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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38] 한인신문보고 한국 드라마 즐겨보는 나에게 아내는 미국 뉴스에 신경쓰라고 종종 충고

아내와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아무런 확신을 줄 수가 없었다. 그저 미국에 가서 열심히 하면 잘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밖에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취직자리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돈을 싸들고 가서 번듯한 가게를 차릴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살아보자고 했던 나를 믿고 따라와주었고 오늘날의 내가 있기까지 무던히도 고생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버텨준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해진다.

아마도 아내는 나를 신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준비된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나를 만나 그런 도박을 했을까. 함께 희망을 가꾸고 나를 믿고 지금까지 동행해 준 아내 그녀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 가면 우선 공부를 할 예정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영어도 더 익히고 미국 생활에 적응한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선은 형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처음이니 형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자의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 다들 무일푼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일구었다고 하는데 나는 어쩐 일인지 자신이 점점 없어졌다. 낯선 땅에서 부딪치고 헤맬 생각을 하니 차라리 마음 편한 한국에서 취직해서 사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턱대고 이민 결정을 내린 자신이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후회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마음의 갈등으로 힘들 때 18살 때부터 인생을 설계하고 33살에 회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원교 형이 생각났다.

'그래 지금부터 내 인생을 다시 만드는 거다. 지금까지의 강석희는 잊는다. 미국이라는 허허벌판 도화지에 내 인생의 그림을 새로 그리는 거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나는 이미 시작을 했으니 반은 이룬 것 아닌가. 새로운 내 인생의 설계도는 미국에서 그리자.'

복잡한 마음은 정리되었다. 아내는 "당신처럼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미국에서도 못 이룰 것이 없어요" 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1977년 6월 11일. 부모님의 이슬 맺힌 눈동자를 애써 외면하면서 나는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미래는 불확실의 세계였다. 그때 내가 어바인 시장이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아내는 나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을까? 참 인생은 생각할수록 오묘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내 핏속을 흐르는 코리아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났다.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병장으로 국방의 의무를 마친 다음 24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하지만 솔직히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고 햄버거도 좋아하지만 된장과 김치찌개도 아주 좋아한다.

미국 신문도 물론 보지만 한인 신문은 빠짐없이 읽고 저녁에 쉴 때는 가끔 한국 드라마도 즐긴다. 아내는 좀 더 '미국화'되어선 지 항상 미국 언론에 귀 기울이며 중요한 뉴스를 매일 모니터한다. 그래서 아내를 통해서 미국 소식을 듣는 때도 많다.

아내는 나에게 쓴소리도 잘한다. 집에서도 가장 신랄한 비판자다. 이제 미국에서 주요 도시의 시장이 되었으니 미국 뉴스를 더 많이 보고 들으라고 충고하기도 하는데 나는 여전히 한국적인 내가 좋다. 물론 미국 뉴스도 깊은 관심을 갖고 모니터하지만 한인사회에 관한 뉴스에 항상 신경을 쓴다.

내가 15년간 근무한 전자제품 유통 회사 서킷시티에서의 세일즈맨 매니저 생활을 청산하고 한인사회에서 각종 사회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인 한국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욱 커진 것 같다. 나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강석희는 영원한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계속〉

글= 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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