내가 단풍인지 단풍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흠뻑 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블루리지 파크웨이는 1935년 첫 삽을 뜬 이후 온갖 우여곡절 끝에 50여년만인 1987년에야 전 구간이 완전히 개통됐다. 하지만 이 길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산업 도로가 아니며 유통을 위한 물류 도로는 더욱 아니다. 오로지 일반 시민들의 레저와 여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든 도로인데 처음엔 그 효용가치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단단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 공사를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미국의 대공황이 심각할 때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실업자들을 줄여야겠다는 목적이 컸다. 물론 그 이후 꾸준히 확장공사를 했는데 그래도 아직도 몇 개의 터널은 버스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겨우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어 단체 관광에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하나 대단한 것은 보통 국립공원 하면 방문객 안내소가 두세 개, 많아야 서너 개인데 이곳 블루리지 파크웨이엔 전 구간에 방문객 안내소만 15곳이 있고 인포메이션 센터도 2개가 더 있다. 전 구간에 걸쳐 터널은26군데이며 좌우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Look Out Point)도 41개나 있다. 연중 방문객은 1000만명이 넘는다.
469마일의 전 구간 중 백미는 노스캘로라나주 애쉬빌에서 출발해 분(Boon)이라는 마을까지 이르는 100마일 구간이다. 이곳 주변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최고봉인 마운트미첼을 비롯해 린빌폭포 등의 명승지를 비롯해 곳곳에 민속예술단지, 역사 유적지, 먹거리 등이 산재해 있다. 전 구간을 완주를 목표로 주마간산식으로 달린다면 하루에라도 다 통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주변 경치를 즐기며 몸도 마음도 재충전하기를 원한다면 4~5일도 모자랄 판이니 생업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길이긴 하다.
그렇지만 인생에 나중이란 없다. 여행이란 조금이라도 다리에 힘 있고 가슴 떨릴 때 떠나야 한다. 나중을 기약하지 말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기시라. 이것이 나이 80을 넘긴 필자가 항상 주장하는 소신이요 철학이다.
아무런 소득 하나 없는 맹꽁이 철학 탓인지 미국 전체가 머리 속에 다 들어와 있지만 손에 든 것은 없으니 속 빈 강정마냥 머리는 풍년인데 입은 흉년이로구나.
▶여행메모
전 구간을 종주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설계해야 한다. 애틀랜타에서 가자면 애쉬빌을 거쳐 북상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 반대로 달려와도 나쁘진 않다. 방문 시기는 본인 형편 따라 봄이든 가을이든 결정하면 되겠지만 이왕 마음먹고 나서는 보석같은 여행길에 여유가 없으면 어떤 여행도 추억으로 남지 않고 이 좋은 길을 지나가고도 그저 일장춘몽으로 끝난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김평식
여행 등산 전문가. 꾸준히 여행칼럼을 집필했으며 ‘미국 50개주 최고봉에 서다’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연락처= 213-736-9090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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