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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13] '제가 안아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가슴 뭉클했던 기억도 많다. 선거를 두 달여 앞둔 9월 무렵이었다.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문고리에 홍보지를 걸어놓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자동차 한 대가 들어섰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주인이 차를 주차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40대 초반의 금발 백인 여성인데 한눈에도 수척해 보였다. 내 소개를 하고 지지를 부탁한다는 말을 꺼냈다. 그녀는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인데 지금도 치료를 받고 오는 길이라 매우 피곤하다고 말했다.

나는 아픈 사람을 성가시게 했다는 생각에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녀는 괜찮다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관심을 보였다.

자신은 어바인 공립학교재단의 이사로 일하고 있어서 교육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나를 유심히 살펴보았노라고 했다. 로라 베이든이라는 독일계 여성이었다. 우리는 20여 분간 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첫 만남이었지만 생각하는 바가 비슷해 남다른 친밀감을 느꼈다.

나는 그녀에게 하나님의 축복으로 완쾌하기를 빈다고 말하고 "제가 안아드려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쾌유를 바라며 포옹해 주었다.

나중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시의원에 재선된 다음 우리는 시청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 알은체한 것이다. 나를 보더니 "수키 나를 기억하세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생각이 났다. 헤어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더니 그때는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이 빠져 가발을 쓰고 있었노라고 했다. 지금은 완치가 되었다면서 그때 나를 만난 뒤 나에게 한 표를 찍었다고 했다. 우리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3년 전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그녀의 완쾌를 기원하면서 위로의 포옹을 해주었을 때 진심을 느낄 수 있었노라며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나의 친구 중 한 명이 되었고 진심으로 나를 지지하는 정치적 동지가 되었다.

내가 시장 선거에 도전했을 때 그녀는 TV 캠페인에 출연해 나를 적극 지지하는 광고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녀의 남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클리선글라스라는 회사의 창업자로 어바인의 발전을 위해 부부가 함께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로라 베이든 그녀를 통해 나는 순수하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누구나 감동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흐린 날이었다. 어느 집 문을 두드리니 김씨 성을 가진 한인 여성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가끔 한인동포의 집을 방문하면 크게 환영하며 용기를 북돋워주곤 했는데 이 집도 그런 집 중의 한 집이려니 했다. 그녀는 나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남편과 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꼭 당선되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일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하면서 갑자기 눈물을 훔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당황했다. 왜 그럴까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 행색이 초라하고 불쌍해서 그런가?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차림새를 훑어보았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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