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18] 2004년 12월 '시의원 강석희' 첫 등원···저녁 굶은채 8시간 혹독한 새내기 체험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2004년 12월 12일 시의회의 첫 회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의사당에 들어섰다. 우리 민주당은 시장을 포함해 세 명 상대 공화당은 두 명으로 우리 진영이 다수였기 때문에 의사 결정권이 있었다.우리는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고 지지자들도 취임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반면 상대팀은 침체된 분위기였다. 의회는 전쟁 모드라고나 할까 선거 캠페인이 그대로 이어진 듯한 분위기였다. 양측 모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편의 의견에 화살을 날리는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가 의사당을 가득 메웠다.
첫날은 의결해야 할 안건이 상당히 많았다. 취임식을 끝내고 오후 4시에 바로 의사 진행으로 들어가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새내기 시의원으로서 혹독한 경험을 했다. 저녁도 못 먹고 무려 8시간을 단상에서 지낸 것이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나의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현장에 나왔던 60대의 한인 두 분은 끝까지 의사 진행을 지켜보았다. '시의원 강석희'의 첫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셈이다. 두 분은 일정이 끝난 뒤 내게 다가와 수고했다면서 미국 지역 정치인들의 민주적인 토론 모습을 한국의 정치인들이 꼭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도 서로 소속된 당은 다르지만 활발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보면서 타협을 모르는 한국의 국회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시의원으로서 첫 근무를 마치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이건 장난이 아니고 실전이구나 앞으로 내가 맞닥뜨리게 될 어려움이 첩첩산중이겠구나 시의원이 되는 일보다 시의원으로서 활동하는 일이 더욱 어렵겠구나 방청객들은 하나같이 전문가들인데 어설프게 발언을 해서는 망신을 당하겠구나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의제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상정되었는지 충분히 파악할 때까지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시정 현안이 무엇인지 민원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했다. 의사당에서 자신 있게 이슈를 이끌어나가려면 아직 시정 이슈에 대해서 미숙하고 전문용어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터에 앞으로 의회에서 이야기할 것은 완벽하게 익히고 또한 글로 써서 발언하면서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새내기 시의원으로 첫날을 보내면서 나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결의를 다졌다.
나는 늘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시작은 어렵더라도 몸으로 부딪치면서 하나하나 이루어냈다.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 영어 연극을 할 때도 그랬다. 연습할 때는 항상 어딘가 부족하고 잘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서면 달랐다.
연극을 잘해냈던 것처럼 두려움을 이겨내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대학 시절 영어 웅변대회에 나갔을 때도 그랬다.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는 자신 없고 겁이 났지만 단상에 올라서면 500명의 청중 앞에서 성공적으로 연설을 마치고 대학부 1등상을 거머쥐었다.
서킷시티에 입사해서 여러 어려운 과정을 극복할 때도 그랬고 한인사회의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그랬다. 시작은 항상 불안했지만 해보자고 각오하고 정작 무대에 올라서면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려 나갔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가치 있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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