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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30] 영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나는 이민 1세···연설때 뭔가 불편하면 진땀빼는 경우 많아

-영어가 뭐길래

미주 한인들의 영어 실력은 대개 이민 시기에 따라 구분된다. 1.5세들은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로 미국인들과 대화하는 데도 별로 어려움이 없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야 당연히 미국인과 동등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만 대체로 한국어가 서툰 게 흠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온 이민 1세 중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서 영어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LA 코리아타운 같은 곳에 살면서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사람 가운데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드물다. 영어를 못해도 특별히 불편한 것이 없으니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활 영어를 터득했다. 미국 시스템 안에서 일반 대중과 함께 일하며 배웠으니 실용적인 영어를 배웠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고 하지만 솔직히 과찬이다. 나는 그 정도로 내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평균적인 한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영어 클럽에서 회화 공부를 제법 하고서 미국에 왔고 미국에 오자마자 한인사회가 아닌 미국 직장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세일즈 기법을 배우고 고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15년간 근무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영어 강박증'부터 버려라

중학교 시절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남들보다 좀 더 공부를 했다고 친다면 영어와 인연을 맺은 지가 벌써 40년이 넘는다. 하지만 어바인 시장이 된 지금도 내 영어는 완벽하지 못하다. 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느낀다. 오랜 세월 미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나도 영어가 편치 않은데 나와 같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영어 때문에 겪는 부담감이 오죽하랴 싶다.

2004년 시의원으로 당선되자 커뮤니티 행사에 초청을 받아 연설할 기회가 많아졌다. 2008년 시장으로 선출된 후로는 시의원 시절보다 연설 요청이 몇 배로 늘었다. 청중의 성격에 맞추어 이야기해야 하므로 분위기를 파악하는 기지가 필요하다. 연설하는 장소의 분위기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기도 하고 무언가 편치 않은 상황에 직면할 때도 있다.

당황한 나머지 갑자기 머릿속이 엉키고 생각이 잘 안 날 때도 있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진땀을 빼면서 겨우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올 때도 있는데 그럴 경우엔 집으로 돌아오면서 '역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어를 어렸을 때부터 익히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 영어는 그저 외국어일 뿐이다. 영어 공부를 비교적 열심히 했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나도 이렇게 영어에 쩔쩔매는 경우가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니 영어를 잘해야 하겠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릴 필요가 있다.

그런 강박관념이 영어를 더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한국에서 배운 영어치고 잘하는 편이네' 정도로 점수를 주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강석희 영어는 미국 사람 뺨친다'고 하면 나는 점점 영어로 말하기가 불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거듭 말하지만 나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다만 분위기에 맞는 주제를 찾아서 상대방과 동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게 해야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정작 영어를 말하는 데 자신 없어 하는 것도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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