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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28] 다른 일에는 평범한데 영어는 항상 자신···대학 1학년때 영어회화 클럽 회장 맡아

중학 시절 나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영어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암기했다.

기억력이 좋아 암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와 단어 외우기 경쟁도 벌였다.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놀라며 칭찬을 해주면 나는 더욱 신이 나서 영어에 매달렸다.

특출난 데가 없어서 아이들의 관심권 밖이었던 내가 영어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있구나' 하며 우쭐해 했다.

보성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영어를 꽤 잘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과외를 같이 했던 예쁜 여학생이 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오다가다 스치며 만났지만 부끄러워서 말 한 번 붙이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는 키도 훤칠하고 피부는 뽀얀 요샛말로 꽃미남 스타일인 데다가 팝송도 잘 부르니 여학생들이 많이 따랐지만 용기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이렇듯 나의 어린 시절은 지극히 평범했고 어찌 보면 샌님 스타일이었다. 다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강직함과 신의 책임감 같은 가치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항상 넥타이에 양복 차림이셨던 아버지처럼 교복의 호크와 단추가 잠겨 있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모자는 늘 똑바로 쓰고 가방을 옆구리에 끼는 법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춘기 때 적당히 반항도 하고 일탈도 해보았더라면 싶은데 참으로 멋대가리 없는 시절을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태도는 모두 아버지가 남긴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끈기와 뚝심도 아버지와 비슷하다. 어머니로부터는 하얀 피부와 여리고 정서적인 면을 물려받았다.

튀는 구석 없이 평범했던 내가 미국 대도시에서 한인 1세로는 처음으로 시장이 되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의외지만 이것은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나같이 평범하더라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길을 열어주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한 나라다.

비범한 것이 없는 보통 사람이니 무엇이든 남들보다 두 배 열심히 한다는 각오로 오늘날까지 뛰었고 최선을 다하는 그런 태도가 '보통'을 넘어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나도 몰랐던 나의 잠재력

고2 때 '파인트리'라는 영어회화 클럽에 가입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클럽으로 유명 정치인 가운데 이곳을 거쳐 간 사람도 많다.

파인트리 클럽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법과 시험 위주의 영어 공부에서 탈피해 회화를 집중적으로 연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에 오자마자 곧바로 취직할 수 있었고 그것이 결국 오늘날의 나를 만들어준 씨앗이 되었다.

회원들은 토요일마다 미국 공보원에 모여 영어로 대화하고 원서를 읽고 발표도 했다.

영어를 좋아하는 또래와 선배들이 한데 모이는 그 자리는 너무 즐거웠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나의 영어 실력은 쑥쑥 자랐다.

대학생이 된 뒤 나는 더 열심히 클럽 활동에 매달렸다.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 마시며 노는 데에는 취미가 없었다.

술을 못 마시는 데다 고려대 특유의 시끌벅적하고 호탕한 분위기가 나와는 별로 맞지 않았다. 친구와 선배들은 나를 보고 '연대 타입'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껑충한 키에 뽀얀 피부 깔끔한 외모가 전형적인 고대 스타일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대학 1학년 때 미국 공보원에서 17개 영어 클럽이 참가하는 영어 웅변대회가 열렸다. 나는 우리 클럽 대표로 참가해 3위를 했다.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내 모습을 눈여겨본 선배들이 나에게 회장을 맡으라고 했다.

반장 한 번 해보지 않은 내가 어떻게 클럽 회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지만 선배들은 선.후배를 중간에서 아우를 수 있는 원만한 성격을 갖추었다면서 나를 부추겼다.

그 바람에 보통 2 3학년이 회장을 맡던 관례를 깨고 1학년생인 내가 회장을 맡게 되었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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