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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12] "정치인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요? 그래서 제가 출마하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의 호의적인 반응들이 늘수록 걷는 거리도 덩달아 늘어났다. 물론 모두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어바인은 오렌지 카운티 안에서도 보수적인 정서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공화당 유권자들이 훨씬 많다. 시의원 선거는 당적을 내걸고 하는 선거는 아니지만 어느 후보가 어느 당 소속이란 것을 알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추어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한번은 노크를 했더니 꼬장꼬장한 백인 노인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보통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의 표정을 보면 이 사람의 표가 내 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감이 온다.

내 소개를 하고 지지를 당부한다는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그는 다짜고짜 "무슨 당 소속이오?"라고 물었다. 아시아계 후보가 시의원 선거에 나선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의원 선거는 당적을 내세우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의 소속은 민주당입니다만 당적보다는 제 개인의 능력을 믿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보수적인 노인들 중에는 후보 개인의 능력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공화당만 찍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그 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고 단단했다.

한번은 무섭게 생긴 개한테 물릴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집 앞뜰을 둘러싼 울타리의 문이 열려 있기에 일단 들어가서 현관문을 두드릴 참이었다. 그 순간 바로 옆에서 살기를 띤 으르렁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을 것 같은 사나운 사냥개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온몸이 뻣뻣해지며 소름이 쫙 끼쳤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인아 제발 빨리 나오너라 하는 기도가 저절로 읊조려졌다. 천만다행으로 마침 주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였다. 그는 내가 시퍼렇게 얼어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왜 허락도 없이 자기 집에 들어왔느냐 자기 집 개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집 개였다면 물려 죽었을 거라며 쏘아댔다.

나는 일단 그냥 들어온 것은 내 잘못이지만 이런 큰 개를 풀어놓고 문을 열어놓은 것은 위험한 처사 아니냐고 대꾸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이 사람의 처신이 괘씸해서라도 이 집 표는 꼭 챙겨가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내가 누구라고 소개를 했더니 집주인은 20년을 그 지역에서 살았는데 도대체가 정치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네 주민들의 불만을 듣는 체만 하지 실천하는 게 없네 하면서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출마하는 것입니다. 그런 불평을 듣고 실천하기 위해서 이렇게 발로 뛰어다니며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저에게 한 표를 주시면 그런 불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

나는 20여 분 동안 내가 왜 출마했는지 당신이 느끼는 그런 불만이 나에게 왜 소중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역정부터 내던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고 감정도 누그러졌다.

그러더니 "당신 괜찮은 사람 같군. 당신을 찍어주겠소." 하는 게 아닌가. 거기에 덧붙여 자기 집은 대가족이라서 표가 많은데 가족 모두 나에게 표를 주겠다며 악수를 청하기까지 했다.〈계속>

글=올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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