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32] 내가 영어 잘해 주류 유권자 설득 했겠나? 쉬운 단어 짧은 문장으로도 충분히 통해
-영어 학습에 비법이 있을까?나는 영어 단어와 문장을 많이 외우고 익숙해질 때까지 수십 번 반복해서 연습하는 편이다.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공부했다. 무조건 중얼중얼 외워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말로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했다. 중요한 문장은 노트에 써 가지고 다니면서 장소에 관계없이 외웠다.
중학교 시절이었나 보다.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에 올랐는데 어디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초보 아나운서인지 아나운서 시험을 보려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방송 뉴스를 진행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아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목소리 톤을 바꿔가면서 "다음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며 연습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 인간의 투철한 도전 정신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포 그리고 완벽을 향한 치열한 열정을 본 것이다.
나도 버스에서 본 그 사람처럼 틈만 나면 영어 단어를 외우고 팝송 가사를 읊었다. 방 안에서 내가 중얼대는 소리를 듣고 식구들이 "뭐라고? 방금 뭐라 그랬어?"라고 물었다가 황당해한 적도 많았다. 지금도 연설이나 의제에 관한 토론을 준비할 때면 할 말을 써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한다. 아내가 자기를 불렀나 싶어 내 방에 들어왔다가 피식 웃고 다시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반복해서 외우면 그것이 점점 내 몸에 익숙해진다. 내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영어 문장은 대부분 외운 것이 바탕이 되어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쉬운 말로 명확하게!
어차피 내 영어는 공부를 통해 익힌 교과서적인 영어라기보다는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익힌 생활 영어에 가깝다. 우리가 영어를 쓰는 목적이 고급 영어를 구사해서 상대방으로부터 찬사를 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의사소통에 있다면 구태여 어려운 표현을 구사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쉬운 영어로 명확하게 의사 전달만 하면 된다. 내가 선거 유세를 하면서 미국인들을 잘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쉽고 명쾌한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그들의 귀에 나의 메시지를 쏙쏙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를 힘들게 외워봤자 실생활에서 써먹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한국의 영어 교육이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듣지만 옛날 우리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 매달렸던 수많은 문법 책이 실제로 영어를 구사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에 사는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출연해서 한국어로 수다를 떠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또는 1년이 되었다는데 기가 막힐 정도로 한국말을 잘했다.
사실 그들이 구사할 수 있는 한국어 어휘가 얼마나 되겠는가. 설사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하더라도 우리가 못 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법이 좀 틀리거나 다소 부적절한 단어를 쓰면 어떤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만 갖추면 된다. 영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바로 자신감 배짱의 차이다.〈계속〉
글.사진=올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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