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17] 막상 시의원 당선되고 나니 걱정 태산···가장 두려운 것은 주민들 눈과 귀였다
미국의 개표 과정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할 정도로 더디다. 어찌 보면 어수룩할 정도다. 2000년에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대통령 선거 막판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던 것도 까다로운 개표 과정과 수작업에 의존하는 관행 복잡한 기표 방식 그리고 방대한 지역 탓에 최종 집계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선거 당일 자정을 넘겨 발표된 잠정 집계 결과 3위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모든 언론이 '강석희 당선' 기사를 내보냈고 지지자들도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그러나 잠정 집계는 말 그대로 잠정이지 최종 결과가 아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부재자 투표와 우편 투표의 개표 133개 투표소의 재검표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주일 동안 얼마나 애간장이 탔는지 재검표 결과 낙선되는 꿈을 꿀 정도였다. 나는 가족들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개표 결과가 매일 업데이트되는 사이트에 들어가 득표수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얼마 동안은 2위로 껑충 올라갔다가 며칠 후에는 다시 3위로 내려가는 롤러코스터 행진을 반복하고 있었다1 2위로 당선되면 4년 3위로 당선되면 2년의 임기가 주어진다.
득표수 격차가 계속 줄어들면 어떡하나 가슴이 덜컹했다. 개표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렇게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4위와 200표 이상의 격차를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3위를 다지게 되었다. 다소 마음이 놓였다. 나는 2년 후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약점을 안고 3위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나로서는 일단 당선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3위 당선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당선이 되고 나니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내가 과연 복잡한 행정 전문용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전문적인 이슈에 대한 시의회 토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내 영어 실력으로 백인 일색인 시청 직원들과 시의회 동료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의 시선은 없을까 여러 가지 부담이 나를 짓눌렀다.
가장 두려운 것은 시민들의 눈과 귀였다. 의회의 의사 결정 과정은 대부분 일반인들이 참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시의회의 토론 과정은 시 방송국을 통해 생방송으로 방영되기 때문에 자칫 말 한마디라도 실수하면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 정치에 관심 있는 주민이나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자들이 관람석에 앉아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의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듣는다. 이렇게 대중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내가 과연 소신 있게 정책을 토론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안을 내는 등 시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과제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기쁨보다는 중압감이 더 컸다.
시의회에서 의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에 나는 그 장면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시절 힘든 일에 부닥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나는 거듭 마음을 다잡았다.
시의회 개원에 앞서 나는 시청의 각 부서 국장들로부터 시정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어바인은 180.5제곱킬로미터 여의도의 약 19배로 오렌지 카운티의 34개 도시 중에서 면적이 제일 넓으며 전체의 약 45퍼센트가 녹지대이다. 시가 소유한 많은 공원 경찰 상황실 커뮤니티 센터 동물 보호소 시설 관리 공단 탁아소 등등 수많은 시 기관들을 방문하여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자연 선거 후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나는 학습에 전념해야 했다. 〈계속>
글=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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